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72)
(272)
졸업 대련이 시작되기 전.
신검 도가의 가주, 도예익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근황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가신들의 안내를 받아 졸업 대련이 진행되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 여학생이 눈길을 끈 것은 대련장에 들어서기 전이었다.
‘저 아이는….’
검고 긴 머리카락에, 초록 눈.
스낵 코너에 서 있는 여학생은 사람들 속에서도 돋보이는 미모를 품고 있었다.
도예익은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순환 차가의 아이로군. 이름이 차은솔이라고 했던가.’
순환 차가의 게으른 천재, 차은솔.
그녀의 성품이나 자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도견우의 친구이기도 한 데다, 기본적으로 십가문의 동향에는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정령사로서 당대, 어쩌면 역사상 최고라 불릴 재능을 타고났다지.’
그런 그녀는 몇 개월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현재 순환 차가에서 제명돼, 도견우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순환 차가가 몰락 중이라 해도 대격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십가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내년까지는 십가문으로 군림할 것이다. 정령술 명가들이 고작 1년만이라도 십가문의 권세를 누려 보겠다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렇기에 자칫 순환 차가와의 불화로 발전할 여지가 있던 만큼.
어느 가문이든 섣불리 차은솔을 비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잖은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그녀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런 점에서 견우의 대처가 무척 교묘했지. 가문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후원하기로 했으니…. 친구란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도견우가 신검 도가의 사람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즉, 차은솔에게 주어지는 후원은 은연중 신검 도가의 비호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덕분에 신검 도가는 가급적 순환 차가와의 마찰을 피하면서, 그녀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도예익으로서는 기껍기만 했다.
‘견우와 친한 것도 그렇고, 외모도, 자질도, 배경도 그렇고…. 견우 짝으로는 참 적합하겠구나. 이대로 교분을 이어 가다 서로 눈이라도 맞으면 좋을 텐데…. 그러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 유전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령사의 핏줄이 도가에 섞여 든다면….’
그때는 검사인 동시에 정령사로서 우수한 자질을 타고난 아이를 배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검 도가는 더욱 강대해지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도예익은 가신들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차은솔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주문한 음식을 결제하려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고 있었다.
‘많기도 하군. 저 몸으로 보아 혼자 먹으려는 것 같지는 않고, 친구들과 같이 나눠 먹으려고 사는 건가…. 기특하기도 하지.’
마침 잘됐다.
도예익은 입가에 호를 그렸다.
차은솔의 호의를 얻는 차원에서 그는 대신해 돈을 내 주기로 했다.
차은솔의 식성에 대해 모르고 멋대로 오해하면서.
“이 아이 몫은 내가 계산하지. 여기 카드 받게나.”
“…수왕님?”
불쑥 튀어나온 도예익의 등장에 초록 눈을 깜빡이는 차은솔.
그녀를 대신해 음식을 결제한 그는 친절한 태도로 물었다.
“조금 전에 보고 또 보는구나. 견우 대련을 보러 온 것이냐.”
“네…. 간식,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다. 내가 견우 친구한테 이 정도도 못 해 주겠느냐. 앞으로도 견우와 친하게 지내 다오. 간혹 그 아이가 솔직하지 못한 면모를 보일지 몰라도, 이성에게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일 테니 네가 너그러이 이해를….”
“걔가요? 아닌데….”
“…혹시 견우가 무언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한 적이 있더냐.”
“저한테 돼지니, 코끼리니 하던데요.”
“견우가… 그랬다고? 미안하구나.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일 거다. 아, 더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거라.”
“정말요? 감사합니다.”
설마 도견우가 이렇게 가녀린 여성에게 심한 언사를 했을 줄이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도예익은 급히 대화를 얼버무리고서는 화제를 돌렸다.
다행히 차은솔은 괘념치 않는 눈치였다.
가신들이 그녀의 짐을 받아 들자, 그녀는 초록 눈을 빛내며 추가로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을 저렇게 많이 사다니…. 친구들을 위하는 건가. 정말이지 마음씨가 고운 아이구나.’
도예익은 이번에도 오해했다.
한편으로 차은솔과 대화를 나누며 은근히 그녀의 마음을 떠보았다.
“은솔이 네가 보았을 때 견우는 네게 어떤 사람인 것 같더냐.”
“걔요? 음….”
차은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생각하기 귀찮았으니까.
그녀는 솔직하게 답했다.
“저한테 조련사? 사육사? 주인님?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얌얌.”
“….”
대관절 도견우는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인가.
상식을 벗어나는 답변에 도예익은 표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기괴해졌다.
한편, 차은솔은 그의 눈을 통해 영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망설임이 없고,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고,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네. 자신이 나아가는 길을 의심하지 않아. 꼭 잘 벼려진 검 같아. 나쁜 사람은 아니야. 다만….’
그만큼 쉽게 뜻을 고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척이나 깐깐한 사람이다.
권위적이고, 고집이 세다.
차은솔의 평가였다.
* * *
졸업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린 순간.
조용히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나와 도시은은 사선 방향으로 지면을 박찼다.
마치 거울을 마주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우리 모두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파직!
다음에 내디딘 앞발을 비틀자마자 벽뢰를 발현한 나는 저편에서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도시은을 보고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그녀 역시 벽뢰를 번쩍이며 입가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직후, 우리는 포탄이 쏘아지듯 서로에게로 나아갔다.
[수왕류 공격식 제9형>사자 맹진
전신에 벽뢰를 두른 채 충돌하고, 검과 검이 맞붙는다.
대기와 마찰을 일으킨 벽뢰는 우렁찬 소리를 내지른 동시에 수직으로 솟구쳤다.
그렇게 나와 도시은의 벽뢰가 서로를 해하려 들었다.
‘…근력에서는 밀리는 건가.’
군청검을 타고 전해지는 힘이 제법 묵직하다.
처음에는 호각을 보이는 듯했던 내 벽뢰가 차츰 밀려나고 있다.
이대로 정면 승부는 내게 불리하다.
판단을 내린 나는 뒷발을 축으로 도시은의 검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빠르기로는 내가 앞서.’
스쳐 지나가는 검을 피하려 몸을 낮춘다.
바깥 방향으로 반쯤 회전한 나는 다음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내 검술을 알아차린 도시은이 방어식을 펼쳐 막는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공격식을 이어 나갔다.
[수왕류 공격식 제6형>사자 난무
특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연검을 퍼붓는 공격식.
눈앞에서 도시은의 벽뢰가 빗발치고, 푸른 전류 다발 너머로 그녀의 푸른 눈이 반짝였다.
아름답다.
내 감상은 휘발되듯 날아갔다.
회피 본능의 호소에 몸을 맡긴 나는 그녀의 검을 피하며 보법을 밟았다.
‘다 보여.’
검의 궤도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은의 연격은 위협적이었지만 결국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벽뢰를 일으키며 번쩍이는 검에서 눈을 떼지 않은 나는 침착하게 틈을 엿보았다.
그리고 틈이 생긴 즉시.
[수왕류 공격식 제4형>사자 회침
도시은의 목덜미 옆을 향해 군청검을 찔러 넣었다.
“…!”
도시은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그러나 금세 감정을 다잡은 그녀는 기민하게 몸을 틀었다.
검은 단발이 찰랑인다.
군청검이 그 속을 꿰뚫는다.
그렇게 잘려 나간 머리칼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살았네, 누나.’
도시은은 도망치듯 거리를 벌렸다.
나는 엉거주춤 자세를 추스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대기에 녹아들려는 벽뢰를 군청검에 흡수했다.
그녀가 앞발과 뒷발을 크게 벌리고, 수연검을 쥔 두 손을 어깨 뒤로 당긴 것은 그때였다.
그녀의 검이 푸른빛을 뿜었다.
[수연검: 명경지수(明鏡止水)>불현듯 뚝 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어느새 사위는 까맣게 뒤덮이고, 도시은을 중심으로 퍼진 물이 대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도시은은 이 환경을 이용해.
────!!
벽뢰를 극대화했다.
수십, 수백 가닥의 푸른 번개가 사자의 형상을 이뤘다.
도시은이 내게로 뛰기 시작하자, 사자가 무서운 속도로 움직였다.
위협적이기 그지없는 공격이다.
나는 짧게 혀를 찼다.
하지만….
‘나는 못 이용할 것 같아?’
군청검을 쥐고 상단세를 취한 나는 그동안 검에 모아 둔 벽뢰를 해방했다.
[군청검: 전류 방출>군청검을 내리친다.
그 순간, 완전히 검을 떠난 푸른 섬광이 수면을 헤치며 도시은에게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끝을 모르듯 몸집을 부풀렸다.
곧….
────!!
푸른 섬광과 푸른 섬광이 격돌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 힘을 겨룬다.
그러나 도시은이 펼친 검술은 앞으로 채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하며 기세를 잃고 말았다.
끝내 버티지 못한 그녀가 내 검격에 집어삼켜졌다.
‘이걸로 끝난 건가?’
그런 내 추측을 부정하듯.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법이야.”
휘이잉!
푸른 섬광 속에서 휘몰아친 물줄기가 벽뢰를 날려 보냈다.
나는 멀쩡한 상태로 걸어 나오는 도시은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비?’
물줄기를 두른 도시은의 주위로 푸르스름하고 반투명한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하위 물의 정령이다.
‘대체 언제 정령과 계약… 아.’
의문은 떠오른 즉시 해소됐다.
인형귀녀 이가현을 토벌한 보상으로 특급 보고에 들어갔을 때다.
그때, 도시은은 정령 친화력을 높이는 영약을 선택했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녀가 감추고 있던 실력을 확인한 나는 절로 혀를 내둘렀다.
직후.
촤아악!
‘…어? 설마….’
별안간 나와 도시은을 연결하는 물줄기가 이어졌다.
벽뢰를 발산하는 그녀를 마주한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도시은이 펼친 검술이.
[수왕류 특수식 제85형>사자 섬로(獅子 閃路)
내가 창안한 검술이었으니까.
나는 시야를 푸르게 물들이는 섬광을 보며 질겁했다.
‘이건 또 언제 배운 거야!?’
파직!
푸른 섬광이 나를 덮쳤다.
* * *
물의 정령과 계약한 것도, 사자 섬로를 익힌 것도.
그동안 밝히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실전에서 사용하기에 아직 미숙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었다.
물론,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 도견우의 허를 찌를 요령으로 사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덕분에 도시은은 의도한 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녀는 발현한 마나를 갈무리했다.
그러면서 눈앞의 광경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처음 실전에서 쓴 것치고는 나쁘지 않아.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견우는 이걸 어떻게 완성한 거지? 대단해.’
물줄기를 따라 폭발한 벽뢰가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도시은은 그 속에 있을 도견우를 찾으려고 했다.
출력을 조절하기도 한 만큼,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직감은 그가 멀쩡히 살아 있으리라고 고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가 말했지.”
화아악!
“….”
포효하듯 소리를 내며 튀기던 벽뢰 가닥들이 물줄기에 휘날려 맥없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도견우가 건재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법이라고. 맞는 말이야. 나도 알고 있었어. 전기 분해를 배웠을 때부터.”
도견우가 키득거린다.
그가 군청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것으로 주위에 남아 있던 벽뢰가 완전히 사라졌다.
“설마 정령술과 사자 섬로를 배웠을 줄은 몰랐어. 미리 말 좀 하지.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
“그래도 죽지는 않았잖아.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았어.”
“그걸 말이라고 해?”
“응.”
“허….”
도시은이 가볍게 웃음을 흘리고, 도견우가 탄식한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그사이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