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67)
(267)
시간의 사원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게이트에 입장한 나와 강한별은 아치형으로 이루어진 통로에 서 있었다.
우리는 침착하게 주위를 경계했다.
“…근처에 적은 없는 것 같네.”
“응, 이사장님 말씀대로야.”
통로 내부는 아주 어둡지 않았다.
벽면을 따라 등불이 있던 덕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마법으로 어둠을 밝히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주위를 살필 수 있었다.
‘가야 할 방향은… 저기인가.’
등 뒤로는 너머가 보이지 않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게이트에 속하지 않는 세상인 것이다.
반대로 우리 앞으로는 멀리까지 등불의 길이 펼쳐져 있었다.
“이동하자.”
“응, 그러자.”
등불의 길을 나아간다.
시야에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한때, 세상을 호령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누구보다 어질고 현명했으며, 강하고, 무엇보다 위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왕이라 할지라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한낱 필멸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왕일지라도 죽음만은 거스를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왕은 언젠가 찾아올 죽음으로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덧없이 잃어버리진 않을지, 광증에 시달릴 정도로 두려워했습니다.]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왕의 총기를 앗아 갔습니다.]지금까지 게이트에서 보아 온, 단순히 공략 조건을 전달하던 메시지와는 명확히 다른 메시지.
이처럼 녹색 게이트에서부터는 세상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는 했다.
[죽지 않는, 영원한 삶.] [말년에 접어든 왕은 더더욱 그것을 갈구했습니다.] [시간을 멈추는 말뚝에 대한 전설을 접한 것은 그 무렵입니다.] [“시간의 말뚝이라면 반드시 내 죽음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의 말뚝을 찾아오라. 그런다면 바라는 무엇이든 이루어주마. 세상의 절반이라도, 전부라도 내주겠다.”] [왕은 명령했습니다.] [그리하여 죽음 직전에 비로소 시간의 말뚝을 손에 넣은 왕은 소원을 빌었습니다.] [“내 영혼이 사멸하지 않도록 영원히 시간을 멈춰 다오. 사원에 있는 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죽지 않고 영원토록 나를 섬길 수 있게 해 다오.”]게임에서 한 번 읽기도 했고, 소혜율이 준 공략집에 기재된 내용이기도 했다.
나는 빠르게 메시지를 훑었다.
[시간의 말뚝은 소원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소원은 왕의 기대와 달리 어긋난 방식으로 실현됐습니다.] [시간을 멈추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영혼으로 한정됐기 때문입니다.] [육신에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왕과 왕의 신하들은 죽은 몸으로 살아 있는 존재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은 그들이 봉해진 사원입니다.]메시지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한편,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느낀 바지만.
대체 어리석은 왕을 보필했던 신하들은 무슨 잘못인가 싶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무슨 이런 왕이 다 있을까?”
“그래서 어리석은 왕인 거겠지.”
강한별도 비슷한 심정인 듯했다.
나는 그에게 동의한다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우리는 긴 통로를 지나 드넓은 공간으로 나왔다.
“….”
검푸른 암반으로 이루어진 공간.
정면에는 새하얀 대리석으로 된 사원이 입구만 도드라진 채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시간의 사원 입구 기둥 옆에서 장식처럼 서 있던 해골 병사.
동공에서 붉은 빛을 번뜩인 놈들이 삐그덕 몸을 움직였다.
그 상태로 우리에게 접근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이곳…은… 왕의… 사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이럴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게이트가 배려라도 한 건가? 한국어는 어떻게 안 거지?”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그러게? 아니면 게이트가 아니라 이놈들이 언어 능력자인 거 아닐까?”
턱뼈로 딸그락 소리를 내며, 사념을 전달하는 해골 병사들.
놈들을 마주한 채 키득거린 우리는 곧 전투태세를 취했다.
“한별아, 내가 왼쪽을 맡을게.”
“알았어. 그럼 나는 오른쪽.”
말을 마친 그 즉시.
지면을 박찬 나와 강한별은 좌우로 흩어졌다.
‘지금의 우리한테 2랭크 몬스터는 상대가 될 수 없어.’
녹슨 기계처럼 굼뜨게 반응한 해골 병사들이 검을 휘두르든 말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어 놈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문제는 언데드 계열이란 건데….’
모든 몬스터는 예외 없이 존재의 핵이 되는 마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체내에.
하지만 언데드 계열 몬스터는 체내가 아닌 가상의 공간에 마석을 품고 있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놈들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공간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쓰러뜨려야 했다.
혹은 놈들에게 상충하는, 파마(破魔) 효과가 붙은 공격으로 대항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특수한 아티펙트를 사용하든가.’
마침 소혜율이 게이트를 원활하게 공략할 수 있도록 챙겨 준 아티펙트가 있었다.
포켓 속에서 움켜쥐고 있던 왼손을 꺼낸 나는 놈들에게 잿더미를 뿌렸다.
[최상급 퇴마의 재>5랭크 이하 언데드 계열 몬스터를 한 번에 없애게 하는, 시중에서 굉장히 구하기 힘든 소모성 아티펙트.
효과는 과연 확실했다.
지…금 무…슨 짓을…?
“알면서 왜 물어봐?”
경장갑을 입고 있는 해골 병사.
잿더미를 맞은 놈의 왼쪽 가슴, 갈비뼈 안 허공에서 별안간 푸른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상대하느라 입구에서부터 힘을 뺄 수고를 던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잘 가라.”
그런…가…. 고맙….
죽어도 되살아나지 않는 해골 병사는 단순 해골에 불과하다.
나는 힘껏 군청검을 내리쳐, 놈을 부숴 버렸다.
그렇게 바닥에 마석이 떨어진 해골 더미는 마나의 입자로 변해 소멸했다.
‘한별이도 잘한 모양이네.’
그때쯤 강한별도 전투를 끝냈다.
이내 마석을 주워 든 우리는 시간의 사원 입구로 발을 들였다.
긴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트랩이 있는 거 알지? 내가 앞장설 테니까, 뒤에서 잘 따라오도록 해.”
“이사장님 공략집이 있지만 알았어! 견우 너만 믿을게!”
이제부터 회피 본능에 의지한다.
나는 먼저 복도를 달려 나가며 강한별을 이끌었다.
[‘어리석은 왕’이 침입자의 존재에 불쾌함을 느낍니다.] [시간의 사원 일부 영역에서 침입자에 대비한 트랩이 작동합니다.] [다음 공략 조건을 전달합니다.] [현관 입구 복도를 지나 소집회당으로 이동하시오.]* * *
시간의 사원에는 많고 많은 문이 존재했다.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는 당연하게도 문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운이 좋으면 보물이 나오거나 단순한 빈방일 수도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몬스터나 트랩 같은 위험 요소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그렇기에 문을 여는 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지만….
‘우리한테는 해당하지 않지.’
전생에 게임의 고인물이었던 나는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대략적으로 꿰뚫고 있었다.
게다가 소혜율이 사전에 제공한 공략집이 있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챙길 것은 챙기며 효율적으로 공략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여기인가?”
“맞을 거야. 공략집에는 여기라고 나와 있으니까.”
우리는 시간의 말뚝이 보관된 문 앞에 다다랐다.
다른 문들과 특별하게 구별되듯 황금으로 이루어진 문에는 섬세한 문양이 양각돼 있었다.
그리고 술식을 해명할 수 없는 마법이 몇 겹으로 중첩돼 있기도 했다.
‘문짝을 떼서 팔 수만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일 텐데….’
“이만한 크기의 순금이라면 엄청 비싸겠지? 쩝,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는 게 아쉽네.”
강한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을 떼서 어찌어찌 게이트 밖으로 내보내도 헛고생만 할 터였다.
게이트가 허락지 않은 물질은 게이트의 세상을 벗어나는 순간 마나의 입자로 변해 사라지니까.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 우리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한편, 나는 문에 손을 댔다.
[비록 육신은 썩어 문드러져, 종국에는 뼈만 남고 말았음에도.] [영혼의 영생이라도 손에 넣은 어리석은 왕은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두려워했습니다.] [“말뚝이 없으면 나는 죽는다. 말뚝을 다른 놈들로부터 빼앗기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여봐라, 누구도 감히 접근하지 못할 방을 만들어라. 그곳에 말뚝을 보관할 것이니.”] [걱정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어리석은 왕은 다시 명했습니다.] [그렇게 이 방이 만들어졌습니다.] [방의 문은 열쇠를 제외한 어떤 수단으로도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공략을 계속 진행하십시오.] [셀 수 없이 많은 문 중에서 어리석은 왕의 알현실로 향하는 문을 찾아내시오.]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으로 볼 때, 이 문이 확실한 것 같다.
손으로 메시지를 치운 나는 강한별에게 말했다.
“한별아, 열쇠를 써 보자.”
“응, 그래.”
강한별이 금속패를 꺼낸다.
그가 체내 마나를 불어넣자, 황금으로 이루어진 금속패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느새 그는 큼지막한 크기의 황금 열쇠를 들고 있었다.
그것을 열쇠 구멍에 꽂아 넣자.
찰칵!
[선택받은 자의 열쇠를 사용합니다.] [어리석은 왕의 비원(祕苑)으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문에 깃든 마법이 사라지고,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메시지가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는 곧장 문을 밀었다.
쿠구구!
육중한 문이 걸리는 일 없이 시원하게 열린다.
서로 시선이 마주친 우리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문 너머에 펼쳐진 공간을 둘러보았다.
“와아….”
“….”
강한별이 감탄을 토할 만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사원은 오랜 세월이 흐른 것처럼 삭막한 분위기를 주었던 반면.
이곳에서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새하얀 대리석 바닥 주위로 초목이 자라고, 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화원을 연상케 했다.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숨겨진 세계, ‘어리석은 왕의 비원’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현시점부터 24시간 동안 해당 게이트에서 발생하는 드롭률, 전투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게이트에는 겉으로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세계가 존재하고는 했다.
그것을 최초로 발견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전생의 내가 한때는 숨겨진 게이트를 찾기 위해서 온갖 게이트를 뒤지기도 했었지.’
게임의 묘미 중 하나였다.
한편, 다음으로 떠오른 메시지는 오직 내게만 보였다.
[게이트의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이명 ‘미지의 탐험가’를 얻었습니다.]처음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면 무조건 획득하는 이명, 미지의 탐험가.
미지의 탐험가는 숨겨진 세계를 발견한 횟수에 따른 드롭률과 전투 경험치 상승을 불러오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전리품을 파밍하거나, 신체 능력치를 올리기에 나름 적합했다.
[공략 조건이 변경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이제 말뚝이나 찾자.’
시야를 깨끗이 정리한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새하얀 길 저편에 있는 계단.
시간의 말뚝은 그 계단 위, 허공에 부유해 있었다.
주위로는 백금색으로 빛나는 입자가 떠돌고 있기도 했다.
“이게… 말뚝인 거겠지?”
“맞아. 이사장님이 의뢰한 거야.”
계단을 오른 우리는 가까이에서 시간의 말뚝을 눈에 담았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말뚝에서는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슬슬 이때쯤일 텐데….’
강한별이 “이제 어떻게 하지?”라며 내 의견을 구한다.
나는 그가 시간의 말뚝에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제지하며 시야를 주시했다.
이윽고.
[이곳은 시간의 말뚝이 보관된, 어리석은 왕의 비원.] [어리석은 왕은 만에 하나 자신 외의 다른 존재가 이곳을 침범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영혼의 계약으로 이어진 패밀리어에게 시간의 말뚝 수호를 맡겼습니다.] [그 후로 기나긴 시간이 흘러.] [패밀리어는 시간의 말뚝에 의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습니다.]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나는 강한별에게 말했다.
“한별아, 전투 준비해.”
“…뭔가 있는 거구나. 알았어.”
바로 그때.
계단 아래, 새하얀 길 위로 허공이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쿵!
돌연 허공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지축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놈이었다.
“….”
모래 먼지 속에서 엿보이는, 두 발로 선 형체.
이윽고 모래 먼지가 걷히면서 우리는 놈을 알아볼 수 있었다.
키르륵.
“견우야, 저건….”
전갈 특유의 껍질로 뒤덮인, 길쭉한 머리와 꼬리를 지닌 몬스터.
놈이 뿜어내는 기백이 범상치 않았다.
우리는 위압감을 떨쳐 내기 위해 즉각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어리석은 왕의 패밀리어, ‘로열 스코피어(Loyal Scorpio)’가 침입자를 용서치 않습니다.] [새로운 공략 조건을 전달합니다.] [몬스터를 토벌하시오.] [로열 스코피어(Rank. 04, Hidden Boss) x 1] [프레셔에 노출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감소합니다.] [스킬 ‘담력 Lv 7’이 발동합니다.] [프레셔에 의해서 하락한 능력치를 17%까지 보전합니다.] [감소한 능력치가 복구됩니다.] [스킬 ‘담력 Lv 7’에 의해 집중력, 회피율이 15%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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