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49)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49)
안개산이 보인다.
순환 차가의 직계와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다투며 경주를 벌이다 보니, 민아린은 어느덧 안개산 상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안개가 너무 짙어.’
민아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개산에 깔린 안개가 주위로 퍼져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순환 차가의 직계는 어디로 갔지?’
시야가 이래서는 찾기도 힘들다.
민아린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비행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
한편, 안개는 안개산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짙어져 갔다.
이제는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시야가 희뿌옇기만 했다.
여기도 안개, 저기도 안개.
계속 안개 속을 날고 있다 보니 방향감각이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
현재 얼마만큼 올라온 것인가.
자신은 위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정말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가.
사실 아래로 향하는 것은 아닌가.
무엇도 인지할 수 없게 된 그녀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어졌다.
‘안개를 거둘 수는 없는 건가?’
안개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안개를 전부 거둘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안개를 거둘 수는 있으리라.
민아린은 손짓으로 마법을 발동해 곧장 실행에 옮겼다.
“씨….”
그러나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안개는 한순간이나마 흩어졌다가, 금세 주위에 있는 안개가 몰려들어 옅어진 부위를 메우려고 들었다.
민아린은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자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감정은 분명 마법에 힘을 더하나, 그만큼 통제하기도 어렵다.
우수한 마법사라면 감정을 통제해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고, 마법을 지배할 수 있어야 했다.
“후우.”
가문의 가르침을 떠올린 민아린은 비행을 중단하고 명상에 들어갔다.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움직이려고 해 봤자 무의미하기만 했다.
‘안개를 거두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럼 감지망을 사용하자.’
민아린은 마나의 파장을 퍼뜨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파장이 주위 공간을 분석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결계였구나. 마법으로 안개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있었네.”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안개는 단순한 안개가 아니었다.
사람의 방향감각을 저하시켜서는 길을 헤매게 하는 마법이었다.
일종의 결계 마법.
마법이 자연적인 안개에 섞여 있어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내 힘으로 산 전체에 깔린 마법을 해주하지는 못할 테고…. 그렇다면 결계를 나가기 위한, 정해진 길을 찾는 수밖에 없어.’
결계 마법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입구와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 채로 존재를 완전히 가두는 게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입구와 출구만 남기고 길을 꼬아 버리는 종류였다.
이 경우에는 후자이리라.
그렇다면 길을 찾아야 했다.
‘하늘을 날아서는 안개산 정상으로 도달할 수 없어.’
감지망으로 지상은 파악하더라도, 상공은 파악할 수 없었다.
상공에 길은 없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이 이상 하늘을 날아봤자 정처 없이 헤매기만 할 뿐이다.
이에 상공에 활공해 있던 민아린은 마법을 풀고 지상에 착지했다.
“몸을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네.”
산 중턱쯤에 내려앉았으려나.
민아린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지면에 감지망을 퍼뜨려, ‘위’로 향하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 * *
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다.
안개산에 들어선 것까지는 좋은데, 산을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져서 시야를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견우야! 거기 있어?”
“어, 나 여기 있어.”
안개가 얼마나 짙냐면 근처에 있는 연하늘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산을 오르며 서로를 애절하게 불러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키에에엑!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고블린(Rank. 01) x 3]우리는 안개 저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다.
“하늘아, 조심해! 고블린이야!”
“나도 지금 확인했어!”
평소라면 놈들이 먼 거리에 있어도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을 테건만.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는 놈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서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기실 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키엑?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코볼트(Rank. 01) x 1]“하늘아, 1마리 더!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할게!”
“부탁할게!”
놈들도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우리의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 놈들이나 간혹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고는 했다.
그때는 순간적인 판단에 의지해서 먼저 움직인 쪽이 승세를 가져갔다.
서걱.
나는 걸음을 뒤로 물리다 발견한 코볼트의 목을 베어 냈다.
그러고는 냉큼 발을 틀고 회전해, 어느새 등 뒤까지 다가온 고블린을 해치웠다.
키에엑…!
나머지 2마리는 연하늘이 맡아 싸울 수고를 덜어 주었다.
그런데 안개 속에서 겪는 위험에는 몬스터들만 있지 않았다.
트랩도 있었다.
딸칵! 부우웅!
어디선가 인위적인 소리가 들리고, 별안간 바람 소리가 드세졌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트랩이야! 피해!”
안개 속이 난폭하게 꿈틀거리고, 그 속에서 통나무가 우리를 향해서 돌진해 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옆으로 굴렸다.
통나무는 내가 있던 자리를 지나, 그 방향에 있던 나무를 들이박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모르고 맞았으면 죽을 뻔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안개에, 몬스터에, 트랩에…. 고작 산 하나를 오르는 건데 쉽지 않네. 하늘아, 다친 데는 없어?”
“나는 괜찮아. 그런데 조금 전보다 안개가 더 짙어진 것 같지 않아?”
“그것도 그러네. 그나마 네 귀로 대충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못 찾을 것 같다.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려 하지 마.”
“…그동안 내 귀로 찾았던 거야?”
“네 귀가 길어서 잘 보였거든.”
“음… 그래, 뭐. 안 보이는 것보다 보이는 게 낫긴 하지.”
“그보다 결계는? 어떻게 됐어?”
“해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술식의 구성을 살펴보니까 아무래도 산 곳곳에 설치된 매개체들을 통해 발동하고 있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그것들을 부수지 않으면 해주할 수 없다는 건가. 자칫하면 찾아서 부수려고 하다 괜히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겠네.”
“맞아. 평가관님들이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이대로 가야 한다는 건데… 안개는 거두지 못할 것 같아?”
“아까부터 시도해 보고 있기는 한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네. 미안해.”
“어쩔 수 없지. 뭘 그런 것 가지고 미안해하고 그래?”
단순히 산을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리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모양이다.
안타깝지만 단념하기로 했다.
요행은 바라지 않고 이대로 계속 안개 속을 헤치고 산을 올라야겠다.
길이라면 알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흐름을 따라가면 되겠지.’
안개산을 덮고 있는 결계의 술식이 일부나마 눈에 들어오는 한편으로, 대기 마나가 보였다.
시야를 가리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마나는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빛은 정처 없이 흐르는 게 아니라, 일관적인 흐름을 보이며 한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랑 하늘이의 생각이 맞는다면, 분명 결계의 출구가 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걸 거야.’
그 출구란 곧 정상이리라.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방향감각도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산의 등정로를 찾기 위한 이정표는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수십 갈래의 빛줄기밖에 없다.
저 이정표가 있는 한, 나는 길을 헤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이제 1시간 27분 남았어.”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속도를 더 낼 필요가 있겠네.”
“이 상황에서?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 나는 감이 엄청 좋으니까. 하늘이 너는 내 뒤만 바짝 쫓아와. 잘못해서 헤어지지 않게.”
“후, 그래. 위험할 때마다 네 감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믿을게.”
* * *
안개산 등정로에 들어서는 과정이 수험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지와 체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등정로에서 정상까지 향하는 과정은 다른 요소들을 평가하러 존재했다.
[아까부터 뱅뱅 돌고 있지 않아?] [이 길이 맞기는 한 거야!?] [지금 위로 올라가는 게 맞나?]첫째, 방향감각을 구분할 줄 알고, 결계 속에서 길을 찾는 능력.
[앞이 보이지 않아….] [얘들아, 어디 있어!?] [감지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니, 그걸 어떻게 해!!]둘째, 주위로 감지망을 퍼뜨려서 공간 구조와 기척을 파악하고, 또한 감지망을 퍼뜨린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커헉!] [트랩이야! 조심해!] [키에엑!]셋째, 인지하지 못한 공격에 대해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그 밖에 등등.
등정로를 오르는 수험생으로부터 많은 요소를 평가할 수 있었다.
사실상 2차 실기 시험의 합격은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평가관들의 관심사는 자연히 등정로에 들어선 수험생들에게로 향했다.
“40%의 수험생이 안개산 등정로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스크린 아이들을 그쪽으로 돌려서 수험생들을 살피기로 하지. 그리고 사전에 안개산 곳곳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들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지금 하나도 빠짐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산에 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건만.
등정로를 담은 화면은 현장과 달리 안개가 많이 끼어 있지 않았다.
현장에 깔려 있는 안개는 상당수가 마법으로 구현한 환영이기도 했고, 현장에 있는 영상 송출 아티펙트가 그렇게 만든 안개를 아예 배제하고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흠, 다들 고전하고 있군.”
덕분에 평가관들은 안개 속에서도 수험생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중앙에 있는 가장 큰 화면에 마도 민가의 민아린이 나왔다.
[헉, 헉…. 산이 뭐 이렇게 높아?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저 수험생… 체력은 꽝이군.”
“그러게요.”
민아린은 연신 숨을 가쁘게 쉬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기도 했다.
안개산으로 날아갈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다른 몰골이었다.
“하긴, 체내 마나도 꽤 소모했겠죠. 이쯤 되면 힘이 빠질 만도 해요.”
“그리고 고도가 높잖아. 저쯤이면 고산병에 시달리고 있는 거겠지.”
고도가 올라가면 산소가 부족해져 여러 증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안개산을 뒤덮고 있는 결계 마법은 수험생들이 실제 고도보다 더 높게 고도를 체감하도록 무의식을 건드려, 높은 확률로 그 증상이 일어나도록 야기하고 있었다.
현재 민아린의 상태가 그러했다.
그런 상황에서.
[딸칵!] […어?]판단력이 저하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서 환영 마법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평가관들은 그것 역시 평가했다.
환영 마법을 간파하는 능력을.
[부우우웅!]지금 그녀의 측면에서 들이닥치는 통나무들은 환영에 지나지 않았다.
평범한 수험생이라면 이 상황에서 환영을 간파하지 못하고 움찔하고 말 것이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아주 사람 짜증 나게 하고 있어.]그러나 민아린은 평범한 수험생에 속하지 않았다.
환영을 본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통나무들은 그런 그녀를 투과하며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
“그래도 마도 민가군.”
“상태가 저런 것을 보면 무의식이 마법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환영은 한눈에 알아보네요.”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떨어져서 고산병을 일으키는 마법에 걸린 걸 자각하지 못하는가 보죠.”
평가관들은 즉각 환영을 간파해 낸 민아린을 높이 평가했다.
그때, 한 교관이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 현재 1등은 마도 민가의 수험생인 겁니까?”
“아니요, 수험표 위치를 확인하니 민아린 수험생은 현재 2등입니다.”
“그럼 1등은 순환 차가의 수험생, 그 아이겠군.”
“아, 지금 나오네요.”
중앙에 있는 큰 화면이 바뀌었다.
손등으로 땀을 닦던 민아린 대신에 순환 차가의 차은솔이 나왔다.
초록 눈이 인상적인 수험생은….
[얌얌.]“…쟤, 지금 뭘 먹고 있는 건가?”
“맛있게도 먹네요….”
차은솔은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
평가관들은 소시지를 우물거리면서 여유롭게 산을 오르는 그녀를 보고 어처구니없어했다.
“안개 속에서 길을 헤맬 만도 한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않네요. 마도 민가의 수험생도 잠깐이지만 고민하는 것 같던데.”
“환영도 잘 분간하고 있군.”
“고산병의 증상도 없어 보이고요. 저 높이까지 올라갔으면 체력이라도 떨어졌을 만한데, 대단하네요.”
“정령사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어쩌면 안개산에 사는 정령들이 길을 알려 주고 있는지도 모르지.”
“하긴…. 정령의 도움을 받는다면 결계 마법도 별로 효과가 없겠군. 현재 1등을 할 만도 해.”
[얌얌.]“그래서 뭘 먹고 있는 건가요?”
“소시지 같은데.”
“소시지 같네요.”
“소시지가 맞는 것 같은데요?”
“아니, 소시지가 어디서 난 거죠? 밖에서 가지고 온 거 아니에요?”
“뭐, 음식물 반입 금지도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디바이스나 포션, 그 외 다른 도구도 반입 가능한데 소시지가 뭐 대수입니까?”
[얌얌.]“근데… 참 많이도 먹네요.”
“대식가군.”
평가관들이 알기로 순환 차가의 이름을 잇는 사람은 대체로 감정 표현이 풍부했다.
그런데 거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소시지를 먹는 차은솔을 보노라면, 그 인식이 깨질 것만 같았다.
괴짜다.
평가관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3등은 누구인가?”
“3등은 연성 남가의 수험생이네요.”
“그리고 4등은… 아, 신검 도가의 수험생과 홍예나 교관의 제자네요.”
“공동 4위인가.”
“지금 환영 지대에 돌입했습니다.”
“마침 화면에 나오네요.”
그렇게 차은솔의 먹방이 지나가고.
화면이 다시금 전환되었다.
도견우와 연하늘이 고도가 높아진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호흡 곤란 증상도 보이지 않고.
“쟤네는 포션이라도 마셨답니까?”
“포션을 마셔도 힘들 텐데….”
“아마도 무의식을 건드리는 마법을 파훼한 게 아닐까요?”
“아니, 그걸 누가 파훼한답니까? 마도 민가의 수험생도 마법 자체를 자각하지 못한 것 같던데.”
“홍예나 교관의 제자가 있잖아요.”
“허….”
토끼 귀가 힘차게 흔들리고 있는 저 수험생이 마법에 조예가 그렇게 깊다는 말인가.
평가관들은 탄식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딸칵! 부우우웅!]트랩이 작동했다.
환영과 실체가 섞인 통나무 더미가 도견우와 연하늘에게 쇄도했다.
[견우야!] [나만 믿고 따라와.]“환영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발동한 트랩의 수가 너무 많은데? 저 중에 실체가 섞여 있기도 하고.”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겠네요.”
평가관들은 그 순간에 집중했다.
곧 그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도견우는….
“아니, 뭔….”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실체는 피하되, 환영은 지나치며 트랩 지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다 보지도 않고 환영인지 알아차린 거지?”
민아린, 차은솔과는 다르다.
그들은 환영을 보기라도 했다.
그러나 도견우는 환영에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환영을 보기 전부터 환영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그런 그들의 의문에 대답하듯 화면에서 도견우의 목소리가 흘렀다.
[거봐, 내가 감이 좋다니까.] [네, 네. 참 잘했어요.] […왜 애 취급을 받는 것 같지?] [도견우 어린이만 믿을게요―.]“….”
신검 도가의 이름을 잇는 사람은 대체로 말이 검을 휘두르는 것만큼 무겁고 신중했다.
그러나 도견우는 예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