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4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44)
‘평가관’이라고 적힌 붉은 완장을 왼팔에 두른 교관.
교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은 ‘보조관’이라고 인쇄된 녹색 완장을 두르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학생인 듯했다.
금강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평가관을 돕고, 시험을 보조하려고 선출한 것이리라.
‘시은이 누나도 저 완장을 두르고 시험을 보조하고 있는 건가.’
나는 얼마 전에 도시은과 주고받은 연락을 떠올렸다.
학생회장에게 인수인계를 받느라고 취임 전부터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그녀는 학생회의 역할 중 하나로써, 올해 실기 시험의 보조관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곳에는 없는 듯했지만, 그녀도 어딘가에서 저 보조관들처럼 일하고 있으리라.
그때, 평가관이 입을 열었다.
“그것을 가져오도록.”
그 말에.
보조관 몇 명이 밖으로 나가더니, 끙끙거리며 무언가를 실은 수레를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디바이스?’
조그마한 크기의 금속 상자.
저들이 힘겨워하는 얼굴로 보건대, 디바이스처럼 질량은 유지한 상태로 크기를 압축한 것인 듯했다.
이내 몇몇 보조관이 더 붙어서는 힘겹게 수레에서 내렸다.
“….”
팬터마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럿이 작은 상자를 옮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대놓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눈빛이 살벌하네.’
저들의 뒤에 서 있는 보조관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니까.
직급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그들은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웃으면 알지? 죽는다.’
‘웃는 놈들은 기억해 놓을 거다.’
‘입학하고 보자, 후배들아.’
꼭 그런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합격도 하기 전부터 선배들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은 수험생들은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판이었다.
“풋!”
“….”
그때, 누군가 웃음이 터졌다.
그 순간 수험생 전체에게 향하던 보조관들의 위협은 웃음을 터뜨린 수험생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 하면….
부글부글.
수험생은 위협을 견뎌 내지 못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평가관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금강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 정도 기백에 기절하다니, 우리를 완전 물로 봤군. 탈락입니다. 보조관! 한쪽으로 치우세요!”
“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렁찬 소리로 대답한 보조관들이 쓰러진 수험생을 질질 끌고 갔다.
‘시은이 누나도 저러려나….’
도시은은 그래도 학생회장이니까 저 상자를 옮기고 있지는 않으리라.
대신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는 보조관처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학생회장이 뿜어내는 위협이라니, 상상이 잘 가지 않기는 해도 아마 그녀가 있는 시험장에서는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디바이스를 가동할 테니 다들 뒤로 물러섭니다.”
그때쯤 평가관이 작은 상자를 향해 체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화아악!
작은 상자가 반응했다.
빛에 휩싸인 상자가 빠른 속도로 부피를 부풀려 나갔다.
이윽고.
“….”
작은 상자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거대한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 3층은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이내 고개를 들어 철문을 확인한 나는 특이한 부분을 발견했다.
‘…문이 나뉘어 있어.’
거대한 철문은 일정 간격을 두고 이음매가 보였다.
그것을 의식해서 철문을 살펴보면 작은 철문 위로 그보다 큰 철문이, 그 철문 위로 그보다 더 큰 철문이 규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철문은 5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평가관이 설명한 것은 그때였다.
“보다시피 이 문은 5개의 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험생분들은 손으로 이 문을 열면 됩니다.”
“….”
“만약 문을 하나라도 열 수 있다면 1차 시험은 그것으로 합격입니다. 하나도 열지 못했을 경우에는 짐을 싸고 돌아가면 됩니다. 그때는 학원도시에서 체류를 허락한 동안 학원도시를 구경하든가 하십시오. 정문에서 여행사들이 수험생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걸까.
평가관의 설명을 듣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사이에도 보조관들이 추가적으로 철문들을 설치했다.
“마음에 드는 문을 선택하십시오. 어느 문이든 담당하는 보조관들이 여러분들을 평가할 겁니다. 시험은 2차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몇 번이고 치러도 됩니다. 대신 차례를 잘 지키기 바랍니다.”그럼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 말에….
“우아아아아아!”
시험장에 있던 수많은 수험생들이 어떻게든 빠른 순서를 차지하려고 곳곳에 설치된 철문으로 뛰어갔다.
* * *
철문을 여는 시험.
철문은 단순히 높기만 하지 않고, 문의 두께가 제법 두껍기도 했다.
그로 인해 문 하나를 여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끄으으으응!”
시험이 시작되자 제일 먼저 달려가 철문을 선점한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고생하고 있었다.
그들이 얼굴을 붉히며 열려 해도,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1분 지났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수험생들을 위해 비켜 주세요.”
“크윽….”
시험이 시작되고 10분이 흘렀다.
아직까지 문을 연 사람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왜 안 열리는 거야!?”
문을 열지 못하고 차례가 밀려난 사람들은 분개하여 그런 소리를 내뱉고는 했다.
그다음 사람도, 또 그다음 사람도 불만은 거의 다르지 않았다.
“쉽게 열리지는 않나 보네.”
줄이 너무 길었기에.
나는 아직 줄에 서지 않고, 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구경하고만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한가.’
가장 작은 문만 해도 높이가 족히 2m는 되어 보였다.
장사가 아니고서는 저 문을 열려면 체내 마나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열려라, 쪼오오옴!”
그런데 문을 열고 있는 수험생들은 그것을 잘하지 못하고 있었다.
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발현한 체내 마나가 신체에 머무르지 않고 허공으로 풀풀 날아가고 있지 않나, 양팔에 부여한 마나의 비중이 전혀 균일하지 않았다.
거기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체내 마나를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인 건가?”
나는 떠오르는 대로 중얼거렸다.
연하늘이 그 말을 받았다.
“그것만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체내 마나의 제어 능력만 보는 거면 철문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5개는 너무 과한 것 같아.”
“그럼?”
“내 생각엔 종합적인 마나 능력을 평가하려는 게 아닐까 싶어. 방금 저 사람이 철문에 손을 대는 순간에 철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봤는데, 체내 마나량을 측정하는 것 같더라. 그 외에도 철문이 여러 가지 요소를 측정하는 게 아닐까?”마나를 해석하는 능력에 있어서, 연하늘은 나보다 더 뛰어났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그때, 철문을 연 수험생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쿠구구.
“6321번 수험생, 1개. 합격.”
“좋았어!”
회색 수험표를 차고 있는 수험생이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첫 번째 철문을 열었을 뿐이건만, 지금까지 아무도 열지 못하다 보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 후로 합격자들이 나왔다.
“282번 수험생, 1개. 합격.”
“4389번 수험생, 2개. 합격.”
“3256번 수험생, 1개. 합격.”
“1875번 수험생, 2개….”
급한 마음에 철문을 열려고 하다가 실패한 수험생들과 달리, 차분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수험생들은 어렵지 않다는 얼굴로 척척 철문을 열어 댔다.
“먼저 문을 연다고 다가 아니지!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그럼 나도 그만 가 볼게!”
줄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쯤 돼서야 용해랑이 신나서 줄을 서러 뛰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문을 여는 걸 보며 어느 정도 요령을 파악하기도 했고,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도 가 봐야겠다. 견우야, 하늘아! 다음에 봐!”
“우리도 갈게!”
고은비, 세쌍둥이도 움직였다.
“우리도 슬슬 줄이나 설까?”
“그래, 그러자.”
나와 연하늘은 상황을 더 지켜보다 사람이 금방 빠질 듯한 줄을 찾아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세 번째 문까지 연 게 최고 기록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용해랑을 찾았다.
우리보다 먼저 줄을 선 용해랑은 이제 곧 차례를 앞두고 있었다.
이윽고 머지않아.
“다음! 6666번 수험생.”
“네!”
용해랑의 차례가 다가왔다.
기다리느라 몸이 근질거렸다는 듯, 우두둑 관절을 맞추는 소리를 울린 그가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
의협 용가라는 배경도 있는 데다, 흑색 수험표를 가진 탓인지.
수험생들의 시선은 용해랑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보조관들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평가관이 그의 실력을 평가하고자 발걸음을 뗄 정도였다.
“후우.”
철문에 양 손바닥을 붙인 용해랑은 그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잠시 후.
“빠샤!”
크게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뜬 용해랑이 마침내 철문을 밀기 시작했다.
쿠구구….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첫 번째 철문이 열리는 것만 해도 영 시원치가 않았다.
‘그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용해랑은 지금.
“미친….”
“지금 힘만으로 밀고 있다고?”
체내 마나를 발현하는 낌새도 없이 순수 완력만으로 문을 여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용해랑이 벌이는 기행에 놀라워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쿠구구….
그때, 검은 도복 밖으로 나와 있는 양팔에 핏줄이 선명하게 꿈틀대고,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두 번째 문이 흔들렸다.
그 광경에.
“….”
나는 할 말을 잊기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평가관을 볼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용해랑은 세 번째 철문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세 번째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때가 되어서야 용해랑은 마침내 마나를 폭발시켰다.
“빠샤!”
용해랑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가 강한 의지로 발현한 마나가 그만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 마나가 기류를 바꾸었다.
쿠구구.
“….”
조금 전보다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세 번째 문이 들썩였다.
아니, 세 번째 문뿐만 아니라….
“우, 움직인다….”
“….”
네 번째 철문도 반응하고 있었다.
누군가 경악에 차서 중얼거린 말에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대단하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연 의협 용가의 사람이라고나 할까.
용해랑의 힘은 독보적이었다.
그리하여.
“6666번 수험생… 4개, 합격.”
용해랑은 이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네 번째 철문까지 열어젖혔다.
평가관은 그의 실력을 평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우…. 빠샤.”
한편 용해랑은 턱 끝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자신이 열어젖힌 철문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전력으로 힘을 발휘한 것이 개운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고는 홱 몸을 돌렸다.
그의 발걸음이 나아가는 방향에는….
‘어?’
어째서인지 내가 있었다.
용해랑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가 내게로 다가왔다.
“너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
“기대하고 있을게.”
그 말을 건네며.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린 용해랑이 지나쳐 갔다.
‘날 호적수라고 여기고 있는 건가? 쟤랑 대련 친구는 사양인데….’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나로서는 얼른 강한별이 등장해서 용해랑의 관심을 돌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 후로 철문을 네 번째까지 여는 수험생이 없지는 않았다.
아주 간혹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명가를 배경으로 둔, 어렸을 적부터 헌터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단련해 왔을 이들이었다.
그러니 다른 수험생들과 비교해서 그만한 실력을 보여 줄 만했다.
‘헌터에게 중요한 건 재능이라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어.’
게다가 명가를 배경으로 둔 이들은 높은 확률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명가 태생이 아닌 사람이 아무리 재능을 가졌어도 어지간한 정도로는 그들의 재능, 시간, 환경, 노력 등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명가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그렇게 발생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태어났을 때부터 그 차이가 결정되는 셈이지.’
안타깝게도 세상은 원래 그렇다.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
누구는 원하지 않아도 축복받고, 누구는 간절히 원해도 받지 못한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재능과 환경이, 누구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명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계속해서 권위 있는 삶을 누리고 군림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들 아래에서 쳇바퀴가 굴러가는 삶을 영위하며 그들을 떠받들고 또한 착취당한다.
보다 우수한 헌터를 만들려고 하는 이 세상에서는 특히나.
‘이제 고은비의 차례구나.’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런 식으로 꽉 막힌 것만은 아니다.
아주 좁기는 해도.
올라가는 길은 있다.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본인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에 따라 차이를 만회할 수도 있다.
지금이야 명가의 사람들의 실력이 두드러지게 보일지 몰라도, 3년 후, 금강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될 때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후웁!”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은비다.
명가 태생이 아닌 그녀는 지금이야 평범한 축에서 조금 잘하는 수준의 레인저에 불과하나, 스토리 진행과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꽤 키우는 맛이 있었지.’
그런 그녀가 철문을 열고 있었다.
체내 마나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린 그녀가 힘껏 철문을 열었다.
그렇게 해서.
“아, 숨차….”
녹색 수험표를 달고 있던 고은비는 세 번째 철문까지 열어 보였다.
명가 태생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제법 준수한 성적이었다.
‘잘했어.’
나는 속으로 고은비를 칭찬했다.
그러고는 연달아 철문을 열고 있는 세쌍둥이를 찾았다.
“셋이서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문을 전부 여는 것도 껌인데….”
세쌍둥이는 나란히 고은비와 같은 성적을 달성했다.
나는 그들의 입술을 대충 읽고는 혀를 쯧쯧 찼다.
‘응, 그거 부정행위야.’
누구나 셋이 합치면 다 열겠다.
그래도 놈들의 연계를 생각한다면 하나보다 셋이 훨씬 강하기는 했다.
네 번째까지 열었으면 좋았겠지만, 세쌍둥이를 한 묶음으로 평가하자면 개개인이 세 번째까지 열었다는 게 마냥 나쁘지 않았다.
그런 한편, 어느덧….
“다음 수험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앞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와 연하늘의 차례가 되었다.
보조관이 순서가 구분되지 않게 선 우리를 불렀다.
이에 나는 연하늘에게 말했다.
“가라, 연하늘.”
“…저기, 왜 나부터 하라는 건데? 그리고 내가 네 포켓몬이라도 돼? 사람을 무슨 포켓몬처럼….”
“연하늘, 너로 정했다.”
“에휴….”
거절은 받지 않는다.
나는 연하늘의 등을 툭 쳤다.
끝내 따지는 것을 포기한 그녀는 터덜터덜 철문으로 향했다.
“….”
조금 전, 용해랑이 그랬던 것처럼.
시험장의 소리가 가라앉았다.
수험생들은 시험을 보는 것도 잊고 연하늘에게 시선을 주기 바빴으며, 보조관들도 그녀를 힐끔거렸다.
평가관도 냉큼 몸을 돌려 그녀에게 걸음을 옮겼다.
“으으….”
“하늘아, 힘내.”
연하늘은 그들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이 되는 눈치였다.
내 뒤에 숨을 수도 없는 그녀는 연신 나를 돌아보거나, 몇 번이고 심호흡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응원했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시험, 응시할게요.”
심호흡을 마친 연하늘이 손을 뻗어 철문에 가져다 댔다.
“후우.”
연하늘이 고르게 숨을 내뱉었다.
그에 맞춰 체내 마나가 발현되며 그녀의 신체 주위를 감돌았다.
손바닥 중심으로 퍼져 나온 마나는 철문 전체를 감싸기까지 했다.
“….”
육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밀도가 높은지 알 수 있는 마나.
사람들은 그 밀도에 놀란 듯했다.
나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숨을 헉 삼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차.”
그때, 연하늘이 철문을 밀었다.
쿠구구.
첫 번째 철문이 삐걱대는 일 없이 가볍게 스르륵 밀려났다.
쿠구구.
두 번째 철문도 다르지 않았다.
힘을 많이 주지 않은 것 같은데도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쿠구구.
“….”
세 번째 철문도 마찬가지.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평가관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쿠구구.
이내 네 번째 철문이 밀려나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후우.”
그제야 연하늘이 참았던 숨을 뱉고 철문을 미는 것을 중단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후우.”
“….”
호흡을 가다듬은 연하늘이 다시금 철문을 열기 시작했다.
반쯤 열어젖힌 상태에 있던 철문이 끼익 끼익 들썩였다.
다섯 번째 철문이 반응한 것이다.
쿠구구….
조금 전보다는 덜 매끄럽지만.
다섯 번째 철문도 움직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주며 철문을 밀고 나갔다.
그리하여.
“후아.”
“….”
연하늘은 5개의 철문을 모두 열어젖히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게 철문 너머를 밟은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문, 열었어요.”
“….”
수줍어하는 얼굴을 하며.
연하늘이 평가관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평가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5, 5784번 수험생… 5개,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