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2)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2)
After Story. 001 ― 손자며느리 (2)
도견우가 가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문을 뛰쳐나간 것도 모자라, 멋대로 결혼했다.
상대는 칠색의 마녀의 제자이자, 버니란 이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꿉친구 연하늘이라고….
당시 소식을 접한 가문의 사람들은 기가 차는 심정이었다.
불쾌하고, 아니꼬웠다.
“유망주면 뭐 해? 그래 봤자 아인 아니야? 아이를 낳아도 부모를 닮은 자식을 낳을 수 없는, 근본도 모르는 천한 핏줄.”
“내가 결국 이럴 줄 알았다. 남녀가 각별하게 붙어 다니는데 이 사달이 안 날 수가 있어? 끙, 이 일을 어쩐담….”
“그 녀석도 가문의 사람이라면 응당 가문을 위해 행동했어야지…. 그 아이가 그렇게 좋았으면 차라리 첩으로 들였으면 좀 좋아? 사랑은 결혼으로 하나? 아니지! 그런데 왜 미련하게,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가문에 망신을 주면서까지? 괘씸한 놈.”
“애가 잘못된 길을 가면 부모가 말렸어야지. 나 참, 대체 그치들은 말리지 않고 뭘 한 거야?”
“결국 부전자전이었던 거지. 상준이 그놈도 평민이랑 결혼하겠다고 아버지한테 대들었었잖아. 견우가 누구를 보고 배웠겠어?”
신검 도가에 적을 둔 사람들은, 특히 직계 가족에 속한 이들은 혈통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태어나길 축복받는 환경에서 태어나, 남들에게 떠받들어지는 삶을 살았으니 당연했다.
그렇기에 ‘아인’ 태생의 연하늘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가문의 사람이 된다니, 마치 피가 더럽혀지는 기분이었다.
심하게는 혐오감도 일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오늘 정식으로 가문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러 본가를 방문한다고 한다.
“더는 가문과 엮이지 않겠다며 가주님께 군청검을 반납하면서까지 가문과 연을 끊나 싶더니만, 어느새 슬쩍 돌아오다니 참…. 뻔뻔해도 유분수지. 왜? 가문의 비호를 받지 못하는 삶이 퍽이나 힘들었나 보지?”
“도 서방 때도 그랬다지만, 아버님 마음이 은근 여리시다니까. 그냥 확 내쳐 버릴 것이지….”
“흥, 보나 마나 제 딴에는 신검 도가의 며느리가 됐다고 아주 꿈에 부풀어 있겠지? 그래 봤자 제깟 년이 우리랑 맞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아, 격 떨어져. 짜증 나.”
‘신검 도가’의 연하늘?
가문의 사람들은 그 수식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기어오르지 못하게 콧대를 눌러 줘야지.”
“어디 어떻게 생겼는지나 볼까?”
“어린 것이 우리보다 늦게 오다니, 초면부터 예의가 없네.”
그래서 가문의 사람들은 이렇듯, 연하늘과의 만남을 벼르고 있었건만.
“…….”
당초 사람들의 속셈과는 달리, 연하늘에게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본가에 나타난 그녀가 도견우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에게 경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러다 보니 그들은 멀리서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만 할 뿐,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쟤가 견우 아내라고? 가려서 잘 안 보이네. 토끼 귀만 보인다.”
“온 가족이 다 싸고도는군.”
“저래서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겠네요.”
“왜 없어요? 그냥 가면 되지.”
“그럼 형님이 가면 되겠네요.”
“어…. 음…. 그건 좀…. 동서가 먼저 가는 게 맞지 않을까?”
“…….”
무턱대고 연하늘을 건드렸다가는 단순히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머리채라도 뽑힐 것 같았다.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검집에 손을 댄 도견우를 보노라면 어쩌면 피를 볼지도 몰랐다….
“크르릉.”
“……”
도견우가 미치기라도 한 듯, 사람이 아닌 짐승이나 맹수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었으니 더더욱.
결국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차라리 도견우 일행을 무시해, 혹시 모를 추태를 피하기로 했다.
‘저놈, 눈 돌아간 것 같은데? 괜히 엮이지 말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줄 아나? 더러워서 피하지.’
‘흥, 상종 못 할 놈들….’
절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속으로 그렇게 변명한 사람들은 홱 고개를 돌렸다.
신검 도가의 가주, 도예익이 만찬회장에 들어선 것은 그때였다.
“다들 모였구나.”
“…….”
도예익이 좌중을 훑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 앞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머지않아 그의 시선이 도견우와 연하늘에게로 멈췄다.
“그래, 견우도 왔구나. 그리고…. 우리 손자며느리도.”
“…….”
지금 분명, 도예익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우리 손자며느리’란 호칭을 사용했다.
제 자식에게조차 깐깐한 사람이 연하늘에게 ‘우리 손자며느리’라고….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사람들은 곧 소리를 내지는 못할지언정,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가주님.”
“…안녕하세요, 할아버님. 그동안 건강하셨나요?”
도견우와 연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도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게다가 연하늘은 당황한 나머지 편하게 도예익을 부르기도 했다.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의 실수에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도예익은 오히려 기껍게 여겼다.
“그래, 이제는 할아버님이 맞지. 나는 건강했다. 손자며느리는…, 아가는 그동안 잘 지냈느냐?”
“네! 저도 잘 지냈어요. 감사합니다.”
“허허….”
도예익이 껄껄거린다.
연하늘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들 다 모였으니 그만 식사나 하자꾸나.”
* * *
예상했듯, 가문의 사람들이 연하늘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우려했던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나와 우리 가족이 철통같이 지키려 들었기 때문이다.
‘하늘이한테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기만 해 봐….’
무엇보다 뜻밖에 할아버지가 연하늘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그녀에게 친근한 태도를 나타내며, 가문의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듯 손자며느리로서 대우한 것이다.
‘거기에 아가라고 부르기도 했지. 언제나 체면을 차리던 가주님이…. 하늘이한테 아가라고….’
응, 연하늘은 아기가 맞았다.
그러니까 지켜 줘야 한다, 평생.
여하간.
“…….”
덕분에 당황한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불만을 접어 두고, 눈치껏 처신할 수밖에 없었다.
만찬회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는 나와 연하늘을 두둔했다.
“마도 민가에도 굴하지 않는 재능을 가진 마법사가 앞으로 우리 신검 도가에 들어온다니, 굉장히 기분이 좋구나. 다시금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가주님.”
“감사합니다, 할아버님. 앞으로 제가 잘 모실게요.”
물론, 할아버지는 기꺼워하면서도 마냥 관대하게 봐주지는 않았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착실하게 짚고 넘어간 것이다.
“견우야.”
“네, 가주님.”
“다음은 없다. 명심하거라.”
어느새 웃음기를 거둔 할아버지가 내게 경고하듯 충고했다.
“…….”
다음은 없다.
이번에 연하늘과 결혼했을 때처럼 할아버지의 뜻에 거역한 것도 모자라, 멋대로 가문을 뛰쳐나가려고 했다가는 그때는 인정을 베푸는 일 없이 가문에서 제명해 버리겠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헤아린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알면 됐다.”
할아버지는 더는 거론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후로 만찬회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러던 중.
“다음은 예은이.”
“네, 가주님!”
할아버지의 시선은 어느덧 도예은에게로 이동했다.
도예은이 씩씩하게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그 화제’를 꺼냈다.
“이번에 아카데미에 입학하려 시험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 필기는 이미 1등으로 합격했고, 다음 주에 실기를 보러 학원도시에 가요!”
“그래, 1등 했다는 것도 들었다. 신검 도가의 사람이라면 그래야지. 축하한다. 장하구나.”
올해 14세가 되는 도예은은 원래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대로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가문의 사람들이 그랬듯, 변함없이 가문의 검술관에 다니며 배움을 이어 나갈 예정이었는데….
‘예은이가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중등 아카데미에 가겠다고 했지.’
작년 말, 정확히는 작년 10월경.
미래제가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학원도시에 놀러 온 도예은은 그대로 학원도시에 흠뻑 빠져, 진학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나 중학교 안 갈 거야! 학원도시에 갈래! 중등 아카데미로!
도예은의 결심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심지어 할아버지도 말리지 못했다.
‘가주님이 예은이한테 약하기는 했지. 애가 어릴 때부터 워낙 당돌하게 지내서…. 다른 사람들은 다 가주님을 어려워했는데, 예은이는 안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대체 어떻게 가주님을 설득한 걸까? 다음에 참고 좀 해야겠네.’
아무튼, 결국 그녀는 상의 끝에 중등 아카데미 입학을 허락받았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중등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신검 도가의 검식을 최소한 어디까지 익혀 두어야 한다거나, 입학 후에는 학원도시의 레굴루스 클랜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거나….
그리고.
‘가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게, 가문의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실력을 입증하란 거였지.’
추측건대, 할아버지의 의도는 필시 지금 이 자리를 이용해 도예은을 시험하려는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아카데미를 포기하고,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느냐.”
“네, 저는 학원도시에 가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일찍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넓은 세상이라…. 그래, 예은이 네 뜻이 그렇다면 진심으로 응원하마. 단, 먼저 그만한 실력을 보여야겠지만. 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
“준비는 됐느냐.”
“…네, 가주님.”
“좋다, 식사를 마치는 대로 어디 네 실력을 확인해 보자꾸나.”
* * *
이후,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공 게이트를 넘었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회색: 무인(無人) 사막 II] [이미 공략된 게이트입니다.]인공 게이트 내부의 세상은 우리가 밟고 있는 돌바닥을 제외하고,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몹시 덥고, 내리쬐는 햇볕이 강했다.
‘저기 전갈형 몬스터가 있네. 회색 게이트에서 나오는 놈이라면 2랭크의 마일드 스콜피온(Mild Scorpion)인가. 독이 없는….’
마침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늘진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하며, 파라솔을 펼치는 중이다.
어느새 양산을 쓰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곳을 가리켰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군말을 토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가주님은 여기서 예은이한테 어떤 시험을 내려는 걸까?’
나는 연하늘,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으니 그나마 더위가 덜해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자, 할아버지가 손가락을 들며 운을 뗐다.
“다들 안력을 키워 보거라. 저기, 뭐가 있는지 보이느냐?”
“…….”
“가문의 깃발이 보일 것이다.”
마나로 안력을 높여 확인하니, 할아버지가 가리킨 방향에는 실제로 가문의 깃발이 있었다.
사자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중이었다.
“시험은 저 깃발을 뽑아서 이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어떠냐, 쉽지?”
“…….”
“그러나 마냥 쉽지는 않을 거다. 이 돌바닥을 나서는 순간부터 몬스터들이 노리고 달려들 테니까. 저기 보이는 2랭크 몬스터 마일드 스콜피온은 물론이고, 발밑에서 활동하는 2랭크 몬스터 쥬니어 웜(Junior Worm)들이 말이다.”
할아버지가 피식거렸다.
반면 우리 가족은 물론, 사람들은 제 일이 아님에도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도예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2랭크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많았으니까.
‘게다가 홀로 상대해야 하잖아.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깃발을 가져오는 거라 해도 이건….’
너무 위험했다.
그런 우리의 불안을 읽은 듯.
“그럼에도 시험에 도전할 것이냐? 단순히 다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할아버지가 재차 의향을 물었다.
하지만 도예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괜찮아요! 도전하겠습니다!”
“허허, 녀석…. 상준이 집안은 하나같이 다 고집쟁이들이구나. 그래, 알았다.”
할아버지가 못 말리겠다는 듯, 우리 가족에게 눈길을 주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 가족은 겸연쩍게 웃었다.
이내 어깨를 으쓱인 할아버지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내가 잔인하지는 않다. 뻔히 죽을 수도 있는 위험에 손녀를 던져 놓을 수는 없지. 견우야.”
“네, 가주님.”
“네가 예은이를 보조하거라. 네가 대신 깃발을 들어 주고, 예은이가 위험에 처할 때 도움을 주도록 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고민의 여지는 없었다.
할아버지의 제안은 오히려 나야말로 바라던 바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너에게 구명받는 순간, 시험은 즉시 중지할 것이다. 당연히 결과는 불합격이고. 예은아, 알겠느냐?”
“네, 가주님! 꼭 합격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