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98)
(298)
깊은 밤, 충청북도 청주.
연성 남가의 가주, 남시언은 남유리를 데리고 본가를 나섰다.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는 사람들의 이목이 닿지 않는 어느 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가문의 이면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접근이 허락되는 연구 시설이 위치해 있었다.
“….”
승용차가 산길을 내려간다.
감지망에 걸려들지 않을 때까지 한참이나 산 아래를 내다본 남시언은 걸음을 돌렸다.
그가 연구 시설의 문을 열었다.
“따라오려무나.”
남시언이 앞장을 선다.
남유리는 묵묵히 그를 따랐다.
그러다 연구 시설을 둘러본 그녀가 툭 내뱉었다.
“못생긴 아저씨들은 어디 갔대요? 웬일로 보이지 않네요.”
“실험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잠시 다른 곳으로 보냈다.”
“흐음… 그렇구나.”
평소 연구 시설을 지키던 경비 인력이 없는 상태라면 추후에 친구들이 침투하기 편하겠다.
남유리는 시치미를 떼며 속으로는 상황을 반겼다.
하지만 남시언은 의심이 많았다.
무언가 미심쩍은 기분을 느낀 그는 불현듯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고개만 돌려 물었다.
“네가 그걸 왜 궁금해하느냐.”
“왜요? 딱히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요?”
“….”
남시언이 추궁하듯 노려본다.
남유리는 당황하지 않았다.
속내를 감춘 그녀는 실실거리며 눈싸움에 응했다.
이윽고.
“쯧.”
짧게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는 않던 남시언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네가 딴마음이라도 품는다면….”
“제 심장을 건드리겠다고요? 네, 네. 알아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군말 없이 가주님을 따르고 있는 거잖아요. 아, 군말이 없는 것은 아닌가? 어쨌든 제가 어떻게 딴마음을 품겠어요? 가주님 참 멍청하다. 늙어서 그런가? 물론….”
“….”
“품을 수만 있다면 품고 싶지만.”
남시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유리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음을 흘렸다.
“너는 정말 입이 문제로구나. 내가 심장을 주물러 줘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음… 아주 잠시는 차리겠죠? 당하는 기분이 엄청 개 같아서요. 가주님은 안 겪어 봐서 모르죠? 한 번쯤 겪어 봐야 알 텐데….”
“네년이 정녕…!”
“지금 할 수 있어요? 이제 곧 실험을 진행해야 할 텐데?”
“….”
“아, 심장에 상처만 주지 않는다면야 실험을 진행할 수는 있겠죠. 근데 어쩌나? 심장 주무르면 저는 혀를 꽉 깨물 거거든요. 어쩌면… 홧김에 잘라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가주님도 아시죠? 제 의지로 없애는 신체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 머리카락은 자르면 알아서 자라겠지만, 혀는 안 자랄 텐데…. 어떻게 하실래요?”
“…자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혀가 없으면 말도 못 할 테니까. 실험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래요? 그럼 정말 그럴까요? 확 잘라 볼까요?”
“자르기만 해 봐라.”
“거 봐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왜 저를 자극해요? 얌전히 따라 줄 때 가만히 있지.”
“닥치고 따라오도록 해라.”
남시언이 언짢은 감정을 내비친다.
남유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후로 두 사람은 말없이 연구 시설의 중추로 향했다.
중추에는….
“흑룡, 카수스다. 포획하느라 상당히 고생했지.”
“….”
5랭크 몬스터, 흑룡 카수스.
남유리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놈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실험만 성공한다면 너는 흑룡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새롭게 태어날 거다. 우수한 헌터에 보다 한 발 더 가까워지겠지. 연성 남가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흑염룡이 아니라서 아쉽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가주님한테는 농담도 못 하겠네요.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됐고, 실험이나 진행해요.”
“…저기 가서 서라.”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한 심기를 억누른 남시언이 흑룡의 반대편 구역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남유리는 익숙하다는 듯 옷을 훌러덩 벗고, 자리에 놓인 장비를 찼다.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지금부터 실험을 시작하겠다.”
흑룡과 남유리를 삼각형으로 잇는 꼭짓점.
남시언은 그곳 바닥에 팬 홈 속으로 지팡이를 꽂아 넣었다.
그 순간, 홈에서부터 시작된 붉은빛이 마법진을 그려 나갔다.
세 개의 원형 마법진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그것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마법진이 완성된다.
“연성 남가에 영광이 있기를.”
“저는 망했으면 좋겠는데요? 아, 제발 망해라!”
* * *
냉정하게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현재 나와 친구들의 수준으로는 연성 남가의 가주 남시언을 쓰러뜨릴 수 없다.
게다가 가주는 남유리의 심장을 인질로 삼고 있기까지 했다.
여차하면 그가 인질을 빌미로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유리의 심장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했다.
나아가.
‘가주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을 노려야 해.’
그때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남시언은 실험에 집중하는 동안 무방비한 상태가 될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우리는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가 남유리의 사정을 알면서도 순순히 연성 남가로 보낸 이유다.
변명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강했다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만약 그랬더라면.
우리가 이런 식으로 남유리의 희생을 두고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왜 울상을 짓고 있어? 나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내가 걱정돼서?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돼. 나는 이제 익숙해서 하나도 아프지 않… 아앗! 뭐야! 은비까비, 울지 마!
남유리는 해맑게 위로했더랬다.
우리는….
용서를 받은 것이다.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괜히 미안해하지 마.
―….
―나는 정말 괜찮아. 지금이 너무 행복한걸? 너희가 날 위해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데. 나도 너희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을 정도야. 그러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 남유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힘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었다.
‘보인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 청주로 이동해, 최대한 은밀히 산을 오르는 가운데.
머지않아 목표한 연구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 솔라랑 루나 얘기로는 근처에 다른 냄새는 나지 않는대요. 이대로 가도 될 것 같아요.”
“저도요. 인기척은 없는 것 같아요.”
“견우야, 나도.”
함민주, 유가을, 연바다가 알렸다.
우리는 그대로 멈추는 일 없이 연구 시설로 접근했다.
담을 넘고, 부지로 발을 들인다.
건물 입구는 전자식으로 잠겨 있었다.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강한별을 불렀다.
“한별아.”
“어, 나한테 맡겨.”
강한별이 앞으로 나선다.
그가 사전에 소혜율에게 빌린 아티펙트를 꺼낸다.
과학과 마법의 기술의 산물인, 신비 현상 간섭기였다.
게임에서는….
주로 해킹 도구로 사용됐다.
‘이사장님이 같은 편이라 좋네. 금강 코인을 쓰지 않고도 무상으로 빌릴 수 있게 됐으니까.’
손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달인처럼 다룰 수 있는 강한별이다.
강한별의 기프트, 레저넌스 핸즈는 신비 현상 간섭기에도 적용됐다.
덕분에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건물 입구의 잠금장치를 해킹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보안 장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유가을이 물었다.
“선배, 견우 선배.”
“어, 왜?”
“대체 견우 선배랑 한별 선배는 이사장님과 어떤 관계인 건가요? 그랜드 랭킹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사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니 궁금하네요. 혹시 선배들이 이사장님의 약점을 잡았다거나, 두 분 중 한 분이 이사장님의 친인척이라도 되는 건가요?”
“….”
“에이, 알려 주세요, 견우 선배. 아니, 견우 오빠.”
살며시 내 옷깃을 잡는 유가을.
그녀가 애교를 부리며 답을 보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손을 잡기는 했지.”
“역시…. 어쩌다가요?”
“알고 싶어?”
“네, 알려 주세요.”
“이사장님한테 직접 물어보도록 해.”
“치이. 치사하게 굴 거예요? 제가 얼마나 선배를 위하는데.”
“내 사정도 아니고 남의 사정인데 함부로 알려 줄 수는 없지. 미안하게 됐다.”
사람 놀리기를 좋아하는 유가을이다.
그런 그녀를 약 올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나는 그녀가 뾰로통해하든 말든 끝끝내 답을 피했다.
그러자 연하늘, 연바다가 나섰다.
“가을아? 견우 귀찮게 하지 말고 좀 조용히 해 주지 않을래? 우리 지금 잠입 중이잖니.”
“여기까지야. 견우한테서 떨어져.”
“아하하…. 네, 그래야겠네요. 죄송해요, 선배들.”
“….”
연하늘과 연바다의 싸늘한 시선에.
유가을은 눈치 빠른 성격답게 능청스럽게 물러났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는….”
“…키메라를 만드는 곳인가 보네.”
“….”
우리는 거대한 시험관이 늘어선 구역에 들어섰다.
빛이 들어오는 시험관 속에서는 여러 동물을 짜깁기한 듯한 키메라들이 동면해 있었다.
사이사이로 몬스터들도 보였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광경이네요.”
“맞아, 자연의 섭리를 거슬렀네.”
남유리에게 미리 듣기는 했지만, 눈앞의 광경을 직접 마주한 체감은 달랐다.
우리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리사와 차은솔 등은 얼굴을 굳히며 부정적인 감상을 드러냈다.
바로 그때.
부글부글!
“….”
기척에 예민한 키메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험관 속에서 잠들어 있던 몇몇 키메라들이 눈을 떴다.
무심결에 놈들과 눈이 마주친 우리는 숨을 삼켰다.
“조용히 지나가자.”
인공호흡기를 찬 키메라들이 눈알을 굴려 우리를 쳐다본다.
다행히 시험관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나오려는 기색은 없었다.
나는 놀란 친구들을 다독이며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시험관들을 뒤로하며 문을 지난다.
그리하여.
“다들 기척을 죽여.”
연구 시설의 중추에 다다랐다.
우리는 남유리를 눈에 담았다.
그녀는 십자가에 매달린 자세로 공중에 축 늘어져 있었다.
* * *
남유리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의 심장은 남시언이 지닌 지팡이에 봉인돼 있다고 한다.
‘지팡이는… 저기 있다.’
친구들과 함께 기둥 뒤에 숨은 나는 실험장을 파악했다.
바닥에 그려진, 붉게 빛나는 복잡한 형태의 마법진.
그 위로 우측에는 남유리가, 좌측에는 5랭크 몬스터 흑룡이 허공에 부유해 있는 가운데.
지팡이는 남유리, 흑룡과 더불어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유리가 그랬지. 실험 중에 연성 남가의 가주는 손에서 지팡이를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유리가 완벽한 상태로 존재해야 해서….’
예상대로다.
지팡이를 손에 넣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
‘문제는 연성 남가의 가주인데….’
연성 남가의 가주.
우로보로스, 남시언.
현재 그는 우리를 등진 채로, 지팡이로부터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술식에 둘러싸여 있었다.
실험에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무작정 뛰쳐나가서는 안 돼. 먼저 가주의 시선을 돌려야 해.’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다.
판단을 내린 나는 말했다.
“아공간을 2개 만들 거야. 하나는 우리 위치를 속여, 우로보로스의 오판을 위한 기습용으로. 다른 하나는 그사이 지팡이를 얻기 위한 용도로. 리사, 할 수 있지?”
“네, 저는 언제든 가능해요. 그런데 이왕이면 기습용 아공간은 하나보다 여러 개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좋아, 나쁘지 않네. 부탁할게. 그럼 한별이랑 다른 애들이 기습 역할을 맡아 줘. 나랑 은솔이, 가을이, 사군이, 금은동은 지팡이를 뺏으러 움직일 테니까. 리사랑 은비는 여기에 남아서 적절히 상황에 개입해 주고. 해랑이는 두 사람을 엄호해 줘.”
친구들과 작전을 확인한다.
이윽고 우리는 행동에 나섰다.
[기프트: 백금의 은총>리사가 다수의 아공간을 만든다.
연하늘, 연바다, 민아린은 즉각 아공간들 속으로 마법을 퍼부었다.
강한별이 참격을 내지르기도 했다.
────!!
포격이 남시언에게로 쇄도한다.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실험에 열중하느라 방심해 있던 그가 흠칫한다.
거의 동시에.
나는 차은솔, 유가을 등을 이끌어 다른 아공간 속으로 몸을 던졌다.
‘좋았어.’
아공간을 통해 이동하니.
바로 눈앞에 지팡이가 있다.
그때.
“…이놈들이!”
과연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인지, 어찌어찌 포격에서 살아난 남시언이 지팡이를 잡으려 했다.
우리보다 빠르다.
그의 손이 지팡이에 닿는다.
하지만 나는 낙담하지 않았다.
[수왕류 공격식 제2형>사자 조흔
군청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남시언이 손에 쥔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잘라 낸다.
“…!”
머리 부분에 장식돼 있던, 사람의 심장만 한 붉은 보석이 떨어진다.
직전에 냉큼 보석을 잡아챈 나는 남유리에게로 달려 나갔다.
남시언이 내 뒤를 쫓지만, 어림없다.
어느새 아공간을 통해 이동한 강한별, 연하늘 일행이 그를 붙잡는다.
게다가 차은솔, 유가을, 박사군, 세쌍둥이가 길을 막아선다.
[허공답보>덕분에 나는 아무 방해 없이 남유리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대로 손에 쥔 붉은 보석을 그녀의 왼쪽 가슴에 밀어 넣는다.
그리하여.
“고마워! 은혜는 잊지 않을게.”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갚도록 해.”
남유리가 심장을 되찾는다.
공중에 힘없이 매달려 있던 그녀가 자색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렇게 회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을 때.
160이 되지 않았던 그녀는 어느새 키가 훌쩍 자라, 성숙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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