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51)
(251)
사당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매장될 판이다.
어서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리사!”
“알고 있어요!”
황급히 연하늘의 어깨를 끌어안고, 회피 본능의 호소에 따라 머리 위로 떨어지는 파편을 피한 나는 리사에게 소리쳤다.
보호 마법으로 주변에 있던 친구들을 지키고 있던 그녀가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기프트: 백금의 은총>리사가 석장으로 바닥을 치자, 사당 중심에 아공간이 생겨났다.
냉큼 아공간으로 뛰어든 우리는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거대하군.”
“….”
그릇에 갇혀 있던 최초의 정령이 어느 정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면서.
사당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정령수는 심한 수준으로 뿌리가 뽑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내게는 이번 에피소드로 말미암을 순환 차가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한편, 우리는 사슴 형태로 변한 최초의 정령을 확인하고 당혹감을 느꼈다.
혀를 내두르는 용해랑의 중얼거림이 우리 심정을 대변했다.
“눈빛도 그렇고, 기운도 그렇고… 척 보기에도 위험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뿔이 큰 사슴의 형태를 유지한 채, 검붉고 반투명한 신체를 지닌 최초의 정령.
동공이 보이지 않는 눈에서는 짙은 살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고은비가 두려움에 떨 만도 했다.
그때, 최초의 정령이 움직였다.
주위로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는 정령들이 실체화됐다.
“산을 내려가려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 거지?”
“저기는….”
민아린, 강한별, 박사군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차은솔은 그들의 의문에 답했다.
“본가로 가려는 거야.”
“….”
“최초의 정령은 이성을 잃었어. 다만 가문에 복수하고 싶다는 원념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정령들은 최초의 정령의 감정에 전염된 거고.”
“그래서 복수를 끝낸 후에는 얌전히 자연의 마나로 돌아갈 거란 뜻이야?”
“그건 나도 몰라. 최초의 정령이 이성을 되찾을지, 못 찾을지가 관건이 아닐까? 만약 이후에도 이성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분노는 가문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으로 뻗어 나가겠지.”
당장 자신의 가문이 멸망하든, 말든.
차은솔이 태연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최초의 정령이 가장 빠르게 이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뭐야?”
“음….”
초콜릿을 입에 넣은 차은솔이 생각에 잠긴 소리를 흘린다.
잠시 후, 그녀가 말을 꺼냈다.
“죽여야겠지.”
“….”
“진짜로 죽여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정령은 실체를 유지 못 할 정도로 존재에 타격을 입으면 자연의 마나로 돌아가게 돼 있어. 최초의 정령도 마찬가지야. 애초 최초의 정령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이유는 오랫동안 자연의 마나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최초의 정령에게 타격을 입혀서 역소환시키면 된다는 거지?”
“응. 자연의 마나로 돌아간다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거야.”
최초의 정령을 쓰러뜨린다.
사전에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나는 차은솔의 의견에 수긍했다.
게임에서와 유사한 전개였으니까.
다만 최초의 정령이 매개로 한 대상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여하간 목적이 정해진 우리는 얼른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 * *
상대해야 할 적은 최초의 정령만이 아니다.
순환 차가의 진실을 알게 됐거나, 최초의 정령의 감정에 전염된 정령들도 있었다.
최초의 정령을 쫓아 선산을 내려가는 우리는 그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큭! 정령들이 명령을 듣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정령들도 있고….”
“그만큼 우리한테 실망한 거겠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 그나마 유대가 깊은 정령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정령술 계통의 차은서, 차은솔은 제대로 정령들을 다루지 못해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주로 전투 보조에 집중해야 했다.
혹은 정령들을 역소환하거나.
[로꾸꺼 목걸이: 리셋 컨디션(Reset Condition)>차은솔은 아카데미 보고에서 얻은 아티펙트의 마법으로 중상위 정령들을 역소환하고는 했다.
하위 정령의 경우에는 제힘으로 현현 상태를 풀어 버렸다.
차은서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
한편, 정령들이 적으로 돌아선 영향은 연하늘, 민아린에게도 적용됐다.
“…출력이 평소 같지 않아.”
“씨, 이것들이 영창을 방해해? 자꾸 성가시게 하고 있어!”
순수한 원소를 다루는 방면에서 정령들은 인간인 연하늘, 민아린보다 우위에 있었다.
말인즉, 정령들의 기량에 따라서 원소 마법에 간섭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마법을 펼치기 어려워진 두 사람은 언짢은 심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곧 타개책을 찾아냈다.
“순수한 개념의 원소가 안 된다면, 관념을 사용하면 돼.”
연하늘이 4계위 어둠의 원소 마법을 펼쳤다.
그라비티 오브.
인력을 관념으로 한 마법이 주위를 날아다니던 정령들을 끌어들였다.
직후, 한계까지 수렴한 구체가 폭발적인 힘을 발산했다.
척력(斥力).
구체로 끌려가지 않으려 저항하던 정령들은 별안간 힘의 방향이 바뀌자 저 멀리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러다 지형지물에 강하게 충돌해 그대로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연의 마나로 환원됐다.
“내가 원소 마법만 쓸 줄 알아? 순수 마법에는 다른 마법도 있거든?”
민아린은 원소 마법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팡이에 타서 하늘을 날던 그녀가 빠르게 영창을 마쳤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미사일의 형태로 모여들었다.
“흥, 유도탄 맛 좀 보시지.”
민아린이 지팡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허공을 그었다.
그 순간, 수십 개의 미사일, 매지컬 체이서(Magical Chaser)가 반응했다.
그녀가 펼친 2계위 마법은 타깃으로 지정한 정령들을 쫓아 날아갔다.
“까불고 있어.”
민아린이 시야에 방해가 되는 붉은 머리칼을 홱 젖힌다.
이후로도 그녀는 연하늘과 함께 정령들을 공격했다.
‘둘이 죽이 잘 맞네.’
서로 지지고 볶는 사이지만 뜻이 맞을 때는 참 든든하다.
슬쩍 두 사람의 전투를 힐끗한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때, 남유리가 눈에 띄었다.
“정령을 죽인다니, 색달라서 좋네.”
연금술은 등가교환의 법칙 아래, 물질의 구조에 변화를 가하는 마법이다.
원소 마법과 달리, 정령들이 간여할 만한 여지는 없었다.
덕분에 남유리는 제약을 받는 일 없이 자유자재로 연금술을 펼쳤다.
소리가 나게 합장한 그녀가 지형지물에 손을 댈 때마다, 지형지물은 정령들에게 타격을 주는 형태로 변화했다.
지면은 뾰족한 기둥이 됐으며, 나무는 날카로운 칼이 됐다.
정령들은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컹컹!
한편, 선산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몬스터들도 맞닥뜨렸다.
현재 일어나는 사태로 인해 대기 마나 상태가 불안정해져, 균열이 발생한 탓이다.
[파마의 활 – 데이라이트: 솔라 클로우>고은비, 용해랑, 박사군, 세쌍둥이는 몬스터들을 맡았다.
이때, 고은비는 멀리 떨어져 있는 놈들을 상대로 솜씨를 뽐냈다.
그녀가 쏘는 화살은 불쑥 휘어져, 놈들의 허를 찔렀다.
놈들 딴에는 야음을 틈타 기습하는 화살이 귀신같이 느껴질 것 같았다.
파마의 활에 내장된 마법, 빛의 화살이 강렬한 공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별! 아공간을 열게요!”
“알았어! 바로 갈게!”
리사, 강한별은 서로 합을 맞춰 최초의 정령을 공격하는 데 힘썼다.
리사가 최초의 정령에게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면, 강한별은 그 속으로 공격을 날렸다.
간간이 다른 사람들도 가세했다.
덕분에 우리는 공중전에 대응할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허공답보>직접 최초의 정령을 상대했다.
밤하늘에 발을 디딘 나는 정면에서 다가오는 최초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군청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군청검: 사철 제어>선산에는 다량의 사철이 존재했다.
나는 최초의 정령을 마주하기 전부터 그 사철들을 통제하에 놓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아래로 늘어뜨린 군청검에는 사철들이 응집돼 있는 상태였다.
촤르륵!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오른손 하나로 가뿐히 군청검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거대한 검이 일어났다.
쏴아악!
사철에 회전을 건다.
살벌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나는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
거대한 사철검이 최초의 정령의 왼쪽 가슴 부위를 갈랐다.
지나간 자리가 깊이 패고, 왼쪽 앞다리가 덜렁거렸다.
최초의 정령이 지면으로 기운다.
하지만 잠시에 불과했다.
“…회복 능력이 참 지독하네.”
상처 부위가 금세 아문다.
금세 균형을 되찾은 최초의 정령이 별일이 없었다는 듯이 앞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화아아악!
“…!”
최초의 정령의 뿔이 번쩍였다.
굵직한 빛 줄기가 나를 덮쳐들었다.
나는 회피 본능이 고하는 대로 재빨리 리사의 아공간으로 대피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게임에서도 위협적인 공격이었건만, 직접 체감하니 더했다.
나는 조금 전,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거대한 빛 줄기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직격을 당했다간 죽겠는걸.’
조심해야겠다.
한편으로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렇게 싸워서는 끝이 없어. 우리가 어떤 상처를 주더라도, 최초의 정령은 아까처럼 말끔히 회복해 버릴 거야.’
요는 최초의 정령이 실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을 노려야 한다.
그릇, 순환 차가의 가모다.
선산 일대를 발아래에 둔 나는 반투명한 최초의 정령을 내려다보았다.
복부 중심.
그릇은 그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기를 어떻게 공격하지….’
게임에서는 최초의 정령과의 전투에서 이기면, 다음 장면에서 강한별이 차은솔을 끄집어낸다.
최초의 정령은 더는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소멸한다.
그러니 만약 상황이 게임대로 흘러갔다면, 차은솔을 죽이지 않고 싸우느라 고생했으리라.
하지만 게임과 다른 상황이다.
최초의 정령의 그릇이 되는 순환 차가의 가모는 이미 죽은 마당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최초의 정령과 함께 공격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문제는 최초의 정령의 몸을 뚫고 그릇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사자 신성을 사용할까? 아니야, 범위 공격으로는 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사자 신성과 다르게.
공격을 한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 * *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원통하다.
200여 년에 걸쳐 쌓이고 쌓인 감정은 해소할 길 없이 차곡차곡 이성을 좀먹어 갔다.
이제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다만 오랜 감정이 시키는 대로 걸음을 옮길 뿐이다.
Bbbbbeeeeelllllooooowwww
이 산 아래에.
죽이고 싶은 이들이 있다.
그들을 멸하고 싶다.
그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도록 씨족을 박멸하고 말겠다.
최초의 정령은 그 원념을 담아 세상 모든 정령들에게 명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착취하던 놈들을 벌하라.’
이미 산 아래에서는 정령들이 그놈들을 습격하고 있다.
죽이지는 말라고 일러 두었다.
그놈들은 죽이는 것은… 특히, 그놈들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은 반드시 자신이어야 했으니까.
최초의 정령은 얼른 산을 내려가 그자를, 그들을 심판하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그 후에는….
세�� 종�로 ��어�.
세상에 멸망을 선고할 것이다.
최초의 정령은 자신에게 힘을 준 무언가의 의지를 따르기로 했다.
그 의지는 곧 자신의 의지였으니까.
최초의 정령 역시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모든 것을 없앤다.
그래, 가�.
순환 차가, 네놈들을 죽이고.
자신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산 아래의 세상에 선언하듯이, 최초의 정령은 후두 깊숙이에서 소리를 끌어올렸다.
바로 그때.
───!!!
어딘가에서 포격이 쇄도했다.
공격을 맞은 최초의 정령은 투레질하며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 10개에 달하는 아공간이 열려 있었다.
‘썩 꺼져라.’
산 정상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오는 인간들의 짓이다.
성가시기 짝이 없다.
최초의 정령은 아공간을 향해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아공간이 스르륵 닫히며,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휘이익!
몇몇 인간이 날아오른 것은 그때였다.
토끼 귀를 휘날리는 여성, 지팡이를 탄 여성이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기프트: 분열> [칼레이도스코픽 고스트(Kaleidoscopic Ghost)>두 여성이 실체와 허상이 섞인 수십으로 늘어난다.
시야를 어지럽힌다.
최초의 정령은 그들을 없애려 뿔로 들이박으려 했다.
그 순간.
‘이 기운은….’
추가로 2명의 여성이 부상했다.
그들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감지됐다.
순환 차가의 놈들이다.
최초의 정령은 살기를 내뿜었다.
그러고는 놈들에게 힘을 빌려준 정령들을 다그쳤다.
‘물러나라. 놈들은 적이다.’
바람의 정령들이 움찔한다.
하지만 바람의 정령들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명령에 거역할 정도로 두 사람이 소중한 것이다.
최초의 정령은 대로했다.
‘그렇다면 너희도 같이 죽어라.’
자신을 따르지 않는 정령은 필요 가치가 없다.
최초의 정령은 시선을 끌 듯 시야를 날아다니는 두 사람과 함께 그들을 죽이기로 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짝! 촤아악!
[어린 투귀의 더비슈즈: 인체인먼트>시야를 어지럽히는 인간들에게 신경이 쏠린 사이.
지상에서 한 남성과 여성이 술수를 부린 것이다.
쇠사슬과 흙으로 만들어진 손이 네 발을 붙들어 맸다.
‘이딴 것…!’
힘을 주어 떨쳐 내면 될 뿐이다.
그러나 찰나가 불러온 시간은 운명을 결정하기에 충분했다.
‘…뭐?’
눈치챘을 때는 밤하늘 상공에 물줄기가 일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진로 방향을 따라서.
그리고 물줄기가 시작된 지점에….
[군청검: 전류 제어>조금 전, 자신의 가슴을 벤 남자가 밤하늘을 딛고 있었다.
그 남자의 주위로 푸른 전류가 파직 소리를 내며 대기를 마찰하고 있었다.
최초의 정령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위험하다.’
어서 막아야… 아니,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들에 의해 발이 묶인 최초의 정령에게 피할 길은 없었다.
남자 또한 여지를 주지 않았다.
파직!
남자가 푸른 전류를 머금은 검을 물줄기 위로 내리쳤다.
일순 푸른 빛이 폭발했다.
물줄기를 따라 내달리는 빛은 점점 기세를 부풀리며 맹수와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푸른 섬광이 세상을 앗아 갔다.
세상이 빛과 소리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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