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6)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6)
After Story. 002 ― 미래 예지 (3)
내 기프트, 미래 예지에 따르면.
언젠가 이 게이트에서 발견될, 어떤 특수한 아티펙트가 세상을 멸망의 위기에 빠뜨리고 만다.
그렇기에.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해. 나중에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내가 억지로 친구들을 끌고, 게이트에 입장한 이유였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공략 완료 현황: 11/20회] [녹색 → 황색: 혈귀(血鬼)의 여객기] [게이트의 등급이 하락한 관계로, 시나리오 설명을 생략합니다.]* * *
“여기는….”
정신이 들었을 때, 우리는 웬 창고에 있었다.
시야에 뜬 메시지로 추측하건대, 여객기 내부에 있는 창고인 듯했다.
‘위치상으로는 꼬리 부분인가.’
주위에 몬스터는 없었다.
게이트에 입장하자마자 다짜고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는 일단 안도했다.
그때, 연하늘이 내게 말을 걸었다.
“견우야. 메시지에 게이트 이름이 혈귀의 여객기라는데, 혈귀라면….”
“어, 상대하기 좀 까다롭겠어.”
“…….”
피를 탐하는 몬스터, 혈귀.
혈귀는 대체로 기동성이 뛰어나고, 고통에 내성을 지니고 있었다.
개체에 따라서는 지능이 높고, 피를 매개로 하는 마법인 혈마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처를 주든, 죽이든 간에 체내에 흡수한 피를 소모해 금세 회복하고 부활해 버리지. 언데드형 몬스터처럼.’
따라서 놈들을 상대하기 전에 현명하게 대처해 둘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있을 고생을 예감한 친구들이 낙담해 있는 가운데, 나는 리사를 불렀다.
“리사, 버프 좀 부탁할게. 혈귀의 부활을 막는 버프를 수시로 우리에게 걸어 줬으면 해. 할 수 있지?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해.”
“후우…. 집에서 재워 준다고 저를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니에요? 알았어요, 할게요.”
리사는 다소 불만을 표할지언정, 내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불만스레 볼을 부풀리던 그녀는 곧 우리에게 버프를 걸어 주었다.
“고마워.”
“흥, 알면 됐어요. 빨리 끝내고 술이나 마시러 가요. 덕분에 너무 당기네요.”
아마도 혈귀는 창고 밖에 있으리라.
이후로 간단히 정비를 마치고, 놈들에 대비해 작전을 짠 우리는 창고 문 앞에 섰다.
“그럼 연다?”
친구들의 동의를 받아 문을 연다.
문 너머, 이코노미석에는.
아아…어어으으….
끼긱끼긱! 끼야아호오오!!
“…….”
예상했듯, 혈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혈귀들은 안전벨트로 인해 자리에서 발버둥 치고 있기도 했다.
피…. 피다아아아….
“…….”
그놈들 전부가 우리를 인지했다.
붉은 안광이 일제히 쏟아졌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중하급 → 하급 혈귀(Rank. 03 → 02) x 2] [하급 → 최하급 혈귀(Rank. 02 → 01) x 17]메시지를 통해 놈들의 수를 센 나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작전대로 움직인다. 사군이랑 해랑이는 얼른 전위를 맡아. 너희가 저놈들을 막는 거야. 나랑 한별이, 쌍둥이들이 길을 뚫고.”
“알았어, 탱킹은 나한테 맡겨.”
“흠, 때리는 맛이 있으면 좋겠군.”
“하늘이랑 아린이, 은솔이, 유리. 너희도 알고 있겠지만, 여객기에 부담을 주는 마법은 쓰지 말도록 해. 잘못했다가는 다 같이 추락한다.”
그러던 중, 혈귀들이 덮쳐들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전투가 벌어졌다.
[공략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시오.]* * *
안타깝게도 여객기 내부 공간은 주위에 있는 객석들로 인해 무기를 휘두르기에 협소했다.
반면에 무기가 없는 혈귀들은 객석이란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특유의 재빠른 기동력을 살려 우리를 공격하려 들었다.
어떤 때는 우리의 허를 찔러 객석 밑에서 기어 나와서는….
바로 그때.
휘이익!
파직!
…양반은 못 된다더니만.
기프트 미래 예지의 호소에 급히 몸을 튼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객석 아래에서 복도 쪽으로 혈귀의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놈을 없애러….
콰앙!
별안간 눈앞에 쇠망치가 떨어져, 객석이 와지끈 소리를 내며 뭉개진 것은 그때였다.
“…….”
당연하게도 아래에 있던 혈귀는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나는 멍하니 연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뿐히 쇠망치를 수거한 그녀는 생긋 미소 지었다.
“견우야, 괜찮아?”
“어어…. 나는 괜찮아…. 고마워….”
“에헤헤. 다행이다.”
하늘아, 너무 터프한 거 아니니….
아니, 쇠망치를 잘못 사용했다가 여객기에 고장이라도 냈으면 어쩌려고….
우리 다 추락할 수가 있다니까?
“아, 나도 막 내리친 건 아니야. 힘 조절은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 그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연하늘이 변명했다.
나로서는 떨떠름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는 중간 보스였지…. 진짜 얘는 잘못 건드리지 말자….’
얼마 전에 타천을 쓰러뜨림으로써 게임의 핵심 스토리를 공략했다고 한들.
연하늘이 재앙의 마녀로 거듭나,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언니! 그래도 견우도 있는데 살살 했어야지! 견우가 놀랐잖아! 견우야,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게다가 연바다도 있었다.
새삼 두 사람의 무서움, 아니, 위험성을 깨달은 나는 앞으로도 그녀들을 각별히 대하기로 했다.
여하간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혈귀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그러다 차츰 공간에 적응하며, 합이 매끄럽게 맞물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코노미석을 정리하고, 비즈니스석으로 진입하고….
소, 손님 여러분…. 현재 기내에…서…. 발생…한 소동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오…니….
모두…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끼에에에에에엑!!!
우리는 또 다른 혈귀들을 맞닥뜨렸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중하급 → 하급 혈귀 – 스튜어디스(Rank. 03 → 02) x 2] [중하급 → 하급 혈귀 – 스튜어드(Rank. 03 → 02) x 1] [중하급 → 하급 혈귀(Rank. 03 → 02) x 13] [하급 → 최하급 혈귀(Rank. 02 → 01) x 22]“38마리!? 아까보다 더 많잖아!”
“직업이 있는 몬스터들도 있어! 다들 조심해!”
“어렵지 않을 거라면서, 견우야! 그런데 이게 뭔데!? 책임져!”
민아린, 강한별, 고은비를 비롯해, 우리는 더 많은 몬스터의 등장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금세 현실을 받아들인 뒤,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얌…. 나는 이제 빠지면 안 돼? 아까 먹은 것도 다 소화됐는데….”
“안 돼, 계속 바람이나 일으켜서 저놈들이 다른 곳으로 오지 못하게 길이나 통제하도록 해.”
“나 회 먹고 싶어.”
“이따 나가서 사 줄게. 특대로!”
“얌. 약속이야.”
이때, 차은솔이 도움이 됐다.
그녀가 바람의 정령의 힘으로 전장을 좌석과 좌석 사이에 있는 복도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체력 소모를 덜며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각 복도에 자리 잡은 연하늘과 민아린은 편하게 마탄을 쏘아 댔으며, 나머지는 그들을 보조하며 움직였다.
그사이.
허, 헌터…. 혹시 헌터 없…습니까? 기내에…. 몬스터가 침…입….
“언니, 오빠들! 제가 다 잡았어요! 지금이 기회예요!”
은밀하게 비즈니스석을 돌아다닌 유가을이 혈귀들을 속박했다.
은사가 얽힌 손을 쥐고 있던 그녀가 소리쳤다.
그 즉시, 나와 강한별, 용해랑, 남유리는 놈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리하여 비즈니스석을 해결한 뒤, 퍼스트석에 발을 들였다.
예상했듯, 그곳에도 혈귀들이 있었다.
안 돼….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부, 부회장님…. 도, 도망치….
저, 절대…. 놈을 조종…실로 보내…면….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중하급 → 하급 혈귀 – 스튜어드(Rank. 03 → 02) x 2] [중급 → 중하급 혈귀 – 사무장(Rank. 04 → 03) x 1] [중급 → 중하급 혈귀 – 부회장 수행 비서(Rank. 04 → 03) x 1] [중하급 → 하급 혈귀 – 스튜어디스(Rank. 03 → 02) x 5] [중하급 → 하급 혈귀 – 부회장(Rank. 03 → 02) x 1] [중하급 → 하급 혈귀(Rank. 03 → 02) x 9] [하급 → 최하급 혈귀(Rank. 02 → 01) x 15]정말이지 산 넘어 산이다.
이번에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3랭크 혈귀들까지 나왔다.
쉽게 끝나지는 않겠다.
몬스터들의 정보를 확인한 우리는 침음을 삼켰다.
더군다나 놈들 저 너머에는 조종실을 두드리는 중인 혈귀가 하나 더 있기도 했다.
열어! 어서 문을 열란 말이야! 진짜 폭탄 터지는 꼴 보고 싶어!?
몸에 폭탄을 두른 혈귀.
이내 놈이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너희는 또 뭐냐? 혹시 헌터들이냐? 쳇, 헌터들은 다 죽였을 텐데….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중급 → 중하급 혈귀 – 하이재커(Rank. 04 → 03, Boss) x 1]“…….”
아니지, 어리게 생긴 것 같은데 헌터 놀이에 심취한 놈들인가? 아니면 학생이라거나….
마침내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다.
리사의 기프트의 영향을 받아, 원래라면 4랭크 몬스터였을 놈이 우리를 노려보며 지껄였다.
과연 보스 몬스터인 존재답게 붉은 눈에서는 위압감이 흘렀다.
그러나 놈의 기세에 움츠러들며 능력치가 저하하는 일은 없었다.
나와 강한별은 담력을 지녔고, 리사가 프레셔에 대항하는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라.
살벌한 어조로 우리에게 경고한 보스 몬스터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조종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야, 이 자식들아! 얼른 문 열라고! 거기 숨어 있는다고 될 것 같아!? 진짜 폭탄 터뜨린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어쩐지 몬스터가 몬스터 같지 않네요. 꼭 사람인 것 같은….”
함민주가 떨떠름하게 운을 뗐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꾸했다.
“아니, 몬스터야. 흔들리지 마. 생전에는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한낱 몬스터일 뿐이야. 게이트에 영혼이 박제된….”
“저도 알아요. 안 흔들리거든요? 애초 비행기 납치범한테 흔들리면 어떡하겠어요. 흔들렸으면 아까 화장실에서 서로 껴안고 있던 모녀 혈귀들한테나 흔들렸지….”
계속 대화나 할 때가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와의 조우를 마친 우리를, 혈귀들이 본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놈들이 살기를 발하며 달려들었다.
“저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려면 먼저 저놈들부터 쓰러뜨리란 건가?”
“간단해서 좋네! 싹 쓸어버리자!”
“동감이다. 간단해서 좋군!”
강한별, 남유리, 용해랑 등 우리는 재차 전투 의지를 다졌다.
“보스 몬스터의 수하 놈들이야. 다들 방심하지 마!”
“최하급 혈귀들은 우리한테 맡겨!”
“얼른 저놈들부터 처리하고 도와줄게!”
“케르베로스 콤비네이션의 진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주겠어! 형들, 얼른 진을 펼치자!”
세쌍둥이라면 최하급 혈귀들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친구들에게 확실히 주의한 뒤, 앞서 나간 세쌍둥이를 곁눈질한 나는 지면을 박찼다.
때마침 방패를 세운 박사군이 혈귀들과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좋았어.’
주위 혈귀들의 시선이 완전히 박사군에게로 향해 있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객실 벽면을 밟아 방향을 수정해, 놈들의 측면으로 돌진했다.
〈수왕류 공격식 제4형〉
사자 회침
부회장 혈귀의 머리를 향해 벽뢰를 머금은 군청검을 찔러넣는다.
혈귀의 회복력을 무시할 수 없어,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검을 돌려, 아예 몸을 갈라 버렸다.
단숨에 놈이 소멸했다.
바로 그때.
감히, 부…회장님을…. 우오오오!!!
파직!
3랭크 중급 혈귀, 부회장 수행 비서가 내게로 마수를 펼쳤다.
기프트의 호소에 몸을 맡겨 피한 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니.’
놈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나는 그대로 힘껏 발을 차, 놈을 창가 자리로 몰고 갔다.
그리고 강제로 좌석에 앉혔다.
그리고….
“손님, 퍼스트석 전용 서비스입니다. 그게 뭐냐면….”
푹! 푸슉! 끼에에에엑!
“칼침.”
대응할 새도 주지 않고 찔러 댄다.
벽뢰가 깃든 칼침을 맞을 때마다 놈은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러 댔다.
그야말로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목을 베어 주었는데….
부르르! 콸콸!
“3랭크에, 직업이 있어서 그런가? 진짜 질기네.”
놈은 목이 떨어져 나간 채로 난동을 부렸다.
나는 놈의 심장을 꿰뚫고, 벽뢰로 잔뜩 지져 주고 나서야 완전히 놈을 없앨 수 있었다.
그러고는 친구들에게 조언했다.
“얘들아, 객석에 가둬서 공격해. 퍼스트석이라서 편하다.”
“…….”
“와아, 견우견우! 진짜 신박하다! 좋았어, 나도 따라 해야지!”
남유리를 제외하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들의 떨떠름한 시선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
한편, 한순간 잠잠해진 혈귀들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놈들의 시선도 떨떠름한 것 같았다.
아니, 그런데 지금 유리 빼고,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놈들이 지금 한눈팔려 있으니 어서 공격해야지!
바로 그때, 남유리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강한별이 냉큼 검을 휘둘렀다.
‘오, 역시 한별이야. 비겁해, 아니, 눈치가 좋아.’
전투가 재개됐다.
한편, 어느새 보스 몬스터도 조종실 문을 두드리다 말고 내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너…. 뭐 하는 녀석이냐?
“나?”
뜬금없이 그걸 왜 물어보는 걸까?
나는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잠시간 고민했다.
내 이름이나 신분이 아니라, 정체성을 묻는 거라면 음….
“사랑꾼? 로맨티스트?”
“에헤헤….”
…….
오늘도 연하늘은 예뻤다.
지금도 객석을 깡총 뛰어다니며 쇠망치를 찍는 것을 보라.
‘…진짜 잘못 건드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