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77)
(277)
화장실에 간 유가을이 돌아온다.
뒤에서는 연하늘과 고은비가 간격을 두고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런데 기분이라도 좋은 듯 폴짝거리는 유가을과 달리, 자신보다 키가 작은 고은비에게 붙어 뭐라고 중얼거리는 연하늘은 어딘가 음울해 보였다.
나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먼저 다가온 유가을에게 답을 구했다.
“화장실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하늘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유가을은 생긋거릴 뿐,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은 채 1학년 학생들 무리에 섞여 들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뒤이어 다가오는 연하늘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견우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누가 너 괴롭혔어? 어디 아파? 혹시… 그날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고은비에게서 떨어진 연하늘이 곧장 내 품으로 들어온다.
살며시 그녀를 보듬은 나는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때, 내 가슴팍에 손을 얹은 그녀가 올려다보며 말했다.
“소꿉친구는… 패배 아니지?”
“응?”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하늘은 무작정 대답을 요구해 왔다.
“아니지? 응? 아니지?”
“….”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냥 대답이나 하라는 투였다.
나는 그녀를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어…. 아니지, 아니야. 그럼. 소꿉친구는… 패배가 아니라 필승이지.”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맞아, 우리는 필승인걸.”
“….”
“나 이성으로 느껴져? 여자로?”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아니. 그래도 직접 들으니 이제 나아지는 기분이야.”
“그러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가 이성으로 느껴져? 남자로?”
“응, 어엄청.”
고은비가 쓴웃음을 짓는 가운데, 연하늘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다행이다.
속으로 안도한 나는 여전히 맥락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연하늘이 바라는 대로 호응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필승이고, 무적이야.”
* * *
그룹에 속한 학생들을 데리고 해안가 도시를 거닐던 중, 나는 함민주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인상을 찡그렸다.
“윽, 변태 선배다.”
“….”
제 딴에는 내게 들리지 않게 읊조린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다 들렸다.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왜 변태야?’
억울하다.
하지만 함민주의 성격상, 나를 탐탁지 않아 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실제로 그녀의 학생회 선배인 연하늘도 껄끄러워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금세 감정을 털고서는 그녀에게 걸음을 옮겼다.
말을 걸었다.
“잘 둘러보고 있어?”
“네.”
“….”
단답으로 화제를 끊는 함민주.
그녀가 나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대로 그녀와 담소를 나누며 친분을 쌓을 계획이었던 나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가 불쑥 말을 꺼냈다.
“가을이한테 들었는데 선배들, 소꿉친구 사이라면서요?”
“나랑 하늘이? 어, 그렇지. 왜?”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요.”
“어…. 아직은 그렇지.”
“그러니까 사귀지도 않으면서 저번에 그 짓을 했다는 거네요? 불결하게.”
“….”
함민주가 나를 째릿 노려보며 “변태.”라고 나직이 내뱉는다.
저번에, 그 짓.
그녀가 무엇을 거론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갑작스럽게 면박을 들은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내 쥐어짜듯 변명했다.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고 할까….”
“그러면 해도 된다는 건가요?”
“…못 할 건 없지 않나.”
그런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변명해야 하지?
왜 남의 연애사에 트집이지?
나는 문득 스치는 의아함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자 함민주가 뜨끔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 선배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짓은….”
“남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한 건데, 뭘. 너무 고리타분하게 그러지 마.”
“윽….”
함민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머리카락이 진녹색이다 보니 꼭 토마토를 연상케 했다.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다.
나는 키득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던 늑대 환수들에게 시선이 갔다.
“아까 솔라랑 루나라고 했던가? 한번 만져 봐도 돼?”
“얘들이 다른 사람 손길은 별로 안 좋아해서…. 잠깐만 슬쩍 만지세요. 애들 귀찮게 굴었다간 물릴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고요.”
“알았어, 고마워.”
검고 푸른 털이 매력적인 늑대 환수, 솔라와 루나.
함민주에게 허락을 얻은 나는 두 늑대에게로 손을 향했다.
늑대들은 그녀의 명에 따라 나를 경계하는 것 같으면서도 가만히 몸을 내주었다.
‘하늘이 머리칼은 부드러운데, 얘네 털은 빳빳하네. 꼬리는… 이따 기회가 되면 만져야겠다.’
두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어서 천천히 손길을 움직여 부드럽게 등을 쓸어 준다.
그러다 어느새.
그릉.
“솔라!? 루나!? 이번에는 왜….”
차츰 내 손길에 익숙해진 두 늑대가 완전히 몸을 맡겼다.
이제는 기분 좋다는 듯이 울며, 옆구리라도 긁어 달라는 듯 바닥에 드러눕는다.
내게로 넘어왔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꼬리를 만져야겠다.’
바닥에 옆으로 드러누운 늑대들이 긴 꼬리를 살랑거린다.
나는 늑대들의 경계심을 풀며 꼬리에 손을 댔다.
“늑대 꼬리는 이런 느낌이구나.”
성공했다.
이때부터 늑대들은 적극적으로 내게 아양을 떨었다.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배를 까뒤집기도 했다.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다.
한편,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도 안 돼….”라고 웅얼거리던 함민주는….
“솔라! 루나! 얼른 안 일어나고 뭐 하는 거야!? 선배도 이제 그만 만지란 말이에요, 좀!”
“나를 잘 따르는 것 같은데, 혹시 얘네랑 계약할 수 있을까? 이중 계약은 안 되려나….”
“그 선배도 그러더니 진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빼액 소리를 질렀다.
* * *
동아리 체험회를 마친 후에는 뒤풀이가 있었다.
나와 친구들, 다른 부원들은 이날 참가한 학생들을 동아리에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술을 취하도록 마셨다.
그러고 나서 아카데미로 돌아온 나는 바람이라도 쐴 겸, 연하늘과 산책을 나왔다.
돌연 그녀가 운을 뗀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나 키스하고 싶어.”
“지금? 여기서?”
“응, 지금. 어차피 주위에 사람도 없잖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숲길.
가로등 아래에 멈춰 선 연하늘이 내게 안겨 왔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그윽했다.
나는 내심 당혹감을 느꼈다.
‘얘가 왜 이러지? 오늘따라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취했나?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나와 친구들 중에서 제일 술에 강한 연하늘이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해 진즉 숙취를 해소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취했을 리 없었다.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했다.
그때, 내 허락을 기다리던 연하늘의 붉은 눈이 흔들렸다.
“싫어?”
연하늘의 목소리에서 침울함이 묻어났다.
아무래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만 불안하게 한 모양이다.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좋은데?”
진심이다.
나 역시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낮에 연하늘이 1학년 남학생들과 화기애애하게 어울리는 모습에 질투가 나서,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사실 안달이 나 있던 참이다.
나는 킥 웃음소리를 흘리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예쁘다.
“그런데 언제든 하면 되지 나한테 물을 필요 있어?”
“응, 너한테 받고 싶어서. 해 줘.”
“해 줘?”
“응, 빨리.”
연하늘이 몸을 흔들며 보챈다.
나는 더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입에 입을 맞췄다.
“응….”
뽑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탐하듯 혀를 섞는다.
연하늘이 내게 몸을 기댄다.
나는 그녀가 으스러지지 않게 적절히 힘을 주어 껴안았다.
그때, 그녀가 체중을 실어서는 나를 뒤로 밀었다.
“하아.”
힘에 저항하지 않고 물러난 나는 벤치에 앉았다.
대충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 연하늘은 그런 내게로 접근했다.
그녀가 내 허벅지에 올라타, 사뿐히 어깨에 손을 얹고 나를 내려다본다.
유혹하듯 혀로 입술을 핥는다.
나는 그녀의 붉은 시선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으응….”
이번에는 연하늘이 먼저 움직여 내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댔다.
당연히 나는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허벅지에서부터 전해지는 그녀의 온기와 질량, 촉감이 자꾸 나를 자극했다.
그녀가 움찔 엉덩이를 들썩이자, 덩달아 나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절로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읍. 견우야….”
연하늘의 숨소리가 거칠다.
나는 그녀의 등줄기를 더듬으며, 목덜미에 파고들었다.
조금 전에 씻고 나온 탓인지 비누 향기가 가득했다.
‘좋다.’
코로 향기를 들이마신 나는 영역 표시를 하듯 다짜고짜 연하늘의 목덜미를 핥았다.
순간 그녀가 몸을 움츠렸다.
그럼에도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조심스레 목덜미를 깨물고, 입을 맞췄다.
“안 돼, 이러면… 자국… 남는단 말이야….”
“안 나게 할게.”
“진짜…지…?”
“네가 싫다는 건 안 해.”
내 뒷머리를 꽉 쥐는 연하늘.
나는 그녀의 꼬리에 손을 대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괴롭혔다.
바로 그때.
뽀각!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시선이 느껴졌다.
한창 연하늘을 탐미하고 있던 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어째… 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것 같은데….’
묘한 기시감을 느낀 것은 기분 탓이 아니리라.
나는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인영을 보며 긴장했다.
* * *
유가을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신비 탐방 동아리 체험회였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강한별 같은 심술궂은 인간이 있기는 했어도, 동아리 선배들은 모두 친절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그들과 해안가 도시를 거닐고 잡담을 떨며 술을 마시고 놀던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밤이 늦어 뒤풀이를 파하고 기숙사로 돌아가야 했던 게 서운했을 정도로.
‘처음에는 괜히 입부했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솔라랑 루나가 경계심이 많은 편인데, 몇몇 선배들에게는 잘 따르기도 했고. 약탈꾼 선배랑 변태 선배에게 조련될 줄은 몰랐지만…. 근데 약탈꾼 선배는 아티펙트의 힘을 빌렸다 치고, 변태 선배는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얘네가 웬만해서는 배를 보이지 않는데…. 딱히 아티펙트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설마 테이밍 관련 기프트라도 보유한 건가?’
바로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쉬워, 기숙사 인근 숲길을 산책하며.
함민주는 차분히 하루를 돌이켰다.
늑대들은 그런 그녀를 따랐다.
“응?”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인영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함민주는 눈에 힘을 주었다.
‘토끼 귀? 하늘 선배인가?’
머리 위로 토끼 귀처럼 생긴 길쭉한 무언가를 쫑긋거리는, 벤치에 앉아 있는 인영.
자연히 연하늘을 떠올린 함민주는 호기심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진 그녀는 인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충격과 공포였다.
“아….”
인영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도견우와 연하늘.
그런데도 하나로 오인한 이유는 두 사람이 바짝 달라붙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던 탓이다.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질 만한 애정 행각을 벌이면서.
‘저, 저 선배들이 진짜…!’
오늘 두 사람과 어울리며 의외로 착하고 좋은 선배들이라고 평가를 고치게 됐건만.
설마 하루도 되지 않아 다시금 이런 해괴망측한 장면을 볼 줄 몰랐다.
얼굴이 빨갛게 익은 함민주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야외에서 물고 빨기나 하고…. 저대로 두어서는 안 돼. 저러다 더 심한 짓도 저지를 거라고. 풍기 위반이야. 당장 말려야 해.’
학생회 선도부로서 본분을 지키려.
함민주는 두 사람을 혼내러 출동하려 했다.
하지만 선뜻 발이 나아가지 않았다.
꼴깍.
‘야해….’
열정적으로, 끝없이.
서로를 갈구하는 연하늘과 도견우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추잡한 동시에 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숭고했다.
어쩐지 방해하면 안 될 것처럼.
또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을 간질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광경에 저도 몰래 몰입하고 만 함민주는 침을 꼴깍 삼켰다.
“….”
계속, 끝까지 보고 싶다.
늑대들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신호한 함민주는 수풀 속에 숨어 두 사람을 주시했다.
‘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 얼마나 좋은 거지….’
함민주는 입속에서 혀를 꿈틀거렸다.
그러던 중,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시선에 열기가 깃든 나머지, 그만 기척을 들키고 말았다.
멍청하게 나뭇가지를 밟기도 했다.
‘윽.’
도견우와 눈이 마주쳤다.
함민주는 흠칫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내가 뭘 하고 있던 거지?’
두 사람의 정사에 빠져 있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수치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모른 척하고 후다닥 달아나 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들킨 마당이다.
“크흠!”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한 함민주는 두 사람에게 걸어 나갔다.
그러고는 상황을 얼버무리려 최대한 태연한 어조로 설교했다.
“도견우 선배, 연하늘 선배, 이거 공연음란죄인 거 아시죠? 원래는 정학까지 갈 수 있는데, 특별히 벌점만 부여하도록 할게요. 혹시라도 이의 있으시면 나중에 선도부로 찾아오세요. 그럼 전 이만.”
“….”
좋았어, 자연스러웠어.
함민주는 홱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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