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57)
(257)
심사
겨울방학을 맞은 우리는 이날 워프 게이트 터미널을 찾았다.
나와 연하늘, 친구들 대다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고.
나머지는 그런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학원도시에 남는 애들을 빼면 서로 당분간 만나지 못하겠네.’
친구들에게 정을 붙인 나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들도 비슷한 심정이리라.
하지만 괜찮다.
단톡방과 SNS, 전화 등으로 근황을 주고받으면 되니까.
이번에는 여름방학 때와 달리, 중간에 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계획하기도 했다.
바로….
“그럼 여러분 방학 잘 보내고, 조만간 제국에서 만나도록 해요. 제가 좋은 데 많이 알아 놓을게요!”
그레이스 제국으로.
발단은 겨울방학 계획을 화제로 담소를 피우던 얼마 전이었다.
그때, 리사가 제국 여행을 권유한 것이다.
마침 제국을 방문한 적 없던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야, 미리 알고 있었지만…. 게임의 전개대로였으니까.’
그래도 설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제국을 구경하는 날이 무척 기대됐다.
한편, 여행을 안내하기로 한 리사도 우리처럼 들뜬 눈치였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그러지 않고서야 벌써부터 저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을 리 없었다.
목소리와 걸음걸이가 씩씩하기도 했다.
“그래, 잘 가고.”
워프 게이트 터미널 라운지.
나는 출발 시간이 되자 떠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후로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활성화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나와 연하늘, 세쌍둥이의 차례가 됐다.
“우리 갈게, 제국에서 보자.”
“그래, 다들 그때까지 잘 지내!”
강한별, 박사군이 배웅을 나왔다.
신서라도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마에스트로가 가까이에 있다는 건 좋은 거지. 나랑 애들 무구 제작과 수리는 앞으로 서라 누나한테 맡기면 되겠어. 한별이 왼팔, 머신아츠를 전담하고 있다고도 하고.’
원래 게임의 전개대로라면, 신서라는 금강제에 등장한 후로 무대에서 퇴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높이 산 내가 강한별과 함께 설득해 학원도시에 남게 한 것이다.
―누나 실력은 너무 아까워. 이참에 학원도시에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라면 실력도 기르고, 명성도 쌓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은데. 누나도 아까 여기 생활이 마음에 든다며.
―음…. 네 말대로 싫진 않은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도 견우 의견에 동의해! 누나도 사실 세상으로 나오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 아니야! 나는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세상으로 나와 실력도 뽐내고! 어? 누나만의 공방도 갖고!
―나만의 공방…. 끌리기는 해. 나도 온전히 내 이름이 걸린 공방을 갖고 싶긴 한데…. 음….
―그리고 내 머신아츠를 점검하러 매번 학원도시로 오는 것도 번거롭잖아. 안 그래?
―…맞는 말이기는 해.
그때, 강한별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신서라의 마음을 돌리려 했던지….
나는 당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그녀는 그의 노력 끝에 학원도시에 공방을 차리기로 했다.
‘그래서 공방 입지를 알아보러 둘이서 방학 때 돌아다닌다니, 한별이는 좋겠네.’
강한별과 같이 방학을 보내겠다며 학원도시에 남기로 한 박사군에게는 애도를 표할 따름이다.
‘서라 누나랑만 놀지 말고, 사군이도 잘 챙겨라, 한별아.’
친구를 서운하게 하면서까지 이성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일상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나와 연하늘처럼.
‘우리를 본받도록 해. 알았지?’
겨울방학 틈틈이 강한별에게 많이 조언해 줘야겠다.
한편, 나는 차은솔을 쳐다보았다.
마찬가지로 배웅을 나온 그녀는 연하늘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왜 봐? 얌….”
“방학 때 게으름만 부리지 말고,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일단은 기억해 둘게.”
순환 차가에서 제명된 차은솔은 학원도시에서 방학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그녀가 너무 나태하게 지내지 않도록 거듭 주의를 주었다.
그녀는 무심히 흘려들었지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응, 용돈 떨어지면 연락할게.”
“…적당히 먹어, 코끼리야.”
“응, 난 코끼리야. 얌얌.”
차은솔 같은 강적도 없다.
한숨을 쉰 나는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때렸다.
그녀는 “아야.” 하고 반응하며 마저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어휴, 내가 졌다.
나는 체념했다.
화제나 돌려야겠다.
“겨울방학 잘 보내.”
“응, 너도.”
이윽고 나와 연하늘, 세쌍둥이는 워프 게이트를 통과했다.
* * *
일전에 할아버지는 제안했었다.
사자 신성의 완성도를 높여서 다음에 특수식 심사를 진행하자고.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가문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 내 검술을 가문의 서고를 통해 후대에 전수할 수 있을 테니까.
‘먼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나는 공명심에 목마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름을 알리고, 남기고 싶은 욕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검술을 갈고닦을 겸, 특수식 심사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 왔다.
그리하여.
“이곳이라면 검술을 펼치기에 문제는 없을 게다. 너도 전에 게이트에 들어온 적이 있을 테니 환경이 낯설지 않을 테고.”
집으로 돌아와 방학을 즐긴 지 며칠이 흘러.
신검 도가의 평가회를 치르러 본가를 방문한 이 날.
나는 할아버지, 가족들, 도시은, 가문의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특수식 심사를 받게 됐다.
‘많이도 모였네.’
황색 게이트, 고철 해안가 I.
바다와 백사장의 경계에 선 나는 사람들을 뒤돌아보고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웬만해서는 본가를 찾지 않던 먼 친척들까지 온 것을 보면 상당히 관심을 끈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한가. 가문의 역사에서 내 나이에 고유식을 창안한 사람은 손에 꼽고, 더욱이 특수식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2대 가주님밖에 없었다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꽂힌다.
의식하지 않아도 알겠다.
그럼에도 나는 신경을 끄고 심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준비가 됐으면 언제든 편히 시작하거라.”
“네, 가주님.”
군청검을 더듬어 존재를 확인한다.
이어서 수면 위로 걸음을 옮긴다.
나는 물결치는 바다를 걸어, 푸른 하늘 아래로 나아갔다.
파닥파닥!
주위로 내 모습을 촬영하는 게이트 아이들이 날아다녔다.
백사장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한테도 보여 주고 싶은데, 이따 녹화 영상을 부탁해 볼까.’
연하늘이 보고 싶다.
하늘 아래 서 있으니, 더더욱.
‘…이러면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죽을 때까지 없겠는데. 실제로도 그렇지만.’
자연히 긴장이 풀어진다.
그러나 완전히 풀 수는 없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환기한다.
정신을 가다듬어 평정심을 차린 나는 수평선을 눈에 담았다.
군청검을 손에 쥔다.
[군청검: 전류 제어>때마침 수평선 저 너머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인지한 상태로 차분히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군청검에 깃든 벽뢰를 풀어헤친다.
파직!
이제는 몸에 익은 검술이다.
부담은 되지만 어렵지 않다.
접근해 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나는 편하게 검을 내리그었다.
[수왕류 고유식 제1형>사자 신성
* * *
토끼 1마리도 사냥하지 못하는 신검 도가의 래빗, 도견우.
가문의 사람들은 자질에 비해 유약한 성정을 지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검을 휘두르길 무서워하던 그는 사자의 자식이라 불리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5년 전을 기점으로….
“툭하면 맞고만 다니던 그 애가 자기만의 검술을 창안했다니,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니까.”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이 있군.”
“저런 애가 어릴 적에는 왜 눈치를 보고 다녔는지…. 신기하네.”
“그래도 어릴 때도 싹수는 있었어. 기본식도 금세 익히지 않았나? 괜히 신동이라고 불렸을까.”
“하기야, 벽뢰를 최연소로 터득하기도 했으니…. 가문 역사상 천재로 불리던 2대 가주님의 기록까지 갈아 치웠고 말이야.”
“맞는 말이야. 사자의 성정을 늦게 개화했을 뿐이지.”
…평가는 반전했다.
신검 도가의 사람들은 이제는 도견우를 업신여기지 않았다.
가주 경쟁에서 다소 동떨어진 방계들은 특히나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그의 실력에 더 이상 이견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가문의 자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과연 이번에 무엇을 선보일지 참 궁금하군.”
“듣기론, 가주님이 처음 확인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던데, 얼마나 대단한 검술이었으면….”
“가주의 권한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즉석에서 고유식으로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었나 보지.”
독자적인 검술을 창안해서, 특수식 심사를 치른다.
가문에 적을 둔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본가를 찾은 것이다.
“….”
먼 거리도 내다볼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백사장에 모인 사람들 대다수는 게이트 아이가 비추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수면을 밟고 있는 도견우가 서 있었다.
“시작한다.”
누군가 입술을 뗐다.
동시에 화면에 변화가 일었다.
쏴아아.
군청검을 쥔 도견우를 중심으로 파문이 퍼지는가 싶더니.
파직!
도견우에게서 벽뢰가 방출됐다.
제각기 가늘고 굵은 푸른 전류가 주위 일대를 환하게 밝히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직후.
콰라락! 콸콸콸!
“….”
순식간에 바다가 들끓었다.
조금 전만 해도 그나마 잠잠했던 해수면이 격렬하게 파도쳤다.
이내 사람들은 화면에 나부끼는 빛의 입자를 발견했다.
“와아, 예쁘다…. 그치, 엄마? 오빠 주위로 빛들이 춤추고 있어….”
“그러게….”
“….”
벽뢰에 반사돼 빛나는 수소다.
사전에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빛의 입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도예은과 그녀의 어머니 한지애를 비롯한 몇몇은 순수하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저게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한편, 앞으로 도견우가 펼칠 검술을 한 번 목격한 적 있는 도상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도예은과 한지애의 감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화면에 다음 변화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화아악!
무질서하게 떠다니던 수소 입자가 도견우의 통제 아래 원을 그렸다.
여러 개의 원이 그를 둘러싸고, 이따금 푸른 빛을 반사했다.
그리고 중심부에 선 그에게서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대상을 밀어내는 힘을 지닌, 3계위 빛의 원소 마법 리펄시브 루미너스였다.
이윽고.
위이잉!
파직!
푸른빛을 발하는 원들이 빠르게 여러 방향으로 회전했다.
동시에 벽뢰는 더욱 기세를 발해 사납게 울부짖었다.
“….”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이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다.
그들은 숨을 삼키는 것도 잊고, 벽뢰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도견우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바로 그때.
[수왕류 고유식 제1형>사자 신성
도견우가 검을 내리그었다.
그 순간, 화면이 새하얗게 변했다.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빛이 게이트 아이의 시야를 채운 것이다.
콰콰콰콰쾅!
“….”
이래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폭발 소리가 들리는 바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푸슈욱! 콰롸롸롹!
바다 저 멀리에서.
물줄기를 동반한 푸른 빛이 기둥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얘가, 얘가… 미쳤어….”
그 광경을 눈에 담은 한지애는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워낙 비현실적인 광경에 그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검술이라고…?”
“대체 검으로 어떻게….”
“검술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은데….”
“….”
다른 사람들 또한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기나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몬스터들은… 다 죽은 건가?”
“그 폭발에 직격을 당했는데 살아 있을 수 없겠지.”
“….”
푸른 빛의 기둥이 사그라들었다.
그곳에는 도견우만 서 있었을 뿐, 몬스터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복구된 화면에 비치는, 폭발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은 듯한 그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못 본 사이에 또 성장했군….”
“허, 참…. 쟤가 래빗이었다고? 토끼 1마리도 못 잡던 겁쟁이? 생각할수록 믿기지가 않네.”
“그 토끼가 저렇게 자라다니…. 괜히 내가 감개무량하구만.”
“토끼는 무슨. 사자만큼 사납고 벽뢰를 잘 다루는 날쌘 토끼라고 부르면 모를까. 저게 어떻게 토끼야? 사자지.”
이 순간.
도견우의 눈에는 그에게만 보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검 도가 사람들의 인상에 깊이 각인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명 ‘신검 도가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기존에 보유한 이명 ‘래빗’, ‘보스 베이비’, ‘입학 차석’, ‘푸른 새끼’ 등이 호응합니다.] [이명 ‘신검 도가의 영광’과 위에 언급된 이명들을 합성합니다.] [….] [이명 ‘뇌묘(雷卯)’를 얻었습니다.] [뇌묘]◆ 이명 기원
―신검 도가의 도견우가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
―겁쟁이로서 유약했던 과거, 찬란한 영광을 빚고 있는 현재, 영웅으로서 성장할 미래를 아울러 세상 모든 이가 보내는 찬사.
◆ 효과
―이명을 아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존중, 경외를 받는다.
―모든 신체 능력 +3
―회피율이 30% 상승한다.
―학습 능률이 대폭 상승한다.
―‘수왕류’라는 이름이 붙은 스킬의 효과를 20% 올린다.
―‘수왕류’라는 이름이 붙은 스킬의 마나 소모를 20% 내린다.
―격이 높은 존재와 전투를 벌일 시,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될 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
―유사성이 높은 이명은 전부 해당 이명에 통합된다.
―스킬 「뇌묘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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