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24)
“협력?”
“응, 협력.”
어깨 위를 스치듯 흔들리는 단발.
혼혈임을 짐작게 하는 이목구비와 주위에 펼쳐진 호수처럼 푸른 눈.
격한 전투를 벌였을 텐데도 여전히 고아한 미모를 잃지 않은 도시은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하긴 내가 도중에 전투에 끼어들어 뜬금없이 협력하자는 말을 꺼냈으니 의아하게 여길 만도 했다.
‘그건 그렇고… 열네 살이라 그런가? 앳된 면이 있기는 하네.’
게임에 등장하는 도시은의 경우, 그녀는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하게 대응하며 카리스마를 보이고는 했다.
강한별보다 연상이라 그런 것인지 냉철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서 묘사된 것이다.
그런데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시은은 그런 분위기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었다.
나름 신선한 기분이었다.
여하튼.
“일단 여기에서 대화하긴 그렇고, 다른 데로 가서 얘기할까?”
“…그래, 그러자.”
이내 어깨를 으쓱인 나는 턱짓으로 호수 언저리를 가리켰다.
수령과 그 수하들이 활동하고 있는 수면 위였다.
근처에 있는 놈들을 물리쳤다지만, 놈들의 수는 줄어든 만큼 채워졌고,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에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대화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자리를 벗어나고 나서 마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수동(Rank. 01) x 6]나보다 키가 조금 작은 몬스터들.
어린아이 같은 형체를 한 수하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비켜.”
“저쪽에 있는 놈들은 내가 맡을게.”
그러나 나와 도시은이 힘을 합치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놈들을 뿌리치고, 호수에서 나와 풀밭으로 올라왔다.
그러자 놈들의 추격이 끊어졌다.
“놈들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이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거야.”
“얘기해 줘. 협력이라니?”
“말 그대로지.”
“….”
“나랑 누나가 힘을 합치기만 하면, 수령도 쓰러뜨릴 수 있지 않겠어? 누나도 싸워 봤으니까 알 거 아니야. 혼자 수령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
“그러니 같이 쓰러뜨리자는 거야.”
나는 털썩 풀밭에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옆에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그녀는 권유에 응하지 않고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 혼자 상대하기 힘들기는 해. 하지만 너랑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변하는 것은 없을 거야.”
“수령의 주위에 있는 놈들 때문에? 그놈들이 수령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테니까?”
“그래, 맞아.”
도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 내가 모를 리 없었다.
나도 염두에 둔 문제였다.
‘우리 둘로 부족하기는 하지.’
어디까지나, 우리 둘로는.
“다 생각이 있어서 꺼낸 말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나는 그녀의 뒤로 시선을 향했다.
그러자 그녀도 내 시선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창 수하들을 상대하던 친척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나처럼 그동안 상황을 보고만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쪽이든 피로한 기색이었다.
“우리끼리 협력하자는 게 아니야. 다 같이 협력하자는 거지.”
“그럼….”
“수령의 수하들을 상대하는 역할은 저 사람들한테 맡길 거야.”
“….”
“우리는 수령만 상대하면 돼.”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저들을 설득할 차례다.
나는 풀밭으로 올라오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형, 누나들.”
“아, 견우야. 아까 네가 시은이랑 같이 싸우는 거 잘 봤….”
“우리한테 협력하는 게 어때?”
“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친척들.
이윽고 그들은 내 제안을 듣고는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우리가 왜? 네가 뭔데?”
“….”
그래,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 * *
그 시각, 절벽 위.
평가전에 참가한 사람들이 조금씩 호수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때쯤, 가문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화면의 태반은 수령이 있는 호수로 전환되었다.
“다들 고전하고 있군요.”
누군가가 끙 소리를 냈다.
이에 화면을 보던 몇몇 사람들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령을 약체화시켰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상대하기에는 일렀던 게 아닐까요?”
“애들이 수면에서 싸우는 것에는 거의 경험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위에 몬스터들이 저렇게 많아서는 수령에게 접근하기도 힘들겠는데요.”
도시은만 해도 그렇다.
제일 먼저 호수에 도달한 그녀는 어떻게든 수령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모색했었다.
그러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잠시나마 수령과 무기를 섞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수령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수하 몬스터들이나 상대하며 이따금 도시은에게 도움이나 주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문의 사람들이 난이도가 높다는 말을 꺼낼 만도 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많이 지친 것 같군요. 밀림을 헤치고 호수까지 오느라고 체력을 꽤 소모했을 겁니다.”
“시은이도 마비에 걸린 마당이니, 다른 애들 상태는 오죽하겠어.”
“저 상태로 수령을 상대하려 하니 상황이 저럴 수밖에….”
게이트에서 처음 벌이는 강행군에 참가자들은 모두 지쳐 있었다.
화면에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피로감이 내비쳤고, 그들이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흘러나오고는 했다.
[헉, 헉…!] [씨, 그만 나와라, 좀….] […푸헙!]급기야 발판에 발이 미끄러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수면을 걷다가 물속에 빠지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호수에 도달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상황을 관망하기만 했다.
그런 상황으로 흘러가자.
“가주님.”
“….”
내내 평가전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도예익에게 진언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니,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어떨지요.”
도예익의 장남, 도우준.
현재 가주 도예익의 직계 중에서 가장 차기 가주로 유력시되고 있는 그가 대표로 나섰다.
“아이들이 약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의 체력 상태를 고려해 상황을 개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맞습니다, 가주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괜히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도우준이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거들었다.
“흠….”
도예익은 짧게 침음을 흘렸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비슷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 애들에게는 무리였던 건가….’
열일곱 살이 되지 않은 손주들.
그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이미 그들은 충분한 실력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실망하지는 않았다.
다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서정진이 제자를 들였다고 했다.’
명가를 배경으로 둔 것도 아니면서 오로지 본연의 힘으로 경지에 올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헌터.
투귀, 서정진.
세상은 싸움에 미쳐 있는 서정진을 도예익과 같은 현 십가문의 수장들에게는 미치지 못할 거라고 여기고 있으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필시 검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자신이 그를 앞설 것이다.
그러나 ‘전투’에서는 달랐다.
함부로 장담할 수 없었다.
‘그놈은 괴물이다.’
그는 어느 분야에서든 천재라 불릴 재능을 가지지 못했기에, 우습게도 역설적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서 자신을 단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기에 얽매이지 않고 온갖 무기를 다뤘으며, 뿐만 아니라 모든 전투와 생산 계열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비록 정점에 오른 분야는 없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일정 경지에 도달한 존재가 투귀라고 할 수 있었다.
도예익이 하나의 승부가 아니라,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싸워야 하는 전투에서의 우위를 쉬이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그 괴물이 들였을 만한 제자라면 그놈을 뛰어넘을 괴물이 틀림없다.’
도예익은 서정진이 들인 제자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는 한편으로 경계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라도 그 제자가 지닌 재능과 서정진의 노력과 집념이 절묘하게 합쳐지기라도 한다면.
“….”
그야말로 한 시대를 이끄는 영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십가문의 권세를 뛰어넘을 영웅이.
그렇게 되면 새로운 질서 체계가 이 나라에 자리 잡게 될지 몰랐다.
기존에 입지를 공고히 한 명가들이 바라지 않을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걱정보다도….
‘내 손주들이 그 자식의 제자한테 지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다.’
사실 그런 마음이 더 앞섰다.
도예익은 서정진과 비슷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그의 손주들과 서정진의 제자는 그와 서정진의 승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도예익은 승부욕에 불타 이번 평가전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가주님,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는 게 낫겠구나.”
그런데 의욕이 지나쳤던 듯싶었다.
도예익은 고전하는 손주들을 보며 자신을 질책했다.
결국 그는 헌터들에게 명령하여, 평가전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으로 방침을 수정하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잠깐.”
도예익은 결정을 번복했다.
그의 시선이 호수 외곽을 비추는 화면에 꽂혔다.
“….”
어느새 호수에 도달한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 중심에 도견우가 있었다.
[나한테 붙어.]자신하는 듯한 도견우의 목소리.
도견우는 패착이 드리운 얼굴을 한 참가자들과 다르게 명백히 대조되는 얼굴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얼굴이, 참가자들의 시점에서 촬영되는 화면 대부분을 채웠다.
“허….”
똑같은 화면을 몇 개나 접하고 만 도예익은 탄식을 흘렸다.
이내 탄식은 헛웃음으로 이어졌다.
그의 입가가 호를 그렸다.
“아이들이 뭔가 할 생각인 듯한데, 그걸 보고 판단하도록 하지.”
얼마나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지.
도예익은 자신감에 찬 얼굴을 한 도견우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 * *
“시은이라면 뭐, 인정할 수 있어. 수령하고 전투를 벌일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근데 도견우 너는 우리한테 보여 준 게 없잖아. 우리가 왜 도와야 하지? 뭘 믿고?”
“다 같이 협력하자는 건 찬성이야.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수령에게 접근하도록 협력하는 것은 좀 그렇다.”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까불어? 네가 도승우를 이겼다고 우리가 뭐 다시 볼 줄 알았냐?”
“다시 보기는 했지. 그런데 그걸로 우리랑 맞먹으려고 들면 안 되지.”
“이게 완전 무시하네?”
“….”
나와 나이가 같거나 적은 친척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친척은 대놓고 분노를 표출해 댔다.
‘1명씩 말하지, 정신 사납게….’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동안 가문에서 래빗이라 불리며 조롱당하던 내가 협력을 제의하니, 저들이 불만을 보일 만도 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연히 해결책도 마련해 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말로 싸우지 말고, 검으로 결판을 내자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친척들의 상태창은 진즉 확인했고, 애초 그들은 잔뜩 지쳐 있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대련을 신청해 그들을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시키겠다면서 일일이 대련을 벌여 시간과 체력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00:52:34
남아 있는 시간도 얼마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대련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설득하기로 했다.
“그럼 내가 수령과 싸우지 않으면 누가 싸우려고?”
“그런 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이 우리끼리 결….”
“싸울 수나 있어? 그 몸으로?”
“뭐?”
“수령하고 싸울 힘은 남아 있냐고. 이제 마비는 다 풀렸어?”
“….”
내 말에, 조금 전까지 화를 내던 친척들이 뭐라 말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그렇고, 지금 자신들이 힘에 부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거봐, 없잖아.”
“….”
“그래서 나한테 협력하라는 거야.”
이내 나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파킷 에이프의 주머니였다.
나는 그들이 볼 수 있게 내용물을 모조리 쏟아 냈다.
와르르.
“….”
활력의 열매, 기력의 열매 그리고 진흙 영초의 뿌리가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친척들에게 말했다.
“공짜로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해. 나한테 협력하면 이것들을 넘길게. 솔직히 다들 아쉬울 거 아니야?”
“….”
“체력만 있으면, 마나만 있으면, 또 마비에 걸리지만 않았으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 아니야. 안 그래?”
나는 친척들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걸려들었다.
내 말에 정곡을 찔린 것이다.
나는 계속 말을 잇기로 했다.
“그러니 이걸 먹고 힘을 회복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어른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자고. 제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꼴사나운 모습만 보여 주고 끝낼 거야?”휙!
“…어?”
나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한테 대뜸 활력의 열매를 던졌다.
그 사람이 반사적으로 잡고 나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먹어, 싸우고 싶으면.”
“….”
나는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자 망설임을 보이던 그가 냉큼 활력의 열매를 입에 댔다.
아삭.
열매를 베어 무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침묵 속에서 퍼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그들의 조바심을 더 부추기려 계속해서 열매를 던졌다.
사람들이 열매를 받았다.
“나한테 붙어.”
“….”
“협력해 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삭.
조금 전까지 나를 욕하던 친척들이 내 편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내 나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도시은에게 뿌리를 건넸다.
“누나도 먹어. 마비가 풀리지 않아 싸우기 힘들 거 아니야.”
“…고마워.”
도시은도 이제 내게 협력할 마음이 확실히 선 듯했다.
그녀가 뿌리를 씹었다.
그러다 쓴맛이라도 난 것인지, 살며시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가 얼른 꿀꺽 삼켰다.
‘이걸로 마비 상태는 사라졌어.’
나는 마비가 풀린 것을 확인하고 도시은의 상태창을 닫았다.
그사이, 호수에 도달한 친척들도 흐름에 따라 내게 협력하기로 했다.
“이게 기력의 열매인 거지?”
“나는 마비를 풀고 싶은데….”
“고맙다. 잘 먹을게.”
“도견우, 너….”
“살아 있었냐?”
그중에 도승우도 있었다.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하마터면 얼굴을 몰라볼 뻔했다.
“그래서? 너도 협력하게?”
“…젠장.”
놈의 상태는 많이 좋지 않았다.
결국 놈도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용할 수 있는 말은 많으면 좋다.
나는 기꺼이 뿌리를 내주었다.
“자, 주목. 이제 작전을 설명할게.”
“….”
내게 대가를 받아서 그런지.
그들이 고분고분 내 말을 따랐다.
나는 수령을 공략하기 위한 작전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시은이 누나.”
“응.”
“누나는 수령의 왼쪽을 견제해. 나는 대신 오른쪽을 견제할게.”
“알았어, 그렇게 할게.”
“왼쪽이야. 까먹으면 안 돼.”
나는 도시은에게 따로 당부했다.
그러자 그녀가 동의하는가 싶더니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꼭 왼쪽이어야 해?”
푸른 눈을 깜빡이며 묻는 도시은.
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야 누나가 나보다 더 강하니까.”
“응?”
“상대적으로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힘에 부칠 거 아니야. 그러니 대신 누나가 힘 좀 써 달라는 거지.”
“아, 응… 그렇구나.”
“할 수 있지? 잘 부탁할게.”
“….”
수령은 왼팔이 잘려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왼팔에 대한 방비가 미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오른쪽을 견제하고, 그녀가 왼쪽을 견제하는 것이다.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여하튼, 그리하여.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수령(Rank. 03, Boss) x 1] [수동(Rank. 01) x 17]수령 공략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