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35)
(235)
“한별이 때문에 고생이 많지? 애가 산에서 자연인처럼 살았다 보니 대인 관계나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었을 거야. 나 외에 또래랑 어울린 적이 없기도 했고… 내가 또래인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 줘서 정말 고마워!”
승합 택시에서 내린 신서라가 나와 연하늘에게 정중히 인사한다.
그녀는 게임에서도 나온 것처럼 활발하고, 털털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개인적으로는 강한별의 성격 형성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팔을 잃고, 가족을 여읜 그는 투귀 서정진에게 거두어지기 전까지 세상에 절망해 있었으니까.
그러다 같이 생활하는 서정진이나, 간간이 왕래하는 신서라에게 조금씩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실제로 짧게 지나가는 프롤로그에서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그래서 한별이가 신서라를… 아니, 신서라 누나를 좋아하게 된 거겠지. 힘든 시기를 보냈을 한별이한테 저 누나는 구세주로 보였을 테니까.’
정작 신서라는 눈치채지 못한 듯하니 강한별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속으로 그를 위로하며, 고개를 숙인 신서라에게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저희가 오히려 한별이한테 도움을 받은 편인걸요? 그렇지, 하늘아?”
“네, 맞아요. 한별이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애인데요. 그러니까 고개 드세요, 언니.”
“아, 정말? 한별이가 의외네…. 그리고 말 편하게 해. 한별이랑 나랑 반말하는 사이인데, 뭘. 지금 내가 너희한테 반말하고 있기도 하고. 어려워하지 말아 줘.”
“그래? 나도 그쪽이 더 편하니 반말로 할게.”
“응, 나도. 언니, 고마워.”
강한별의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은 친구로서 마땅한 도리다.
나와 연하늘은 그를 칭찬하며 신서라를 들뜨게 했다.
한편, 그녀에게 난데없이 헐뜯긴 그는 못마땅한 눈치였다.
“내가 사회 부적응자도 아니고,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뭐야, 삐졌어? 그런데 네가 워낙 지은 죄가 많았어야지…. 보나 마나 투귀 님을 닮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무기를 걸고 싸움을 붙였을 게 뻔한데, 뭘. 들려오는 소문으로도 그렇고. 오다가 사람들이 널 가리켜 약탈꾼이라고 불렀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니까?”
“큭…. 그래도 나는 사부님처럼 막 빼앗고 다니지는 않거든?”
“응, 빼앗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같은 놈이나 마찬가지야.”
강한별과 신서라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얼굴에는 서로 즐거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누가 보더라도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연하늘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서라 누나의 상태창은 어떻게 되어 있으려나.’
게임에서는 강한별의 파티에 영입할 수 없었던 탓에 신서라의 상태창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다르다.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주목하며 시야에 상태창을 띄웠다.
[개인 정보]이름: 신서라 (여자·21세)
이명: 신예의 마에스트로
소속: 신종호의 공방
[보유 기프트]사이코메트리(Psychometrist)
체력: 51
근력: 54
내구: 43
민첩: 60
마력: 58
행운: 50
잔여 포인트: 0
따로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았는데도 제법 준수한 능력치다.
조금만 노력하면 헌터로 활동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었다.
‘민첩과 마력, 행운이 꽤 높네.’
이 세상에서 민첩은 어질리티(Agility)와 덱스테어리티(Dexterity) 속성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때, 어질리티는 몸을 가볍게 하고, 반사 신경을 높여 주고,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관여했다.
그리고 덱스테어리티는 무기를 잘 다루게 해 주는 것처럼 손재주에 관여했다.
따라서 신서라의 민첩이 높은 이유는 무구를 제작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마력 또한 같은 이유일 것이다.
높은 가치를 지닌 무구를 제작하려면 마나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할 테니까.
행운은….
추측으로는 무구 제작 성공 확률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사이코메트리는 뭐지?’
게임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기프트다.
나는 상세 정보를 확인하기로 했다.
[사이코메트리]◆ 기프트 분류
―자율 발동형
◆ 상세 효과
―마나를 소모하여, 직접 접촉하는 대상의 기억을 읽는다. (단, 살아 있는 대상에게는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컨디션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이해력을 높인다.
‘…이런 기프트였구나.’
신서라처럼 무구를 제작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유용한 기프트일 듯했다.
어쩌면 그녀가 지닌 기프트가 게임에서 제작 성공 확률 100%를 자랑한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무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 재료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니까.
‘영혼석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깊은 이해가 필요한 재료야. 서라 누나의 기프트라면 더더욱 맡겨도 되겠어.’
나로서는 신서라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연하늘과 강한별에게는 다르게 비친 듯했다.
“왜? 서라 언니가 예뻐?”
“견우야? 너 진짜 약속 지켜라.”
“….”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는 연하늘.
눈에 힘을 주고 부라리는 강한별.
두 사람의 눈초리를 받은 나는 얼른 잘못을 빌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안 볼게. 안 보면 되잖아.”
* * *
버젓이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 연무관 앞에서 인형귀녀의 영혼석을 꺼낼 수는 없다.
우리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한별의 승합 택시를 타고,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라면 금강제 구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따로 볼일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없기는 하겠네.”
강한별이 승합 택시를 몬 곳은 아카데미 관계자들에게 허가되는 주차장이었다.
학생 소유의 차량에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주차장 입구에서 출입 제한을 받지 않고 수월하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전에 도시은의 조언을 따라서 강한별의 차량을 실드 업무용으로 등록한 덕분이다.
‘한별이가 이사장님이랑 친해서 이사장님 재량이 관여한 덕이기도 하고.’
이윽고 강한별은 빈자리를 찾아 승합 택시를 주차했다.
나는 그가 차의 시동을 끄자마자 연하늘에게 부탁했다.
“하늘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주위에 사람을 물리는 결계와 방음 결계 좀 쳐 줘.”
“기척을 차단하는 결계도 더해서 삼중으로 전개하도록 할게.”
호들갑을 떠는 것 같긴 해도, 자칫 인형귀녀의 영혼석에 담긴 기운이 외부에 새어 나가지 않게 철저하게 경계해야 했다.
결계를 펼친 연하늘에게 고마워한 나는 포켓에서 영혼석이 담긴 함을 꺼냈다.
함을 열자, 안에 들어 있던 영혼석이 영롱한 빛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강렬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이게 인형귀녀의 영혼석이야.”
“…대단하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보니, 영혼석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영혼석은 처음 봐. 과연 육마의 영혼석이란 거구나. 최상급, 아니… 최상급도 이 영혼석의 가치를 깎아내릴 뿐이야. 최최상급. 이건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지닐 거야.”
“서라 누나, 그런 등급도 있어? 나는 처음 듣는데….”
“아니.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 내가 지금 만든 거야.”
강한별이 뒷좌석으로 넘어온 가운데.
신서라가 내가 무릎 위에 놓은 함을 들여다보며 연신 감탄한다.
영혼석에 얼마나 흥분한 것인지 눈을 반짝이고, 입을 벌리며 내 앞으로 몸을 들이밀 정도였다.
이러다 쓰러질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가져가서 봐도 될까? 흠집이 나지 않게 만질게.”
“원래부터 맡기려 한 건데, 뭘. 가져가서 편하게 살피도록 해.”
“고마워, 정말!”
묶은 머리를 세차게 흔든 신서라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영혼석이 담긴 함을 들어 올렸다.
이어서 자리로 돌아가 기대앉은 그녀는 영혼석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탐색했다.
“이제부터 기억을 들여다볼 건데, 내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해. 집중이 깨지면 안 되거든.”
“알았어, 그럴게.”
우리에게 양해를 구한 신서라가 곧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눈을 감은 그녀가 손으로 영혼석을 더듬는다.
[기프트: 사이코메트리>기프트로 영혼석에 축적된 기억을 읽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행여나 그녀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호법을 서며 지켜보았다.
그로부터 잠시 시간이 흘러, 그녀가 눈을 떴다.
“하마터면 정신을 잡아먹힐 뻔했어. 이래서 영혼석이 다루기 까다롭다니까. 특히나 영혼석의 주인이 육마라서 그런지 더더욱.”
“괜찮은 거야? 내가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모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거라도 쓸래? 아니다, 그냥 얼른 써.”
“이런 건 어디에서 난 거야? 흠… 하트랜드에서 얻은 거구나. 클리어 마인드가 내장돼 있고. 고마워, 잘 쓸게. 안 그래도 정신이 오염된 것 같아 찝찝했는데, 기분이나 환기해야지.”
신서라는 정신적으로 지친 기색이었다.
그러자 강한별은 눈가를 문지르는 그녀를 위해 매지컬 실크 햇을 꺼냈다.
하얀색 마술사 모자를 쓴 그녀는 이내 감정을 갈무리한 것인지 쾌활한 얼굴을 보였다.
“이거 효과 괜찮네. 탐나는데?”
“필요하면 줄까?”
“아니야, 됐어. 엄연히 네 건데 내가 왜 가지니?”
아카데미에서 강한별의 이미지는 주로 남의 물건을 빼앗는 데 심취한 악귀로 묘사되건만.
신서라에게 뭐라도 퍼 주려 하는 강한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입가가 씰룩거린다.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나도 하늘이한테 저러려나….’
옆에 앉은 연하늘을 곁눈질하니, 그녀도 신서라와 강한별을 보며 즐거워하는 기색이다.
그러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가 나를 힐끗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신서라가 화제를 바꾼 것은 그때였다.
“미안. 어쩌다 잡담을 하게 됐네. 영혼석 이야기로 돌아와서, 기프트로 영혼석에 어떤 섭리가 깃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어.”
“어떤 섭리가 깃들어 있는데?”
“음… 마나를 소모해 거미줄을 만드는 섭리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일반적인 거미줄은 아니야. 굉장히 질기고 단단하고…. 거미줄의 성능은 인형귀녀랑 싸우면서 겪어 보지 않았어? 입 아프게 주저리주저리 말할 필요 없이, 인형귀녀의 거미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
“전투에서 유용할 섭리네.”
게임에서 인형귀녀의 영혼석으로 만든 무구에는 무작위로 그녀가 사용한 스킬이 깃들었다.
그중에서 나는 거미줄과 관련된 스킬을 여럿 떠올렸다.
대부분 속박 계열이었지만….
‘게임이 아닌 이 세상에서는 한 가지 방식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건데….’
군청검의 전류 제어 스킬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니 인형귀녀의 영혼석에 담긴 섭리는 필시 쓸모가 많을 터였다.
‘문제는 섭리를 어떤 그릇에, 어떤 형태의 무구에 담느냐는 건데….’
무구에 따라 섭리를 운영하는 폭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었다.
또한 현재 내가 장비한 무구들과 조화가 맞아야 했다.
‘일단 군청검이 있으니까 검은 안 돼. 팔찌랑 반지, 브로치, 홍조수아도 안 되고….’
어떤 무구를 만들 것인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로 나는 세 사람과 의논하며 가장 효과적인 무구를 선택했다.
“이 영혼석의 가치가 상당한 만큼, 제작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들도 만만치 않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건 내 선에서 처리할 테니까.”
“정말 그래도 돼?”
“맞아, 누나. 견우한테 돈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돈을 받니? 오히려 아직 경험도 많지 않은 나한테 육마의 영혼석을 맡긴 건데, 내가 감사하다고 돈을 줘야지. 그러니 다른 재료비는 감사의 뜻으로 내가 지불하도록 할게.”
“그렇게 말해 주면 나야 고맙지. 고마워, 누나. 모쪼록 잘 부탁할게.”
“완성까지 시간이 걸릴 거야.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겸사겸사 한별이 머신 아츠도 정비해야겠다. 그동안 학원도시에 머물러야 할 듯한데, 혹시 보안이 보장되는 괜찮은 공방 아는 데 없니? 할아버지 공방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지금 아무도 없어서 경비에 문제가 있을 것 같거든.”
“그럼 내가 가문에 말해 볼게. 레굴루스 클랜 산하에 있는 공방이 있기는 할 거야.”
내 무구를 제작하는 동안 학원도시에 체류할 예정이라는 신서라의 발언에.
강한별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 * *
5일 동안 진행되는 금강제 중 첫째 날이 지나갔다.
금강제, 둘째 날.
휴식 시간이 주어진 차은솔은 마침 시간이 맞는 민아린, 고은비와 함께 축제를 둘러보았다.
“얘들아! 저기 탑블레이드 있다! 우리 탑블레이드 하러 가자!”
“매일매일이 축제면 좋겠다. 그럼 출석도 열심히 할 텐데, 얌….”
“흥,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보다 지금 얼마나 먹는 거야? 뱃속에 블랙홀이 든 것도 아니고 무슨…. 너 그러다 진짜 탈 난다?”
저 앞에서 학생들이 마나를 불어넣어 직접 탑블레이드를 조종해,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흥미가 동한 고은비는 냅다 부스로 뛰어갔다.
머리에 쓴 검은 토끼 머리띠는 실제 토끼 귀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편, 차은솔과 민아린의 걸음은 고은비보다 느렸다.
차은솔이 모든 부스의 음식을 맛보고 말겠다는 듯, 길에 늘어선 부스들에 들렀기 때문이다.
그녀를 제지하는 입장이 된 민아린은 번번이 진땀을 빼야 했다.
“얌얌. 닭꼬치 맛있다.”
“은비 저기서 기다리고 있잖아. 그만 먹고 얼른 가자니까?”
노릇노릇하게 익은 닭고기와 파를 같이 베어 무는 차은솔.
그녀보다 키가 작은 민아린은 뒤에서 그녀의 등을 미느라 끙끙거렸다.
그녀는 구태여 저항하지 않고 민아린이 가자는 대로 따랐다.
걸음을 멈춘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
“응? 안 가고 뭐 해? 설마 또 뭐 먹겠다고 하는 건 아니지!?”
민아린이 발을 동동 구른다.
차은솔은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그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한곳으로 고개를 틀었다.
북적거리는 인파 속을 지나는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노인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구지?’
멀어서 자세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노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화감이 든다.
느낌이 좋지 않다.
직감이다.
‘쫓아가서 영혼을 볼까, 말까….’
차은솔은 노인이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고민했다.
이윽고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귀찮아, 안 할래.”
“야, 내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뭘 안 하겠다는 거야?”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
차은솔의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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