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3)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3)
After Story. 001 ― 손자며느리 (3)
도예은의 시험은….
안타깝게도 순조롭지 않았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쥬니어 웜(Rank. 02) x 2]“오빠, 발밑 조심해! 웜이야!”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부터 조심해!”
마일드 스콜피온이야 어찌어찌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기만 하면 웬만해서는 엮일 일이 없었지만, 문제는 쥬니어 웜이었다.
주로 모래 속에서 활동하는 놈들이 우리의 발걸음에 반응해, 기습을 가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발밑을 주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마일드 스콜피온(Rank. 02) x 5]‘젠장, 스콜피온들도 눈치챈 건가.’
이처럼.
모래 속에서 나타난 놈들이 난동을 부린 것으로 인해, 마일드 스콜피온들이 덤벼들기도 했다.
우리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험을 치르는 도예은은 특히나.
그럼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애가 은근히 잘하네?’
도예은은 우왕좌왕 당황하면서도 스콜피온들의 집게를 피하며, 차근차근 놈들을 상대해 나갔다.
어느 정도 전투에 익숙해진 후에는 즐겁게 입가를 끌어올리고는 했다.
그녀의 시험 보조에 그치느라,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회피에 집중하던 나는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쥬니어 웜이 빠르게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쿠오오! 파아악!
“…쳇. 다 죽이던 찰나에 이러는 게 어디 있어?”
놈의 기척을 알아차린 도예은은 직전에 뒤로 물러났다.
놈은 다음 기습을 노리려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후.
쿠구구!
사막의 모래가 진동하나 싶더니.
파직!
‘…이번에는 나한테냐!?’
쥬니어 웜이 솟구쳐 올라왔다.
사전에 기프트를 통해 감지해, 놈의 기습을 피한 나는 혀를 찼다.
그때, 도예은이 외쳤다.
“오빠, 그대로 가만히 있어!”
얘가 나를 미끼로 쓰려 하네?
예은아, 내가 시험 보조지만 그래도 미끼는 아니거든?
나는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쿠아아악!
쥬니어 웜이 나를 노린다.
흉측하기 그지없는 송곳니 다발이 나를 덮쳐들려 했다.
바로 그때.
〈수왕류 공격식 제6형〉
사자 난무
쥬니어 웜의 배후에서 접근한 도예은의 검이 푸른빛을 머금었다.
그녀가 놈의 몸 위에 올라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수왕류 공격식 제8형〉
사자 회풍
‘6형과 8형을 동시에 쓴다고? 그게 가능해!? 아니, 가능한데 애가 몸을 생각해야지!’
도예은은 더해진 힘을 이용해, 검과 함께 소용돌이쳤다.
쥬니어 웜은 난도질을 당하며 살점과 푸른 피를 흩뿌렸다.
“이름하여!”
〈수왕류 고유식 제1형〉
도예은 토네이도
대체 고유식은 언제 만든 거고, 네이밍 센스는 왜 이래?
내 옆을 지나친 쥬니어 웜이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지는 가운데, 나는 떨떠름한 심정이기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에 착지한 도예은은 홱 깃발을 뽑아 들었다.
“좋았어! 오빠, 여기 깃발 받아! 얼른 돌아가자!”
“어…. 그래….”
생각해 보니 도예은도 유망주였다.
그동안 나와 도시은에게 가려져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지….
나는 새삼 실감했다.
“오빠, 달려!”
“그래, 그래….”
* * *
도예은과 도견우가 깃발을 획득해 귀환하고 있다.
그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쟤가 이제 고작 14살이라고? 말도 안 돼…. 아니, 무슨….”
“허…. 공격식 6형과 8형을 동시에 사용한다고? 그게 가능해? 아니, 가능이야 한데….”
“체력이 받쳐 줘야 하는 데다, 섬세하게 근육을 움직여야 하고, 무엇보다 마나 제어 능력이 뛰어나야 할 텐데….”
“게다가 방금 벽뢰가 나왔잖아. 잠깐이었지만…. 14살에 벽뢰를 다루다니…. 이러면 시은이보다 더 빠른 거 아니야?”
“…….”
도예은의 실력이 이 정도였던가.
사람들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도예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허, 이제 보니 예은이가 보통이 아니구나. 언제 저렇게 성장한 거지? 대단하군.”
도예익은 무척이나 흡족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흠…. 앞으로 더 대성할 애를 과연 보내도 좋을지….”
중등 아카데미의 교육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세울 만한 배경이 없거나 일반적인 명가라면 모를까, 신검 도가의 수준에서는 부족했다.
그런데 장래가 기대되는 도예은을 중등 아카데미의 교육에 맡겨도 될 것인가.
물론, 레굴루스 클랜을 통해 가문의 교육도 병행할 거라지만….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약속은 약속인 것을.
“끙…. 어쩔 수 없군.”
이제 와서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가주로서의 체면이 상하리라.
잠시 침음을 흘린 도예익은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 이른 감도 없잖아 있지만, 넓은 세상을 경험하다 보면 필시 얻는 것도 많겠지.”
도예익은 몬스터들로부터 도망치며, 사막에서 뛰어오는 도예은을 보며 입가를 씰룩였다.
바람이 분 것은 그때였다.
휘이잉!
도견우와 도예은 주위에서 핀 모래 먼지가 하필 바람을 타고 사람들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도예익은 짧게 혀를 찼다.
그를 비롯해, 사람들은 급히 마나 방벽을 전개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연하늘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화아악!
연하늘을 중심으로 퍼진 마나가 일대를 감싸는 방벽을 형성했다.
자욱이 일렁이던 모래 먼지는 그녀가 만든 방벽에 가로막혀 내부로 침투하지 못했다.
“…….”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결계를 쳐 놨어야 했는데….”
덕분에 모래 먼지를 피한 사람들이 눈을 깜빡이는 가운데, 연하늘은 거드름을 피우기는커녕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녀에게 눈길을 준 도예익은 피식 입가를 끌어올렸다.
“집안에 마법사가 있으니 좋구나. 이렇게 편히 관전할 수도 있고…. 아니다, 아가야. 오히려 고맙구나.”
“…아닙니다, 할아버님.”
“혹시 더위도 막을 수 있겠느냐?”
“네, 가능할 거예요.”
“좋구나, 좋아. 그럼 부탁하마.”
연하늘은 선뜻 응했다.
그녀가 다시금 손가락을 튕기자, 일대가 빠르게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달가운 반응을 보였고, 도예익의 미소는 짙어졌다.
‘시은 언니 말이 맞았어.’
이곳 게이트에 들어온 직후, 도시은이 귀띔해 준 덕분이다.
도예익에게 칭찬받은 연하늘은 내심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족들과 앉아 있는 도시은을 찾았다.
마침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언니, 고마워. 언니 덕분이야.’
연하늘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뻥끗거렸다.
그녀의 입술을 읽은 도시은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녀가 슬쩍 엄지를 들며, 입 모양으로 전했다.
‘아니야, 나는 그냥 말만 했는걸? 하늘이 네가 다 한 거지. 정말 잘했어.’
* * *
정말이지….
깃발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돌바닥으로 발을 들였을 때, 나와 도예은은 사막의 모래로 범벅이 돼 있었다.
‘어우, 텁텁해.’
중간중간 모래를 먹기도 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는 한편, 입안에 붙은 모래를 떼어 내려 사막 위로 침을 뱉었다.
옆에서 도예은도 헛구역질을 했다.
“괜찮아? 여기 물 있어. 예은이도.”
“아…. 고마워.”
“언니 사랑해!”
역시 내 아내밖에 없다.
그녀가 물을 건네준 덕에, 나와 도예은은 입안을 헹구고 목을 축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하늘이 얼굴이 많이 밝아 보이지? 모르는 사이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가?’
나로서는 의아하기만 했다.
이따 자세한 사정을 물어봐야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뒤로하며, 할아버지를 맞이하기로 했다.
도예은도 얼른 몸을 추슬렀다.
“가주님, 여기 깃발이요!”
“그래, 둘 다 고생했다.”
도예은이 내게서 깃발을 낚아채, 두 손으로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깃발을 받아 든 할아버지는 우리를 격려했다.
그리고 도예은을 칭찬했다.
“예은이는 생각보다 잘하더구나. 우리 모두 많이 놀랐다. 대체 벽뢰는 언제 깨우치고, 고유식은 언제 만든 것이냐?”
“벽뢰는 바로 얼마 전에요! 고유식은 아까 막 만들었어요!”
“허허…. 그 말이 사실이냐?”
“네!”
“…….”
도예은의 당찬 대답을 듣고, 나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제 14살밖에 안 된 애가 즉석에서 고유식을 만들어 내다니, 말이 되는 일이냐고….
너무 개연성이 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원래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다지….’
어쩌면 도예은 하나만 잘 키워도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장난으로 떠올린 생각을 마냥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여하간 할아버지의 반응은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애초에 깃발을 가져오기도 했겠다, 도예은의 시험 결과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려무나. 시은이와 견우를 본받아서.”
“네, 가주님! 그래서 가주님, 제가 학원도시에 가도 될까요!? 중등 아카데미에 가도 되나요!?”
“암! 당연히 가도 되고말고.”
“아싸!”
“대신에 나와 한 약속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거기 가서도 게을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레굴루스 클랜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거라.”
“네에, 알겠습니다! 당연하죠!”
할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도예은은 환희에 차서 대답했다.
얼마나 기쁜지,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잘됐다. 그치?”
“그러게…. 이제 새 학년부터는 학원도시에서 예은이를 볼 수 있는 건가? 만나면 반갑겠네.”
연하늘이 내 팔에 팔을 얽는다.
나는 그녀의 의견에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만약에 예은이가 사고를 치면 내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건가? 앞으로 어머니랑 아버지 대신 예은이 생활도 챙겨 줘야 하고….’
아무래도 나름 고생할 것 같다.
그러니 예은아, 우리 제발 문제없이 평화롭게만 지내자.
나는 속으로 빌었다.
* * *
다음 날 아침.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려 본가를 나섰다.
“안녕히 계세요, 할아버님.”
“그래, 조심히 돌아가거라.”
마지막으로 차에 올라타려던 연하늘이 깍듯이 인사를 올리자, 우리를 배웅하러 나온 할아버지가 살갑게 응답해 주었다.
그길로 우리는 귀갓길에 올랐다.
“애들은 집에 잘 있겠지?”
“음…. 그러게.”
나는 연하늘이 꺼낸 화제에 어제 하루 집에 남겨 두고 온 연바다와 차은솔, 남유리를 떠올렸다.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밥은 뭐, 은솔이가 있으니까 어련히 잘 챙겨 먹었겠지.”
“킥, 하긴….”
“딱히 연락도 없던 걸 보면 문제는 없었을 거야.”
연하늘이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한다는 양 호응했다.
이후로 우리는 정답게 대화하며, 아버지와 어머니, 도예은도 끼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얘네가 선물 안 사 왔다고 뭐라고 불평하는 건 아니겠지?”
“음…. 은솔이랑 유리 성격에 어쩌면 그럴지도?”
“그때는 치킨이라도 사 주면 더는 별말 안 하겠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은솔아, 유리야, 바다야. 우리 왔다. 너희 집은 잘 지키고 있었지?”
복도를 걸어 거실로 향하자, 차은솔과 남유리, 연바다 세 사람이….
‘어라?’
언뜻 노란색이 눈에 스쳤다.
잘못 본 게 아니다.
“견우견우, 어서 와! 우리가 어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얌. 맛있는 거 사 왔어?”
“견우야! 잘 다녀왔어!?”
거실에는 남유리, 차은솔, 연바다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견우, 그동안 잘 지냈어요? 두 사람한테 이야기는 들었어요. 본가에 다녀왔다면서요?”
“…….”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 리사 그레이스.
안으로 들어선 나는 그녀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리사, 네가 왜 여기에….”
정작 리사의 답변은 태연했다.
아니, 뻔뻔했다.
“조금 사정이 생겨서요. 죄송하지만 당분간 신세 좀 질게요. 그래도 되겠죠?”
이건 다 견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견우가 책임을 져야죠.
‘아니, 왜….’
나는 억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