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56)
(256)
머릿속이 뿌옇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정도로 정신없이 연하늘에게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좋다. 그냥 좋다.
‘몸이 뜨거워.’
혀와 혀가 얽히고설키는 감각이 온몸을 뜨겁게 달군다.
무언가가 폭발할 것 같다.
아니, 이미 폭발했는지 모른다.
나는 내 목을 세게 끌어당기는 연하늘에게 응하듯 바짝 몸을 붙였다.
침대 시트를 짚고 있던 손을 그녀의 등 아래로 넣는다.
그러자 그녀가 허리를 휘어서는 안으로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부드럽다.’
연하늘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어느 순간 그녀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꽉 조이고 있었다.
마치 도망가지 말라는 듯이.
‘근데 숨이… 이걸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거지?’
문제를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한참이나 입을 맞대고 있었더니 숨을 쉬는 것을 잊고 말았다.
코로 쉬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콧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내 혀를 탐하는 연하늘을 달랬다.
그제야 내 목을 껴안고 있던 그녀의 팔이 서서히 풀어졌다.
“후아….”
“….”
포개고 있던 입술이 떨어지자, 서로의 타액이 실처럼 이어져 공중에 늘어졌다.
참았던 숨을 헐떡이기 시작한 연하늘은 얼굴에 떨어진 침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러면서 아쉬움이 담긴 듯하면서 몽롱한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내게는 무척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견우, 야…?”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흥분해서인지 얼굴이 발그레한 연하늘.
아마 내 얼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귀가 빨갛게 익었음을 느낀 나는 조금 전까지 키스를 나눈 그녀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
붉은 입술이 내 이름을 부른다.
꼭,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미치겠네.’
호흡을 고르는 연하늘이 소리 없이 입술을 뻐끔거린다.
내게는 이렇게 해석됐다.
‘더 안 할 거야?’라고.
‘에라, 모르겠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이상, 헤어 나올 수 없다.
기껏 이어졌던 이성의 끈은 다시 끊기고 말았다.
나는 그녀에게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도 내게 호응했다.
우리는 조금 전보다 열정적으로 입을 맞췄다.
‘얘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성이 아예 날아갈 것만 같이 사람을 흥분으로 가득 채운다.
너무 치명적이다.
연하늘의 존재 자체가.
속에서 경탄이 터진다.
“하늘아, 안에 있어?”
흘러갈 대로 흘러가던 의식 속에서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늘아? 안에 없나? 이상하다…. 아까는 나한테 기숙사에 있다고 톡을 했었는데….”
틀림없다.
고은비의 소리다.
아무래도 연하늘에게 용무가 있어 방 앞으로 방문한 듯했다.
‘제발 가라….’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즐기던 참이기도 했고, 나와 연하늘이 이러는 모습을 고은비에게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나로서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랐다.
그래서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기척을 죽이려 했는데….
“하늘아, 조용….”
“견우야.”
“…!”
나와 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연하늘은 곧장 나를 갈구했다.
그녀가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팔다리에 힘을 준다.
내 엉덩이 아래에 걸쳐 있던 그녀의 다리가 위로 올라온다.
나는 어찌 저항할 새도 없이 입막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
“하늘아, 잠깐만….”
“너무 좋아, 견우야. 너무 좋아. 조금만 더….”
연하늘이 제정신이 아니다.
나는 좋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한편, 문 쪽에서는.
“어라? 문이 열려 있네? 뭐야, 안에 있었구나. 하늘아, 나 들어갈게!”
그러고 보니….
연하늘은 나를 맞이하기 위해 문의 잠금장치를 수동 모드로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것을 바꾸는 것을 잊은 탓에 문이 자동으로 잠기지 않은 것이다.
큰일 났다.
“응? 이거 견우 신발 아닌가? 뭐야, 견우도 있었구나? 설마… 둘이서 므훗한 짓을 하고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
“에이, 무슨 만화도 아니고 그럴 리 없지! 그랬으면 문을 잠갔겠지. 아, 나 이런 클리셰 알아! 안에서 야한 소리가 나서 몰래 훔쳐보려 했더니, 알고 보니 건전하게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는 클리셰잖아!”
고은비가 안으로 들어온 듯했다.
위기를 직감한 나는 황급히 연하늘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녀에게 붙잡힌 입술을 떼어 내며, 토끼 귀를 톡톡 두드렸다.
“하늘아, 정신 차려.”
“아… 조금만 더….”
“은비 왔다고, 하늘아.”
“…은비? 어? 은비가 왜…. 어, 어떡해….”
다행이다.
연하늘이 깨어났다.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고은비의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는 얼른 몸을 일으켜서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윽고 고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나 마나 내 예상이 맞겠지. 둘이 게임 재밌게 하…!”
“….”
“…뭐야. 둘이 무슨 일 있었어? 분위기가 왜, 이렇게… 야하지? 너희 얼굴은 빨갛기나 하고…. 하늘이 넌 뭘 입고 있는 거야? 와… 바니걸….”
툭 하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고은비.
그녀는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어, 음… 저기… 아무래도 내가 방해한 모양이네. 미안.”
“….”
“나는 만화에 나오는 클리셰처럼 전개될 줄 알았지. 건전하고, 코믹하게…. 그런데 현실이었지. 내가 만화를 많이 봤나 봐. 만화랑 현실 세상도 분간하지 못하고…. 아니지, 이게 클리셰 파괴 뭐 그런 건가? 아, 이럴 게 아니라….”
“….”
“나 그만 돌아갈까? 역시 그게 좋겠지? 응…. 둘이 마저 좋은 시간 보내….”
나나 연하늘이나 고은비나.
우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 *
다행히 나와 연하늘은 어찌어찌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다.
고은비는 의심하는 눈초리였지만, 그날 일을 함구하기로 했다.
―휴우….
그날, 나와 연하늘은 고은비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후로 어떻게 됐냐면….
―그, 그럼 견우야. 내일 봐.
―어, 내일 보자. 잘 자고.
나와 연하늘 사이에 흐르던 분위기가 흐지부지해지기도 했고.
고은비에게 이 이상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길로 헤어졌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잘 잤어? 오늘도… 예쁘네….
―응…. 고, 고마워….
―….
거짓말이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와 연하늘은 서로를 어색하게 대했다.
친구들이 같이 있으면 모를까, 단둘이 있을 때는 부끄러워서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다.
―그때는 좋았어….
―나두….
나도 그렇고, 아마 연하늘도 그렇고.
우리는 감정에 휩쓸린 그날을 어떻게 화제로 올리고 정리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결과, 서로 쑥스러워진 것이다.
지금처럼.
“너희, 혹시 싸웠어?”
“….”
레굴루스 클랜 학원도시 지부점의 비호를 받는 공방.
나와 연하늘, 강한별을 맞이한 신서라가 대뜸 물었다.
“아니? 우리가 왜 싸우겠어. 그렇지, 하늘아…?”
“응, 맞아…. 안 싸웠는걸…. 우리 평소에도 이래, 언니.”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싸우지는 않았어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
수상쩍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나와 연하늘을 쳐다보는 신서라.
우리는 애써 눈을 피했다.
그러자 그녀가 피식 웃었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화해하길 바랄게. 따라와. 아티펙트 보러 가야지.”
“어때? 견우 거 잘 만들어졌어?”
“당연하지! 내가 제작한 건데.”
신서라가 더는 캐묻지 않고 시원스럽게 등을 돌렸다.
강한별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자리에 남겨진 나와 연하늘은 서로를 힐끗했다.
“우리도 갈까?”
“응.”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다.
나는 연하늘과 보폭을 맞춰, 신서라의 작업실을 찾았다.
용광로의 불이 꺼져 있음에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작업실.
그곳에 들어선 신서라는 우리를 한쪽에 있는 책상으로 안내했다.
“견우 네가 제작을 의뢰한 아티펙트는 이거야. 열어 봐.”
물건이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
신서라는 중앙에 놓여 있던 상자를 내게 건넸다.
나는 상자를 열었다.
‘드디어 완성됐구나.’
상자 속에는 노란 보석이 장식된 장갑 한 짝이 들어 있었다.
몇 개월 전, 신서라에게 의뢰한, 인형귀녀의 영혼석으로 제작한 아티펙트였다.
나는 얼른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허공에 메시지를 띄웠다.
[도깨비 은사]◆ 장비 분류
―장갑(장갑)
◆ 상세 설명
―신예의 마에스트로 신서라가 인형귀녀의 영혼석을 재료로 혼신을 기울여 제작한 장갑.
―체내 마나를 소모하는 것으로, 희망에 따라 ‘장갑’이란 정의 내에서 형태를 바꿀 수 있다.
―마나를 소모하여 거미줄을 만든다.
―영혼석의 의사가 깃들어 있다. 그러나 신서라의 조치에 의해 잠들어 있다.
◆ 상세 효과
―체력 +1, 근력 +1, 내구 +2, 민첩 +2, 마력 +2, 행운 +1
―스킬 「스파이더 웹(Spider Web)」
모든 능력치를 최소 1씩 올리는 도깨비 은사.
과연 이가현의 영혼석으로 만든 아티펙트답다.
나는 감탄사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손에 장갑을 끼자, 손등에 장식된 노란 보석이 일순 빛을 발했다.
마치 나를 주인으로 인정한다고 호의를 표하는 것 같았다.
‘…알겠다.’
실제로 머릿속으로 장갑에 대한 정보가 막연히 흘러들고 있었다.
그때, 신서라가 말했다.
“장갑은 다른 아티펙트와 달리 항시 착용하기엔 불편함이 있어. 손을 씻을 때는 벗어야 하고, 여름이나 더운 날씨에는 안에서 땀이 차잖아? 그래서 견우 네가 처음 장갑으로 의뢰할 때부터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
“그래서?”
“마침 거미줄을 이용하는 섭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더라고. 손등에 있는 노란 보석 보이지? 장갑의 핵심이 되는 영혼석이야. 그곳에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상상해 봐. 장갑을 벗은 맨손을.”
“아….”
“어때? 굉장하지?”
신서라의 설명대로 노란 보석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맨손을 상상한다.
그러자 손을 감싸던 검은 장갑이 노란 보석 부근을 제외하고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그 손으로 연하늘의 손을 잡자,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했다.
“비활성 모드라고 생각하면 돼. 그 상태에서는 장갑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어.”
“장갑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으면 아까와 반대로 하면 되는 거야? 아, 이렇게 하면 되네.”
“맞아, 그렇게 하면 돼.”
“이러면 하늘이 손을 잡으려 장갑을 벗을 필요가 없겠네. 좋은데?”
“진짜… 그런 소리나 하고…. 사람 창피하게….”
전투를 치르지 않는 평상시에는 비활성 모드로 설정해야겠다.
그래야 연하늘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까.
이내 신서라가 말을 이었다.
“장갑에는 마나를 거미줄로 바꾸는 섭리가 내장돼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마법이니 앞으로 여러모로 연구해 보도록 해. 아, 참고로 나는 그 섭리를 스파이더 웹이라고 명명했어.”
“섭리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 같아. 방금 정보가 들어왔거든.”
“그러니? 잘됐다. 장갑이 너를 순순히 주인으로 인정하는 모양이네. 영혼석으로 제작한 무구는 자아가 깃들어 있다 보니 주인을 시험하는 경향이 강한데 좋은 일이야. 그리고 이참에 말할게. 장갑에 깃들어 있는 자아는 의도적으로 봉인했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인형귀녀의 자아가 너무 위험해서. 자칫 너뿐만 아니라 주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내 멋대로 조치를 취하긴 했는데… 어떻게 할래? 네가 원하면 봉인을 풀어 줄게.”
“음… 아니야. 인형귀녀의 자아가 나한테 쫑알쫑알 말할 걸 생각하면 정신 사나울 것 같은데 그냥 이대로 둘게. 대신 성능에 이상은 없는 거지?”
“성능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영혼석의 자아와는 관계없으니까.”
“내 생각에도 그래. 그 사람은 너한테 조금도 이로울 것 같지 않아. 혹시라도 목소리가 들리면 무시하도록 해. 알았지?”
장갑에 깃든 자아는 어디까지나 인형귀녀 이가현를 토대로 할 뿐, 그녀 자체가 아니다.
영혼석을 남기고 소멸한 그녀는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소 껄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연하늘도 적극 권유하는 만큼, 나는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봉인을 유지하기로 했다.
여하간.
“그래서, 어때? 마음에 들어?”
“당근이지. 내 마음에 쏙 드는데? 고마워, 누나. 잘 쓸게.”
기동성을 살릴 무기를 얻은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2학기가 종강했다.
나와 친구들은 겨울방학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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