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97)
(297)
환수 변환
연하늘이 연바다를 여동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전 계획에는 없던 일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그녀의 결정을 반겼다.
“안녕! 정식으로 인사할게. 연바다라고 해.”
언제 우리를 적대했었냐는 듯.
연하늘과 대결하고 며칠 후, 몸을 회복하고 술자리에 나온 연바다는 살갑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연하늘과 대비될 정도로 서글서글하고 사교성이 좋아, 금세 친구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특히 고은비, 남유리와 죽이 잘 맞았다.
‘신기하네…. 하늘이랑 바다랑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지?’
이후에 연바다에게 듣기로는.
홀로 해결하고 살기 위해서는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활력이 더 강해지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늘며, 역설적으로 붙임성이 좋아졌다고….
“내가 마법 계통뿐 아니라 첩보 계통에도 손을 댄 이유는 그 때문이기도 해. 정보가 필요했고, 너희한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첩보 계통 기술이 도움이 됐으니까. 이제는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찾아갈 걸 그랬어.”
“….”
연바다는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하지만 사정을 들은 우리는 그녀의 삶이 다사다난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나와 연하늘은 더더욱.
우리 두 사람은 지난 3년간 연바다에게 해 주지 못한 만큼 그녀를 챙기려 들었다.
그랬는데….
‘이 상황은 뭐지?’
나는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나를 사이에 두고 정답게 회포를 푸는 듯하던 연하늘과 연바다가 술이 들어갈수록 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견우야,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다시 보니까 기쁘다. 3년 사이에 더 늠름해졌구나…. 와아, 팔도 탄탄해. 허벅지도….”
“바다야? 견우가 곤란해하잖아. 손 좀 떼지?”
“응? 견우는 내 소꿉친구인데? 내 소꿉친구 만지는 게 어때서. 언니, 이런 거로 질투하지 마. 그리고 나는 3년 만에 만지는 거잖아. 언니는 언니답게 너그럽게 받아들여. 알았지?”
“받아들일 일이 따로 있지. 얘는 이제 내 남자야. 그러니까 견우한테 추파 던지지 말아 줄래? 견우가 너한테 미안해하는 감정을 이용하려고도 하지 말고. 내가 모를 줄 알았니? 얼른 손 떼. 그리고 떨어져. 얘가 지금 누구 허벅지를 주물러. 내가 허락할 것 같아? 가슴도 문지르지 마. 견우가 당황하잖아. 지금 크다고 자랑하니?”
“견우가 언니 남자 친구라지만, 언니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집착 아니야? 그러다가 언니, 차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훌륭한 대체재가 존재하거든. 바로 나라는.”
“너… 죽고 싶니?”
“흑! 견우야, 너도 들었지? 언니가 죽인대! 나 너무 무서워…. 위로해 줘…. 가능하면 몸으로.”
“하하….”
내 팔을 꽉 끌어안는 연바다와 내 손을 세게 쥐고 있는 연하늘.
두 사람 사이에 낀 나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연하늘의 편을 들어, 연바다에게 모질게 굴기에는….
‘하늘이를 닮아 예쁘긴 하네. 어떻게 이런 애한테 그래….’
연바다가 적이었다면 모를까.
그녀의 사정을 안 이상, 나는 쉽게 선을 그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눈치챈 듯했다.
붉은 눈을 둥글게 휜 그녀가 대뜸 말을 건 것이다.
“견우야, 나 어때?”
“어?”
“나 어때? 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예뻐?”
“…바다야, 미안한데, 나한테는 이제 하늘이가….”
“그런 뜻으로 물은 게 아니야. 객관적으로 궁금해서 물은 거야. 어떻게 생각해? 예뻐?”
“….”
“응, 역시 그렇구나. 고마워. 그럼 견우야, 있지… 가끔은 하얀 하늘이보다 까만 하늘이랑….”
“연바다, 내가 추파 던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언니, 자꾸 방해하는 이유는 혹시 여자로서 자신이 없기 때문이야? 나한테 질 것 같아서?”
“뭐?”
“하긴, 내가 방중술도 배워서 언니보다 훨씬 낫기는 할 거야. 아직 실전은 치르지 않았지만. 견우야, 이참에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내 공부 좀 도와줄래? 뭐냐면….”
“연바다! 너 진짜 이럴 거니!?”
“아니면 언니도 같이 할래? 셋이서 행복하게 즐기는 거야. 견우는 우리 공동의 소유가….”
“견우는 내 거야!”
“언니, 원래 자매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 없는 법이야. 좋은 것은 나눠 가져야지 않겠어?”
“이상한 궤변 늘어놓지 마. 견우는 안 돼.”
“언니 또 견우를 억압한다…. 허락은 견우한테 직접 구해야지. 어때, 견우야? 셋이서 즐길래?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나도 연하늘이니까. 그냥 너는 언니랑 분신이랑 재미있게 노는 것뿐이야.”
“….”
연바다의 입술이 내 귀에 닿는다.
그녀가 간지럽히듯 속삭인다.
이미 술에 취할 대로 취한 나는 선뜻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연하늘에게는 미안하게도….
혹한다.
‘하늘이랑 바다랑… 아니지, 하얀 하늘이랑 까만 하늘이랑….’
큰일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행히 그사이 연하늘이 얼른 연바다를 혼내러 나선 덕에,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혹시라도 바다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게….’
한편, 뒤늦게 술자리에 참석한 홍예나는 연바다에게 깊이 사과했다.
또한 연하늘과 동등한 수준에서 후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연바다는 거부하지 않았다.
이로써 홍예나와 화해한 그녀는 실속이 떨어지던 후원 대신 제대로 된 후원을 받게 됐다.
기연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날 위해 힘써 줘서 고마워, 견우야! 역시 너밖에 없어! 정말 좋아해!”
“연바다! 내가 그러지 말랬지!?”
“하하…. 둘 다 그만 싸워….”
소혜율이 편의를 보아줌으로써.
연바다는 다음 학기부터 금강 아카데미로 편입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그녀가 교내에서 일으킨 사건은 몬스터의 소행이란 식으로 수습됐다.
교내에 변신 능력을 지닌 몬스터가 출몰했던 것이라고….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 *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별이 단톡방을 떠들썩하게 했다.
[강한별]: 지금 알이 움직이고 있어! 이제 곧 태어날 것 같아!유대의 알에 부활의 조짐이 나타났다.
소식을 접한 나와 친구들은 알에서 태어날 환수를 구경하러 강한별의 기숙사 방을 찾았다.
“왔어? 방금 알에 금이 갔어! 조각도 조금 떨어졌고.”
다소 흥분한 얼굴로.
강한별이 집안을 안내했다.
거실에는 거대한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우리는 유대의 알을 쳐다보았다.
“….”
테이블 위, 신서라가 만들어 주었다는 둥지 속에서.
유대의 알이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안에서 알을 깨고, 환수가 태어날 것처럼.
이윽고.
쩌적!
알 표면에 가 있던 금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각이 투두둑 떨어진다.
환수가 나오려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눈을 반짝이며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까악! 까악?
“와아….”
영험한 기운을 풍기는.
금색 눈과 부리, 발을 지닌 흰 까마귀가 태어났다.
우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까악! 까악까악!
한편, 흰 까마귀는 신기하다는 듯이 제자리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며 우리를 살폈다.
그러더니 강한별에게 홱 날아갔다.
제 주인을 알아본 듯했다.
강한별이 살며시 두 팔을 펴서는 흰 까마귀가 이동하기 쉽게 횃대가 되어 준다.
‘무사히 잘 태어났네.’
게임에서도 등장하는 강한별의 환수.
이름은….
나는 직접 이름을 듣기 위해 강한별에게 말을 걸었다.
“앞으로 함께하게 될 텐데 이름이라도 지어 주지 그래?”
“이름? 음… 뭐가 좋으려나….”
흰 까마귀를 머리에 얹은 채 잠시 고민에 잠기는 강한별.
이내 그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시원스럽게 말했다.
“하야니까 화이트(White). 응, 이게 좋겠다. 어때? 너도 좋지?”
화이트란 이름에 흰 까마귀가 마음에 든다는 듯 까악까악 소리를 낸다.
나와 친구들 역시 긍정을 표했다.
그리하여.
“앞으로 잘 부탁해, 화이트.”
까악! 까악!
우리의 축하를 받으며.
강한별과 화이트가 계약을 맺었다.
‘부럽네…. 나한테 잘 어울리는 환수는 어디 없으려나?’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 * *
연하늘에게는 안타깝게도.
2학년 1학기 성적 수석은 민아린에게 주어졌다.
기말고사에서 크게 갈린 탓이다.
그로 인해.
―봤지? 봤지? 봤냐고! 꿇어라, 이게 바로 너와 나의 격차다! 다시는 마도 민가의 민아린을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야! 아, 속 시원해!
지금까지 벼르고 벼르다가.
마침내 연하늘에게 승리를 거둔 민아린은 온몸으로 환희를 표현했다.
콧대를 높이 세운다거나,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걷는다거나, 계속 입꼬리를 씰룩거린다거나, 경박한 웃음소리를 흘린다거나….
중간고사 이후로 침울해하던 모습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어지간히도 좋았던 모양이다.
그녀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을 정도다.
하기야, 연하늘을 이기겠다고 열심히 경쟁심을 불태워 댔으니 이해하지 못할 심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와 친구들은 혀를 내둘렀더랬다.
반대로 연하늘은 언짢아했다.
―너무 좋아하지 마. 이번에는 요행이 따랐을 뿐이니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누가 알고? 그러다 다시 나한테 빼앗기면….
―응, 그러니!? 와아, 참 무섭다아. 그런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음 수석도 내가 될 테니까! 너는 또 차석이나 하겠지. 이, 번, 처, 럼.
―나한테 겨우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
―응, 연하늘 네 말이 다 맞아! 그래 봤자 내가 수석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하하하!
―….
―어때? 네가 나한테 했던 대로 당하는 기분이? 이래서 사람은 역지사지해야 한다니까!
―너… 진짜 두고 봐….
민아린에게 패배한 것도 모자라, 조롱을 받기까지 한 나머지.
연하늘은 잔뜩 날이 섰다.
그러다 보니 나와 친구들은 행여나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 친구로서 그녀를 다독이고, 기분을 풀어 주어야 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하늘이를 위해서라면 못 하겠냐만.’
덕분에 연하늘은 기운을 차렸다.
앞으로도 많이 예뻐해 주고,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줘야겠다.
그런데 사실, 그녀가 이번에 민아린에게 수석을 빼앗긴 것은….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이기는 했지.’
실드에, 학생회 활동을 겸임하며.
연하늘은 민아린과 비교했을 때,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기프트를 사용해 적절히 대응하기는 했는데….
중간고사 이후가 문제였다.
그녀가 나와 사귀게 되면서 학업에 소홀해지고 만 것이다.
‘하늘이 왈, 나랑 연애할 때는 온전히 나한테만 집중하고 싶다나? 기프트를 쓰지 않고. 거기에 기말고사 직전에는 바다 때문에 심란해하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연하늘이 연애도 하며, 성적 수석까지 차지해 버렸다면 원성이 자자해지지 않았을까?
다만 나는 속으로 생각할 뿐, 말을 아끼기로 했다.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어? 하늘이 생각이 더 중요하지….’
나는 무조건 연하늘 편이다.
모든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격언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연하늘이야말로 진리다, 암.
* * *
어느덧 1학기가 종강했다.
방학을 맞이한 나와 친구들은 워프 게이트 터미널을 찾았다.
귀향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남유리를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나는 먼저 가 있을게! 은비까비도, 견우견우도, 하늘하늘도 다들 이따 봐!”
터미널 내 가게에서 구입한 밀짚모자를 쓰고.
활성화된 워프 게이트를 등진 남유리가 해맑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손을 흔들어 응답했다.
“그래, 곧 따라갈게. 그러니까 믿고 기다려 줘.”
“응응! 당근이지! 기다릴게!”
여름 방학을 즐기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연성 남가에 심장을 저당 잡힌 남유리를 구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그녀를 가문으로 돌려보낸다.
마음에 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꼭 다시 만나기야!”
“이상한 플래그 꽂지 마.”
남유리가 워프 게이트를 통과한다.
우리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우리도 가자.”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는, 해가 저물기 시작한 저녁에.
우리는 워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