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1)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1)
After Story. 001 ― 손자며느리 (1)
학원도시에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 나와 연하늘은 연바다, 남유리, 차은솔과 함께 우리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같았던 세쌍둥이하고는 중간에 헤어졌다.
어느덧 우리는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현관문에 손을 댔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의문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까지 하늘이 말고 다른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이다.
물론, 세쌍둥이의 훈련을 위해 몇 번 데려온 적이 있기는 한데….
‘걔네를 친구라고 할 수 있나? 걔네는 그냥 내 똘마니지, 친구가 아니라.’
당연히 장난이다.
나는 세쌍둥이 금은동 역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마음 편히 그들을 부려 먹어야겠다.
‘다 너희 성장을 위한 거니 그냥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그런데 걔네 성이 뭐였더라? 맨날 금은동이라고만 부르다 보니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네?’
우금동, 우은동, 우동동이었던가.
아니, 어떻게 사람 이름을 그렇게 지을 수 있는 거지?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특히 우동동은 뭔데?
동동이? 동동이? 동동이이이?
‘농담이다. 아…. 생각이랑 서술이 그만 반대로 나왔네. …에이, 몰라. 아무렴 어때.’
사족을 더하자면, 실제로 우동동은 이름으로 놀림을 받고는 했었다.
하지만 나를 등에 업기도 했고, 우금동과 우은동이 가만있지 않았기에 일부러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작정하고 놀리려 드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우동동은 자신의 이름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에 별로 심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내 이름이 뭐가 어때서? 너희는 아X맘마도 안 봤어?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몰라? 거기 주인공 이름도 동동이인데, 따지고 보면 내 이름은 주인공 이름처럼 특별한 셈이거든?
당시 우동동이 우쭐해서 떠들었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데 거기 등장하는 주인공은 동동이가 아니라, 엄마 아닌가? 엄마 이름이…. 뭐였더라? 뭐지?’
사실, 아X맘마는 우리 때랑 세대 차이가 나는 작품이라서 애들이 뭘 몰랐을 뿐이다.
나야, 전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던 거고….
‘우동동 얘는 어떻게 안 거지?’
생각해 보니 세쌍둥이 중에서 나랑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우동동이었던 것 같다.
얘가 은근 취향이 고리타분해서….
크흠, 아무튼.
“다시 말하지만, 가족들 곤란하게 말썽 피우면 안 된다? 바다는…. 걱정 안 해도 되겠고.”
이야기가 너무 곁길로 샜다.
잡다한 상념에서 깨어난 나는 남유리, 차은솔을 돌아보며 충고했다.
두 사람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이, 참! 견우견우, 나를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야? 나 약속은 지킨다니까!?”
“맞아. 얌…. 나는 그냥 밥만 주면 착하게 잘 있는 애완 돼지인데….”
“너희 전적이 어지간히 있어야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은 내게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너희 실력은 잘 알고 있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꾸한 나는 문이나 열기로 했다.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어머니, 저희 왔어요.”
“왔니? 다들 어서 오렴.”
“오빠, 언니들 모두 어서 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어머니가 복도를 걸어 나왔다.
내 여동생, 도예은도 있었다.
두 사람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연하늘은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그러는 우리 며느리야말로 잘 지냈니?”
“네, 저도 잘 지냈죠.”
“그러게? 얼굴 보니까 알겠다. 전보다 더 예뻐진 거 아니니? 견우가 많이 사랑해 줬나 보네.”
“으으…. 부끄러워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후후. 부끄러워하면 어떡하니? 앞으로 계속 들을 텐데 얼른 익숙해지렴.”
“네에…. 아, 그리고 어머님. 이건 학원도시에서 가져온 건데, 요새 헌터들이 애용하는 영양제래요. 아버님이랑 같이 드세요.”
“어머, 뭘 이런 걸 다 사 오니? 그래도 잘 받을게, 얘. 그런데 나는 헌터도 아닌데 먹어도 되는 거니?”
“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사람한테는 다 좋다고 해요. 어떤 효능이냐면….”
어머니와 연하늘이 재잘거린다.
고부간이 정겹고 좋아 보이니, 내게는 참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때, 도예은이 끼어들었다.
“언니! 하늘 언니! 나는!? 내 선물은 없어!?”
“당연히 예은이 선물도 있지. 짜잔!”
“역시 우리 언니가 최고라니까!?”
연하늘의 준비성은 철저했다.
그녀가 포켓에서 선물을 꺼내자, 도예은은 뛸 듯이 기뻐했다.
참고로 두 사람은 원래라면 서로 상대를 아가씨, 새언니란 호칭으로 불러야 했는데….
‘둘 다 입에 잘 붙지 않는다고 촌수에 따라 부르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지.’
그래서 두 사람은 협의하에 평소처럼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한편,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학 동안 식객으로 지낼 남유리와 차은솔, 연바다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는 남유리라고 해요! 비밀이지만, 연성 남가의 비선 실세를 맡고 있어요! 어머님이니까 알려 드리는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
“응? 비선 실세?”
“아니에요, 어머니. 헛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남유리의 뜬금포 같은 발언에, 눈을 깜빡이며 의아해하는 어머니.
나는 괜한 언급을 피하려 남유리를 대신해 적당히 얼버무렸다.
마침 차은솔이 인사할 차례라, 어머니의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는 차은솔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당분간 신세 좀 지겠습니다.”
의외로 차은솔의 태도는 정중했다.
평소 먹을 것을 달고 살던 그녀가 손안을 깨끗이 비우고, 고개를 숙여 보인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죄송할 필요가 뭐 있니? 절대 신세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내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지내렴.”
“…네, 감사합니다.”
차은솔이 그래도 어른한테는 예의를 차릴 줄 아는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뭐 먹고 싶은 음식은 없니? 사양하지 말고 말만 하렴.”
“아, 그럼 저는….”
그래, 차은솔이 그럴 리 없지.
정말이지 기대를 벗어나나 했더니,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못마땅해하든 말든, 얼른 입을 막아 버렸다.
“그냥 주는 대로 먹겠대요.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
“음…. 그러니?”
“…네.”
내 행동에 당황한 어머니가 차은솔에게 확인을 구했다.
차은솔은 마지못해 답하며, 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나직이 투덜거렸다.
“나빴어.”
“이따 치킨 시켜 줄게.”
“응, 좋아. 나쁜 거 취소.”
이처럼 차은솔의 마음을 얻어, 나에 대한 평가를 뒤집기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치킨은 위대했다.
물론, 그녀의 절개를 꺾으려면 치킨 한 마리로는 턱도 없지만.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바다도 어서 와. 잘 지냈니?”
“네, 어머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한편, 어머니는 차례를 기다리던 연바다에게 눈길을 주었다.
이미 지난 여름방학에 만나 회포를 풀었던 두 사람은 서로 정답게 근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사이, 남유리와 도예은은 친분을 쌓고 있었다.
“네가 견우견우의 여동생이구나! 안녕? 나는 남유리라고 해!”
“안녕! 오빠한테 이야기 들었어! 언니가 연금술을 쓰는 언니지?”
남유리가 나이에 비해 다소 어린 면을 품고 있는 데다, 서로 성격이 비슷해서일까?
두 사람은 죽이 잘 맞는 듯했다.
“와아! 쪼그매! 귀여워!”
“언니도 쪼그매서 귀여워! 어떻게 나랑 키가 비슷할 수 있지?”
…죽이 잘 맞는 거 맞겠지?
너희 지금 싸우는 거 아니지?
나는 떨떠름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아까 타이밍을 놓쳐 말하지 못했는데….’
연바다야 그렇다고 치고.
남유리도 그렇고, 차은솔도 그렇고, 왜 연하늘을 따라 어머니한테 어머님이란 호칭을 쓰는 거지?
나로서는 의문이었다.
그러다 혼자 결론을 내렸다.
‘하긴, 아줌마나 아주머니보다는 어머님이란 호칭이 더 나을지도….’
* * *
소개를 마치고, 연바다와 남유리, 차은솔에게 방을 배정해 주고 난 뒤.
어머니가 연하늘에게 물었다.
“하늘이는 어떻게 할래? 예전처럼 견우랑 따로 방을 쓸 거니?”
“아니요…. 이제는 결혼도 했으니 같이 쓸게요.”
“후후.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연하늘이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토끼 귀가 깡충깡충 뛰었다.
절로 입가가 올라갈 정도로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어머니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싱긋 미소 지었다.
“견우 침대가 커서 괜찮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불이 필요하면 나중에라도 말해 주렴.”
“네에….”
“괜찮아요. 침대가 크기도 하고, 어차피 끌어안고 잘 거라 필요할 일은 없을 거예요.”
“겨, 견우야!?”
“어머. 후후…. 그래,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오붓하게 보내렴.”
우리를 놀리는 어머니를 뒤로하며, 나는 연하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순순히 나를 따라오면서도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어머님 앞에서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진짜….”
입술을 삐죽 내미는 연하늘.
고개를 돌려 그녀를 돌아본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사실이잖아. 아니야?”
“아닌 건 아닌데…. 그래도 낯부끄럽잖아….”
“내가 부끄러워?”
“뭐!?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느니, 자신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느니, 나를 사랑한다느니….
연하늘이 횡설수설 설명한다.
장난에 성공한 나는 키득 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그녀를 놀렸다가는 되레 화를 살 수도 있다.
나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웁. 으응…. 갑자기 불쑥, 이러면 어떡해….”
“미안, 너무 하고 싶어서.”
“치이.”
“다 왔다. 들어가자.”
연하늘의 표정이 사르르 풀린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내 방, 아니, 우리 방으로 들어갔다.
“졸업할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자. 우리가 단둘이 살 집은 그 후에 알아보기로 하고.”
“음, 그래도 되고, 아니면….”
연하늘이 내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여기서 살아도 되는데? 어머님이랑, 아버님이랑, 예은이랑 같이.”
“불편하지 않겠어?”
“응? 아니? 내가 왜 불편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견우 네 가족인데. 이제는…. 내 가족이기도 하고. 아니야?”
“…아니, 맞지. 맞아.”
연하늘이 싱긋거린다.
예쁘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침대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자 그녀가 내 몸에 밀려 침대 위로 쓰러졌다.
오직 나만을 눈에 담은 그녀가 달뜬 숨을 내뱉었다.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짐 안 풀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짓.”
“그게…. 뭔데?”
“글쎄…. 맞춰 봐.”
“…….”
연하늘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내게 손을 뻗어, 목을 껴안으려 들었다.
나는 그대로….
‘잠깐.’
시선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서로에게 빠져 있던 우리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
어느새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아.”
연바다, 남유리, 차은솔, 그리고 도예은이 우리를 엿보고 있었다.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우리와 눈이 마주친 네 사람은 태연하게 반응했다.
“아니야, 하던 거 마저 해. 우리는 조용히 보고만 있을게. 그리고 괜찮으면 이따가 나한테도 헤헤….”
“괜찮아, 견우견우! 하늘하늘!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하던 거 마저 해!”
“얌얌.”
“얼른 키스해! 키스해!”
다음부터는….
진짜, 꼭 문을 잠가야겠다.
‘쳇, 흥이 다 깨졌네.’
결국 나와 연하늘은 하던 일을 그날 밤으로 미뤄야 했다.
* * *
일전에 할아버지는 전언했었다.
겨울방학에 나와 연하늘이 함께 가문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러 오라고.
그렇기에.
“여기가…. 신검 도가의 본가구나.”
서울 관악구, 신검 도가의 본가.
겨울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이날 본가를 찾았다.
부지에 들어서, 본관 앞에 선 연하늘은 많이 긴장한 기색이었다.
“괜찮아? 힘들면…. 돌아갈까?”
할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더라도, 내게는 연하늘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녀가 그러기를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따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지는 굳건했다.
“…아니야. 나는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냐?”
“네. 저는 괜찮아요, 아버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하늘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걱정에도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가요, 이제.”
“…그래.”
연하늘이 걸음을 내디딘다.
앞으로 맞닥뜨릴 가문의 직계들이 자신이 아인이란 이유로 업신여기고, 흉볼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나는 그녀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그녀의 어깨를 바짝 끌어안았다.
‘진짜 하늘이 건드리기만 해 봐. 누구든 가만 안 둘 테니까. 아주 작살을 내 버리겠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도예은과 눈빛을 교환한다.
다들 전투 의지가 충만했다.
그대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우리는 사자 석상들이 지키는, 본관으로 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