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99)
(299)
나는 남유리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어. 특히 체내 마나량이랑 마력이….’
아마도 심장을 되찾음으로써 본연의 힘을 되찾은 것이리라.
남유리의 갑작스러운 성장 또한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나는 그녀의 변화를 반겼다.
그렇다고는 해도….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민망하네.’
현재 남유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나신을 마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난처한 심정이기만 했다.
더욱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
주위 여자들에게 눈총을 받는 기분까지 드는 마당이다.
그중 연하늘, 연바다의 시선이 무척 따가웠다.
…무섭다.
‘시선 처리, 시선 처리, 시선 처리….’
어서 눈길을 돌려야 한다.
회피 본능은 발동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나는 크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최대한 무심하게 입을 연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슬슬 옷 좀 입지?”
“응? 옷? 아, 맞다. 실험 때문에 아까 훌러덩 벗어 던졌지. 음, 그런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내 기억으로는 근처에 놔뒀던 것 같은데….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조금 전 공격에 휘말려서 어딘가로 날아갔거나, 불에 타 버린 것 같은데?”
“그럼 머리로라도 가리든가.”
“머리카락으로? 음…. 이렇게?”
곱슬거리는 회색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한 움큼 쥐는 남유리.
그녀가 머리카락을 움직여서는 봉긋한 가슴을 가렸다.
이제 좀 낫다.
그러는가 싶더니.
“에잇!”
“….”
“어때? 봤어? 보일락 말락, 보일락 말락….”
느닷없이.
남유리가 머리카락을 들춰서는 다시 나신을 드러낸다.
장난에 성공했다는 듯이 실실거린다.
“견우견우, 지금 표정이 이상한데? 그런 얼굴 처음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제발… 좀 가리라고…. 혼난다? 지금이 이럴 때야?”
“화난 거야?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가릴게!”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제야 남유리가 조금 전과 달리 의지대로 머리카락을 움직여서는 제 몸 일부를 덮었다.
성장하며 머리칼도 길어진 덕에 중요한 부위를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때마침 아공간을 넘어온 고은비의 도움도 있었다.
“혹시 몰라 챙겨 오길 잘했네. 이거 내 옷인데, 얼른 입어!”
“아, 은비까비! 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옷도 잘 입을게! 와아! 은비까비 냄새 난다! 좋아!”
고은비가 옷을 건넸다.
남유리는 그녀의 재촉에 응해, 무릎 위까지 오는 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워 나갔다.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한편.
“감히 연성 남가에 대항하다니…. 이것이 너희 가문의 의사인가? 가문 간의 불화로 이어져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친구들에게 발이 붙잡혀 있던 연성 남가의 가주, 남시언이 진노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프레셔를 발했다.
압박감이 우리를 짓눌렀다.
“너희는 지금 우를 범한 것이다. 내가, 연성 남가가 오늘 일을 가만히 넘어갈 것 같으냐. 아니, 가문 차원에서 너희 가문에,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항의해 주지. 그 전에….”
“….”
“너희는 내게 혼이 나야겠구나.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 특히 남유리 네년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네까짓 게 감히 이런 꿍꿍이를 벌이려 하다니…. 친구들을 잘못 사귀어 불량한 물이라도 든 것이구나. 내가 너를 아카데미로 보낸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거늘…. 결정했다. 아카데미는 때려치워라. 네년에게 인간다운 삶과 헌터로서의 삶은 하등 쓸모없으니. 네년에게는 이곳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평생, 죽을 때까지 실험체로서 살아라. 이제 네 존재 의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밖에 되지 않으니까.”
“아, 그래요? 무서워라…. 저는 망한 거네요? 어쩌지….”
“뒤늦게 용서를 구해도 소용없다. 내 결정에 번복은 없을 테니까. 네 심장은 다시 빼 주마.”
살기를 머금은 눈빛을 번뜩이며.
남시언이 끌끌 웃음을 터뜨린다.
그럼에도 남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하는 태도로 대꾸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가능할 것 같아?”
“응! 당근이지! 그러니까 다들 가주님한테 쫄지 마!”
남유리가 해맑게 소리친다.
그러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입가를 끌어 올렸다.
남시언의 협박이 두렵지 않았다.
‘우리가 설마 뒤탈을 걱정하지 않았겠어? 다 대책이 있어서 덤빈 거지.’
나는, 우리는 지는 승부는 하지 않는다.
그것을 남시언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남유리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가 운을 뗐다.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서.
“꿇어요, 그만 좀 닥치고.”
“…!”
남유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순간, 남시언이 움찔했다.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게 무슨….”
“왜요? 제가 꿇으라고 해서 꿇은 거잖아요. 뭐가 이상해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런데 닥치지는 않았네요? 가주님, 닥치세요.”
“…!”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
무릎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남시언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그에게서 당혹감이 묻어났다.
조금 전까지 노기로 가득하던 얼굴과 여실히 대조됐다.
“땅에 머리 박으세요, 가주님.”
“크윽! 크으으으아악!”
“거역하려 해도 소용없어요. 얼른 박아요.”
“남유리이이이이!”
“네, 좋아요. 잘 박았네요.”
“…!”
쿵 소리를 내며.
남시언이 지면에 머리를 박았다.
그에게 큰절을 받게 된 남유리는 유쾌하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대, 대체 어떻게….”
“제가 가주님을 강제한 거냐고요? 조금 편법을 쓰기는 했죠. 가주님이 저한테 그런 것처럼.”
남유리가 걸음을 옮긴다.
이내 그녀가 남시언의 머리를 사뿐히 지르밟았다.
그대로 발바닥에 묻은 먼지를 털 듯 문지른다.
“그게요, 어떻게 된 거냐면요.”
“크윽….”
“저희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심장을 되찾는 것은 좋은데, 그 후는 어쩌겠어요? 보나 마나 가주님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가주님이라면 저희를 거뜬히 쓰러뜨리고, 저한테서 다시 심장을 뺏을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한 거예요. 심장과 함께 되찾은 힘을 이용해, 저와 가주님의 계약 관계를 갱신하기로.”
배 까고 뒤집어요, 가주님.
남유리가 명했다.
남시언은 제 의사와 상관없이 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의를 들쳐, 배를 까고 드러누운 그가 치욕스럽다는 듯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에 더더욱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가 발등으로 그의 턱을 들어 올리고, 발바닥으로 뺨을 때렸다.
“금강 아카데미의 보고에는 계약 관계를 역전하는 힘을 지닌 아티펙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티펙트의 도움을 받은 거죠.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저랑 가주님은 서로 동등하지 않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계약을 맺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계약 관계를 역전하니….”
“….”
“짜잔! 결과가 이렇게 된 거죠. 제가 갑이 되고, 가주님이 을이 되고. 아, 너무 좋아라. 고마워, 견우견우! 덕분에 아티펙트 잘 빌렸어! 아니, 한별두별 덕분인가? 아무튼 고마워!”
남유리가 남시언의 이마를 밟는다.
발꿈치에 힘을 주어 비벼서는 지면에 파묻으려 한다.
그녀는 조소했다.
“이제는 상황이 이해되나요? 가주님은 제 노예가 된 거예요. 영혼으로 속박된 노예 말이에요. 입장이 역전되니 기분이 어떠세요? 개 같지 않아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요.”
“이, 이익…! 네년이 미쳤구나. 당장 그만….”
“어라? 상황 파악이 덜 됐나? 다시 뒤집고, 머리 박아요. 아니다, 이번에는 땅을 핥아 볼까요? 손은 등 뒤로 가져가고.”
“크흑! 가, 가문에서 알면 너를 가만둘 것 같으냐! 이 짐승만도 못… 커헉!”
“가문에서 알면 문제가 되겠죠? 그런데 알 수가 있을까요? 물론, 가주님이 말하면 되겠지만 체면이 상할 텐데요? 애시당초….”
“….”
“제가 말하지 말라 명령하면 가주님은 말하지도 못할 텐데요? 바보예요? 지금 제가 밟고 있는 머리는 머리가 아닌 건가요? 아, 내가 밟아서 멍청해진 건가? 어허, 체내 마나 발현하지 마요. 안 되겠다. 다시 뒤집어요. 두 손, 두 발은 하늘로 번쩍!”
“남유리이이이!”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겠어요? 가주님은 이제 제 노예라고요. 제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어야 하는 멍멍이라니까요? 잊지 말아요, 제가 가주님보다 위에 있다는 걸. 그런 의미에서… 연성 남가는 이제 제 거예요.”
“…!”
“멸문해 버리면 좋을 가문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됐다니, 너무 기분이 좋네요. 견우견우! 나 이제 비선 실세 됐다!? 연성 남가의 비선 실세야!”
남유리가 내게 손을 흔든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충고했다.
“기분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조치는 확실히 취해야지.”
“알았어! 그렇게 할게!”
환한 얼굴로 응답하는 남유리.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한 눈빛으로 남시언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저는 잘 알거든요, 가주님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이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어요. 그러니… 명령할게요.”
“…!”
“저한테 심장을 내놓으세요. 지금 당장.”
“아, 안 된… 끄아아아악!”
남시언이 몸부림친다.
필사적으로 항거하려 든다.
하지만 소용없다.
남유리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끝끝내 그는 제 가슴을 찔러, 심장을 꺼내야 했다.
“와아, 따끈따끈하다. 그런데 가주님, 좀 닦고 주시지…. 이러면 옷에 피가 묻잖아요.”
“헤엑헤엑…. 크으윽….”
남유리의 손에 들린 심장이 벌컥벌컥 펌프질을 한다.
새하얀 손가락 사이사이로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남시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에게 심장을 내어 주느라 본신의 힘을 상당수 잃은 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가쁘게 숨을 쉴 때마다 폐에 구멍이라도 난 듯,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걸로 가주님의 생사여탈권은 완전히 저한테 넘어온 거네요? 이제 제 허락 없이 마음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한다는 거… 알겠죠?”
남유리는 여전히 환희에 차서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 이런 천인공노할… 금수 같은 새끼….”
“금수요? 음, 제가 금수이기는 하죠. 굳이 따지자면 인간이 아니라 환수에 가깝기도 한 데다… 가주님 정자에서 유전 정보를 얻었으니까요. 가주님은 금수잖아요. 안 그래요?”
남유리가 위로 심장을 던진다.
떨어지는 심장을 잡는 그녀가 양손 손바닥으로 빙그르르 비빈다.
남시언은 고통에 차서 울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자지러졌다.
아무리 세외의 존재라고 하나, 심장을 빼앗기니 별거 없었다.
* * *
남유리의 심장을 되찾은 데다, 남시언을 영혼째로 복속시킨 것으로.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콰콰콰쾅!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일렀다.
우리로 인해 강제로 중단된 실험이 폭주하고 만 것이다.
남시언의 통제를 벗어난 마나가 일대에 흩어져 난동을 부리고, 기계 장치가 폭발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쿠오오오!
‘이런….’
원래라면 남유리의 강화 소재로, 실험체로 쓰였을 흑룡 카수스가 마취에서 깨어났다.
놈이 구속구를 풀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거구를 휘둘러 댔다.
그 과정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주위에 있는 장치가 파괴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유를 찾아 우리를 죽이려 들 판이다.
그래도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상처 입은 놈을 해치우는 것쯤 무리는 아니겠지만….
쿠르릉! 콰아앙!
“젠장.”
별안간 불길한 기운을 품은 검은 벼락이 연구 시설을 꿰뚫고, 흑룡에게 떨어져 내렸다.
흑룡이 포효한다.
검은 벼락에 휩싸인 놈이 빠르게 몸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눈에 담은 나는 세게 혀를 찼다.
절로 욕이 나왔다.
“아, 또 왜…. 또 왜!”
“….”
고은비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도 나와 같은 심정인 모양이다.
그들이 원성을 터뜨렸다.
이윽고.
쿠오오오!
붉은 안광을 번뜩인 흑룡이 마침내 구속구에서 해방됐다.
날개를 활짝 펼친 놈은 그대로 검은 벼락에 뚫린 천장을 지나,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놈이 포격을 떨어뜨린다.
그 여파로.
크르릉!
컹컹!
균열에서 몬스터들이 출몰한다.
동시에 연구 시설에서 관리되던, 휴지 상태에서 눈을 뜬 듯한 키메라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감지망에 걸려드는 기척을 느낀 우리는 낯빛을 굳혔다.
‘어째 편하게 가려나 싶더니만….’
고생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걸까?
우리는 참 운이 나쁜 것 같다.
하늘이… 아니지, 하늘은 잘못이 없다.
연하늘이 얼마나 예쁜데.
잘못이라면 세상에게 따져야 한다.
정말이지 세상이 원망스럽다.
“하, 이런 개복치 같은 세상…. 다들 전투 준비.”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남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전투를 벌일 동안 너희 가주 좀 기절시켜 봐. 그사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잖아.”
“응, 그래! 가주님, 들었죠? 제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잠이나 처자고 있어요!”
“…!”
남유리의 명령에.
눈을 부릅뜨고 경직한 남시언이 바닥에 픽 쓰러진다.
이어서 그의 눈이 스르륵 감긴다.
나는 그녀를 칭찬했다.
“잘했어.”
“히히, 나 잘했지? 이따 끝나고 나 머리 쓰다듬어 줘야 해!”
“그래, 그래, 알았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다른 놈들은 몰라도, 저 흑룡은 상대하기 쉽지 않겠는데? 까다롭겠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던 남유리가 불쑥 제의했다.
“저기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