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4)
“시바.”
왜 훈련장에 코끼리가 있는 거지?
아니, 저게 코끼리가 맞기는 한가?
내 생각보다 너무 사나운데?
상아가 저렇게 무섭게 생겼었나?
찔리면… 아니, 깔리면 죽겠는데?
나는 연하늘이 모자 속에서 꺼낸 동물을 보고 사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 정도로 넋이 나가 있었다.
‘하늘이가 마력 수치가 높아서 모자에서 덩치가 큰 동물이 나올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코끼리가 나올 줄이야.
물론, 나와서 나쁠 것은 없었다.
훈련장에 코끼리 1마리가 들어갈 공간은 충분히 됐으니까.
오히려 잘 생각해 보면 공룡이라도 나오지 않아 다행인 게 아닐까.
모자에서 공룡이 나올지는 몰라도.
다만 문제는….
뿌우우우우!
“쟤 왜 저렇게 난폭해요?”
코끼리가 미쳐 날뛰고 있다는 것.
놈은 뒷발로 서기도 하고, 긴 코를 크게 휘두르며 괴성을 질러 댔다.
어디 그뿐인가.
휘이이익!
“…!”
“꺄아악!”
코로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들어 올려, 느닷없이 우리를 향해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내 눈이 부릅떠지고, 연하늘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회피 본능은 조용했다.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행여나 그녀가 다치지 않을까 품으로 끌어들이며, 정면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웨이트트레이닝 기구가 눈앞까지 날아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산들바람의 요람>부드러운 역풍에 맞은 것처럼.
기구가 날아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홍예나가 마법으로 바람을 일으켜 속도를 줄인 것이다.
“왜 난폭하냐고? 존재를 구성하는 마나가 성질이 거칠고, 드센 부류에 속해서 그런 걸 거야. 겉보기에는 얌전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한 성깔 하나 보구나?”
“네!? 전 안 그러는데요!? 견우야, 나 그런 성격 아니야!”
“마녀님이 장난치는 거야. 단순히 성질이 거칠어서 그런 거야.”
“하지만 성격도 마나의 성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거든. 마나에는 무의식, 기억, 감정, 심리, 성격 등 마도학에서 영혼을 논하는 요소가 깃들어 있으니까.”
“근데 그런 말이나 할 때예요?”
손짓으로 바람을 움직이는 홍예나.
그녀가 공중에서 멈춰 있던 기구를 바닥에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뿌우우우우!
미쳐 날뛰는 코끼리의 눈에 우리가 들어왔으니까.
놈은 물건을 집어던지는 걸 넘어, 이제는 아예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얼른 마나로 환원해야 하지 않아요!?”
“하고 싶지, 나도. 그런데 그게 힘들어.”
“아티펙트를 멈추면 되잖아요!”
“모자에서 한 번 꺼낸 동물은 아티펙트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로 여겨져서, 끄더라도 소용없어. 아티펙트는 진즉 멈추기도 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동물과 모자는 독립적인 존재지만, 동물과 그 동물을 만든 사람은 의식적으로 연결돼 있어. 그러니 그 사람이 의식 속에 연결된 패스를 끊고, 마나로 환원해야지. 문제는… 하늘이라 했나?”
“네, 네! 맞아요, 연하늘.”
“패스를 의식할 수 있을 것 같니?”
“….”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네가 그걸 의식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미안, 내 착오야. 너한테 이렇게 방대한 마나가 있을 줄은 몰랐어.”
“다른 방법은 없어요?”
“있긴 하지, 2개나. 하나는 저놈이 존재를 유지하는 마나를 다 소진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네 마나가 정말 방대하기는 한 모양이구나. 기다리려면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날뛰게 두었다가는 피해가 상당할 것 같고….”
“으…. 죄송해요. 견우야, 미안해.”
“코끼리를 죽이거나 제압하는 것은 어때요?”
“저 코끼리는 진짜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러니 존재를 유지하는 마나가 남아 있는 한, 그 마나를 다 소진할 때까지 죽어도 계속 살아날 거야. 제압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꽤나 고생 좀 해야겠네.”
“끙…. 나머지 방법은요?”
“패스를 강제로 끊는 방법이야.”
그때, 머리 위로 코끼리의 앞발이 떨어졌다.
홍예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수인을 맺었다.
그녀가 펼친 방벽이 허공에서 앞발을 막아 냈다.
그러나 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방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슨 동물이 이렇게 강해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니까. 존재가 마나로 구성된 놈이니 평범한 동물보다도 강하고, 어느 정도 마법에 내성을 지니는 거지. 그렇다 쳐도… 어마어마하네. 바람의 방벽으로는 막지 못하는 건가. 그럼 여기에다 물의 원소를 더해서 방벽의 성질과 강도를 높이고, 대지의 원소로 공격을 가해 놈을 넘어뜨리면….”
“그래서 패스를 강제로 끊는 방법이 뭔데요?”
“간단해. 쟤를 기절시키는 거야.”
“….”
앞으로 내민 오른손으로 방벽을 유지하고.
왼손으로 허공을 휘젓는 홍예나.
그녀가 발현한 마나가 물로 변해, 금이 간 방벽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방벽이 수복되며,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 상태로,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다행히 패스는 의식 얕은 곳에 연결되어 있어.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만 해도 패스의 연결 고리가 약해질 정도로.”
“그래서 기절을 시킨다는 거네요. 하늘이가 아예 패스를 의식하지 못하게.”
“그렇게 하면 연결 고리가 약해진 패스가 자동으로 끊어지고, 이놈은 마나로 환원되겠지.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연하늘을 기절시켜 패스를 끊어 버린다.
홍예나의 말대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선택한다면, 내가 연하늘을 기절시켜야 했다.
홍예나는 코끼리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나.’
“견우야….”
허리에 찬 군청검에 손을 얹으며.
나는 연하늘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체념한 듯 쓴웃음을 머금었다.
“괜찮아, 난.”
“….”
“나는 그것만으로 괜찮아. 오히려 나 때문에 너한테 폐를 끼치는 게 싫은걸.”
“….”
“그러니 부탁할게. 날 기절시켜 줘.”
사실, 마음은 그러지 않을 테건만.
연하늘이 희생을 자처했다.
나는.
“…알았어.”
그녀의 뜻을 꺾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결심을 굳혔으니 나도 결심을 굳혔다.
나는 군청검을 뽑아 들었다.
새까만 날이 등 뒤에서 홍예나가 마법으로 밝히는 빛에 반사돼, 군청색의 빛을 흩뿌렸다.
그 빛이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
“하늘아, 그동안 즐거웠어.”
“…어?”
“아마 나는 너와 보낸 나날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어어… 저기, 견우야? 왜 날 죽일 것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기절만 시키는 거잖아?”
“먼저 가 있어. 나중에 따라갈게.”
“자, 장난이지? 그런 거지? 응?”
“우리 집을 지키려면 이럴 수밖에 없어. 미안하게 됐다.”
“아… 너무해. 널 믿었는데….”
“검 내려친다. 눈 감아.”
“어떻게 이럴 수…! 어?”
장난이다.
나는 연하늘에게 검을 내리치는 척하며,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세게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눌렀다.
“…나 죽이려던 거 아니었어?”
“내가 너를 죽이기는 왜 죽여? 그냥 장난 좀 친 거지.”
“너어는 진짜…. 미워, 진짜 미워.”
내가 검을 내리치는 동작에 속아,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은 연하늘.
상황을 파악한 그녀가 내 품속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뒷머리를 누른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눈 뜨지 마. 계속 감고 있어.”
“….”
“얌전히 내 소리나 듣고 있어. 들리지?”
“…응.”
“그 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도록 해. 집중이 안 되면 내 심장이 뛰는 숫자라도 세든가.”
“….”
요점은 연하늘의 의식을 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절시킬 필요까지 없다.
그녀가 패스를 의식하지 못하게끔, 다른 곳으로 의식을 돌리면 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쉽게 의식을 돌리는 방법을 취했다.
내게 배신당했다는 충격에 빠뜨려 패스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그 상태를 이어 나갈 수가 있도록 내 가슴으로 끌어온 것이다.
‘코끼리가 보이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고, 의식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 코끼리가 보이지 않도록 눈을 감게 하고, 내 심장 박동을 세게 해서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시킨다면….’패스를 끊을 수 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 뒤를 곁눈질했다.
뿌우우….
코끼리의 형체가 흩어지고 있었다.
마나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코끼리가 있었던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연하늘을 안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럼에도 연하늘은 안겼던 자세 그대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코끼리 사라졌어. 눈 떠도 돼.”
“….”
내 말에 연하늘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연하늘색 머리칼이 흘러내리고,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 때문에 화났나? 그런 거겠지?’
연하늘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새빨갰다.
붉은 눈망울에는 습기가 차올라 있었다.
“하늘아, 괜찮아? 미안, 내가 장난이 지나쳤지? 네 의식을 돌리기 위해서였다지만….”
“175번.”
“응?”
“175번 뛰었다고….”
“어, 음… 잘 셌네.”
“…응.”
연하늘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우는 건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사과하러,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려고 했다.
“울지 마,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싫어, 보지 마. 그리고 사과하지 마. 나, 화 안 났으니까.”
“그럼 왜 나를 안 보….”
“그건… 그냥 지금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조금만, 조금만 이러고 있게 해 줘.”
“그래, 알았어.”
얼굴을 보여 주기 싫다는 듯, 자꾸 나를 피하는 연하늘.
나는 눈을 마주치는 걸 포기하며, 대신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그녀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누구는 고생하며 막고 있었는데, 저것들은 뒤에서 염장이나 지르고, 어휴….”
한편, 홍예나가 우리를 보며 뭐라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는 연하늘에게 집중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
* * *
연하늘이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나는 홍예나를 시켜, 코끼리가 난동을 부린 현장을 정리하게 했다.
“내가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
“따지고 보면 마녀님의 아티펙트로 일어난 일이고, 아까 자신의 착오라고 했잖아요. 그러니 마녀님이 책임지고 치워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너는 말대답을 꼬박꼬박하는구나. 알았어, 치워 주면 되잖니.”
홍예나가 못마땅해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책임 소재가 없지 않다는 자각이 있는지 결국 내 말을 따랐다.
그녀가 손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아무 짝에나 패대기쳐 있던 기구들을 원래 위치로 옮겼다.
이내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하늘이는 어땠어요?”
“…코끼리를 불러낼 정도로 체내 마나가 방대하다는 것, 존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마나 효율이 높다는 것, 내 마법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마나 저항력과 응집력이 높다는 것, 실체화율이 높을 정도로 구상력과 제어력이 상당하다는 것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
홍예나의 시선이 굳은 얼굴을 하고 평가를 기다리는 연하늘을 향했다.
나는 홍예나의 눈빛이 반짝인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시점에서.
그녀가 할 말이 예상됐다.
“그래, 인정할게. 너는 마법사가 되어야 할 운명을 타고났구나. 내가 많은 사람들을 봐 왔지만, 그 나이에 너만 한 재능을 지닌 사람은 1명도 본 적이 없어. 아인이면 부모와 유전자가 달라 재능이 유전될 확률이 0%에 수렴하는데… 베이스가 되는 몬스터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건가? 그렇다고 해도 마도 민가의 사람도 우습게 보일 재능을 타고났다니 굉장하네.”
“그럼….”
“가르칠 보람이 있을 것 같네. 아니, 너 같은 애의 재능을 알아보고도 지나친다는 건 그야말로 마법의 발전을 무시하는 행위와도 같겠지.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언젠가 네가 유명한 마법사가 됐을 때 숟가락이라도 얹을 수 있도록, 내가 너를 가르쳐도 되겠니?”역시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마법에는 깐깐한 홍예나가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찬사를 받은 연하늘의 토끼 귀는 하늘로 치솟았다.
그녀의 붉은 눈이 크게 떠지고, 그녀가 환호하며 답했다.
“아니에요! 제가 부탁드릴게요! 제 스승님이 되어 주세요! 저한테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래,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전수해 주도록 할게.”
연하늘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홍예나는 그녀의 대답에 기분이 좋은지 얼굴을 누그러뜨렸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연하늘에게 기쁜 일은, 내게도 기쁜 일이었다.
“이걸로 된 거죠? 그럼 앞으로….”
“내가 하늘이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지, 언제 너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니?”
“….”
“내게 마법을 배우고 싶으면 너도 자질을 증명해 보렴.”
“쳇.”
겸사겸사 묻어가려고 했더니만.
좋다 말았다.
나는 짧게 혀를 찼다.
홍예나는 내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떨어진 모자를 주워 들어서는 재활성화했다.
‘그래도 뭐… 사실 나도 확인해 보고 싶기는 했어.’
자신의 마력 상태와 가장 적합한 동물을 불러낸다니,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게임에서 마법의 동물 모자는 홍예나의 교관 연구실에서 배경으로 등장하기만 할 뿐,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아티펙트였다.
전생에 게임의 고인물이었던 나로서는 더욱 흥미가 끌렸다.
‘뭐가 나오려나….’
새하얀 빛을 머금은 모자 속으로 나는 손을 집어넣었다.
이내 손바닥에서 마나가 흘러나와, 그것이 빛에 섞여 뭉치기 시작했다.
나는 구체가 최대한 커질 때까지 빙빙 휘저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에 쥔 구체는 변화하지 않았다.
측정이 끝난 것이다.
그것을 모자 속에서 빼내며….
‘가랏! 너로 정했다!’
나는 순간 동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대사를 내뱉었다.
물론, 마음속으로.
차마 육성으로는 창피해서 그럴 수 없었다.
여하튼 그렇게 구체를 던졌더니.
화아악!
저 멀리 떨어진 빛의 구체가 응축된 힘을 폭발시켰다.
눈부신 빛이 주위로 퍼져 나갔다.
“….”
잠시 후, 빛의 세기가 줄어들면서 눈이 적응해 갈 때쯤.
나는 그 속에서 걸어 나오는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척!
네 발로 서 있는 짐승.
꼭 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동물은 머리 주위로 무성해 보이는 갈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놈이 포효했다.
크르릉!
오금을 저리게 하는 듯한 소리.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동물의 정체를 확신했다.
‘…사자야.’
사자가 틀림없었다.
백수의 왕, 사자를 불러내다니.
내가 마법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는 걸까?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엥?”
나는 완전히 드러난 동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뀨릉?
“시바?”
몸은 사자가 맞는데, 머리는 토끼였으니까.
* * *
“참… 괴상한 동물을 불러냈구나.”
“음… 굉장히 창의적인 동물이네.”
“아니, 이런 게 나올 수가 있어요? 아티펙트가 고장 난 것은….”
“그만큼 네 마력 상태가 사자를 완전히 구현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뜻인 거야.”
토끼의 머리를 취하고 있는 사자.
아니, 사자의 몸을 취한 토끼라고 해야 할까.
도견우가 모자 속에서 나온 동물을 보고 당황했듯, 홍예은과 연하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반응과 달리, 뭐라 명명할 수 없는 동물이 소리를 냈다.
뀨릉?
“….”
사자의 꼬리를 살랑이며.
사자의 갈기로 뒤덮여 있는 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위엄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동물이었다.
오히려 웃음을 유발했다.
푸훗!
“아, 웃지 마요. 연하늘, 웃지 말라니까?”
“미, 미안해! 근데 있지… 웃기는 걸 어떡해!”
“차라리 토끼나 나올 것이지, 왜 저딴 게 나와서는….”
연하늘과 홍예나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도견우가 질색하는 반응을 보이든 말든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홍예나는 도견우가 불러낸 동물을 진지하게 관찰했다.
‘머리가 흠이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균형은 나쁘지 않아.’
머리만 빼고 보자면.
그가 불러들인 동물은 수컷 사자에 걸맞은 균형비를 갖추고 있었다.
마나와 관련된 능력이 균형 있게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수컷 사자보다는 덩치가 조금 작았다.
‘동물의 덩치가 체내 마나량과 연관이 깊다고 할 때, 체내 마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구나. 그렇다고 적은 편이라고 단정 짓기에도 애매한 수준인가.’체내 마나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후천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견우의 체내 마나량은 마법사로서 대성하기에 어려운 수준이었다.
‘뭐,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법사로 전향할 생각은 없다고 하니,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 검술에 마법을 보조로 사용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야.’홍예나는 그렇게 도견우의 가능성을 가늠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건대, 그녀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검술을 보조할 마법을 배울 거라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가르칠 수 있어. 나로서는 하늘이 1명한테만 집중하는 게 좋기도 하고. 그럼에도 가르칠 만한 메리트가 있다면….’저 동물의 털색이 하얗다는 것.
홍예나는 그 점에 주목했다.
‘백색 토끼… 아니, 백색 사자인가.’
동물의 털색은 그 사람이 어떤 원소에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였다.
대표적인 일반 원소로 여겨지는 물은 청색 계열, 번개는 황색 계열, 화염은 적색 계열, 바람은 녹색 계열, 대지는 갈색 계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특수 원소로 여겨지는 어둠은 흑색 계열이었고, 빛은 백색 계열이었다.
도견우의 경우에는 빛 속성에 대해 높은 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늘이가 어둠 속성에 친화력을 지녔다면, 이 애는 빛 속성에 친화력을 지닌 건가.’
특수 원소에 친화력을 지닌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대단히 공교롭게도 홍예나는 각기 빛과 어둠 속성에 친화력을 지닌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러자니 고민이 되었다.
그들이 아직 자신이 통달하지 못한 속성에 대한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특히 그녀는 빛 속성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전국을 유람하던 중이었다.
‘쟤네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쩌면 빛과 어둠 속성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늘이를 잠깐 지켜본 바로는, 내가 저 애는 가르치지 않겠다고 하면 제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철회할지도 모르고….’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홍예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가 연하늘의 볼을 꼬집던 도견우에게 말했다.
“얘, 검술을 보조할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그랬니?”
“네, 맞아요.”
“그 정도면 하늘이를 가르치면서 짬을 내서 가르치지 못할 것도 없지. 좋아, 내가 가르쳐 줄게. 어중간하기는 해도, 자질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니까.”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처음에는 명가 태생 특유의 자만심을 지닌 아이라고 생각했건만.
연하늘의 의식을 돌리는 기지를 발휘하던 것을 보면, 마냥 독선적인 인물은 아닌 듯했다.
그렇기에 홍예나는 겸사겸사 그도 가르치기로 했다.
‘빛 속성에 친화력이 높은 아이이니, 5개의 일반 원소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네. 어디까지나 노력하기에 따라서지만.’
그리하여.
홍예나는 1명의 제자와 1명의 수강생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