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93)
(293)
왜 연하늘 엔딩이 발생하는가.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 가운데, 사건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네!? 뭐라고요?”
쪽빛 호수에 화구를 떨어뜨려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물론, 온실 정원 훼손과 기념상 파괴, 수업 방해, 학생 간의 대련에 협의 없이 난입, 그로 인한 단순 상해 및 금품 갈취.
그 밖에 등등.
최근 3일간, 아카데미 곳곳에서 연하늘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행이 보고됐다.
당연히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하는 연하늘이나, 그녀를 믿는 나와 친구들로서는 어처구니없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런 적 없어요, 교관님! 정말 안 그랬어요. 제가 왜 그런 짓을 저지르겠어요!?”
“그래, 하늘아. 하늘이 마음 이해해. 지금 많이 당황스러울 거야. 그런데 있지….”
가뜩이나 학생들의 의심을 받고, 직접 항의를 듣기도 한 탓에 한창 날이 서 있던 연하늘이다.
유노을의 호출로 교무실을 찾은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올해 담임 교관을 맡은 유노을은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달랬다.
행여나 괜한 문제라도 일으킬까, 그녀의 상태가 염려돼 동행한 나도 행동에 나섰다.
품으로 살며시 그녀를 끌어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두둔해 주기도 했다.
“맞아요, 교관님. 하늘이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애초 그 시간대에 하늘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리바이를 조사하면 알 수 있을 텐데요. 학생증 이용 기록이나, 수업 출석 여부 등으로….”
“알지, 알아…. 설마 내가 모르겠니? 나도, 예나 교관님도 하늘이가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오해하지 말아 줄래? 그리고 나는 너희 담임인걸. 반 학생 말을 안 믿으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은 뭐라 하더라도, 나만은 믿고 지켜 줘야지. 그런데 너희는 나를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기만 하고… 이러면 교관님 서운해? 흑흑. 특히 견우. 하늘이가 여자친구라고 담임인 나를 두고, 무작정 하늘이 편부터 드는 거니?”
“윽, 그건… 죄송합니다.”
반에 들어와 수업할 때는 달리, 구두가 아닌 슬리퍼를 신은 유노을이 우는 시늉을 한다.
나는 그녀의 연기를 알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아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쯤 안정을 찾은 연하늘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저도 죄송합니다…. 사실은… 제가 요새 이것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아니야, 나는 괜찮아. 하늘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라도 하지 않은 짓으로 추궁당하면 억울하고 분한 심정일 거야. 단, 견우는 그러면 안 되겠지만. 그치?”
“….”
마치 보복이라는 양.
슬리퍼를 벗어, 발끝을 세워서는 내 다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는 유노을.
자리에 없는 유가을도 그렇고, 유노을도 그렇고….
잠영 유가의 사촌 자매는 왜 나를 놀리지 못해 성화인 걸까.
뜬금없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나는 일부러 반응하지 않고,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럼 교관님, 하늘이를 불러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뭔가요?”
“어머, 또 교관님을 무시하는 거니? 견우는 못쓰겠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넘어가자면… 신고가 워낙 많아서 형식적으로라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 거기에, 목격담뿐만 아니라 정황이 찍힌 사진이 있기도 했고.”
“사진이요?”
“응, 여기 있어.”
유노을이 사진을 내밀었다.
쪽빛 호수를 배경으로 한 사진 속에는….
‘연하늘?’
틀림없이 연하늘이었다.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곁에 있던 그녀 본인 역시 놀라서 숨을 삼킬 정도였다.
“하늘이랑 너무 똑같이 생겼지? 이렇게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논란이 일어날 만해. 아, 참고로 합성 사진은 아니야. 내가 판명했거든.”
“….”
“이외에도 사진은 더 있어.”
이 사진에도, 저 사진에도….
연하늘이라고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살핀 나와 연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노을이 질문한 것은 그때였다.
“하늘아, 혹시 짚이는 건 없니?”
“…아니요.”
“아니면 최근에 기프트를 썼다거나….”
“아마… 그것도 아닐 거예요. 요 며칠 사이에는 기프트를 발동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구나. 그럼 무의식적으로 기프트가 발현된 경우만 아니라면, 누군가의 소행이란 짓인데….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겠네.”
유노을이 침울해하는 연하늘에게 사탕을 쥐여 준다.
그대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진중하게 말을 잇는다.
“상대는 너를 노리는 거야, 하늘이 너를.”
“저를…요?”
“응.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러 네 행세를 하며 평판을 떨어뜨리고 다닐 리 없어. 상대는 지금 하늘이 네가 사회적으로 말살되길 바라고 있는 거야. 혹은….”
“….”
“나를 찾아 달라는 의미라거나. 어느 쪽이든 하늘이 너한테 원한을 품었다는 것은 분명해. 그러니 나중에라도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다면 나한테 꼭 말해 줄래?”
느릿하게.
연하늘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노을은 더는 당부하지 않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내게로 시선을 보냈다.
“견우는 하늘이 잘 챙기고. 당분간 하늘이 혼자 두지 말고 되도록 같이 다니렴. 말하지 않아도 원래부터 그러고 있기는 한데….”
“네, 그래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하늘이는 제가 잘 지킬게요.”
“응, 좋아. 믿음직하네. 그러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소동은 우리 선에서 적당히 무마해 볼게. 이사장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우라고도 했으니까. 다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가는 무마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도중에 유노을의 뒷말을 읽은 나는 곧장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저희도 그러려고요.”
* * *
연하늘을 사칭하는 자의 소행이 얼마나 심화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이야 단순 상해에 그친다지만, 자칫 강도나 살인 같은 심각한 범죄로 발전할 우려도 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연하늘이 덤터기를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우리는 사칭범을 찾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젠장, 이번에도 허탕인가.’
고은비와 유가을의 정보망을 통해 기껏 현장에 뛰어들었다 싶으면.
사칭범은 번번이 예상이라도 한 듯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은빛 호수에 하늘이가 나타났대!”
“브릴리언트 카페에도 있다는데!?”
“공사 중인 동식관 부근에도!”
“….”
이처럼.
같은 시각에 여럿이 출몰해, 우리에게 혼동을 주기도 했다.
나아가.
“어? 하늘하늘, 왜 여기 있어? 아까 교학관에 간다면서.”
“하늘? 하늘은 조금 전에 저랑 인사했었는데… 설마….”
우리가 방심한 사이를 틈타, 남유리와 리사 등 몇몇 친구들에게 슬쩍 접근하기까지 했으니….
이때를 기점으로 우리는 모두 연하늘과 사칭범을 구별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게 됐다.
앞으로 연하늘을 대하기 전에 추억거리를 암구호로 삼는 것으로.
그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해야 하는 그녀는 갑갑해할 지경이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게 뻔했다.
실제로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연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내가 진짜인데… 진짜 맞는데…. 하늘이는 나밖에 없는데, 흑….”
“그래, 하늘이는 너밖에 없어.”
연하늘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수업을 마치고 시내로 나와, 저녁을 먹고, 밤거리를 거닐던 중.
나는 별안간 울음을 터뜨린 그녀의 울분을 받아 주었다.
내 품에 안겨 얼굴을 비비는 그녀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있지….”
“응.”
그러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었을 때쯤.
내 품속에서 얼굴을 내민 연하늘이 운을 뗐다.
“어쩌면… 그때, 살아남은 분신이 있던 게 아닐까?”
“….”
“만약, 만약 살아 있었다면… 나는, 나는 또….”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과 함께.
연하늘의 목소리가 떨린다.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란 듯, 나를 붙드는 손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
나는 연하늘을 쓰다듬었다.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등을 훑고, 다른 손으로는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게 바짝 밀착한 그녀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붉은 눈동자가 내게로 고정됐다.
나지막이 탄성을 흘리는 입술은 살며시 벌어져 있었다.
매우 붉다.
그런 그녀에게로.
“눈 감아.”
“으응….”
나는 입을 맞췄다.
연하늘은 반항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몸을 비비며, 혀를 얽고, 때로는 빨며, 자유롭게 입속을 누볐다.
이윽고 입술을 떼었을 때.
“후앙….”
연하늘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와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침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다 끊어졌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은 빨개지고, 나를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는 몽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입술을 닦아 준 나는 토끼 귀에 대고 말했다.
“괜찮아. 살아 있을 리 없어. 그때 다 없어졌잖아. 나도, 너도, 마녀님도 같이 확인했는걸.”
“하지만… 그래도….”
“설령, 그때 우리가 모르게 살아남은 분신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가 쉬이 입에 담지 못하는, 3년 전에 일어난 그때 그 사건은….
내게는 무척 아픈 기억이고, 연하늘에게는 트라우마다.
그렇기에.
“나한테 하늘이는 너밖에 없어.”
“…다시 말해 줘.”
“나한테 하늘이는 너밖에 없어.”
“….”
두 팔로 연하늘을 끌어안으며.
나는 몇 번이고 속삭였다.
그렇게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는 점차 진정하는 듯싶더니….
“오늘은 집에 가기 싫어.”
대뜸.
툭 내뱉었다.
* * *
오늘은 집에 가기 싫어.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내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 어디 들렀다 갈까?
―…응.
먼저 연하늘이 용기를 냈으니, 다음은 내가 낼 차례였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어조로 그녀에게 권했다.
그녀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길로 우리는 밤거리를 걸었다.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서로에게 처음인 만큼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렇다고 갈팡질팡 떠돌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나아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우리는 호텔 방에 들어와 있었고….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씻었어.”
“어? 어어….”
“….”
구석구석 몸을 깨끗이 씻은 나는 가운 한 벌만 입은 채,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다.
연하늘이 씻고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고 있어야 할지 우왕좌왕한 결과였다.
그러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연하늘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진짜 예쁘다….’
제대로 말리지 않은 것인지,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희고 푸른 머리칼.
가운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하얀 목덜미에, 팔, 다리 그리고 맨발.
몸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함께 욕실에서 걸어 나온 연하늘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그런 그녀가….
어색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내 옆에 털썩 앉았다.
“….”
우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서로를 힐끗했다.
그러던 중, 나는 손을 뻗어 살며시 연하늘을 끌어안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도, 그녀도.
서로의 시선에 빨려드는 기분이었다.
그대로 가볍게 입술을 맞춘다.
그때를 기점으로 우리는 점점 열락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아….”
혀와 혀를 섞는 가운데.
힘없는 손길로 나를 밀던 연하늘이 침대에 풀썩 쓰러진다.
침대 위로 넓게 퍼진, 희고 푸른 머리칼은 마치 하늘 같으면서도 바다 같았다.
인상적이다.
스윽.
그때, 연하늘이 몸을 움직여 조금씩 베개 위치로 이동했다.
나도 홀린 듯이 따랐다.
그러고는….
이미 거의 풀어 헤쳐진 연하늘의 가운에 손을 댔다.
고운 살결이 드러난다.
나는….
넋이 나갔다.
“…견우, 야?”
“….”
“너무 보지 마아…. 부끄러워….”
“응….”
“계속… 그럴 거야? 그럼… 나도 보여 줘….”
“아, 어…. 잠깐만….”
“내, 내가 벗겨 줄게….”
큰일이다. 위험하다.
피가 끓는 기분이다.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다.
우리는 애써 흥분을 억누르며, 눈으로 서로를 아로새겼다.
그 후….
“저기이… 흐응! 겨, 견우야, 잠깐… 그 전에… 이것부터….”
“나도 지금 꺼내려 했는데…. 언제 샀어?”
“그… 사귀고 얼마 안 돼서….”
“아….”
“…깼어?”
“아니. 너무 좋은데?”
“응, 그렇구나…. 그런데… 너는…? 언제 샀어…?”
“…나도. 사귀고 얼마 안 돼서….”
“우리… 같은 마음이었구나. 통한 것 같아서 좋다…. 기뻐.”
더는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
우리는 달콤함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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