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49)
(249)
순환 차가의 선산의 입장 자격은 초입, 중턱, 정상에 따라 달라진다.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가문에 헌신한 사람이 안장되는 초입은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가문의 사람 중에서도 공훈을 세운 사람이 안장되는 중턱은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서는 중턱 입구 관리소에서 입장 허가를 받아야 했다.
만약 자격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발을 들였다가는….
‘결계 속에서 길을 잃고 조난된다지. 순환 차가에서 구하러 올 때까지 영영.’
마지막으로 가주만이 안장되며, 최초의 정령이 자리를 잡은 정상은 가주와 가주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
이곳의 결계는 더욱 복잡했다.
다시 말해.
‘최초의 정령을 해방하기 위해 정상에 도달하려면 먼저 결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은솔이가 있으니까.’
매년 선산제에서 가주를 따라 최초의 정령을 만나러 간다는 차은솔이다.
자연히 그녀는 정상으로 가는 길을 꿰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런 그녀에게 길 안내를 맡기기로 했다.
그리하여….
“다들 다 모였지?”
선산제 전날, 금요일 밤.
차은솔의 뜻에 함께하기로 한 우리는 약속 시간에 맞춰 홍옥 기숙사 앞에 모였다.
나는 물론이고, 친구들은 모두 어둠 속에 위장하기 쉽게 새까만 옷을 입고 있었다.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다.
순환 차가의 선산에 쳐들어가, 최초의 정령을 해방한다.
우리의 목적이 정의롭다고 한들, 사회의 잣대로는 가택 침입에 재물 손괴나 다름없었으니까.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것이다.
‘흑마 오가의 별장에 침입할 때는 다소 억지를 부리기는 했어도, 그럴듯한 명분이라도 있었지. 그때처럼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면 모를까, 이번에는 납득할 만한 명분이 없으니 조심해야 해.’
자칫 가문 간의 문제로 불거질 여지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복장에 신경을 쓴 것이다.
선산에서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준비하면서까지.
그렇다고 해도….
“왜 그래?”
연하늘은 희고 푸른 머리칼과 기다란 토끼 귀 때문에라도 제법 눈에 띌 법했다.
옆에 있던 그녀를 곁눈질한 나는 피식 쓴웃음을 흘렸다.
“아니, 그냥. 너는 어디에 숨어도 잘 보이겠다 싶어서.”
“그럴 줄 알고 이걸 입고 온 거야. 여차하면 머리를 가리려고. 이러면 어때?”
연하늘이 여봐란듯이 별안간 후드 티셔츠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토끼 귀가 모자에 눌려서는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모자 끈을 잡아당겼다.
새하얀 얼굴이 대폭 줄어든다.
모르는 사람이 멀리서 보기에는 얼굴만 동동 떠다니는 광경으로 오인될 듯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지금 웃어? 내가 웃겨?”
“너도 네 모습을 봐야 해. 그런데 그렇게 해도 잘 보일 것 같은데? 눈 때문에.”
연하늘이 이마를 찌푸린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손을 천천히 내려, 후드 모자에 달린 끈을 잡았다.
당긴다.
“보이지 않으려면 눈도 가려야지. 차라리 이렇게 다니는 건 어때?”
“어? 이러면 안 보이잖아!”
후드 모자가 참 크다.
순식간에 연하늘의 얼굴이 사라졌다.
그대로 모자 속에 갇히게 된 그녀가 풀어 달라고 성화를 냈다.
어쩐지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후드 모자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 놓으면 혼날 것 같거든.’
대신에 나는 연하늘을 가라앉히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후드 모자에서 삐져나온 토끼 귀에 속삭였다.
“앞으로 이러고 다녀. 네 얼굴, 나만 보게.”
“…그걸 변명이라고 하니?”
“오늘도 예쁘네?”
“흥이다. 그래도… 고마워.”
연하늘이 투덜거린다.
주먹으로 나를 툭툭 친다.
목소리나, 때리는 손길로 판단하건대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그제야 나는 손에 쥔 끈을 놓았다.
후드 모자 속에서 연하늘이 뿅 하고 나타났다.
그녀가 입술을 삐죽였다.
“진짜 또 그러기만 해 봐….”
“알았어, 이번 한 번만 할게. 그러고 보니 리사랑 아린이도 머리 때문에 눈에 띄기는 하겠다. 유리는 회색이라 괜찮겠네.”
“그래서 머리도 묶어 올리고, 빵모자도 쓰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못 알아보고 너무하네요. 맨날 하늘한테만 눈이 가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흥, 네 걱정은 필요 없거든? 나한테는 신경 끄지? …그렇다고 아예 끄지는 말고.”
연하늘이 눈초리를 거두나 싶더니, 이번에는 리사와 민아린이 나를 흘긴다.
나는 두 사람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한편으로 시선은 친구들 무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어째 불안한데…. 쟤네도 있다는 건 무언가 단단히 사고를 치겠다는 거 아니야?”
‘많이 언짢아 보이네.’
순환 차가의 방계, 차은서.
게임의 전개로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강한별 일행이 차은솔을 만나러 선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길을 막는 역할로 등장하는 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여기에 있냐면….
‘은솔이가 몰래 나오려다 들켰다지.’
그래서 말재간이 없는 차은솔은 차은서에게 둘러대는 것을 포기하고, 솔직하게 밝혔다고 한다.
그마저 자세한 사정은 설명하지 않고 대뜸 순환 차가의 선산에 갈 거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에 차은서는 깜짝 놀랐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결과, 차은솔 전담 관리인으로서 행여나 그녀가 문제라도 일으킬까 감시하러 따라나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나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차은서는 순환 차가의 사람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을 알았다가는 반대하러 나설 게 뻔했다.
몰래 가문에 보고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남유리를 시켜, 사건이 일단락될 때까지 그녀를 배제해 두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빼앗아서 감금하든, 수면제를 먹여 재워 두든, 기절을 시키든 간에.
차은솔이 그녀를 감싸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 터였다.
“진짜 쟤도 데려갈 거야?”
“응.”
슬슬 움직여야 한다.
나는 홍옥 기숙사를 떠나기 전, 재차 차은솔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인지 말을 덧붙였다.
“은서도 알았으면 해서. 우리가 어떻게 축복을 받고 있었는지.”
“….”
차은솔이 홱 몸을 돌린다.
나는 더 따지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 대신 쟤 때문에 잘못되면 그때는 다 네 책임인 거야.”
“얌. 그때는 은서 책임이지. 은서가 잘못한 거니까.”
진짜, 얘는 너무 뻔뻔하다.
* * *
충청북도 충주시.
워프 게이트 터미널에서 나온 우리는 곧장 순환 차가의 선산으로 향했다.
이동 수단은 15인승 승합차로, 렌트카였다.
“워프 게이트에, 렌트카에…. 이러면 정체를 감춰도 무의미한 거 아니야? 기록이 남잖아.”
“나도 그 생각 중이었는데. 나중에 기록 조회에 걸려서 의심받고 그러면 어떡하지?”
“최초의 정령한테 볼일이 있으면 허락을 받든, 받지 못하든 가문에 문의하는 게 먼저 아니야? 그런데 야밤에 비밀리에 움직이기나 하고…. 너희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가문에 들키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강한별이 운전하는 가운데.
민아린, 고은비가 불안을 표했다.
대략적으로만 사정을 전해 들은 차은서는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지 연신 구시렁거렸다.
창문 너머로 밤거리를 구경하던 나는 그들에게 대꾸했다.
“괜찮아. 기록이 남으면 뭐 어때. 당일치기로 충주 여행을 온 게 의심받을 일이야? 기록이야, 선산에서만 남기지 않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그렇지! 우리는 놀러 온 거지. 이 차도 캠핑하려고 빌린 거고.”
“견우견우, 한별두별. 개소리도 참 재미있게 하는구나? 근데 내 생각에도 맞는 말인 것 같아! 결정적인 증거만 없으면 되지!”
“에휴….”
“….”
강한별, 남유리가 호응한다.
다른 친구들은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하니 나를 쳐다보기나 했다.
그들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인 나는 다시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연하늘이 한숨을 쉬는 소리는 모르는 척 흘려들었다.
‘애초 게임의 전개에 따르면 이사장님이 비호해 줄 텐데, 뭘.’
그러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심각한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잠시 후.
“은솔아, 여기 맞아?”
“응, 여기야. 얌.”
“얘들아, 도착했어. 다들 내려. 나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다 주차하고 올게.”
순환 차가의 선산을 목전에 둔 강한별이 운전을 멈췄다.
주차하러 간 그를 제외하고, 승합차에서 내린 우리는 모두 선산을 올려다보았다.
밤이 드리운 선산은 도중부터 윤곽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새까맸다.
“야밤에 등산하느라 고생하겠네.”
친구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를 마친 강한별이 돌아왔다.
“한별이도 왔으니 얼른 가자. 은솔아, 길 안내 부탁해. 다들 가면 쓰고.”
“얌얌.”
이제부터 정체를 숨겨야 한다.
콧등 중간까지 가리는 가면을 쓰고, 최대한 기척을 죽인 우리는 초입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그대로 중턱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이때까지는 우리 외에 다른 인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게임에서는 이 산을 오르면서 차은서 같은 적들을 맞닥뜨리며 전투를 벌였는데…. 시간대를 잘 고르기는 했어.’
나는 속으로 자화자찬했다.
그때쯤 우리는 언덕 위에 있는 중턱 입구 관리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산의 결계 속에서 헤매지 않고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곳을 지나야 했다.
문제는 입구 관리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
헌터로 추정되는 남자 2명.
근처 지형지물에 몸을 숨긴 우리는 그들의 동정을 관찰했다.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그들은 지금 고기를 구워 먹으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도견우, 어떡할 거냐. 역시 정면 돌파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내가 가서 싸워도 되겠냐. 한 번쯤 정령사랑 싸우고 싶었는데 잘됐군.”
“아니, 기다려.”
등산로로 나서려는 용해랑을 제지한 나는 헌터들의 상태창을 살폈다.
경계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았다.
‘산 아래에 순환 차가가 있어. 전투가 벌어졌다간 순환 차가에서 눈치챌지도 몰라. 성가시네. 어떻게 하지….’
생각을 마친 나는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자.”
“….”
나는 친구들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견은 받지 않았다.
그러고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 강한별, 가면을 벗은 차은솔과 차은서는 중턱 입구 관리소로 나아갔다.
“응? 이 시간에 누구냐.”
“무슨 볼일이지. 용건을 말해라.”
불판 앞에 앉아 있던 헌터들이 우리를 인지했다.
단숨에 기세를 가다듬은 그들이 디바이스를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긴장하지 않고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이윽고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차은솔 아가씨?”
“차은서 아가씨까지…. 아가씨들이 여기는 왜…?”
전투태세를 취하던 헌터들이 차은솔과 차은서를 알아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반면 차은솔은 태평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기 냄새가 좋네요. 저도 먹어도 될까요?”
“네? 아… 네, 드셔도 되는데…. 그게 아니라 두 분이 여기에 어쩐 일로….”
“안녕하세요, 하하…. 늦은 시간에 수고가 많으세요….”
“선산제라면 내일입니다. 그러니 얼른 가문으로 돌아가십시오. 아니면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길이 어두워 많이 위험하니까요.”
헌터들의 태도가 다소 유해진다.
시선을 교환한 나와 강한별은 냉큼 차은솔과 차은서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목덜미에 검을 들이밀었다.
“움직이지 마. 얘네 목이 날아가는 꼴을 보기 싫다면.”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미안, 우리는 인질이야.”
“하하….”
“…네놈들, 아까부터 수상하다 싶더니 뭐 하는 놈들이냐.”
“아가씨들한테서 손 떼라. 죽고 싶은 건가.”
설마 우리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 차은솔과 차은서를 인질로 삼을 줄은 몰랐으리라.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에게서 불쾌한 기색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노려볼 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눈빛이 마음에 안 드는데? 얘 목에서 피라도 나와야 상황을 알겠어? 아니면 죽여야만 알까? 인질이 2명이니 1명 정도는 죽여도 되겠네.”
“지, 진짜 그러는 건 아니지…?”
“…대체 원하는 게 뭐냐.”
강한별이 협박 연기를 잘한다.
그가 차은서를 인질로 위협하자, 헌터들이 동요하며 기세를 풀었다.
우리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사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기프트: 백금의 은총>나와 강한별에게 신경이 쏠린 헌터들의 뒤편에서.
별안간 아공간이 생겨났다.
그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아공간 속에서 나타난 연하늘, 남유리가 그들을 덮쳤으니까.
“죄송해요.”
“잘 자요!”
“…!”
연하늘이 힘껏 산울림을 휘두르고, 남유리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주먹을 내질렀다.
의식 밖에서 들어온 공격에 맞은 헌터들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뒤편 나무 기둥에서 나오는 세쌍둥이에게 명했다.
“금은동, 이 사람들 자다가 얼어 죽지 않게 관리소에 넣어 줘.”
“기다려, 견우견우! 뒤처리는 확실히 해야지! 이것 좀 먹이고!”
“그건 뭔데?”
“오늘을 위해 제조한 수면제야! 약효가 들면 10시간은 곯아떨어질걸? 너무 깊이 잠이 들어서 우리한테 겪은 일이 꿈처럼 느껴질 거야.”
“좋네. 잘했어.”
남유리가 쓰러진 헌터들에게 알사탕을 물린다.
알사탕의 효능을 들은 나는 그녀를 칭찬했다.
“내가 왜 쟤네를 돕고 있는 거지…. 이러면 나도 공범이 되는 거 아니야.”
“얌얌.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삼겹살이나 먹어.”
한편, 차은서는 머리를 헤집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느새 불판 앞에 앉아 있던 차은솔은 그런 그녀를 잡아끌어 고기를 먹였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집게를 건네 고기를 굽게 했다.
“지금이 고기나 먹을 때야? 얼른 정상으로 가야지.”
다른 친구들도 고기 냄새에 혹해 불판에 모여든 판이다.
연하늘에게 고기를 받아먹은 나는 그들을 일깨웠다.
그길로 우리는 결계 속으로 발을 들였다.
“은솔아, 너만 믿는다.”
“얌얌. 잘 따라오도록 해.”
차은솔이 빛의 정령들을 소환해 사위의 어둠을 밝힌다.
우리는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길을 나아갔다.
선산의 기운은 맑고, 청아했다.
공기와 함께 폐부에 스며드는 기운은 심신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편안하네.’
올라가는 길이 힘들지 않다.
한편, 간간이 키득거리는 듯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차은솔과 차은서의 이야기로는 선산에 터를 잡은 정령들이란 모양이었다.
“너희도 느꼈겠지만, 선산에는 최초의 정령의 기운이 떠돌고 있거든. 정령들은 그 기운을 통해 목소리를 실체화한 거야. 그래서 정령사가 아닌 너희도 어렴풋이 지각할 수 있는 거고. 아마도 조금 있으면 눈으로도 볼 수 있을 거야.”
가주의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선산을 오른다고 투덜거리던 차은서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령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굉장하네.”
“와아, 예쁘다….”
“….”
마치 밤중에 길을 잃지 말라며 등불을 밝혀 주듯, 혹은 흥미롭다는 듯.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주위를 떠다녔다.
처음에는 반딧불이라고 여겼건만, 여름도 아닌 지금 이 시기에 반딧불이가 있을 리 없었다.
나와 연하늘을 비롯한 사람들은 정령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때부터 우리는 정령들과 함께 선산을 등정하게 됐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여기야.”
“….”
마침내 우리는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는 세계수를 연상케 하듯 거대한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정령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정령수(精靈樹)라고 한다.
“최초의 정령은 저 안에 있어.”
차은솔이 한쪽을 가리켰다.
지면에 드러난 정령수의 뿌리 사이.
사람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움푹 패 있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발을 들였다.
그렇게.
키아아아아악!
“…어? 가모…님?”
최초의 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