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75)
(275)
갑작스럽게 재회할 줄 몰랐던 나와 강한별은 당황하면서도 유가을과 인사를 나눴다.
그사이 상황을 파악한 듯한 유노을은 호기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견우랑 한별이, 가을이하고 아는 사이였니?”
긴 머리칼을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기울이는 유노을.
그러자 우리가 입을 열기 전에, 유가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입학시험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요. 부지를 돌아다니다 마주쳤거든요.”
“흠… 그랬구나. 어쩌다 보니 우여언히 마주쳤다는 거구나. 신기한 우연이네. 웬일이라니?”
“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길을 물어본 사람이 나중에 견우 선배란 것을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니까요?”
“….”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려는 듯 의미심장한 눈짓과 대화를 주고받는 유노을과 유가을.
반쯤 소외된 채로 사이에 낀 나와 강한별은 눈치나 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어야 했다.
그러다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노을 교관님은 어떻게 가을이하고 알고 있는 거예요?”
“어머. 견우야, 가을이라니. 입학시험에서 잠깐 만난 것치고는 너무 친근한 것 같은데…. 혹시 가을이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지? 하늘이를 두고?”
“어? 그런 건가요? 견우 선배, 저한테 관심 있어요? 하지만… 죄송합니다, 선배. 견우 선배도 이성으로서 매력적이기는 한데, 저는 나쁜 남자가 취향이라서요.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덜컥 사귀는 것보다 천천히 알아 가는 스타일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고백은 거절할게요. 아, 그런데 친구부터 시작하자고 하면… 그건 또 모르겠네요.”
마치 건수를 잡았다는 듯이.
유노을, 유가을이 냅다 나를 놀린다.
그러면서 눈꼬리가 아래로 휘고,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는 모습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갑자기 뜬금없이 차여 버린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입안에서 살며시 볼살을 깨문 나는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장난치지 마시고요…. 그래서 안 말해 줄 거예요?”
“지금 나한테 짜증 내는 거니? 흑…. 내가 가르치는 반 학생한테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니, 내 교수법이 잘못된 걸까….”
“선배, 그렇게 저를 원하더라도 사람 마음은, 하물며 좋아하는 마음은 쉽게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까 천천히 알아 가기로….”
“아, 됐어요. 다시는 교관님한테 관심 안 가질게요. 유가을, 너한테도. 저희 갈게요.”
“가을이하고는 사촌지간이야. 이제 됐지? 화 풀렴.”
“네, 맞아요. 사촌 언니예요. 그러니까 삐지지 말아요, 선배.”
진즉 이렇게 나올 것이지.
교무실을 나서려 몸을 돌리다 두 사람의 손길에 붙잡힌 나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대화가 가능할 듯했다.
“어쩐지 이름이 비슷하더라니, 사촌지간이었던 거네요. 교관님도 잠영 유가의 사람이었고요.”
“가문에서 나오기 전에는 그랬지. 지금은 가문의 배경과 관계없이 그냥 유노을이라 생각해 줘. 그런데 별로 안 놀라네?”
“짐작은 하고 있었거든요.”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유노을의 정체를 깨닫고 내심 놀라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충격적으로 놀랍지는 않았다.
서로 닮은 외양이나 분위기, 같은 첩보 계통에, 같은 성씨에, 이름 끝에 ‘을’이 들어가는 등.
게임에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와 유가을의 관계를 유추할 단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생에 커뮤니티에서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아니냐는 게시글이 곧잘 올라왔었는데…. 진실을 알고 나니 뿌듯하기는 하네.’
이내 떠오르는 감흥을 뒤로한다.
나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가문은 어쩌다 나온 거예요?”
“음… 비밀 유지 의무가 있어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그렇고, 그냥 자유로워지고 싶었거든. 아마 견우 너도 겪고 있겠지만, 가문에서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문의 일원을 억압하고는 하잖아. 내가 적을 두고 있던 가문은 특히나 그랬거든. 그리고….”
“그리고요?”
“마음을 다치는 일이 많았거든. 가문의 특성상, 첩보 계통의 특성상.”
“….”
“그래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가문을 나오게 된 거야. 마침 그때 임무 수행 중 헌터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부상을 입기도 했거든. 나한테는 운이 좋았지. 가문에서 쉽게 놔 주었으니까. 그러니 가을아.”
“네, 언니… 아니, 교관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얼굴로 쓴웃음을 흘리는 유노을.
그녀가 우리 손에 하나씩 사탕을 쥐여 주었다.
유가을에게는 조언하기도 했다.
“사적으로는 편하게 불러도 돼. 어쨌든, 내가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버티기 힘들면 그때는 다 던져 버리고 도망쳐도 돼. 나는 네가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한테 오도록 해. 알았지?”
“…네. 걱정해 줘서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숙지할게요.”
유가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생각에라도 잠긴 듯 입을 꾹 다문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려 했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부상은 이제 괜찮은 거예요?”
“응, 다 나았어. 후유증은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 안 했는데요.”
“뭐? 너무하는 거 아니니? 대표가 그러면 안 되지. 교관님은 너무 슬퍼. 흑흑.”
“우세요, 그럼.”
“에휴… 견우는 나한테 모질구나. 예나 교관님 심정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하고 싶었던 일은 그럼 교관이 되는 거였어요?”
“…응. 어두운 일만 하다 보니 밝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거든.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교관이 된 거야.”
유노을이 머리칼을 넘긴다.
이어서 짓는 미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 * *
얼마 전, 마나를 보다 친숙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고은비는 전투에 집중할 때면 이따금 기묘한 경험을 겪었다.
어느 순간 상대의 몸 주위로 붉은 원들이 나타난 것이다.
마치 약점이라도 가리키듯.
실제로 원을 향해 쏜 화살은 모조리 치명타에 이르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도견우는 언젠가 그녀에게 설명했다.
―축하해, 기프트를 자각한 거야.
―기프트? 내가? 진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고유하고 있는 마나적 특성, 기프트.
그동안 자신의 기프트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고 있던 고은비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에 한껏 신이 난 채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럼 무슨 기프트인 걸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기프트가 발현되는지는 알고 있으니 정확한 검사를 받아서 확인하는 게 좋겠지? 마침 아카데미에 검사 시설도 있으니까.
―그게 확실한 방법이긴 해. 대신에 네 기프트 정보를 헌터 협회에 보고하게 되겠지만. 만약 그게 싫으면 기프트 관련 서적을 통해 독자적으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고. 그런데 나는… 네가 어떤 기프트인지 알 것 같아.
―와, 정말? 뭔데, 뭔데?
―은비 네가 말한 현상이랑 완전 똑같은 기프트에 관해 들은 기억이 있거든. 그 기프트를… 크리티컬 포인트(Critical Point)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크리티컬 포인트…. 그게 내 기프트란 거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따로 조사해 보도록 해.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응, 그래야겠다. 기프트를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지도 연구해야 할 테니까. 내가 원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금은 발동하는 상황이 한정돼 있거든. 3랭크부터는 안 보이는 것 같고.
―음… 내 생각에는 아마도 마나 제어 능력하고 연관 있지 않을까 싶어. 은비 네가 기프트를 처음 자각했을 시기에 마나 제어 능력이 향상됐었다고 말했잖아.
―일리 있는 말이야. 참고할게.
―아무튼 열심히 해.
그리하여.
그때, 도견우와 대화한 이후로.
고은비는 기프트를 숙달하기 위해 나날이 훈련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집중하자, 집중.’
수요일 6, 7교시.
2학년 궁술 계통 수업, 실전 사냥(중급) I.
초원이 펼쳐진 게이트에 입장한 고은비는 수풀 속에 숨어, 사냥감을 주시했다.
성질이 센 들소를 연상케 하는 2랭크 몬스터, 스웨트 바이슨.
활을 쏠 준비를 마친 그녀는 때를 기다렸다.
이윽고.
‘보인다.’
놈에게서 붉은 원들이 나타났다.
총 3개.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고은비는 그중 하나를 향해 활을 쏘았다.
피융!
시위를 벗어난 화살이 날아간다.
고은비가 정확히 노리고 있던 지점에 꽂힌 화살은 놈에게 치명타를 선사했다.
결과, 놈의 몸이 기우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싸! 좋았어.”
고은비는 흔쾌히 주먹을 쥐었다.
* * *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나와 친구들은 새로운 생활에 차차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게임의 전개대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강한별이 탄궁 함가의 함민주와 마침내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첫 만남 이벤트를 치른 그는 술자리에서 원성을 토했더랬다.
―아니, 내 말 좀 들어 봐.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나는 그냥 후배가 한 수 가르쳐 달라고 대련을 신청하길래, 이왕이면 무구를 걸고 싸우자고 제안했단 말이야. 그 후배도 동의했고. 근데 갑자기 늑대 공주인지, 들개 공주인지 하는 애가 나타나서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무구를 걸고 대련하는 건 불법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벌점을 줬다니까? 아니,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다른 사람들도 신고하지 않고 즉석에서 대련하고 그러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치르는 대련인데 누가 번거롭게 신고하는 절차를 거치냐고.
그날, 연거푸 술을 들이켜며, 우리에게 호응을 구한 강한별.
우리는 그가 바라는 대로 친구로서 공감해 주었다.
사실, 수긍할 여지가 있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공증이 필요 없는 대련은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원칙에 따르지 않았다고 무작정 벌점을 준 함민주의 처사는 다소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갓 입학한 1학년이기도 했으니….
마당발로 유명한 고은비에게 듣기로는, 그녀에 대한 불만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는 모양이다.
―너무 깐깐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는 하더라고. 듣자 하니 3학년 선배들도 그 애를 벼르고 있다는 것 같아. 탄궁 함가의 사람이라 당장 적대심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는데, 트집이라도 하나 잡았다가는 들고일어나려는 눈치 같았어.
―되게 성깔 있는 애인가 보네. 아니, 피곤한 스타일인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적들을 만들고 말이야.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성적 관리에나 신경 써야지.
―저도 한 번 본 적 있기는 해요. 곁에 늑대 환수를 데리고 다녀서 눈에 잘 띄더라고요. 근데, 음… 너무 올곧기는 하더라고요.
민아린, 리사 등 다른 친구들도 함민주에 대해 말을 보탰다.
그때,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벌점을 받은 거야?
―아니, 못 받겠다고 따졌지. 그리고 네가 말하는 대로 정식으로 대련을 신청할 테니까 나하고 한판 붙자고 했지. 나는 마검을 걸고, 걔는 키우는 늑대들을 걸고.
―한별아….
―그랬더니 걔가 뭐랬는 줄 알아?
―…뭐랬는데.
―얘네는 무구가 아니라 친구라, 친구들을 내기 보상으로 걸고 대련에 응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러면서 나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거 있지? 날 무슨 강도처럼 대하기나 하고.
―….
―맞다. 벌점은 다행히 잘 해결했어. 다솜 선배한테 찾아가서 부탁하니 처리해 주겠다더라고. 다솜 선배 얘기로는, 나처럼 걔한테 다짜고짜 벌점을 받은 사람이 많아서 골치라더라.
…솔직히, 이때 나와 친구들은 강한별을 두둔해 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화자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기벽을 이해해 주는 우리는 참 착한 것 같다.
한편, 함민주와 껄끄러운 인물로는 연하늘도 있었다.
―미안해. 학생회로서 대신 사과할게. 그래도 민주가 나쁜 애는 아니야. 일 처리는 꼼꼼한데… 너무 꼼꼼해서 탈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도 지금 민주가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야.
입학시험 시기, 함민주에게 나와 입맞춤하던 것을 들킨 전적이 있다 보니.
하필이면 학생회 일원으로서 곧잘 만나게 된 연하늘과 그녀는 서로 불편해하고 있다는 듯했다.
―으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창피해서 걔 얼굴을 못 보겠다니까.
연하늘이 나를 탓하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여하간 상황이 그렇다 보니 강한별과 그녀가 함민주에게 품는 소망은 비슷했다.
―걔 얼굴은 안 봤으면 좋겠어.
―최대한 덜 엮이고 싶어.
하지만 대단히 안타깝게도.
게임의 전개는 두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 선배들도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건가요? 잘됐다. 이 동아리에 관심이 있어서 체험 설명회라도 들으러 온 건데, 이참에 입부하면 되겠네요. 저희가 참 인연이긴 한가 봐요. 이렇게 우여언히 만나고 말이에요. 어쨌든 동아리 후배로서 예쁘게 봐 주세요! 그리고 얘는 저랑 같이 입부할 탄궁 함가의 함민주라고 해요. 저하고 소꿉친구 사이예요.”
“뭐? 나는 체험 설명회만 듣는댔지, 입부하겠다고는 안 했는데!?”
“….”
유가을, 함민주가 신비 탐방 동아리에 입부했으니까.
강한별과 연하늘이 벙찐 가운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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