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47)
(247)
게임 『브레이브 하츠』.
다회차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에서 강한별이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여정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소 1회차 이상 공략이 권장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회차에서 그는….
‘2학년 진급 전에 발생하는 에피소드에서 목숨을 잃고 마니까. 무조건.’
게임의 스토리에 따르면.
이 시기, 강한별은 소혜율에게 마지막 의뢰를 받는다.
의뢰 내용은 녹색 게이트, 시간의 사원 어딘가에 숨겨진 시간의 말뚝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에 강한별은 졸업식 대련에서 도시은에게 승리한 이후, 날을 잡아 게이트에 입장한다.
그곳에서 기프트의 도움을 받아 시간의 말뚝을 찾아내는데….
‘하필 말뚝이 보관된 장소에는 위험한 몬스터가 있었다는 거지.’
4랭크의 히든 보스 몬스터.
강한별은 게이트를 나가는 과정에서 놈과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전투 결과와 상관없이 확정적으로 놈의 기습을 허용해, 독에 걸리고 만다.
「강한별」
―모, 몸이… 왜 이러지? …어?
놈은 존재를 노화에 이르게 해 끝내 목숨을 앗아 가는 독을 지니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절대 치료할 수 없는 독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강한별의 운명은 중독된 시점에서 정해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강한별」
―앞이… 자알… 안 보, 여….
가까스로 게이트를 나온 강한별은 노인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는 더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인공 게이트 앞에서 쓰러진다.
서서히 시야가 감기기 시작하며, 죽음을 직감한다.
이때, 호법을 서고 있던 소혜율이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강한별」
―이, 이사장니임… 여, 여기요….
「소혜율」
―…미안해요.
강한별은 시간의 말뚝을 건네며, 이제야 맡은 역할을 다했다는 양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반면에 소혜율은 늘 그랬듯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를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죄책감을 느낀다.
원대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흔들린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결단한다.
그의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시간을 되돌리기로.
「소혜율」
―몰랐는데, 나도 참 미련하구나. 시간의 말뚝을 얻은 이상, 거의 다 이룬 것이나 다름없는데…. 내가 학생 하나 때문에 이러다니, 그 애를 닮지만 않았으면 이러지 않았겠지….
소혜율은 언젠가 소망에 쓰일, 독자적으로 모은 마나를 소모해 마법을 발동한다.
하지만 그녀가 모든 마법사 중 가장 우주의 이치에 통달한 별의 마녀라고 평가받는다고 해서, 전지전능한 신처럼 인과를 거스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녀는 세상의 시간을 되돌리는 부담을 최소화한다.
강한별이 죽는 미래만 바꿀 수 있게 기억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소혜율」
―최근에 시간을 기록한 지점이… 입학식 때인가. 거의 1년 전이네. 현재에 미련을 두지 않게 일부러 소홀히 기록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걸…. 회귀하고 나면 마법으로 소모한 마나를 모으느라 계획을 1~2년 더 뒤로 미루게 되겠네. 어쩔 수 없지. 시간의 말뚝만 있다면 몇 년이고 더 기다릴 수 있어. 괜찮아. 그 애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소혜율」
―강한별 학생은 회귀해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다시 보내는 시간 속에서 드문드문 기시감을 느끼는 정도일 테죠. 하지만 시간의 사원에서 겪은 일은 생생하게 느껴져서 이번엔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부탁할게요. 부디 회귀한 세상에서는 죽지 않고 무사히, 시간의 말뚝을 가지고 돌아오면 좋겠어요.
그렇게 소혜율의 대사를 끝으로.
플레이어는 암전된 화면에 떠오르는 엔딩 메시지를 감상할 수 있었다.
[소혜율에게 현재와 미래는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그녀는 오직 과거에만 집착합니다.] [그런 그녀가 소망을 목전에 두고, 강한별의 죽음을 바꾸기 위해서 세상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녀의 선택이 희망을 틔웁니다.] [어쩌면, 이 세상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회귀한 강한별은 이번에는 죽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Happy Ending ─]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게임을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Yes / No]일명, 1회차 회귀 엔딩.
웃긴 부분은 게임에서 몇 안 되던 해피 엔딩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이 엔딩을 완료해야만 2회차부터 2학년 진급 이후의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 * *
게임에서는 이미 진행한 스토리를 빠르게 스킵할 수 있는 기능이 주어졌다.
덕분에 1회차 회귀 엔딩을 마친 플레이어는 처음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단기간에 시간의 사원 에피소드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게임에서처럼 플레이어를 위한 편리한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2회차로 회귀하면 중간 생략 과정 없이 처음부터 다시 1년을 고생해야 했다.
‘물론, 2회차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지. 어차피 1회차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다시 고생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그러나 1회차를 살고 있는 나는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됐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돌아간다는 의미는, 지금의 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곧 죽음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1회차 회귀 엔딩은 사양이었다.
‘그렇다고 의뢰를 거절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건데….’
시간의 사원 에피소드에서 얻는 보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시간의 말뚝은 차후에 발생할 소혜율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소재다.
그 에피소드에서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시간의 말뚝을 사용한다.
그런데 강한별이 의뢰를 거부해, 그녀가 시간의 말뚝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된다면?
나야 배드 엔딩의 여지를 지닌 에피소드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테니 좋을 따름이다.
문제는 그녀가 어떻게 대응할지 좀처럼 예상이 가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한별이를 어르고 달래거나, 강제로라도 시간의 사원에 들여보내려 할지 모를 일이야. 그것도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거나….’
최악은 소혜율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선에서 미래에 악영향을 줄 경우다.
‘이래도 위험하고, 저래도 위험하고…. 정말이지 골치가 따로 없네.’
그래도 갈팡거리지는 않는다.
내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는 일찍이 정해 놓은 상태였으니까.
전생을 자각하고 5년간 고민한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마침 잘됐어, 그러지 않아도 한별이를 따라갈 생각이었는데.’
게임에서는 몰라도, 이 세상에서 강한별의 죽음은 확정된 게 아니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강한별과 함께 시간의 사원 에피소드를 공략할 계획이었다.
설령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참에 이사장님한테 건의해야겠다.’
나와 강한별이 의뢰 내용을 들으며 녹색 게이트 키를 살피던 가운데.
소혜율이 품에서 꺼낸 디바이스를 우리 앞으로 내민 것은 그때였다.
디바이스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듯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간의 사원에는 굳게 잠겨진 문이 하나 있어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열쇠로 여는 것 외에는 어떤 수단으로도 열 수 없는 문이죠. 파괴도 불가능하고요.”
“….”
“이건 다른 게이트에서 나온 건데, 그 문의 열쇠로 추정되고 있어요. 그런데… 감정 결과로는 선택받은 존재만이 금속패를 열쇠 형태로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을 가린다는 거군요.”
“네, 강한별 학생 말이 맞아요. 그리고 저는… 어쩌면 강한별 학생이 그 주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요?”
“강한별 학생의 기프트 때문에요. 레저넌스 핸즈. 손으로 다루는 도구는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달인의 경지로 숙달하게 이끄는 기프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요. 열쇠 또한 손으로 다루는 도구에 속하잖아요.”
“…맞는 말이기는 하죠.”
“한번 확인해 볼래요?”
소혜율이 이사진의 의뢰를 가장해, 강한별을 시간의 사원으로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의 기프트, 레저넌스 핸즈라면 시간의 말뚝이 보관된 문을 열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으니까.
실제로 그녀의 예상은 맞았다.
그 증거로.
“디바이스 온.”
강한별이 금속패에 마나를 불어넣고 시동어를 읊조리자.
화아악!
“….”
금속패는 눈부신 빛을 번쩍이며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느새 강한별은 거대한 크기의 황금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 순간, 열쇠를 보고 감탄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소혜율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열쇠에 시선을 빼앗긴 그녀는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환히 미소 짓고 있었다.
‘아주 좋아 죽네.’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다.
그만큼 탐욕이란 광기로 물든 미소는 추하면서 섬뜩하게 느껴졌다.
소혜율은 그 상태로 말했다.
목소리에서는 흡족함이 묻어났다.
“제 의뢰는… 아니, 마지막 의뢰는 그 열쇠로 시간의 사원에 있는 문을 열어, 안에서 보관 중일 어떤 보물을 가지고 나오는 거예요. 말뚝처럼 생긴 보물이죠. 그 말뚝 외에 나머지 보물은 전부 강한별 학생이 소유해도 좋아요. 그러니 부탁할게요, 강한별 학생.”
* * *
―녹색 게이트라면 한별이 혼자 공략하기 어려움이 있을 텐데, 저도 같이 들어갈게요.
―정말인가요? 그래 준다면 고맙죠. 안 그래도 강한별 학생 혼자 시간의 사원에 보내기에는 걱정이 돼서, 도견우 학생한테도 부탁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한자리에 부른 거고요.
―이사장님! 그럼 견우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데려가도 될까요?
―…아니요. 두 사람에게만 부탁할게요. 의뢰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조용히 진행해야 해서요. 그래서 제가 인공 게이트 밖에서 호법을 서고 있을 거고요.
―아, 그렇군요. 네….
다행히 소혜율은 반대하지 않고 순순히 내 참가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참가에는 고개를 저었는데….
강한별은 아쉬워했을지 몰라도, 나는 내심 안도했다.
시간의 사원에서 맞닥뜨릴 몬스터에 대해 알고 있는 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칫했다가는 강한별의 죽음을 막으려다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꼴이다.
그러니 그의 의뢰에 동행할 만한 적임자는 미래를 알고 있고, 회피 본능이란 기프트를 보유한 나밖에 없었다.
여하간.
―그럼 시간의 사원에 들어가는 건 언제로 하면 될까요?
―글쎄요…. 저도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그런 상황에서 기말고사 기간에 의뢰를 부탁할 수도 없고,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는 제가 일정이 있으니… 이렇게 하기로 해요. 두 사람 모두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에는 아카데미로 돌아와 있지 않을까요? 실드 활동도 있고, 졸업식도 있고, 기숙사 이전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겠죠?
―그럼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겨울방학 때 푹 쉬고 나서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으로 할까요? 눈에 띄지 않게 인공 게이트를 개방할 시기로도 적절하겠네요.
이로써 남유리의 빌런 전향, 강한별의 사망 이벤트에 관한 조치는 취한 셈이다.
그러니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얌전히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어디까지나 두 이벤트에 한해서만.
‘조만간 에피소드가 발생할 거야.’
게임의 전개에 따르면.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순환 차가는 가문 전통 행사인 선산제(先山祭)를 지낸다.
이에 순환 차가의 사람은 모두 가문의 선산으로 집결한다.
차은솔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문의 행사에 참석한 그녀는 그곳에서….
‘차가의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감금돼 있던 정령에게 몸을 빼앗겨서 폭주를 일으키고 말지. 그로 인해 가주는 물론이고, 몇몇 사람들이 사망해 버리고….’
나로서는 바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임에서 차은솔의 몸을 차지한 정령이 상당한 강적으로 등장했으니까.
그러니 공략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에피소드에 관여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은솔이는 우리랑 친해서 굳이 차은솔 에피소드를 공략해 파티에 들이지 않아도 돼. 지금도 음식으로 잘만 꼬시고 있기도 하고….’
내가 연하늘의 의심을 살 정도로 요새 차은솔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게임의 전개대로라면, 사촌 차은서가 그녀에게 선산제에 참석하란 말을 전하러 올 테니까.
“얌…. 왜 자꾸 날 보는 거야? 미안하지만 이 찐빵은 내 거야. 나눠 줄 생각 없어.”
“네 찐빵 먹을 생각은 없거든?”
“견우야? 은솔이 그만 쳐다보고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날, 우리는 도서관을 찾아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만 차은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와 연하늘의 주의를 받은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속으로는 투덜거렸다.
‘이건 불가항력 아닌가?’
맞은편에서 차은솔이 마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끝도 없이 진빵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사람으로서 눈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닐까 싶다.
벌써 20개가 넘어간다.
머지않아 새 찐빵을 데우러 휴게실에 있는 전자레인지로 향할 기세였다.
“자꾸 은솔이 볼래?”
“…알았어. 안 볼게.”
얘는 귀신인가.
연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한시도 내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무심코 차은솔을 힐끗한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불만족스러운지 팔뚝을 꼬집으며 나무랐다.
그동안 내가 기다리고 있던 존재가 접근한 것은 그때였다.
“은솔아, 내가 어디에 있냐고 톡으로 물어봤는데 왜 안 보니?”
“얌? 그랬어? 미안. 찐빵 먹느라 폰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내 톡 알림은 진동으로 설정하라고 했잖아….”
순환 차가의 방계, 차은서.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한 그녀가 찐빵 곽을 차곡차곡 쌓고 있던 차은솔에게 따졌다.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린 차은솔은 덤덤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꾹 참듯 한숨을 쉰 차은서가 용건을 꺼냈다.
“어쨌든 이번 주 토요일에 선산제 있는 거 알지? 내가 점심때 데리러 갈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숙사 방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해. 그날 워프 게이트로 이동할 거야.”
“귀찮은데…. 알았어.”
차은솔 에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