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43)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43)
개문
우리가 학원도시에 입국한 이후로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 기간은 같은 방을 쓰는 것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지게 했다.
어디까지나 조금이나마.
우리가 5년을 알고 지냈다고 하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부분도 발견하고, 배려하는 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성별이 다른 남녀 간에는 특히.
그러다 보니 여러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았어.’
어떻게 보면 일주일은 나와 그녀가 서로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시간이었다.
우스운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5년간 알고 지낸 것보다 일주일을 함께 지낸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일주일을 함께 지낸 데에는 5년의 시간이 밑받침해 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빗질해 줄까?”
“뭐?”
실기 시험이 찾아온 날의 아침.
금강 아카데미로 떠날 준비를 마친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빗던 연하늘에게 물었다.
그러자 거울에 비친 그녀가 뜬금없다는 얼굴을 했다.
“갑자기 왜?”
“네가 머리 빗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 그동안 같이 산 기념으로 해 봐도 될까?”
“같이 산 기념이랑 빗질하는 거랑 아무 연관성도 없는 것 같은데…. 게다가 같이 살았다니, 누가 듣고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왜? 같이 산 건 맞잖아.”
“같이 지낸 거지.”
“그거나, 그거나.”
“나한테는 엄청 다르거든? 그리고 같이 살았다고 과거형으로 말하면 우리가 이혼이라도 한 것 같잖아. 아직 우… 결혼도 안 했는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할….”
“나는 하거든?”
“나는 가끔 네가 이해가 안 돼.”
“견우야.”
“왜?”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나는 가끔 네가 이해가 안 돼.”
빗질을 멈추고 한숨을 푹 쉬고는, 거울 속의 나를 노려보는 연하늘.
아무래도 우리가 같이 산 일주일은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듯싶다.
“그럼 같이 잔 걸로 타협하자.”
“…저기, 그게 더 오해의 소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니?”
“근데 다 맞는 말이잖아.”
“같이 잔 거 아니야, 산 거 아니야. 그냥 같이 지낸 걸로 타협하자.”
“그거나, 그거나.”
“달라, 달라, 엄청 다르거든?”
예전에 그녀가 빌려준 책이 있다.
그 책에서는 여자를 수성인으로, 남자를 화성인으로 비유했었던가.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녀와 단어 하나로 의견이 갈리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와 여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화성과 수성이 떨어져 있는 것만큼 이해할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하는 게 틀림없다.
비단 남녀 사이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거리를 좁혀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안 돼?”
“내 머리는 장난감이 아니거든?”
“나 빗질 잘하는데. 예은이 머리도 몇 번 빗겨 준 적이 있거든. 묶는 것도 잘하고.”
“흐음… 그러니?”
“몽실이 털도 내가….”
“내가 토끼야?”
“너는 연하늘이지.”
“후우…. 그렇게 빗고 싶어?”
“당근이지.”
그런데도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연하늘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허락해 주고는 했다.
결국 나를 흘깃 째려본 연하늘이 손에 쥔 빗을 들어 올렸다.
가져가라는 신호였다.
“알았어. 대신 잠깐만 하는 거다? 너 때문에 머리를 다시 고치느라고 시험장에 늦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빗질을 잘못한다고 머리가 망가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연하늘이 건네는 빗을 받으며 나는 그녀의 등 뒤에 섰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손을 대자, 토끼 귀가 움찔하는 게 보였다.
“머리 안 망쳐. 긴장하지 마.”
“누가 긴장을 했다고 그래….”
“아, 그래? 그럼 빗는다.”
손바닥 위에 얹은 머리카락이 무척이나 부드럽다.
언제 봐도 드는 생각이지만, 연하늘의 이름처럼 연하늘색을 품은 머리카락은 신비롭기만 했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아…. 안 아프게 잘하네?”
나는 조심스럽게 빗질했다.
내게 머리칼을 맡기는 것에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그녀가 차츰 몸에서 힘을 풀어 갔다.
“어때? 시원하지?”
“시원하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잘하기는 잘하네.”
“그런데 흰머리가 좀 많네?”
“…뭐?”
“아, 너는 원래 이런 머리였지?”
“깜짝이야…. 장난치지 마.”
“네, 네.”
그렇게 단장을 마치고.
우리는 금강 아카데미로 향했다.
* * *
금강 아카데미를 지원한 수험생이 워낙 많다 보니, 1차 실기 시험은 여러 장소에서 진행된다.
당연히 아무 시험 장소를 찾아가 실기 시험을 응시할 수는 없었고, 수험 번호에 따라서 배정된 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부지가 넓어 길을 잃고 헤맬 걱정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시험장으로 가는 방향을 잘 표시해 놨네.”
“음, 어디 보자. 우리는….”
“수양관은 저기네. 가자.”
공교롭게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실기 시험을 치르게 됐다.
금강 아카데미에 도착한 우리는 아카데미 측에서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실기 시험 장소로 가까워질수록, 정문 앞에서부터 우글거리던 인파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윽고 수양관에 들어섰다.
“….”
“…많이도 있네.”
수양관 105호.
실기 시험 장소로 발을 들인 나는 먼저 온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들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꽂히는 시선이 강렬했다.
“견우야….”
“겁먹지 마. 뭘 겁먹고 그래?”
“그게 아니라 조심하라는 거야.”
“나도 알고 있어.”
연하늘은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살며시 내 옷깃을 붙잡았다.
그녀를 가리듯 앞으로 나선 나는 저들의 시선이 유독 우리에게 머무르는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곧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수험표 때문인가.’
나와 연하늘은 모든 문제를 풀어 수험표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수험생들에게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그들이 간간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30문제를 다 풀었다고?”
“와, 검은색….”
“아씨, 왜 하필이면 저런 놈들이랑 같은 곳에 배정된 거야?”
“쟤네랑 엮이면 안 되겠다.”
놀람, 감탄, 한탄 등.
수험생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우리에 대해 아는 부류도 있는 듯했다.
“검은색이면 명가의 사람일 텐데, 대체 누구지?”
“잠깐, 토끼 귀를 한 아인이면… 칠색의 마녀님의 제자 아니야?”
“칠색의 마녀한테 제자가 있었어? 나는 처음 듣는데….”
“야, 칠색의 마녀가 우리 친구냐? 이제 헌터가 될 거라면 이명 뒤에다 ‘님’ 자를 붙일 줄 알아야지.”
“그러고 보니 그 마녀님의 제자도 이번에 아카데미에 응시할 거라고 마도관에서 들은 적이 있어. 젠장, 금강 아카데미에 지원했구나.”
“그럼 그 옆에 있는 애는 누구지? 쟤도 검은색인데….”
홍예나가 칠색의 마녀로 불리면서 유명세가 늘어나기는 했다.
올해부터 아카데미에 교관으로 취임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연하늘에 대해서 제법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으으… 창피해….”
“창피할 게 뭐가 있어. 그냥 즐겨. 앞으로 이보다 더 유명해질 텐데?”
정작 연하늘 본인은 수험생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낯선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 나는 뭐라 하는지 들어 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옆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애겠지. 칠색의 마녀님 제자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잖아.”
“아― 걔?”
그래, 나.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걔가 맞나 보네, 걔.”
“걔가 누군데?”
“검술명가, 거기 있잖아!”
“검술명가 어디?”
“신검 도가!”
“…십가문?”
“쟤가 신검 도가의 사람이라고?”
그래, 나.
현재 신검 도가에서 도시은과 함께 가장 기대받고 있는 유망주.
“신검 도가의 도견우야. 틀림없어.”
“올해 금강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이 신검 도가 사람이라고는 들었어도, 도견우는 처음 들어 보네.”
“도견우 몰라? 검술관 안 다녔냐?”
“왜? 유명하냐?”
“유명하지! 토끼 하나도 못 잡아서 가문에서 우스갯거리가 됐다는 이야기 못 들어 봤어?”
“아! 신검 도가의 래빗!”
“그 이야기 유명하지. 검술관에서 애들이 훈련하기 싫어할 때마다 교관님이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누누이 얘기했었는데….”
…내 이야기가 그렇게 유명했는지 지금 처음 알았다.
갑자기 기분이 상한다.
“그래도 래빗도 옛말이지.”
“언제부터 달라졌다고 그러던데? 좋은 쪽으로.”
그래, 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다.
“옛날처럼은 안 그런다고 하는데, 솔직히 래빗의 일화가 너무 강해서 정말일지 모르지.”
“그동안 공식적으로 얼굴을 비춘 기회가 없었다니까. 래빗의 일화가 이상하게 잘 알려진 거 아니냐?”
“명가 사람들은 잘 알지 않을까?”
“그쪽도 반신반의인 것 같던데….”
“그런데 이제 래빗이라 안 불리고 다른 이명으로 불린다면서?”
“무슨 이명? 나는 처음 듣네.”
“래빗 말고 또 있어?”
“확실한 건, 신검 도가의 사람들은 이제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라.”
수험생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그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내 호평이 들려왔다.
“사자 새끼.”
“사자 새끼라잖아.”
“그거… 욕이냐, 칭찬이냐?”
“아마도 칭찬 아닐까? 욕이었으면 토끼 새끼라고 했겠지.”
“사자 새끼는 욕 아니야? 칭찬이면 새끼 사자라고 하지 않았을까?”
“사자 새끼, 새끼 사자, 사자 새끼, 새끼 사자, 사자 새끼….”
“사자 새끼. 어째 이상하게 이쪽이 입에 착착 감기네.”
…시바.
수백 명이 같은 말을 입에 담는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도 모르게 검에 손이 갈 정도로.
“견우야, 안 돼! 참아! 멈춰!”
“시험 전에 몸을 풀어 두려 했는데, 마침 잘됐네. 저것들을 그냥….”
“검으로 뭘 어쩌려고!?”
“베라고 있는 검이니까 베야지.”
“너 그러다 살인….”
“괜찮아. 역날검으로 싸우면 돼.”
“나보고 즐기라고 할 때는 언제고 네가 이러면 어떡해!”
“너랑 내가 같아?”
“그래도 진정해. 착하지, 착하지….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가 탈락하면 어쩌려고?”
후, 연하늘이 말려서 참는다.
대신에 나는 저놈들의 얼굴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시험에서 만나면 가만 안 두려고.
* * *
“야! 도견우!”
“여기야! 여기!”
“너도 우리랑 같은 데였구나!”
시험장에는 세쌍둥이도 있었다.
일주일 만에 본 놈들이 반갑다며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댔다.
이에 나는 놈들에게로 다가가면서, 가슴팍에 단 수험표에 주목했다.
‘그래도 색이 아예 없지는 않네.’
세쌍둥이의 수험표는 적색이었다.
우리와 따로 행동하고 있던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이리라.
5년간 들들 볶은 보람이 있었다.
게임에서는 언급된 적이 없지만, 게임에 등장했던 세쌍둥이는 적색을 못 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아니면 지금보다 더 굴려야겠다.
“뭐냐, 그 얼굴은.”
“왜 똥개를 칭찬하는 얼굴 같지?”
“이상하게 기분 나쁘네.”
“됐고, 시험도 보지 못하고 탈락하지 않은 거 축하해. 가산점도 그 정도면 잘 얻었네. 둘러보니까 적색부터는 많이 없는 것 같더라.”
“그걸 네가 할 말이냐?”
“와, 검정…. 진짜 어떻게 풀었대? 하늘이가 도와준 거 아니야?”
“일단 지금까지 이 시험장에서는 너희밖에 없는 것 같아.”
“그런 것 같기는 하더라.”
굳이 세쌍둥이가 말해 주지 않아도 이미 주위에 있는 수험생들을 파악한 참이었다.
1차 실기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문제를 푼 사람은 나와 연하늘밖에 없는 듯했다.
고은비가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와, 너희도 같은 시험장이었구나! 여기에서 또 만났네. 나 기억하지?”
“이름 기억하고 있어. 고은비였지?”
“응, 맞아! 안 잊고 있었구나. 나도 너희 이름 기억하고 있어. 견우랑 하늘이 맞지?”
고은비랑 시험장이 같았을 줄이야.
그녀를 다시 만난 나는 반가움이 들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때,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둘 다 알고 보니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들이었구나. 조금 전에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로 깜짝 놀랐지 뭐야? 혹시 너희한테 내가 뭐 잘못하거나 그런 건 없지?”
“아니, 잘못한 거라면 있지. 저번에 하늘이 귀 만지려고 한 거.”
“아…. 그때 내가 예의가 없었지? 저번에 사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하늘아.”
“아니야! 그러지 마. 견우가 지금 장난치는 거니까. 기분 안 상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 그런 거야? 난 또…. 그러면 한번 만져 봐도 될까?”
“그건 안 돼.”
“아까비….”
내 등 뒤에 숨은 연하늘은 여전히 고은비를 어려워하는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할 말은 했다.
고은비는 연하늘의 칼 같은 답변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은비는 고은비였다.
그녀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기운을 차리고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견우 너도 십가문이라면, 이곳에는 십가문에 속하는 사람이 2명이나 있는 거구나. 조금 전에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워들었는데, 저기 있는 애도 십가문의 사람이라 그러더라고.”
“그래? 누구?”
여기에 십가문의 사람이 있다고?
나는 고은비가 꺼낸 말에 혹해서,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저어기.”
“….”
“검은 도복을 입은 남자애 보이지? 피부도 많이 탔고.”
“아, 쟤구나.”
“의협 용가의 사람이라 하더라고. 아는 사이야? 저 애도 아까부터 너를 쳐다보는 것 같던데.”
“…모르는 사이야. 일단은.”
“그런데 꼭 아는 눈치네?”
“소문은 들어 봤으니까.”
“아, 그렇구나.”
앞머리를 세운, 짧은 스포츠머리.
사납고 날카로운 눈매.
머리카락 색과 어울리는,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 유독 눈에 띄는 검은 도복.
그 도복 밖으로 드러나는 근육과 자잘하게 나 있는 흉터들.
마지막으로 여성의 마음을 홀리는, 볕에 그을린 듯한 피부.
어떻게 보면 산적으로도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해적으로도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쟤도 같은 시험장이었구나.’
십가문의 사람은 주인공 강한별과 자주 엮일 수밖에 없고, 저 남자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아니, 단지 전개를 위한 캐릭터로 소모되는 것보다 비중이 꽤 높았다.
저 남자도 나나 고은비가 그렇듯, 플레이어가 육성할 수 있는 캐릭터, 즉 강한별의 파티원이었으니까.
“아,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
십가문 중 하나인 의협 용가.
그 가문의 직계, 용해랑.
“너한테 볼일이 있는 걸까?”
“…그런가 보네.”
용해랑은 강한별과 죽이 잘 맞아, 강한별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캐릭터였다.
「강한별&용해랑」
―강한별!
―용해랑!
―크로스!
게임에서 그런 장면도 있을 정도로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오죽하면 커뮤니티에서 두 사람이 우정을 나누는….
‘그만 생각하자. 전생이라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 응.’
어찌 됐든.
나는 용해랑을 꽤 좋아했다.
열혈한 캐릭터성은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더라도, 제법 준수한 성능을 지닌 딜러였으니까.
무엇보다….
‘저게 진짜 사나이지.’
저 피부와 근육을 보라!
얼마나 멋진가.
용해랑이 개그성 캐릭터로 통하고, 불같이 호전적이며, 단순 무식하고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지 않았다면 필시 인기가 엄청 많았으리라.
강한별이 주인공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신검 도가의 도견우라면서? 모든 문제를 푼 것을 보면 그만큼 강하다는 거겠지? 만나서 반갑다! 나는 용해랑이라고 해.”
그런 용해랑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흑색 수험표를 단 용해랑에게 응해 주기로 했다.
“반가워. 너도 흑색인 것을 보면 꽤 할 것 같은데?”
“근성과 기합으로 푸니 되더라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랑 대련이나 한판 뜨는 게 어때?”
“…그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대련하자는 말을 인사치레로 하다니 상당히 호전적이다.
문제는 마냥 인사치레가 아니란 게 무서운 일이다.
용해랑과 대련할 생각이 별로 없는 나는 자연스레 먼 훗날을 기약했다.
‘쟤랑 대련 친구 했다간 큰일 나지. 툭하면 대련하자고 쫓아다닐걸?’
내가 마음에 드는 것하고 별개로, 인간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명백히 다른 일이다.
괜히 골치 아픈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용해랑이랑 대련 친구 하는 일은 강한별한테 맡겨야지.’
구르는 것은 주인공의 역할이다.
주인공이 아닌 나는 적당히 구르며 취할 것이나 얻으면 된다.
‘주인공이 아니라 다행이야.’
너무 좋다.
그렇게 흡족해하며.
나는 용해랑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시간부터 시험장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탈락으로 간주합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1차 실기 시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