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70)
(270)
시간의 말뚝을 획득한 이후, 플레이어(강한별 일행)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다.
하나는 눈앞에 생성된 게이트를 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소혜율에게 시간의 말뚝을 넘기며 시간의 사원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말뚝의 효력이 사라진 게이트에 남아 파밍하는 거지.’
시간의 사원에 존재하던 몬스터는 전부 소멸을 맞이한 상태였다.
알현실 옥좌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보스 몬스터, 어리석은 왕 또한 예외 없이.
그렇다는 것은 사원 곳곳에 놈들의 마석과 그 밖의 전리품들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구태여 전투를 치르지 않고도 그것들을 싹쓸이할 보너스 타임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때만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아티펙트가 하나 있기도 했다.
‘이번 에피소드를 처음 접했던 전생의 나는 시간의 말뚝을 얻자마자 바로 게이트를 나갔었지. 그때는 회귀 엔딩까지 겪고서야 드디어 히든 보스 놈을 쓰러뜨렸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중에 제 발로 기회를 걷어찼다고 엄청 후회했는데….’
사족을 붙이자면, 전생의 나처럼 보너스 타임을 놓친 사람은 무척이나 많았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그들의 하소연 글을 찾아 볼 수 있었을 정도다.
‘솔직히 임무 완료 알림이 뜨고, 다 끝난 것만 같은 상황에서 눈앞에 게이트까지 나타났는데, 무심코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겠냐고.’
여하간.
게이트를 뒤로한 나와 강한별은 전리품들을 파밍하러 비원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와아, 이게 웬 횡재야? 진짜 견우 너 아니었으면 챙기지도 못하고 게이트를 나가 버렸겠다. 다행이야.”
“그렇지?”
각종 방이며, 복도에서.
우리는 아무짝에나 떨어져 있는 마석과 법석, 보석, 몬스터의 부산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간혹 우리에게 쓸모는 없지만 마켓에 팔면 돈이 될 법한 아티펙트도 찾았다.
“이사장님이 시간의 말뚝만 빼고, 사원에서 얻는 모든 전리품은 우리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 아, 너무 좋다. 포켓은 차고, 내 마음도 차는구나. 혹시 몰라서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에 포켓을 비워 두길 잘했어. 오, 이 단검은 괜찮은데? 컬렉션으로 삼아서 금고에 보관해야겠다. 견우야, 이거 내가 가져도 될까? 아, 이 방패도.”
“그래, 너 가져. 그럼 다음으로… 알현실로 가 볼까.”
“보스 몬스터가 있는 방이었지? 좋아, 거기는 뭐가 있으려나. 기대된다.”
포켓이 두둑해졌다.
덩달아 몸이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늘어난 무게를 즐겼다.
그런 한편, 털 곳을 모두 털고 시간의 사원 최심부에 위치한 알현실로 향했다.
“견우야, 연다?”
“어, 부탁해.”
원래라면 3랭크 몬스터 두 마리가 알현실 문을 지키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문 앞에는 놈들이 존재했었음을 알리는 마석만 떨어져 있었을 뿐이다.
마석을 주운 우리는 문을 열고, 알현실로 들어갔다.
우리가 지나온 곳들이 그러했듯, 알현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견우야, 나는 저쪽을 찾아볼게.”
“알았어. 그쪽은 너한테 맡길게. 나는 다른 쪽이나 살펴야겠다.”
강한별이 왼편으로 걸어간다.
반대로 오른편으로 걸음을 옮긴 나는 주위를 탐색했다.
감지망을 펼치자 어렵지 않게 마석이나 법석, 촉매로 쓰이는 보석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거대한 옥좌로 다가갔다.
‘여기 어디에 있을 텐데….’
게임에서는 시간의 말뚝을 얻고, 어리석은 왕의 알현실로 가면 옥좌 근처에서 시간의 말뚝처럼 유일무이하게 취급되는 아티펙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아티펙트를 찾기 위해 옥좌 주위를 샅샅이 뒤졌다.
이윽고 옥좌 뒤편에서.
‘찾았다.’
나는 옥좌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나침반처럼 생긴 아티펙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영혼 나침반.
게임에서는 시간의 말뚝을 이용해 영원의 삶을 거머쥔 어리석은 왕이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항시 자신의 영혼이 차안(此岸)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정을 지닌 아티펙트였다.
그런 설정에 부합하듯 효과는….
‘물건의 주인을 찾아 주는 거였지. 그 물건에 깃들어 있는 주인의 마나나 기억, 감정, 사념 등 영혼의 파편을 통해서.’
게임에서는 주로 어떤 전리품이 어디에서, 어느 몬스터에게 나오는지 알아내는 식으로 쓰였다.
가끔 브릴리언트 카페의 의뢰로 납치됐거나 행방이 묘연한 사람 혹은 빌런을 쫓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니 이것만 있으면, 어쩌면….
‘이사장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
시간의 말뚝이 파괴됐다고 한들, 소혜율이 비원을 포기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녀의 성격상, 그녀는 어떻게든 남동생을 되살리려 할 가능성이 높았다.
설령 완전히 인의를 저버리고 철저하게 악인으로 규정될지라도, 반드시.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녀가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다.
미래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또 다른 멸망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혼 나침반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한별이가 이사장님이 되살리려는 남동생의 환생이니까.’
놀랍게도, 그랬다.
소혜율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강한별 일행에게 패배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 밝혀지는 진실이다.
그녀는 자신을 죽이며 슬퍼하는 강한별에게서 남동생을 겹쳐 보고 비로소 깨닫는다.
그가 남동생의 환생이란 사실과 비원이 실패한 이유를.
「소혜율」
―…그랬구나. 그랬던 거야. 너였어. 네가, 네가….
이 시기에 이르러, 소혜율은 강한별을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존재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남동생의 환생이었으니, 과거는 개변되지 않은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영혼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남동생의 죽음이 부정될 경우, 강한별의 환생이 부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수는 한별이를 살리러 이사장님이 과거를 개변한 시점에서 세계를 분리한 거지. 이사장님의 남동생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세계와 이사장님의 남동생이 죽어 강한별로 환생한 기존 세계로.’
하지만 진실을 깨달은 소혜율은 강한별에게는 말하지 않고, 홀로 가슴에 간직하기로 한다.
그가 심란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단지 그의 행복을 빈 그녀는 마나의 입자로 변해 사라진다.
「소혜율」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너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렴.
물론, 전적으로 소혜율의 입장에서 서술된 탓에.
그녀가 깨달은 진실은 어디까지나 착각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넘길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게임은 그것을 인지한 듯, 추가로 다른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소혜율 에피소드를 공략한 이후, 3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사장실을 방문하면 그녀의 남동생의 유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혼 나침반을 통해서 그 유품의 주인을 찾으려 하면….
[영혼 나침반이 작동합니다.] [자침이 움직입니다.] [빙글빙글빙글빙글….] [자침이 멈춥니다.] [자침이 강한별을 가리킵니다.]위와 같은 메시지로 직접 확인 사살을 가했다.
‘소혜율 에피소드를 공략했을 때, 이후에 우연히 그녀의 집무실에 들러 유품을 발견했을 때, 전체 스토리를 일주하고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영혼 나침반을 발견했을 때. 그야말로 충격에, 충격에, 충격의 연속이었지.’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소혜율이 비원을 실행하기 전에 영혼 나침반의 존재를 알고, 그것으로 남동생의 환생이 강한별이란 사실을 알아냈더라면.
애초 소혜율 에피소드가 발생해, 그녀가 죽거나 멸망하는 상황이 닥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아가 그녀를 완전히 신용 가능한 아군으로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안타깝게도 가정은 무의미했지만.
게임에서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게임이 아닌 이 세상에서는 달라.’
아티펙트의 정보는 확인했다.
나는 영혼 나침반을 세게 쥐었다.
강한별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그건 뭐야? 나침반처럼 생겼네?”
“옥좌 근처에 떨어져 있더라고. 감정해 봐야 알겠지만, 뭔가 범상치 않은 것 같지 않아?”
“흠… 이리 줘 봐. 손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라면 내가 감정할 수 있을 거야.”
“…그러네. 자, 여기.”
손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달인의 경지로 숙련되게 하는 레저넌스 핸즈.
이미 시간의 사원에서 챙긴 전리품 중 일부는 강한별의 기프트로 감정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니 믿지 못할 것도 없었다.
나는 순순히 영혼 나침반을 넘겼다.
“음….”
영혼 나침반을 손에 쥔 강한별.
그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뜬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물건의 주인을 찾는 탐지 계열 아티펙트인 모양인데? 무구가 아닐 것 같긴 했는데 아쉽다.”
“그렇구나. 너나 나한테는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네.”
“맞아, 그러게 말이야.”
강한별이 영혼 나침반을 돌려준다.
그것을 받아 든 나는 이내 능청스럽게 제안했다.
“그럼… 한별아, 우리 이건 이사장님한테 드리는 게 어떨까? 이사장님한테 미안해서 대신에 뭐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것도 특수한 아티펙트인 것 같은데, 이사장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어리석은 왕의 비원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은 시간의 말뚝이 아니라 이거라고 말하는 거야.”
“야, 그건 거짓말하는 거잖아…. 골치 아프네. 나는 모르는 일이야. 변명은 네가 알아서 해.”
“그래, 고맙다.”
* * *
시간의 사원에서 챙길 것은 전부 챙긴 나와 강한별은 게이트를 나섰다.
밖에서는 호법을 서고 있던 소혜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를 반겼다.
“수고했어요, 한별 학생 그리고 견우 학생. 둘 다 어디 다친 데는 없나요?”
걱정했다는 듯, 다정한 어조로 우리 상태를 묻는 소혜율.
그러면서도 그녀의 노란 눈길에는 은근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이에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나는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포켓에서 일시적으로 힘을 잃고 반투명해진 게이트 키를 꺼냈다.
“일단 죄송해요, 이사장님. 열쇠로 비원의 문을 열기는 했는데, 그 탓에 앞으로 게이트 등급이 한 단계 격하될 거라더라고요. 녹색 등급에서 황색 등급으로요.”
“아… 괜찮아요. 게이트 중에 간혹 그런 게이트도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괜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그보다… 비원에 들어간 일은 어떻게 됐나요?”
내가 돌려준 게이트 키에는 더 이상 용건이 없다는 듯이.
소혜율은 잠시 관심을 보일 뿐, 다시금 내게로 시선을 주었다.
그 시선이 시간의 말뚝이나 얼른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이후 내가 포켓에 손을 넣자, 그녀의 노란 눈이 빛났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게 비원에 있던 거예요.”
“네? 이건… 나침반? 뭔가요? 말뚝은… 없었나요?”
“…네.”
내가 소혜율에게 건네준 것은 시간의 말뚝이 아닌 영혼 나침반이었다.
기대와 다른 아티펙트를 받은 그녀는 눈에 띄게 동요했다.
그녀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지고,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요…. 제가 모은 정보에 따르면, 그곳에는 말뚝이 있었을 텐데요. 샅샅이 뒤져 본 게 맞나요?”
“네. 저희도 처음에 당황했어요. 혹시 몰라서 열심히 찾아봤는데도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애초 비원의 히든 보스 몬스터가 지키고 있던 아티펙트가 그 나침반이었어요. 그렇지, 한별아?”
“어? 어어… 맞아요….”
“….”
소혜율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칫 시선에 꿰뚫릴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속내를 들키지 않게 최대한 태연한 태도를 가장했다.
한편으로는 상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래도 상관없어.’
시간의 말뚝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시는 구할 수 없다.
소혜율이 내 거짓말을 입증할 방도가 전무한 셈이다.
더욱이 비원을 실현하기 전까지 이사장으로서 있어야 하는 그녀는 본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얌전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우리에게 깊이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가 화제를 바꿨다.
“그래서 이 나침반은 뭔가요? 아는 거라도 있나요?”
“감정이 정확하지 않기는 한데… 아무래도 영혼의 행방을 찾는 아티펙트인 것 같더라고요.”
“영혼의 행방이요?”
“네. 물건 주인의 영혼을요. 이론상으로는 죽은 사람의 영혼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말뚝이 아니라서 아쉽게 됐는데, 그래도 가져가서 확인해 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네, 그러죠.”
소혜율은 내키지 않는 듯하면서도 끝내 영혼 나침반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우리로부터 등을 돌렸다.
“밤도 늦었는데 그만 돌아가죠. 교무관 밖까지 배웅할게요. 둘 다 따라오세요.”
축객령이다.
이 이상 밉보이고 싶지 않던 나와 강한별은 그녀를 뒤따랐다.
한편,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잘되면 좋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소혜율이 여전히 비원을 이루려 우리의 적으로 돌아설 것인가.
혹은 영혼 나침반을 이용해 남동생과 강한별의 관계를 밝혀, 아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그녀에게 달려 있다.
나로서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