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3)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23)
그 시각, 절벽 위.
가문의 사람들은 도승우를 남기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도견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야! 도견우우우!]도승우가 절규하듯 외치는 소리가 실감 나게 들려오고 있었다.
다른 화면에서는 그가 울먹거리며 부르짖는 모습이 잡혔다.
[돌아와! 이 새끼야아아아!]네가 이러면 안 된다는 듯이.
마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의 얼굴을 한 도승우.
그러면서도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아니지? 장난이 지나친 거….]그러나 도승우의 바람과 다르게.
그는 결국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도견우가 끌어들인 몬스터는 물론, 그가 외친 소리를 들은 몬스터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케로?]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케로?] [몸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너 같은 건… 제길!]수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도승우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용맹한 사자가 아니라,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쫓아오지 마!]도승우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몬스터들로부터 도망친다.
아직 마비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만큼, 나름 현명한 대처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스크린을 보던 사람들은 실소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자가 두꺼비에게 쫓기다니… 승우도 별거 아니었구만.”
“잘 도망치네. 그래, 그렇게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도망쳐라, 도망쳐라, 어서.”
가문의 사람들이 조롱했다.
자신과 도승우의 체면이 상하는데 도범준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가주님! 도견우를 당장 잡아들여 벌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저놈이 경쟁에 눈이 멀어 승우를 죽이려고 몬스터를 끌어들인 것을 보십시오! 우리 가문이 경쟁을 장려한다 해도, 이건 정도를 벗어났습니다!”
“상준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는….”
얼굴을 붉히며 탄원하는 도범준.
도예익은 다만 허허 웃기만 했다. 그러고는 가족들과 평가전을 보던 도상준에게 의견을 물었다.
‘견우가 또….’
도상준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제발 사고 좀 치지 말라고 그렇게나 일렀건만, 자신의 아들은 듣는 척만 하고 들어 먹지 않았다.
정말이지 괘씸한 아들이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듯, 도상준은 자신의 신세를 체념하고 도견우를 두둔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냐?”
“네. 경쟁전에서 저런 비슷한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났었는걸요. 그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흠, 그렇기는 하지.”
“견우에게 정말 승우를 죽이려던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 저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근처에 헌터들이 있을 거라 판단해 가볍게 장난을 친 거라고 봅니다.”
“장난? 장나아안!? 도상준, 너…!”
“그리고 승우가 말하기도 했고요. 견우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혼자서도 라들 케로를 죽일 수 있었다고요. 명분은 승우가 먼저 준 겁니다.”
“명분이라….”
재미있다는 듯.
도예익은 그 말을 나직이 읊조리고 어깨를 들썩였다.
“상준이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작 이런 일로 평가전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아이를 괜히 꾸짖을 수는 없지.”
“견우가 들으면 좋아할 겁니다.”
“감사드립니다, 가주님.”
도예익이 도견우에게 손을 들었다.
그제야 도상준은 안도했다. 옆에서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불안해하던 아내, 한지애도 안심할 수 있었다.
“쟤가 정말….”
게이트에서 자생하는, 잘 모르는 열매와 꽃을 겁도 없이 먹지 않나.
몬스터들을 상대로 위험천만하게 전투를 벌이지 않나.
오직 도견우가 나오는 화면만 보는 그녀는 번번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그녀도 얌전히 단념하고,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부모였다.
“다치지만 말렴, 다치지만.”
“나도 저 열매 먹고 싶다…. 엄마, 이따 오빠한테 가면 나도 저 열매 먹어 볼 수 있겠지?”
그녀가 두 손을 모으며 빌었다.
그러면서 눈치도 없는 딸내미에게 꿀밤을 때려 주었다.
“그나저나 신기하구나.”
한편, 도예익은 밀림을 나아가는 도견우를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시선은 형형하게 빛났으며, 도견우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도예익은 조금 전, 도견우가 보인 검술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그는 도승우를 구하고자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찍는 공격식 제7형을 펼쳤다.
그때, 찰나에 지나지 않았으나.
―파직!
나선형으로 두른 바람 속에서.
도견우는 푸른 전류를 일으켰다.
그것은 분명….
‘벽뢰였다.’
자신이 잘못 보았을 리 없다.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돌이키며.
도예익은 화면에 나오는 도견우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 * *
어느 순간, 나무들 사이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지면의 색과 특징도 달라졌다.
머드 케로들이 볼을 부풀리며 내는 소리도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밀림이 끝나 가고 있어.’
나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머드 케로들의 서식지를 벗어나, 호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기인가.’
거대한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밀림이 끝나는 지점에 자란 나무에 착지했다.
그때쯤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음 공략 조건을 전달합니다.] [호수에 있는 수령을 토벌하시오.]목적지에는 제대로 도착한 듯했다.
‘먼저 온 사람은… 5명인가.’
나는 빠르게 사람들의 수를 훑고, 전황을 확인했다.
그들은 수면에 뜬 발판을 밟거나, 아예 수면을 뛰어다니며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수면 위에서 싸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수면을 밟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그 상태로 몬스터들과 싸워야 하니 고전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발판을 밟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칫 무게중심을 잘못 두었다가는 발판과 함께 뒤집힐 수 있었다.
그나마 저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라 저만한 실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은이 누나도 저기 있네.’
도시은은 독보적이었다.
그녀는 발판을 이용하는 일 없이, 호수 위를 뛰어다니며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수왕류 공격식 제5형>사자 맹공
일순 전격이 발생하고.
그녀가 물보라를 나부끼며 나아가 놈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키이익!
이목구비도 없이, 어린아이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 몬스터들.
몸이 푸른 비늘로 뒤덮인 놈들이 도시은의 검에 베여 절명했다.
그 기세를 타서 도시은은 호수 중심부로 내달렸다.
키이이익!
그곳에 수령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신체가 비늘로 뒤덮인, 푸른 피부를 띄는 여성형 몬스터.
놈은 푸른 피를 뚝뚝 흘리는 한편, 왼팔과 꼬리가 잘려 있었다.
헌터들이 한 짓이리라.
척 보기에도 놈은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놈은 오른손에 쥔 창으로 도시은의 검을 어렵지 않게 쳐 냈다.
이에 그녀가 다시 공격을 가하려 걸음을 내디디려고 한 찰나.
샤아악!
“…!”
수령이 아가미가 있는 입을 찢어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직후 수면이 거칠게 요동치고.
도시은이 질주하려던 방향에 돌연 새로운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수하 몬스터들을 부른 건가.”
아니,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게임에서 보스로 통하는 몬스터는 수하 몬스터들을 부를 수 있었다.
나는 미간을 모았다.
‘수령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어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겠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들은 수령에게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은도 모처럼 기회를 엿봤다가 수하 몬스터들이 새로 나타나면서 뒷걸음질을 치는 형국이었다.
그런 한편, 그녀나 다른 사람들의 상태가 짐작되기도 했다.
‘…다들 지쳐 있어. 마비에 걸려서 움직이기 힘든 사람도 있어 보이고.’
당장 도시은만 해도 그랬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호수 외곽까지 거리를 물릴 필요가 없었다.
수하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틈틈이 수령에게 접근해 볼 만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뒤로 물러난 것은 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도시은이 조금 전에 보인 움직임으로 추측했을 때, 아무래도 그녀 역시 마비에 걸린 듯했다.
“음….”
과연 나 혼자서 수령과 수하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내 기프트로 놈들의 공격을 피하며 기회를 엿볼 수도 있겠지만, 그때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전에 내 체력과 마나가 바닥나 지쳐 쓰러질 확률이 높았다.
수면 보행을 펼치고 싸우는 것도 고려한다면 더더욱.
너무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저기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숨을 어느 정도 고르자마자 다시금 전투를 시작하는 도시은은 물론이고 다른 친척들과 협력해야 했다.
문제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 데다, 콧대도 더럽게 높은 사람들이 잘도 협력하겠다는 것.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저것들을 어떻게 설득하지?”
주변에 몬스터의 기척도 없겠다, 나는 편안히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호수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지켜보며 머리를 굴렸다.
아삭.
그러면서 활력의 열매를 먹었다.
저들처럼 수령과 싸워야 하는 만큼 체력을 비축해 둘 필요가 있….
“아.”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이렇게 고민할 필요 없이, 저들을 회유할 방법은 이미 손안에 있었다.
* * *
체내 마나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려 어느 정도 해독했다고 생각했더니, 아무래도 2랭크 몬스터 라들 케로의 마비 독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강했던 모양이다.
도시은은 이따금 검을 휘두를 때면 몸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느끼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른쪽 어깨, 왼쪽 다리. 이래선 무리 속으로 깊이 파고들 수 없어. 몸만 제대로 움직였다면….’
뜻대로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었고, 마비가 일어난 마나 회로를 자극해 자칫 마나 폭주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도시은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마비가 찾아오기 전에 뒤로 걸음을 물렸다.
키이익!
“….”
그로 인하여 기껏 뚫어 놓은 길도 수령의 수하들에게 막히고 말았다.
벌써 몇 번이고 일어난 양상에.
그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방법이 없는 걸까.’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친척들이 앞으로 나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사이, 최대한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려고 했다.
‘…이제 들어가야 해.’
그러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다른 친척들의 상태는 도시은보다 더 좋지 않았다.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한 그녀는 전세가 기우는 것을 보고는 전투로 돌아가기로 했다.
첨벙!
수면을 박차자, 물보라가 인다.
도시은이 앞으로 나선 것을 깨달은 친척들이 길을 만들어 주며 비킨다.
그녀는 그들이 만들어 준 길을 뛰어 수령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수령의 수하들이 중간부터 버티고 있을 따름이었다.
[수왕류 공격식 제6형>도시은의 푸른 눈은 간격을 좁히며 자신을 막아서려는 놈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왼발을 앞으로 쭉 내디뎌, 수면 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급히 몸을 틀었다.
촤악!
그녀가 일으킨 마찰로 인해, 순간 물결이 위로 솟구쳤다.
후두둑 떨어지는 물결이 앞에 있는 몬스터의 시야를 차단했다.
바로 그때, 그녀의 검이 번쩍였다.
사자 난무(獅子 亂舞).
물결을 맞으며 푸른 빛으로 빛나는 칼날이 정확히 놈의 목을 베었다.
휙!
놈의 목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도시은은 목이 사라지고 난 나머지 균형을 잃고, 수면 위로 무너지는 놈의 사체를 지나쳤다.
그리고 다른 놈들에게 나아갔다.
휘익!
서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난무.
다만 눈앞에 있는 적을 상대하러, 상황에 맞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몸을 회전시켜 마나를 씌운 칼날에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검술.
수면 위에서 추는 도시은의 춤은 일격에 놈들의 숨을 끊어 냈다.
“후우….”
그러고 나서 다시 숨을 가다듬고, 얼마 남지 않은 길을 뚫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이익!
“…윽!”
친척들에게 후방을 맡겼건만.
어느새 친척들은 놈들에게 밀려나 호수 외곽까지 멀어져 있었다.
도시은은 혀를 찼다.
이대로 놈들에게 후방을 내준다면, 자신은 배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수령을 상대해야 했다.
부담이 가중된다.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왕류 공격식 제3형>수령이 바로 근처에 있었으나.
도시은은 아쉽더라도 길을 돌아가 후방을 정리하기로 했다.
사자 철편
그녀의 검이 몬스터를 후려쳤다.
철퇴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놈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얼굴로 수면에 슬라이딩하며 멀리 날아갔다.
확인할 필요도 없이 즉사였다.
그녀는 그대로 다른 놈들도 죽이려 보법을 펼쳤다.
그런데 검을 올려치려던 찰나.
‘몸이…!’
오른쪽 어깨가 삐걱거리면서 돌연 허공에서 동작이 멈췄다.
마비가 일어난 것이다.
그녀에게는 불운이었을 그 상황은 역으로 놈들에게 행운이 되었다.
키이익!
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가까스로 마비에서 헤어난 그녀는 얼른 놈들에게 대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조금 늦었다.
‘1마리는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나머지 2마리는….’
자신이 한 놈을 상대하는 사이, 필시 다른 두 놈이 그 틈을 타서 공격할 것이다.
그녀는 낭패감에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충격을 최소화해서….
첨벙!
그때, 도시은은 인기척을 느꼈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재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직후, 그 존재가 그녀를 지나쳤다.
“나는 왼쪽, 누나는 오른쪽.”
귓가를 스치고 간 목소리.
도시은은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과 달리, 몸은 거의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가 느닷없이 왼쪽으로 움직이자….
‘아, 그런 거구나.’
자신의 몸이 자동으로 오른쪽으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대로 눈앞에 있는 몬스터에게.
푹!
키이이….
도시은은 검을 찔러 넣었다.
그렇게 셋 중 하나를 없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확인하고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쯤 그 존재도 나머지 두 놈을 쓰러뜨린 참이었다.
“…도견우?”
가문에서 겁쟁이란 소리를 들으며, 래빗이라고 조롱당하던 도견우.
예상치 못한 존재를 눈에 담고.
도시은의 눈이 놀란 듯이 커졌다.
도견우는 그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뜸 화제를 꺼냈다.
“누나, 나랑 협력 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