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6)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6)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6학년, 13세가 되는 해.
예은이가 초등학생이 됐다.
올해부터 신검 도가의 직계들이 벌이는 평가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너는 6개의 원소를 통달한 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렴.”
홍예나는 육색(六色)의 마녀가 되었다.
헌터 협회에서 빛 속성 마법에 통달했다는 것을 증명한 그녀는 아주 거드름을 피워 댔다.
“그동안 저를 연구 자료로 썼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그래서 너도 공짜로 배우고 있는 거잖니. 그런데 나이를 먹고도 어떻게 스승에 대한 예의가 없니?”
“하늘이가 제자로 들어간 거지, 저는 제자로 들어간 게 아니니까요. 제가 돈 주고 과외를 받는 입장인 걸요. 무상으로 가르침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저놈의 주둥이 진짜…. 너는 검술에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사람을 화나게 하는 언변에 재능이 있었을 거야.”
한편 나는 그녀의 밑에서 마법을 배우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연하늘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스승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간단히 요령만 알려 준 거고, 설명도 다 끝난 게 아닌데… 그걸 시범만으로 보고 따라 하니?”
홍예나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연하늘은 마나를 다룰 줄 알게 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불과 1년 만에 어둠 속성 마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2년 만에 다른 원소 마법도 입문하게 되었다.
“쟤는 진짜… 대단하네.”
과연 게임에서 재앙의 마녀로 흑화하는 연하늘이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는 장난도 쉽게 치지 못할 듯했다.
장난으로라도 그녀의 마법을 맞고 싶지 않았다.
* * *
14세.
나와 연하늘은 중학생이 되었다.
아버지가 힘을 발휘한 덕에 우리는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입학할 수 있었다.
똘마니 금, 은, 동도 같은 중학교에 배치됐다.
그러다 보니 나는 으레 세쌍둥이를 부려 먹고는 했다.
“오늘 점심은 영 그런 것 같던데, 매점에서 사 먹을까?”
“음… 오늘 메뉴가 뭐지? 아, 고기반찬이 많이 없구나. 편식은 예은이만 하는 게 아니라, 너도 한다는 걸 아주머니도 아셔야 해.”
“그래서 안 갈 거야?”
“그래, 가자. 그런데 매점에 사람이 붐빌 것 같은데… 날도 덥고….”
“이럴 때를 위해 걔네들이 있는 거 아니겠어?”
“응?”
“전화해 볼게. 안 받기만 해 봐.”
“…너는 걔네한테 가차 없구나.”
“아, 받았다. 야, 똘마니 금.”
[나한테는 우금동이라는 이름이, 후…. 무슨 일인데?]“이따 점심 같이 먹자고.”
[어? 네가 웬일이냐. 좋지, 그러면 우리가 너희 반으로….]“그러니까 먹을 것 좀 사 오라고.”
[…네가 그럴 놈이었을 리 없지.]“하늘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매점에서 찾지 못하는 것도 좋고.”
[야! 그럴 바에는 배달을 시켜! 배달을!]“음… 나는 지난번에 먹은 카스텔라가 맛있더라. 그거랑 딸기 우유 마실래.”
“똘마니 금, 들었지?”
[집에서는 나도 사랑받는 장남인데 내가 왜 이런 대접을….]“메뉴는 톡으로 보내 줄게. 끊는다.”
매번 내 말을 한 번에 받아들이는 일이 없다고 해도.
후원이 걸려 있다 보니 세쌍둥이는 내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우리를 위해 매점에서 음식을 사 왔다.
“야! 밥 먹자!”
“웬일로 빨리 왔네?”
“점심시간 전이 체육이었거든. 그래서 중간에 몰래 빠져나갔지.”
“은동이 형이 매점으로 빠져나간 사이에 나랑 금동이 형이 은동이 형인 것처럼 행동했지. 선생님이 바뀐 줄도 못 알아보더라.”
“그래, 수고했어. 하늘아, 여기.”
“고마워, 견우야.”
“씨…. 사 온 건 우리인데, 왜 쟤한테 고맙다고….”
“똘마니 금. 지금 하늘이한테 뭐라 하는 거 아니지?”
“누가 사 왔으면 뭐 어때!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 그치, 금동이 형!?”
“맞아, 금동이 형!”
“그, 그렇지! 하늘아, 맛있게 먹어! 또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얼른 사 올게.”
“하늘아, 나 없을 때 쟤네가 뭐라 그러면 나한테 알려 줘. 내가 혼쭐을 내 줄 테니까.”
“아…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어. 너희도 정말 고마워.”
여담으로 연하늘은 중학생이 되며 눈에 띄게 분위기가 변화했다.
머리카락은 더 길어지고, 젖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징조를 보여 주었다.
검술관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검을 배워서 그런지 신체의 굴곡이 군살 없이 도드라졌으며.
홍예나에게 마법과 예법을 배워서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에서 고아한 분위기가 묻어나기도 했다.
아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초등학생 때 그녀를 무시했던 사람들도 순간 연하늘에게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그냥… 음… 더 예뻐졌다.
* * *
거기서 1년이 흘러서 15세.
중학교 2학년.
17세가 된 도시은이 학원도시에 들어가는 해였다.
“누나가 학원도시에 들어가게 되면, 당분간 얼굴은 보지 못하겠네.”
“그러게. 너랑 평가전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검을 겨루던 것도.”
연초에 있는 가문의 모임에서.
나는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나이가 된 도시은에게 축하를 건넸다.
아마도 당분간 그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원도시에서 보내는 생활이 워낙 바쁠 테니까.
그러자니 못내 아쉬움이 들었다.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이리라.
“견우야.”
“어, 누나.”
“학원도시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도시은과 헤어지려던 그때.
그녀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이에 나는 그녀의 마음에 답하며, 그녀와 손을 맞잡았다.
“그래, 기다리고 있어. 2년 뒤에 따라갈게. 나도 누나가 다니는 아카데미에 지원할 거야.”
“금강 아카데미에? 그렇게 된다면 자주 볼 수 있겠네. 기다릴게.”
내가 학원도시에 들어가게 될 때까지 2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달리 말하면 게임의 스토리가 시작되기까지 2년이 남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2년. 긴 것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짧은 것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도시은에게 포부를 밝히며, 그날부로 더욱 단련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연하늘이 무게를 늘린 추를 달고, 검을 휘두르던 내게 질문했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강해지고 싶어서.”
“하지만 너는 지금도 강하잖아. 시은이 언니가 학원도시에 들어가고 나서는 네가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은 친척들 중에서 제일 강하다고 말했잖아. 지금도 충분하지 않아?”
“그래도 부족해. 더, 더, 더 강해지고 싶어.”
지금 실력으로도 학원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응할 수 있기는 하리라.
그렇게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죽으면 세이브 포인트로 되돌아갈 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한 번 죽으면 거기에서 끝난다.
그렇기에 이 상태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더, 더, 더 강해지고 싶었다.
이런 식으로 단련하는 데에는 성장 속도가 더디고, 한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의미가 없어 보이는 단련이 쌓이고 쌓여, 어떤 식으로든 내게 의미가 될 것이다.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 어느 정도로 강해지고 싶은 건데?”
“글쎄…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중2병이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러게 누가 장난치래?”
“흠….”
장난친 게 아니라 진심이었는데.
하지만 이 세상의 미래를 모르는 연하늘은 내가 한 말을 중2병의 발언으로 넘겨짚은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가 이해할 수 있게끔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최강으로 통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
그때,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보다 강해지고 싶어.”
“너희 할아버지를 말하는 거지? 수왕이라고 불리는 신검 도가의 가주님.”
“맞아. 나는 할아버지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
“세외의 존재보다 강해지고 싶다니, 목표가 정말 굉장하네.”
“원래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지 못할 거라는 법도 없고.”
“하긴, 그렇기는 하지.”
수왕, 수왕, 수왕….
연하늘은 할아버지의 이명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러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옆에서 응원해 줄게. 네가 수왕님보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뭐래. 너도 같이 단련해야지.”
“하지만 나는 마법사인걸?”
“마법사는 체력 안 중요해?”
“스승님이 지금도 충분하댔어.”
“안 돼, 나만 고생할 수는 없어.”
“와…. 너어는 진짜….”
얘가 어딜 내빼려고.
나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강한별이 필요하고, 그의 동료들이 필요하고, 여러 조역들이 필요하며, 연하늘이 필요했다.
그녀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결국 그날도 연하늘은 나와 함께 단련에 임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년이면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는 건가.”
16세, 나는 중학생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했다.
홍예나는 어둠 속성 마법에 통달해 칠색의 마녀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잘 가.”
몽실이가 죽었다.
* * *
신검 도가에서 사냥용으로 태어난 몽실이는 제법 나이가 많았다.
그러니 토끼의 수명을 고려하고, 해가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던 것으로 볼 때, 몽실이의 죽음은 머지않아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충분히 인지했었고, 받아들일 각오도 했었다.
하지만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동안 즐거웠어….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몽실이는 곤히 잠든 것처럼 죽어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고,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눈을 감고 있던 몽실이가 낯설게 느껴지기만 했다.
몽실이가 죽었다는 실감이 들자, 상실감을 느꼈다.
그래, 상실감.
나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은 토끼에게 마음이 뜯겨 나간 듯한 고통을 경험했다.
―몽실이는 네가 잘 보살펴서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오빠, 울지 마….
―몽실이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좋은 곳에다 묻어 주도록 하자.
전생을 깨닫고 5년이 되어.
나는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전생을 깨닫기 전의 도견우로 돌아가서, 울보처럼 엉엉 울었다.
그렇게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진정됐지만, 여전히 몽실이가 떠나간 자리는 허전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괜찮아?”
“어, 이제는 괜찮아.”
“….”
연하늘은 그런 나를 걱정했다.
나는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게 애써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연하늘과 알고 지낸 지도 어언 5년이다.
내 심정을 꿰뚫지 못했을 리 없다.
그녀는 내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다 내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말을 꺼낸 것이다.
“내 귀 만질래?”
“….”
파닥파닥.
연하늘이 손으로 자신의 귀를 접었다 폈다 했다.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평소의 연하늘답지 않게, 손으로 자신의 귀를 파닥이면서 동요를 부르는 연하늘.
그 모습이 황당하고, 웃기면서, 귀여웠다.
한편으로 그녀의 귀를 만지고 싶다는 감정이 샘솟았다.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은데….
“아니야,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아….”
“네 귀를 만지게 되면, 몽실이가 생각날 것 같거든.”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몽실이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
연하늘은 의기소침한 기색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꼬리도 만지게 해 주려 했는데….”
“…!”
그녀가 그 말을 툭 내뱉은 것이다.
나는 그만… 유혹에 지고 말았다.
냅다 반응하고 만 것이다.
“꼬리 만져도 돼?”
“어?”
“네가 방금 꼬리도 만지게 해 주려고 했다면서.”
“어어… 그랬지, 네가 기운이 없어 보이니까. 근데 몽실이 생각….”
“한번 만져 볼래.”
“…너는 지조가 없구나.”
“괜찮아, 몽실이도 이해해 줄 거야.”
“아… 그러니….”
연하늘의 눈이 짜게 식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에휴, 너란 애는 그런 애였지. 그래, 만져.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내 꼬리를 만지게 해 주면 기운이 나는 거지?”
“그럼, 당근이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연하늘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순순히 허락했다.
이내 그녀가 내게서 몸을 돌리며, 꼬리가 보이게 엉덩이를 내주었다.
“와….”
“이게 감탄할 일이야?”
“그럼 안 감탄할 일이야?”
“…나는 네 마음을 잘 모르겠어. 이게 뭐가 좋은 거지?”
치마 위로 볼록 솟아 있는, 앙증맞고 귀여운 토끼 꼬리.
나는 하얀 털 뭉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꼬리는 귀보다 더 민감한 기관이야. 그러니까 막 만지면 안 돼, 알았지? 나 아프게 하면… 다시는 못 만지게 할 줄 알아.”그 말은 다음에도 만지게 해 주겠다는 건가?
나는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괜히 물었다가 연하늘이 철회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언제 그런 적 있어?”
“가끔 내 귀 만질 때 그러면서.”
연하늘의 투덜거림을 흘려들으며.
내 손은 점점 하얀 꼬리로 근접하고 있었다.
‘드디어 만지게 되는 거구나.’
전에 읽은 아인 심리학에 따르면.
아인은 대개 친애하는 사람에게 귀를 만지게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꼬리를 만지게 해 준다고.
즉, 연하늘이 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감회가 새롭네.’
내 5년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나는 감동에 벅차며, 아직 해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손을 댔다.
손끝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
그때, 연하늘이 등줄기를 찌르르 떨며 곧추 폈다.
나는 그녀가 손길에 적응하게끔, 살며시 꼬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만지작거렸다.
“아….”
“와, 진짜 부드럽다. 귀보다 훨씬 부드러운데?”
“자, 잠깐…! 견우야! 잠깐만….”
“왜? 아파?”
“아니이, 아픈 건 아닌데….”
“그럼 계속 만진다?”
“….”
뭐라 말하려다 잠잠해진 연하늘.
등 뒤에 있는 나로서는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만지지 말란 말이 없으니, 계속 만져 보기로 했다.
“오, 역시나.”
“왜, 왜 그러는데?”
“그동안 궁금했거든. 토끼 꼬리는 둥글게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꼬리가 말려 있을 뿐이야.”
“….”
“그래서 네 꼬리도 그렇게 되어 있나 했는데, 몽실이랑 똑같이 되어 있었네. 꼬리가 말려 있던 거였어. 잡아당기면 이렇게….”
“꺄악! 너, 너 지금 뭘….”
“이렇게 쫙 늘어나잖아.”
“느, 늘리지 마…. 뭔가, 뭔가 창피하단 말이야….”
“이렇게 늘리니 꼬리가 제법 기네. 그리고 굉장히 얇고.”
“그, 그만 만져….”
“꼭 솜털을 만지는 것 같네.”
연하늘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간다.
나는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구경하며, 그녀가 아프지 않게끔 꼬리를 만져 댔다.
“이, 이제 그만….”
“고마워, 하늘아.”
“…으응?”
“네 덕분에 울적한 기분이 날아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화낼 수 없잖아.”
“그럼 더 만져도 될까?”
“너어는 진짜…. 다음에, 다음에 만지게 해 줄게. 이쯤에서 그만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음에 또 만지게 해 준다는 약속을 받은 게 어디인가.
나는 꼬리를 만지던 손을 놓았다.
그제야 연하늘이 기진맥진해 하며 책상 위로 상체를 떨어뜨렸다.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미안, 많이 아팠어?”
“…몰라! 말 안 해 줄 거야.”
“다음에도 만지게 해 줄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 * *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16세의 겨울이 될 때쯤.
우리는 금강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어디까지나 필기시험이지만.
어찌 됐든 그때를 기점으로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이날이 오기는 했네.”
해가 바뀌어, 나는 17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