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13)
(313)
폭풍 전야
전면전이 성사된 후로.
헌터들은 치안 강화에 힘썼고, 빌런들은 사회에서 모습을 감췄다.
자연히 범죄 발생은 급감했다.
학원도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
세상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세상은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그러나.
이 평화가 잠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폭풍이 오기 전날 밤에는 날씨가 고요한 것과 같은 상태일 뿐이다.
조만간, 머지않아 때가 되면 거대한 폭풍이 몰아닥칠 터였다.
많은 사람이 죽고, 살리라.
사람들은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는 듯하면서도 불안을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다.
* * *
11월.
2학기가 끝나 가고 있었다.
“벌써 졸업이구나….”
광명 성가의 선녀, 성다솜.
내년 졸업을 앞둔 그녀에게는 학생으로서 보내는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녀는 문득 아쉬움을 느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그래도 돌아보면 만족스러웠다.
후회는 없었다.
뿌듯했다.
무엇보다.
‘수혁과 결혼하기도 했고….’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에도 은수혁이 함께할 것이다.
둘이서 설창 은가에서 운영하는 클랜에 입단하는 미래를 그린 성다솜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보고 싶어졌다.
얼른 만나러 가야겠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아, 은솔 후배!”
“얌…. 안녕하세요, 선배.”
차은솔을 마주쳤다.
그녀는 견과류를 먹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건가요?”
“애들이랑 저녁 먹으러요. 얌얌. 선배는요?”
“저도 그이랑 저녁 먹으러요. 뭐 먹을지는 정했나요?”
“얌…. 아마 만나서 정할걸요? 선배들도 같이 갈래요?”
“은솔 후배 제안은 고맙지만, 아직 그이 일이 끝나지는 않아서 같이 먹기는 힘들 것 같네요. 그러니 다음에 불러 주세요.”
“넹. 그럴게요.”
서로 적을 둔 가문에서 제명된 사연이 있다 보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이후로도 살갑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나서 헤어지려 했다.
“그럼 저는 그만 가 볼게요. 은솔 후배, 저녁 맛있게 먹어요.”
“얌얌. 선배도요. 그리고….”
슬그머니.
차은솔의 시선이 내려갔다.
초록 눈으로 한곳을 응시한 그녀는 곧 포켓을 뒤져, 견과류가 든 봉지를 꺼냈다.
성다솜은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거, 저한테 주는 건가요?”
“네. 드세요. 몸에 좋아요. 머리에도 좋고.”
“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차은솔이 선뜻 간식을 주다니, 웬일인가 싶다.
성다솜은 얼떨떨해하면서도 고맙게 호의를 받기로 했다.
이내 차은솔은 몸을 돌렸다.
“그럼 앞으로 몸조심하세요. 저는 갈게요.”
“네? 저야 늘 조심하죠. 다음에 봐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차은솔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
성다솜은 피식 중얼거렸다.
“가끔 이상하다니까….”
도로 길을 나아가며.
봉지를 뜯어, 견과류를 먹는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소리가 난다.
고소하다.
‘맛있네요.’
가벼운 포만감에 미소를 지은 성다솜은 이윽고 학생회실에 들어섰다.
안에서 일하던 학생회 임원들은 그녀를 익숙하다는 듯이 대했다.
성다솜은 그들에게 눈인사하고는 학생회장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당신! 저 왔어요!”
“왔나? 하고 있는 일이 끝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거기 앉아서 쉬고 있어. 아니면 밖에 있는 애들이랑 먹으러 가든가.”
“그럼 당신 혼자 먹어야 하잖아요. 괜찮아요. 남는 것도 시간이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같이 먹어요.”
“그래, 마음대로 해.”
은수혁은 한창 일하는 중이었다.
성다솜은 그에게 방해되지 않게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간식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네요?”
“네 취향에 맞춰 준비했으니까. 그런데… 곧 저녁 먹을 텐데 과자를 먹는 건가?”
“과자 배는 따로 있으니까요. 아, 혹시 저 많이 먹는다고 돌려 말하는 건가요?”
“아니. 많이 먹어. 다솜이 너는 먹는 게 보기 좋으니까.”
“치…. 그러다 저 살찌면 어쩌려고요?”
“살찐 모습도 귀엽겠지.”
“으으… 당신이란 사람은 참…. 그런데 요즘 찐 것 같기는 해요. 먹는 양이 늘기는 했거든요. 특히 단 음식이 당기더라고요. 그리고 또… 음….”
“졸려?”
“요새 잠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딱히 무리한 것도 없는데…. 아, 당신이랑 자는 일은 빼고요. 아니지, 그거 때문인가? 오늘 밤부터 줄일까요?”
과자를 까먹다 하품을 하고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성다솜이 키득 웃음을 흘렸다.
은수혁은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 정도는 운동에 좋은 수준이지.”
“흠… 그런가요? 뭐, 좋아요. 저도 하고 싶기는 하니까요.”
“다행이군.”
“그래도 곧잘 피곤해지긴 했어요. 사람이 게으름을 피워서 그런가? 진로도 이미 결정된 데다, 마지막 학기라서 마음 편히 놀고 있기는 하잖아요. 학생회장도 사퇴했고.”
“그리고 나는 이렇게 일하고 있지.”
“그래서 원망하는 것은 아니죠?”
“그럴 리가.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킥. 고마워요, 당신.”
“뭘. 끝났다. 이제 먹으러 가자.”
“네!”
은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성다솜은 얼른 그에게 다가가 팔을 껴안았다.
그길로 두 사람은 오붓하게 저녁을 먹으러 학생회실을 나섰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상하다…. 이때쯤이면 시작하고도 남았을 텐데…. 혹시….”
생리가 찾아오지 않는 것에 의문을 느낀 성다솜은 은밀히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확인 결과.
“세상에….”
두 줄이었다.
* * *
그날, 도예익은 조언했다.
자신과 언젠가 태어날 아이가 세상에 업신여겨지고 싶지 않다면 강해지라고, 위대해지라고.
그러기 위해.
“나, 선거에 나가 보려고.”
“뭐? 왜?”
연하늘은 얼마 후에 진행될, 내년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제일가는 아카데미, 그곳 학생들의 총의를 대변하는 학생회장으로 당선된다면 필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녀는 도견우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회장의 업무라면 종종 수혁 선배를 돕고는 해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거든. 그러니 나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토끼 귀를 깡총거리며.
연하늘이 자신감을 보였다.
도견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하도록 해. 내가 지지해 줄게. 대신에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만약에라도 가주님 조언을 신경 써서 억지로 나가려는 거라면…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주님 조언 때문도 있지만, 억지로 나가려는 것은 아니야. 사실,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걸?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런데 학생회장은 전통적으로 십가문 출신의 학생 중에서 선출되잖아. 그래서 내심 단념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또 아니니까. 나한테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제는 신검 도가의 사람이니까?”
“응!”
미래제를 기점으로.
가문에 복귀한 도견우를 따라, 신검 도가에 편입된 연하늘.
그녀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듯이 결혼반지를 매만진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있지이. 괜찮은 거야? 내가 학생회장이 되더라도. 혹시나 방해되는 게 아닌가 해서. 게임의 전개에….”
“아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게임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진 에피소드도 아니었으니까. 엔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도 하고. 애초 마지막 에피소드가 앞당겨진 마당에, 전개가 바뀌더라도 무슨 상관이겠어.”
“그럼 다행이고. 참고로 게임에서는 누가 학생회장이 됐었어?”
“준식이, 흑마 오가의.”
“아… 역시 걔가 당선되는구나. 힘들겠네. 걔, 인기 많잖아.”
“글쎄…. 내 생각에는 오히려 네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어째서?”
“선거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누가 주요 10개 계통의 대표자들을 더 많이 포섭하느냐니까. 여기서 검술 계통에서는 나, 연금술 계통에서는 유리, 무술 계통에서는 해랑이, 마법 계통에서는 아린이, 창술 계통에서는 수혁 선배가 꽉 잡고 있잖아? 뭐, 수혁 선배는 학생회장이라 대놓고 지지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수혜는 받겠지.”
게다가 궁술 계통에서는 함민주, 백마법 계통에서는 성다솜, 정령술 계통에서는 차은솔이 나름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주요 10개 계통에 속하지는 않지만.
어쌔신 계통의 유가을,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인 리사도 다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전체 학생 중에서 절반 이상은 확보한 셈이다.
도견우의 견해였다.
하지만 연하늘은 솔깃해하면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 않았다.
“흠… 그런가? 하지만 애들이 무조건 나를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아. 예를 들면, 아린이. 해랑이도 있겠고….”
“아린이는… 음… 그러겠네. 해랑이는 내가 잘 설득해 볼게.”
“어떻게?”
“등이라도 밀어 줘야겠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도견우.
연하늘은 그런 그가 사랑스러워,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쿡쿡거렸다.
“킥. 그럼 부탁할게. 아린이는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 봐야겠다.”
“처음에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결국에는 잘난 체를 하면서 너한테 힘을 보태 주겠지.”
“아린이라면 진짜 그럴지도….”
“그나저나 부회장 후보는 정했어?”
“응,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누군데?”
“누구냐면….”
바로 다음 날.
연하늘은 한 사람을 찾아갔다.
“그래서 말인데… 나랑 같이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주지 않을래?”
“네? 제가요?”
“응. 내 부회장이 돼 줘.”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 리사 그레이스.
2년 연속 반 대표를 맡고, 사람을 세심하게 돌볼 줄 아는 그녀라면 부회장 역할에 능하리라.
또한 그녀와 함께하는 것으로 그레이스 제국 학생들의 총의를 안정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연하늘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
한편, 갑작스럽게 제의를 받은 리사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가 활짝 웃는 얼굴로 응답했다.
“네, 좋아요. 그러지 않아도 저도 제 위상을 높이고 싶었거든요. 같이 힘내요, 하늘.”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 * *
헌터가 아닌 아카데미 학생은 전면전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자신과 무관계하다고 안이하게 여길 수는 없다.
금강 아카데미에 재학하는 학생이라면 더욱이.
왜냐하면.
‘타천이 아카데미를 습격할 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마지막 에피소드에 대처하기 위해 소혜율을 찾았다.
그러자 화두를 들은 그녀는 노란 눈을 크게 떴다.
“타천이 습격할 거라고요? 해몽동이 아니라 아카데미를?”
“네.”
“음… 좀처럼 믿기지 않네요. 지금까지 견우 학생 말이 다 맞기는 했지만, 타천이 그럴까요? 빌런 연합의 수장인 그가 체면도 없이 헌터들을 속여서까지 아카데미를 습격한다니….”
“아뇨, 해몽동에도 나타날 거예요. 십가문 가주들과 내로라하는 헌터들의 발을 묶기 위해서는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대신에 인형귀녀처럼 자신의 영혼을 쪼개서요.”
“그런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네요. 해몽동에 8할, 아카데미에 2할의 영혼을 보낸다거나…. 만약 견우 학생 말이 맞는다면, 이 아카데미도 전장이 되겠군요.”
소혜율이 수긍하는 기색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가 질문했다.
“우리를 뒤통수치면서까지… 타천은 왜 우리 아카데미를 노리는 거죠?”
“지난 전면전 때와 같아요. 이사장님이 아카데미에서 비원을 이루려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뒷말은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곳의 영맥을 노리는 거군요.”
“네, 이곳 금강 아카데미는 학원도시의 모든 영맥이 교차하는 지점이니까요.”
“그러니 이곳의 영맥을 통해서 비원을 이루려 한다는 거군요. 전면전을 벌이자고 선언해 놓고, 정작 본인은 뒤에서 몰래 비원을 이루려고 한다니….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면서, 속으로는 어지간히도 궁지에 몰려 있나 보네요. 겁쟁이네.”
“맞아요, 겁쟁이죠.”
게임에서도.
타천은 강한별 일행으로 인해 계획에 지장이 생기면서, 세간의 관심이 전면전에 쏠린 사이에 금강 아카데미를 기습한다.
그리고 특수한 목적으로 개량한, 탐혼(貪昆)이란 벌레를 아카데미의 영맥에 침투시키려 든다.
그 벌레들을 촉매로 이용해, 학원도시 전체를 마법진으로 삼아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
‘한별이랑 애들은 그걸 막으려 싸우게 되는 거고….’
게임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전 학기에 소혜율의 사망을 겪은 금강 아카데미는 무척이나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타천의 기습에 더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혜율이 사망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라면 다를 것이다.
‘타천의 습격에 잘 대처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만약.
타천의 비원을 막지 못한다면.
세상은 타천에 의해 찢어지고, 빌런들은 그렇게 찢어진 세상에서 신처럼 군림하게 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며 전지전능한 행복감에 빠질 것이다.
반면에 전면전에서 패배해 버린 헌터와 인류는 죽는 순간까지 그들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로 전락하고 말리라.
그리고 언젠가.
‘세상은 게이트에 귀속되지….’
그리하여.
이 세상을 산 존재는 전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혼째로 영원히 박제당할 것이다.
배드 엔딩이다.
그러니.
“그럼 타천의 습격에 대비해 조치를 취해야겠네요. 아쉽지만…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거예요. 헌터들은 전면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대신 저희한테는 이사장님도 있고, 수호국 교관님, 마녀님도 있잖아요. 수혁 선배랑 다솜 선배도 있고.”
“어머? 견우 학생은 빼는 건가요? 거기에 한별 학생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있잖아요?”
“아니요. 그때 저희는 없을 거예요. 달리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네? 달리 해야 할 일이라뇨…. 또 뭐가 있는 건가요?”
“네. 더 중요한 일이요. 뭐냐면….”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알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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