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74)
(274)
새 학년
새 학년이 시작되기 사흘 전.
나와 친구들은 아카데미로 돌아와 기숙사 이전 작업에 나섰다.
당연히 고생은 예정된 일이었다.
‘학기마다 기숙사를 옮겨야 한다니, 번거롭기 짝이 없네. 그나마 마법으로 부담을 덜 수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작년 2학기에는 기숙사 재배치에 변동이 없어 홀로 태평하게 늘어졌었던 차은솔도 이번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도시은과 143기 학생들이 졸업하며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사람들이 우수수 빠져 버림으로써.
그녀는 별로 원치 않았더라도 고은비, 리사, 박사군, 세쌍둥이와 함께 금강석 기숙사 다음가는 청옥 기숙사로 이동하게 됐다.
“힝…. 귀찮아.”
‘꼴 좋다.’
순환 차가에서 제명된 후로는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게 된 차은솔이다.
덕분에 나는 낑낑거리면서도 직접 짐을 옮기는 그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아예 몸만 쓴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정령의 힘도 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풍경이 따로 없었다.
‘입술이 댓 발 튀어나왔네.’
아.
차은솔이 울먹이는 눈망울로 내게 도움의 신호를 보낸다.
나는 웃는 얼굴로 거절했다.
“진짜 너무해….”
“너는 자립심을 더 길러야 해. 이런 일은 혼자 할 줄 알아야지.”
“네가 다 책임지겠다면서…. 거짓말쟁이. 나빴어.”
“응, 그런다고 안 도와줄 거야. 나는 간다. 열심히 해.”
차은솔이 투덜거리든 말든.
나는 마저 짐을 옮기기 위해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금강석 기숙사로 떠났다.
오늘부터 나는 이곳에서 살게 된다.
강한별, 연하늘, 남유리, 용해랑, 민아린과 함께.
‘앞으로는 기숙사를 이전하느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이제는 금강석 기숙사 내에서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최소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겠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2학년 반 배정이 발표됐다.
* * *
사실, 구태여 반 배정 결과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결과는 알고 있었으니까.
일전에 소혜율이 나와 친구들이 같은 반이 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한 반에 넣기에는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만큼 세 반으로 나누어 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실제로 우리의 반 배정 결과는 만족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는 바라던 대로 연하늘, 강한별, 덤으로 차은솔과 같은 반이 됐다.
2학년 7반이었다.
그리고 리사, 민아린, 용해랑, 박사군은 2학년 13반으로.
고은비, 남유리, 세쌍둥이는 2학년 21반으로 배정됐다.
이 결과에….
“기적이, 일어났다! 역시 어제 물 떠 놓고 기도하길 잘한 것 같아.”
“그러게요. 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따로따로 떨어뜨려 놓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네요. 잘된 것 같아요. 새로운 반에 적응할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여러분이랑 같은 반이 돼서요. 그런데 사군은 올해도 같은 반이네요. 잘 부탁해요.”
“그러게. 나도 잘 부탁해. 한별이랑 헤어지게 된 건 아쉽지만….”
“아싸! 은비까비랑 같은 반이다! 기대 하나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친구들 모두 순수하게 기뻐했다.
특히 연하늘은 반으로 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들떠 있을 정도였다.
토끼 귀는 연신 쫑긋거렸고, 붉은 눈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너랑 같은 반이라니…. 우리가 정말 인연이기는 한가 봐.”
“그렇게 좋아?”
“그럼 너는 안 좋아?”
내 손을 잡고 크게 흔들며, 재잘재잘 떠들던 연하늘.
그녀가 입을 앙다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신만 좋냐는 듯이 묻는 시선이 사람 마음을 간질였다.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네가 좋은데, 나도 좋지. 내 생각이 네 생각이야. 우리가 인연이기는 한가 봐.”
“그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작년에는 마가 꼈던 게 아닐까? 아, 혹시 은비를 만날 운명이라 그렇게 정해졌던 거라거나…. 그러면 너는 아린이를 만날 운명이었다는 건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니야, 너는 몰라도 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샐쭉한 표정을 짓던 연하늘이 금세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느라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사장님이랑 거래하길 잘했어. 하늘이가 이렇게나 좋아하고….’
괜히 운명과 우연을 예찬하는 연하늘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처음에 다짐했던 대로 소혜율과의 약속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평생 비밀에 붙인 채, 죽어서 무덤까지 안고 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아는 한별이한테 부탁할 필요가 있지.’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강한별과 차은솔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따라오고 있었다.
“응?”
때마침 강한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연하늘의 시선을 피해,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다행히 그는 의아해하지 않고 의미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가볍게 키득거리면서.
그때, 연하늘이 말을 걸었다.
“그 손가락은 뭐야?”
“이거? 어… 입술이 조금 건조한 것 같아서.”
“혹시 뜯고 있던 건 아니지? 뜯으면 안 돼. 나 립밤 있는데, 그거 쓸래?”
“있으면 좋지. 빌려줘.”
“자, 여기.”
연하늘의 의심을 피하려 한 변명으로 립밤을 얻어 버렸다.
횡재했다.
게다가 스틱형이다.
나는 행여나 그녀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입술에 립밤을 발랐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아, 얼굴 빨개졌다.’
예쁘다.
마음 같아서는 립밤이 아니라 연하늘의 입술을 바르고 싶다.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나는 애써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에게 립밤을 돌려주는 것에서 그쳐야 했다.
‘그건 그렇고… 담임 교관은 누가 된 거지? 궁금하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면 되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2학년 7반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조회 시간이 되자, 담임 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었다.
“안녕, 얘들아! 만나서 반가워. 오늘부터 너희 담임을 맡게 된, 첩보 계통의 유노을이라고 해. 한 해 동안 잘 부탁할게. 그리고 견우하고는 올해도 같은 반이 됐네? 잘됐다. 앞으로 교관님 좀 많이 도와주렴.”
나중에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리사, 민아린, 용해랑, 박사군은 칠색의 마녀 홍예나를.
고은비, 남유리, 세쌍둥이는 징벌검 수호국을 담임 교관으로 맞아들였다고 한다.
* * *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 대표를 맡았다.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부대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대표가 됐다는 거지만…. 작년보다 책임이 더 무거워졌네.’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노을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나를 적극 추천하기도 한 데다, 달리 적임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 다음 적임자로 하늘이랑 한별이, 은솔이가 있긴 했는데….’
안타깝게도 연하늘은 학생회 임원인 탓에 반 대표 활동을 겸할 수 없었다.
강한별은 경험이 없는 관계로 차라리 부대표를 맡겠다고 주장하며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차은솔은 더 이상 순환 차가의 사람이 아닌 데다, 본인이 원하지 않기도 했고….
‘평소 나태한 행실 때문에 신용이 없었지.’
그런 이유로 차은솔은 일찌감치 대표 후보에서 제외됐다.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은 바로 차은솔이 아닐까 싶다.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니까.
“나도 차은솔처럼 살고 싶다. 애완 돼지… 아니지, 애완 코끼리의 삶은 참 부러운 것 같아.”
“은솔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래도 마음은 좀 알 것 같아. 이해해. 나도 그러고 싶다….”
대표로서 전달 사항을 받으러 유노을을 만나러 가던 중,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란히 걷고 있던 강한별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대표 회의에 참석해서 하늘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며칠 전 회의에서 하늘이가 동아리 홍보 활동을 주제로 발표하던 모습이 멋졌는데. 다른 사람 같았지…. 어른스럽고,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3학년 선배를 상대로 또박또박 반박하던 것도 색달랐는데. 사람이 완장을 차면 달라지기는 하는 모양이야. 걔한테 그런 식으로 매도당하면 어떤 기분이려나…. 다음에 한번 부탁해 볼까?’
연하늘이 벌레를 보듯 경멸하는 표정도 나름 매력적일 것 같다.
정말이지 치명적인 소꿉친구다.
그렇게 나는 머릿속으로 두서없는 생각을 늘어놓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교무관, 2학년 교무실에 다다랐다.
‘어디 보자, 노을 교관님이….’
유노을의 자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나와 강한별은 헤매는 일 없이 그녀를 찾으러 움직였다.
그러다 도중에 눈이 마주치는, 친분이 있는 교관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고는 했다.
“마녀님, 안녕하세요. 책상 위에 그건 뭐예요? 먹을 것 같은데, 맛있어 보이네요.”
“…뭐기는, 과자지. 아는 사람한테 선물로 온 거야.”
“그래요?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되죠? 하나만 주세요. 아니, 2개만요. 하늘이한테도 주게요.”
“꼭 나한테 뭘 맡겨 놓은 사람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래, 먹어라, 먹어. 하늘이한테도 주고. 한별이도 하나 가져가렴.”
“잘 먹겠습니다, 교관님!”
조용히 일하고 있던 홍예나.
그녀에게 다가간 나와 강한별은 맛있는 과자를 뺏어 먹었다.
“역시 남의 게 제일 맛있어.”
“어? 그거 내가 하려던 말이었는데.”
“에휴…. 너희가 같은 반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반 대항전이 참 무섭다, 무서워. 그리고 다 먹었으면 얼른 가지 그러니? 내가 지금 좀 바쁘거든?”
“네, 그럴게요. 노을 교관님은 자리에 있죠?”
“아까 보니까 1학년 학생이랑 대화를 나누는 것 같던데.”
“1학년 학생이요?”
새 학년, 새 학기 초였다.
그런데 2학년 담임 교관인 유노을이 1학년 학생과 접점이 있다니, 의아한 일이다.
오후 수업에서 알게 된 걸까?
나는 호기심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향하기로 했다.
잠시 후.
‘누구랑 있는 거지?’
몸을 옆으로 돌려 의자에 앉은 유노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한 여학생을 마주 보며 뭐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볼 때, 꽤 친한 사이인 듯했다.
‘쟤는….’
나비를 연상케 하는 푸른 리본을 머리에 묶고 있는 1학년 여학생.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쟤가 왜 노을 교관님이랑 같이 있는 거지? 설마….’
틀림없다.
잠영 유가의 밤나비, 유가을이다.
그녀를 눈에 담은 나는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내게로 고개를 돌린 그녀가 싱글거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무사히 1학년으로 입학했답니다. 정식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견우 선배. 그리고 한별 선배도요.”
* * *
2학년으로 진급한 이후, 최근 연하늘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민아린의 시비도 거슬리지 않았다.
이제는 6년 지기 소꿉친구 도견우.
그와 같은 반이 됐기 때문이다.
‘아,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
도견우와 아침을 같이 먹고, 같이 등교하고, 수업을 들으며 오전을 함께한다.
그러한 일상을 보내는 연하늘은 하루하루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확신하기 위해….
‘견우랑 같은 반이라니! 견우랑 같은 반이라니! 견우랑 같은 반이라니! 견우랑….’
이처럼.
걸핏하면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뇔 지경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 상태에서 학생회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척 경쾌하기만 했다.
연하늘은 날씨도 화창한 나머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올해는 운이 좋은 해인가? 이대로 착하고 좋은 애들이 학생회에 들어와 주면 좋을 텐데….’
이날은 학생회 입단을 신청한 1학년 후배들의 면접이 있었다.
학생회 간부 중 1명으로서 그들을 평가하러 가는 연하늘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심정이었다.
그녀는 되도록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길 바랐다.
그리하여 면접에 참석했는데….
“다음 그룹 들어오세… 어?”
“왜요? 무슨 일이에요?”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면접을 보러 온 후배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성다솜, 은수혁이 알아차리고 걱정스럽게 물을 정도로.
얼른 정신을 차린 연하늘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등을 펴고 자리에 앉는 여학생을 힐끗했다.
‘저 애도… 지원한 거야?’
진녹색 머리칼이 인상적인 여학생.
입학시험에서 몇 차례 마주친 그녀를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기억에 각인시키듯 또랑또랑하게 자신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안녕하세요. 학생회 선도부에 지원하게 된 1학년 14반, 궁술 계통의 함민주라고 합니다.”
“으으….”
탄궁 함가의 늑대 공주, 함민주.
이 순간, 연하늘은 그녀와 함께 학생회 생활을 하게 될 듯한 예감에 휩싸였다.
역시 자신은 불행한 것 같다.
연하늘은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