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7)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7)
After Story. 002 ― 미래 예지 (4)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손님 여러…분…. 잠시 후 …공항에 도착하…겠….
오…늘 …항공을 이용해 주…신 손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
중급 혈귀 두 마리까지 해치운 우리는 퍼스트석 정리를 완료했다.
이제 쓰러뜨려야 할 몬스터는 3랭크 보스 몬스터, 상급 혈귀 – 하이재커였다.
우리는 놈을 마주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특히 네놈은!
“싫은데? 그러니까 더 가고 싶은데?”
오지 마! 가까이 오면 다 죽는 거야! 내가 이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네놈들도 죽은 목숨이라고!
손에 쥔 기폭 스위치를 들어 보이고, 다른 손으로는 칼을 겨누며 우리를 협박하는 보스 몬스터.
나는 유독 내게 치를 떠는 듯한 놈에게 장난스레 대꾸했다.
물론, 놈이 폭탄을 터뜨린다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필시 여객기는 추락해 버릴 테고, 우리는 여객기와 놈과 함께 통째로 바닷속에 수장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폭탄이 터질 거란 가정 아래서지.’
즉, 폭탄이 터지지만 않는다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할 리 없다는 뜻이다.
설령 놈이 기폭 스위치를 눌러도 해제하면 그만이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놈을 자극했다.
가까이 오지 마! 아, 오지 말라니까!? 진짜 죽고 싶어!?
“아니, 죽고 싶지 않은데?”
그럼 오지 말라고! 야, 너희들! 너희도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저 녀석을 말리란 말이야!
“너도 죽고 싶지는 않나 보네? 필사적으로 말리려 들고.”
뭐? 당연하잖아! 세상에 누가 죽고 싶어 하겠어!?
“하지만 너는 이미 죽었는걸?”
…뭐?
“지금 네 꼴을 봐. 눈을 보라고. 충혈된 것치고는 너무 빨갛지 않아? 피부는 또 얼마나 창백하고. 그게 살아 있는 사람의 몰골이야?”
아…. 이, 이건 피곤해서….
“아니, 너는 이미 죽은 거야. 그리고 게이트에 박제된 거지.”
…….
“너는 인간이 아니야. 몬스터지.”
칼날에 비친 제 눈을 시작으로, 행색을 확인한 놈이 동요했다.
놈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아, 아니야…. 나는 인간이다….
“아니, 몬스터야. 그만 인정해.”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나는 이번 일에 성공해서 동료들을…. 아….
“…….”
동료들이…. 어떻게 생겼더라…? 아…. 기억이….
보스 몬스터가 비틀거린다.
이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 놈이 우뚝 멈췄다.
…지금 기억이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내 목적은 변함이 없는데.
“…….”
놈이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목을 꺾고, 관절을 꿈틀거렸다.
시선을 맞춰 우리를 담은 붉은 눈에서는 푸른 피가 주르륵 흘렀다.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였다가는 진짜 눌러 버리겠어.
놈이 마지막 경고라는 양,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럼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그래. 차라리 다 같이 죽자. 빌어먹을 조국, 빌어먹을 인생.
자포자기한 듯한 보스 몬스터는 기폭 스위치를 누르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냥 다 같이 죽는 거…!?
“오빠, 어그로 잘 끌었어요!”
내가 놈의 시선을 유도한 사이, 놈에게 은밀히 접근한 유가을.
기회를 틈타 존재감을 드러낸 그녀가 순식간에 놈의 손목을 잘라 냈다.
기폭 스위치가 쥐어진 손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안 돼!
놈은 칼을 쥐고 있던 손으로 얼른 기폭 스위치를 주우려 했다.
그러나 유가을이 더 빨랐다.
그녀가 기폭 스위치를 발로 차, 멀리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 우리는 과감히 놈에게 달려들었다.
연하늘과 연바다가 마법을 펼쳐 놈에게 원거리 공격을 날려서는 일시적으로 놈의 시야를 차단했고, 박사군은 얼른 놈을 막아서며 유가을을 보호했다.
나와 강한별은 놈과 맞붙었고, 뒤이어 합류한 용해랑과 남유리도 놈에게 공격을 가했다.
커헉! 나, 나를 잘못 건드렸다간 폭탄이 터질 수….
“괜찮아, 견우견우! 내가 벌써 작동하지 못하게 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잘했어.”
남유리의 외침이 참으로 든든했다.
우리는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반면 놈의 얼굴에는 낭패감이 어렸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아니, 있어.”
어디 다구리 맛 좀 보아라.
손님, 퍼스트석 전용 서비스입니다.
놈을 객석으로 몰고 가서는, 강제로 자리에 앉힌 우리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에잇! 에잇! 에잇!”
리사도 석장으로 열심히 찍어 댔다.
놈이 고통에 몸부림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황홀해졌다.
“아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요. 견우도,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전부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싶네요.”
…못 들은 것으로 해야겠다.
우리는 계속 공격을 이어 갔다.
결국 걸레짝이 되도록 얻어맞은 놈은 회복력이 다하는 대로 소멸에 이르렀다.
[게이트를 공략했습니다.] [공략 완료 현황: 11 → 12/20회]화아악!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가 떠오르고, 허공에 빛의 입자가 모여들더니 황색 게이트 키가 나타났다.
손을 내밀어 떨어지는 키를 받은 나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연이은 고된 전투로 인해 지친 기색이 역력한 듯했으나, 더는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한결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걸로 다 끝난 거지? 아싸, 끝났다! 힘들어 죽겠는데 얼른 돌아가자!”
“찬성. 마침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도 가까운 곳에 나타났네.”
고은비, 민아린 등 친구들이 기쁘게 재잘거렸다.
그런데 얘들아, 미안해서 어떡하지?
초를 치고 싶지는 않은데….
“아직 안 끝났는데?”
“…뭐?”
“…….”
나는 쓴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미 사정을 알고 있던 연하늘과 연바다와 달리, 친구들은 모두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중 리사, 고은비, 차은솔, 민아린, 함민주, 세쌍둥이는 내게 아주 원망스럽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나는 행여나 그들에게 맞지 않게끔 슬그머니 박사군을 방패로 세웠다.
그러고는 첨언했다.
“아직 우리가 가 보지 못한 구역이 남아 있잖아. 거기까지 마저 둘러보고 가자.”
“오면서 다 들르지 않았어? 어디가 또 남았는데?”
“있잖아, 내 뒤에. 조종실.”
“아….”
고은비와 친구들이 깨달았다는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이내 함민주가 문제를 일깨웠다.
“하지만 문이 잠긴 것 같던데요. 아까 그 혈귀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잖아요.”
“잠겨 있으면 부수면 되잖아?”
“그러게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종실 문 너머는 게이트에 포함된 세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건 부숴 보면 알 일이지.”
“…….”
당연하다는 듯한 내 답변에, 사람들은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유리야, 부숴. 네가 잘하니까.”
“내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역시 견우견우밖에 없다니까!? 알았어!”
우리는 굳게 잠겨 있던 조종실 문을 때려 부쉈다.
그렇게 내부 공간이 드러나자,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사라지고,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숨겨진 세계, ‘혈귀의 조종실’을 발견했습니다.] [현시점부터 24시간 동안 해당 게이트에서 발생하는 드롭률, 전투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일전에 시간의 사원에서 봤을 때처럼 숨겨진 세계를 발견했다는 알림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초’ 발견이 아니라는 점.
‘우리 외에도 발견한 사람이 앞에 더 있었다는 건가. 그런데도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공략자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했거나, 혹은 게이트를 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리라.
[게이트가 새로이 활성화합니다.] [공략 조건이 변경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내가 미래 예지로 확인한 바로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야 저 안에서 획득하는 아티펙트가 세상으로 나왔을 테니까.
“다들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마. 들어가자.”
우리는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곳에서 혈귀들을 발견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중상급 → 중급 혈귀 – 노만(Rank. 05 → 04, Boss) x 1] [중급 → 중하급 혈귀 – 기장(Rank. 04 → 03) x 1] [중급 → 중하급 혈귀 – 부기장(Rank. 04 → 03) x 1]“이런 젠장….”
“…….”
조금 전에 죽인 놈들보다 더 강한 몬스터들의 등장에, 우리는 침음을 삼켰다.
[공략 조건을 차례로 전달합니다.] [모든 몬스터를 쓰러뜨리시오.]* * *
“바깥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라니, 기분 탓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너희가 내 수족들을 해치운 건가.”
“…….”
“전부 혈귀로 만든 줄 알았더니, 설마 아직 살아남은 인간들이 있었을 줄이야. 실로 흥미롭군. 유쾌해.”
길고 검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머리에 중절모를 쓴 혈귀.
격이 같은 개체 중에서도 구별되는, 4랭크 네임드 보스 몬스터 노만.
지금까지 상대한 혈귀들과 달리, 놈이 육성으로 말했다.
놈의 기운에 노출된 우리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나는 친구들에게 알렸다.
“저놈한테 물리지 않게 조심해. 중급 혈귀한테 물렸다가는 혈귀로 감염될 수 있으니까.”
“잘 알고 있구나. 그러나 조심한다고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놈이 트렌치코트를 펄럭이며 팔을 펼친 것은 그때였다.
놈의 주위 허공으로 피처럼 붉은, 거미줄 같은 그물망이 여럿 나타났다.
혈귀 특유의 혈마법이었다.
파샤악!
각기 크기를 부풀린 그물망들이 일제히 우리를 덮쳐들었다.
리사와 차은솔은 즉각 대응했다.
두 사람이 물의 방벽을 세워 공격을 차단한 것이다.
“…칼로리 소모하기 싫은데.”
“조금, 버겁긴 하네요….”
차은솔은 눈살을 찌푸렸고, 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는 그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입로를 확보하는 대로 곧장 놈들에게로 뛰쳐나갔다.
“일단 놈들을 밖으로 유인해! 여기는 공간이 협소하니까!”
혹시라도 조종실에 피해를 입히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놈들을 밖으로 끌어내기로 했다.
마침 놈들도 같은 판단이었는지 순순히 우리의 의도에 따라 주었다.
“보스 놈은 내가 전담할게! 나머지 두 놈은 한별이랑 해랑이가 맡아 줘!”
“오케이, 알았어!”
“나도 알았다! 부기장은 내가 맡지!”
“하늘이, 바다, 아린이는 각각 나랑 한별이, 해랑이를 보조해 줘! 가을이, 은비, 민주 너희 셋도 마찬가지야! 사군이는 리사를 지켜! 금은동 너희는 은솔이를 엄호하고!”
“견우견우, 나는!?”
“너는 마음대로 싸워! 부탁할게!”
“아하, 내가 조커라는 거구나? 알았어! 좋아좋아!”
그렇게 나, 연하늘, 유가을이 보스 몬스터 노만을.
강한별, 연바다, 고은비가 중하급 혈귀 기장을.
용해랑, 민아린, 함민주가 중하급 혈귀 부기장을 상대하게 됐다.
이외 차은솔, 리사, 박사군, 세쌍둥이는 상황에 따라 우리를 보조했다.
“놈에게 거리를 내주지 마! 피의 채찍을 사용하지 못하게 바짝 몰아붙여!”
“이런 비겁한…!”
당연하게도 놈들과의 전투는 지금까지와 비교해 훨씬 고됐다.
직전에 포션을 마셔 두었다지만, 축적된 피로를 느껴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악물고, 집중을 풀지 않았고.
“빠샤! 부기장은 해치웠다! 도견우, 강한별! 내가 간다!”
제일 먼저 전투를 종료한 용해랑 파티가 새로이 투입돼서는 흐름에 숨통을 트여 주었고.
“견우야, 이제 우리도 가세할게!”
다음으로 강한별 파티가 승리하며, 전세는 완전히 우리에게로 기울었다.
나와 연하늘, 유가을을 상대하며 그나마 교착 상태를 유지하던 보스 몬스터는 친구들의 합류로 금세 난항을 겪고 말았다.
“이이익!! 이것들이 감히!”
그렇게 성을 내도 소용없다.
놈은 계속 힘을 소모하는 반면, 세 개 파티로 돌아가며 싸우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커져만 갔다.
끝내.
“원통하다…. 내가, 이런 곳에서….”
더는 부상을 회복할 수 없어진 놈은 벽면에 축 기대어 쓰러졌다.
이내 발끝이 입자로 붕괴하며 소멸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희도 여기서 끝이다….”
“…….”
존재가 반투명해진 보스 몬스터.
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우리를 올려다보며 조롱했다.
“기장도, 부기장도 없는 마당에…. 과연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히힉….”
“흥, 웃기시네.”
민아린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스댔다.
“네 녀석이 걱정하지 않아도 우리는 따로 살아 나갈 방안이 있거든?”
“대체 뭐가 있다는 말이냐.”
“그야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어라? 왜 안 나타나지?”
“…….”
민아린의 의문은 지당했다.
보스 몬스터까지 쓰러뜨렸으니 당연히 공략 완료 메시지가 떠야….
‘잠깐.’
나는 멈칫했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게 공략 완료 조건은 아니었어요…. 아까 메시지는 분명….”
“공략 조건을 ‘차례로’ 전달한댔지….”
“…….”
다시 말해, 공략 완료 조건은 하나가 아니었다는 셈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우리의 분위기를 파악한 보스 몬스터는 낄낄거렸다.
“왜, 방안이 없나 보지? 이제야 현실이 눈에 들어오나?”
“…….”
“어디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발악하길 바란다. 나는…. 먼저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으하하!! 으하하하!!!
보스 몬스터는 소멸할 때까지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놈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석과 붉은 구슬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
‘찾고자 하는 것은 찾았는데….’
문제는 다음 공략 메시지다.
우리는 모두 초조한 심정으로 메시지를 기다렸고….
[다음 공략 조건을 전달합니다.] [여객기의 비상 착륙을 성공하십시오!]우리는 온갖 쌍욕을 토했다.
“@#$@#&%!!!”
아, 느낌표 열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