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66)
(266)
연하늘에게 열중한 나머지 그만 주위 경계에 소홀해지고 말았다.
뒤늦게 인기척을 감지한 우리는 화들짝 놀라 키스를 중단하고, 거리를 벌렸다.
‘대체 누구지?’
그렇다고 하나 의아한 일이다.
내가 주의가 흐트러졌다고 해도, 이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데도 들키고 말았다는 것은 상대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반증했다.
나는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기척이 감지된 방향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함민주?’
강한별이 2학년 때 파티에 영입하는 한 학년 아래의 후배.
탄궁 함가의 늑대 공주, 함민주.
그녀가 늑대 환수들과 함께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아니, 만나도 하필 왜 이때….’
함민주는 한 학년 아래 후배로, 강한별이 스토리 진행에 따라 파티에 영입하는 인물이었다.
즉, 우리 동료가 될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와의 첫 만남이 설마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다니.
나로서는 심히 당황스러웠다.
반가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낭패감이 더 앞섰다.
그야….
‘워낙 보수적이여야지.’
정치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 보수적이란 뜻이다.
융통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이, 원리 원칙을 강하게 따질 정도로.
그만큼 속이 꽉 막힌 사람이 바로 함민주였다.
‘그런 애가 학생회 선도부였지. 그래서 학생들 원망을 많이 샀고.’
게임에서는 강한별의 원망도 샀다.
함민주가 불법으로 무기를 걸고 대련을 신청하러 다니는 강한별에게 벌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때까지 앙숙처럼 부딪치고는 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으로는 불법으로 대련을 벌이고 다닌 한별이 잘못이 맞지 않나? 함민주는 학생회 선도부로서 제 역할을 수행한 거고.’
어떻게 보면.
함민주는 1학년 때 강한별과 투덕거리던 민아린의 포지션을 이어받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하간.
‘큰일이네.’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함민주의 성격은 무척 보수적이었다.
특히 이성 관계에 있어서는.
나와 연하늘의 애정 행각을 목격한 그녀가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순식간에 결론을 내린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동요한 듯했던 그녀가 대뜸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을 툭 내뱉었다.
“변태.”
“….”
…뭐라고?
함민주에게 귀를 기울이던 나는 예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벙찔 수밖에 없었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입술 모양을 읽기도 했으니까.
‘망했다.’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가급적이라도 상황을 무마하는 게 나을 듯했다.
하지만 내가 해명할 길 없이, 함민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아, 꼬였네…. 어떡하냐.’
이대로 함민주를 쫓기도 이상하고, 연하늘을 두고 떠나는 것도 우스울 노릇이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연하늘부터 챙겨야겠다.
그녀는 울상이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서…. 근데 이게 뭐야….”
“미안해, 내가 실수했어.”
“걔, 나랑 같은 수험장이란 말이야! 이따가 얼굴 어떻게 보라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기세로 나를 탓하는 연하늘.
나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모든 화를 받아 주었다.
“괜찮아, 하늘아. 어차피 입학해도 우리랑 엮일 일 없을 거야.”
…미안하다, 하늘아.
함민주 걔, 학생회 된다?
나는 게임의 전개를 알면서도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 * *
작년을 기점으로, 헌터의 세계에서는 여러모로 인상 깊은 사건이 상당수 발생했다.
인형귀녀 이가현의 금강 아카데미 입학시험 잠입.
투귀의 제자 강한별을 포함한, 차세대의 중심이 되리라 평가되던 유망주들의 아카데미 입학.
마도 민가의 작은 그리핀, 민아린의 마나 폭주.
신검 도가의 도승우의 부정.
흑마 오가의 오준수의 마왕 강림.
타천의 부활로 인한 마인회의 부흥과 빌런 사회의 통합.
빌런들의 헌터 사회 침투와 인형귀녀 이가현의 사망.
최초의 정령의 분노를 사고 만 순환 차가의 몰락.
금강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학원도시의 간자 색출.
그 외 기타 등등.
헌터 세계의 작년 한 해는 잠시도 조용한 일이 없을 만큼 떠들썩하기만 했다.
자연히 음지에서 세상을 수호하는 잠영 유가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이들이 너무 눈에 띄는구나.
잠영 유가는 어떤 식으로든 대부분 사건의 중심에 있는 도견우 일행에게 주목했다.
특히 이 흐름의 시작을 끊은 듯한 신검 도가의 뇌묘, 도견우에게.
―5년 전까지는 래빗이라 불리며 별다른 기대도 받지 않던 아이가 그런 성장세를 보이다니….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지 심히 궁금하구나.
잠영 유가의 가주, 무영(無影)은 흥미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도견우 일행을 감시하려 그들과 나이대가 맞는 직계인 유가을에게 명령했다.
―금강 아카데미에 가거라. 가서, 그 아이들과 친분을 다지거라.
―네, 가주님. 그렇게 할게요.
마침 유가을도 도견우 일행에게 호기심이 가던 차였다.
그녀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들과 어울리게 되면 나날이 다채로워질 것 같다고.
그래서 가주의 명령을 받은 그녀는 금강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설마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입학하고 나서 볼 줄 알았는데…. 그런데 방학에 무슨 일이지? 말로만 사귀지 않았지, 거의 사귀는 사이처럼 지낸다는 버니 선배 때문에 온 건가?’
수험생으로서 아카데미를 찾은 유가을은 도견우를 조우했다.
덕분에 우연을 가장하고 접근해, 그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과정에 지나지 않던 입학시험에서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게 된 셈이다.
물론, 벌써 접점을 가졌다 한들.
“먼저 입학부터 해야겠지만.”
유가을은 마냥 들뜨지 않았다.
2차 실기 시험을 마친 그녀는 혼자서 밤하늘 아래를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일부터 게이트에서 치러질 3, 4, 5차 실기 시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입학하지 못할 리는 없다.
유가을은 자신했다.
* * *
입학시험 둘째 날부터 수험생들은 3, 4, 5차 실기 시험을 치르러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들의 시험을 보조해야 하는 연하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늘이를 나흘이나 못 본다니….’
나로서는 다소 우울하기만 했다.
어쩌면.
평가회를 위해 게이트에 들어간 나를 기다리던 연하늘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무리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치지도 말고. …혹시 누가 집적거리는 건 아니겠지?’
만약 연하늘에게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아무쪼록 그녀가 무사 귀환하여, 얼른 재회할 수 있길 바랄 따름이었다.
물론, 그 전에.
‘시간의 사원부터 공략해야겠지만.’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입학시험 셋째 날, 야심한 밤.
다니는 사람이라고는 찾아 보기 힘든 아카데미에 적막한 분위기가 내려앉은 가운데.
나와 강한별은 최대한 은밀히 걸음을 나아갔다.
목적지는 교무관이었다.
“뒷문이라고 했지?”
“맞아.”
혹여 보는 눈이 있지는 않을까.
교무관 뒤편에 도착한 우리는 가볍게 주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소혜율이 열어 놓았을 뒷문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가, 최하층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그러게.”
사전에 소혜율이 가르쳐 준 바에 따라 우리는 교무관 최하층에 숨겨진 공간으로 발을 들였다.
나는 마법으로 어둠을 비췄다.
빛의 구체를 위로 들어 올리자, 저 멀리까지 이어진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게임에서도 나온 적이 있었지.’
몇몇 에피소드를 공략하고 나면 소혜율이 이곳을 지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등장하고는 했다.
십가문의 가주로부터 뜯어낸 청색 게이트 키를 손에 쥔 채로.
‘지금 그 장면의 배경이 되는 복도를 내가 걷고 있다니…. 기분이 묘하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 상태에서 소혜율의 비밀을 파헤쳐 나갔던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잠시 감상에 젖은 나는 강한별과 함께 복도를 나아갔다.
이윽고 복도가 끝나는 곳에서는.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늦지 않고 제때 잘 왔네요.”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비서실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비서실장님도요.”
소혜율과 오승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편, 나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수정구가 보이지 않네.’
게임의 설정에 따르면.
교학관은, 특히 우리가 있는 위치는 학원도시의 영맥이 교차해 자연의 마나를 끌어내기 쉬운, 일종의 명당이다.
그래서 소혜율은 이곳에서 남몰래 마나를 모으는 수정구 형태의 아티펙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를 필요로 했으니까.
‘수정구 안에서는 여러 색의 게이트 키들이 떠다니고 있었지. 흑색도 있었고….’
게임의 1회차 회귀 엔딩에서.
소혜율이 늙어 죽어 가던 강한별에게 미래의 기억을 심어 주고, 세상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던 배경에는 이 수정구가 차지한 지분이 상당했다.
시간의 말뚝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3학년 1학기 소혜율 에피소드에서도….
‘마음 같아서는 파괴하고 싶지만, 이사장님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지. 애초 파괴할 수 있는 아티펙트인지도 모르겠고, 어찌어찌 파괴하더라도 문제야.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곳에 존재했어야 할 수정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혜율이 감춘 듯했다.
주위에는 녹색 빛으로 활성화된 인공 게이트와 비품 일부.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검은색 커튼이….
‘잠깐, 커튼이라고?’
나는 커튼으로 시선을 향했다.
처음에 지나칠 때는 몰랐는데, 의식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미미한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티펙트다.
‘은폐 계열인가.’
아마도 내가 찾으려던 수정구는 저 커튼 뒤에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커튼의 정보를 확인하려 메시지를 띄우려고 했다.
바로 그때.
“도견우 학생, 거기 있지 말고 이리로 와요. 게이트에 입장할 준비를 해야죠.”
인공 게이트 앞으로 이동한 소혜율이 나를 불렀다.
호를 그리고 있는 노란 눈이 꼭 커튼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네, 갈게요.”
어차피 수정구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호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괜히 소혜율의 심기를 상하게 해, 사이가 틀어지길 원치는 않으니 직감에 따르기로 했다.
이에 인공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내가 다가오는 대로 입을 열었다.
“시간의 사원의 공략 조건은 이미 충분히 숙지해 뒀겠죠? 그래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라고 간단하게나마 재차 설명하도록 할게요. 게이트를 공략하려면 최심부에 있는 4랭크 보스 몬스터, 어리석은 왕을 쓰러뜨려야 해요. 이를 위해 언데드 계열 몬스터에게 효과적인 도구를 줬는데, 잊지 않고 잘 챙겼죠?”
“네! 포켓에 넣어 놨어요!”
“저도요.”
“좋아요. 그럼 문제는 없겠네요. 강한별 학생, 이걸 가져가도록 해요.”
소혜율이 품에서 꺼낸 금속패를 강한별에게 건넸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그 금속패는 시간의 말뚝이 보관된 문 열쇠였다.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간수할게요!”
“네, 부탁해요.”
강한별이 씩씩하게 말한다.
소혜율은 쿡쿡 웃음을 흘렸다.
“그럼 강한별 학생, 도견우 학생. 저희는 호법을 서고 있을 테니, 임무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모쪼록 무사 귀환을 빌어요.”
“네, 저희한테 맡겨 주세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말씀대로 열심히 하도록 할게요.”
소혜율이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그녀를 뒤로한 나와 강한별은 녹빛으로 넘실거리는 차원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시야가 하얘진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녹색: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