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50)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50)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지만 감지망을 펼치면 어느 정도 주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게는 기프트가 있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그 즉시 위험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게 돕는 회피 본능.
회피 본능의 호소에 집중하면.
파직!
“조심해! 뭔가 올 거야!”
위험을 인지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전류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낀 나는 곧장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콰직! 쿠르르….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안개 저편에서 거대한 돌덩어리가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진로상에서 벗어난 우리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굴러가는 돌덩이를 지나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딸칵! 피융!
파직!
다시금 회피 본능이 발동했다.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든다.
나는 냉큼 소리쳤다.
“하늘아, 방벽!”
“으, 응!”
연하늘이 이 정도 상황에 당황하고 허둥거릴 리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나는 무작정 회피하려 들지 않고, 검으로 날아드는 것들을 쳐 냈다.
팅!
화살이었다.
그 화살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같은 방향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저 앞에 화살을 자동으로 발사하는 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 이상.
이대로 저곳을 지나야 하는 이상, 일회성에 그치는 일 없이 발사되는 트랩의 존재는 성가시기만 했다.
연하늘도 그렇게 판단한 듯했다.
“저건 내가 해결할게.”
방벽을 펼쳐 앞으로 나온 연하늘.
그녀가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술식이 떠돌고, 손바닥으로부터 떨어진 허공에서는 마법진이 생겨났다.
치직!
마법진 앞으로 빛이 모여들었다.
안개 속에서 까맣게 발하는 빛이 그녀가 한 손으로 쥐지 못할 크기의 구체가 되었다.
[블랙 런처(Black Launcher)>1계위 어둠의 원소 마법.
구체로 압축한 어둠 속성 마나를 손바닥으로부터 직선 방향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쏘는 마법.
팡! 팡! 팡! 팡!
트랩이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연하늘은 마법을 난사했다.
마법이 그녀의 손을 떠날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더는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럼 계속 가자.”
덕분에 트랩이 무력화되었다.
우리는 재빨리 그곳을 지나가며, 또 다른 위험에 대비했다.
딸칵!
‘온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위험을 감지한 나는 오감을 곤두세웠다.
직후 좌우의 안개가 흔들렸다.
부우우웅!
통나무가 덮쳐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대응하지 않았다.
“괜찮아.”
나는 이렇게 인지하고 있는데도, 회피 본능은 인지하지 않았다.
위험이 아니란 뜻이다.
실체가 아닌 환영이다.
안개산을 오르며 이미 몇 번이나 환영을 겪은 나는 당황하지 않고, 환영 속으로 전진했다.
부우우웅!
간간이 실체가 섞여 있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회피 본능이 발동하면 실체이고, 발동하지 않으면 환영일 뿐이다.
‘내게 환영 마법은 소용없어.’
나는 자신했다.
환영 같은 것에 속지 않는다.
다만 환영을 분간하는 회피 본능도 무적은 아니었다.
딸칵!
“…!”
“견우야!”
회피 본능은 위험이 되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바.”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 트랩을 밟아 버렸다.
발동하기 전까지 무엇인지 모르고, 생명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 트랩은 회피 본능의 발동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 그 트랩이 지뢰 따위가 아닌, 밟은 사람을 걸어가는 방향을 향해 멀리 날려 보내는 트랩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안개가 가득 낀 공중으로 날아오른 나는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여기서 별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휘익!
파직!
역시 그럴 리 없지.
공중에서 무방비한 상태가 된 내게 사방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회피 본능으로 위험을 감지한 나는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게 낫겠네.’
공중에서 몸을 비튼다.
얼굴이 지면으로 향한다.
몸에서 최대한 힘을 뺀다.
“후우.”
손을 놓기 위함이 아니다.
공격을 흘리기 위함이다.
나는 호흡을 고르며, 체내 마나로 전신을 감쌌다.
[수왕류 방어식 제6형>사자 선뢰(獅子 旋雷).
쾌와 유(流)를 섞은 검술.
그동안 허공만 쏘고 있던 무언가가 마침내 내게 닿는다.
회피 본능이 발동하는 것과 함께, 나는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러고는 군청검을 가져다 댔다.
깡!
군청검이 힘을 이기지 못한다.
검이 공격 방향으로 밀려난다.
자연히 내 몸도 돌아갔다.
발붙일 곳 없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직!
일순 벽뢰가 일었다.
군청검에 깃든 마나가 대기 마나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깡!
나는 두 번째 공격을 받았다.
반대 방향으로 회전력이 가해진다.
나는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군청검에서 일어난 벽뢰는 더욱더 세기를 부풀렸다.
벽뢰가 안개 속에서 번쩍였다.
깡!
세 번.
깡!
네 번.
깡!
다섯 번.
어느 순간 내 몸을 벽뢰가 휘감고, 군청검이 회전하는 방향을 따라서 벽뢰가 뻗어 나가고 있었다.
휘이…직!
내 주위를 휩쓰는 벽뢰와 접하며, 날아드는 무언가가 소멸했다.
더는 내게 닿지 않는다.
그때쯤 지면이 가까워지고.
탁!
파직!
나는 무사히 지면에 착지했다.
하지만 내 검술은 끝나지 않았다.
사자 선류는 방어 검술인 한편으로 반격기이기도 했다.
군청검에 모일 대로 모인 벽뢰를 얼른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나는 검을 머리 위로 올려쳤다.
크르르르!
굵은 줄기의 벽뢰가 솟구쳤다.
사자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머리 위에 있던 안개가 흩어지면서 잠깐이나마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파지직….
그제야 군청검이 진정했다.
내 주위를 떠도는 벽뢰의 편린이 대기 마나에 녹아들려 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감당할 수 있다.
군청검의 두 번째 스킬로.
나는 녹아들려던 벽뢰를 흡수했다.
2차 시험을 보는 동안 군청검을 강화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지망을 지면 아래까지 퍼뜨리자,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던 트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금 전, 내가 밟은 트랩들이었다.
“너 때문에 조마조마하다니까…. 그러게 발밑을 잘 확인했어야지.”
“하늘아.”
“응? 왜 그래? 혹시 어디 다쳤어? 어디 봐 봐! 내가 치료 마법을….”
“아니, 다친 건 아니고.”
“그럼 무슨 일인데?”
“내가 아까 밟은 트랩 말이야.”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연하늘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면….”
내 설명을 듣고 연하늘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뭐어?”
“가능하지 않을까? 시간도 없는데 이 방법이라면 시간을 꽤….”
“아니, 불가능한 소리는 아닌데… 그래도 너무 무모한 건….”
“너랑 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나한테 업혀.”
“…진짜 할 거야?”
“할 건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얼른 업히기나 해.”
“에휴….”
나는 등을 내보이며 쭈그렸다.
그때까지 갈등하던 연하늘은 결국 체념한 듯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잡고 몸을 밀착해 왔다.
“웃차!”
“꺄악! 지금 어디 만지는 거야!?”
“엉덩이. 업으려면 잡아야지.”
“으으,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게 얄미워 죽겠어.”
“그것보다 준비해. 폭발하는 거랑 착지는 하늘이 너한테 맡길게.”
“알았어, 너야말로 잘 뛰어.”
“그리고 꽉 잡아. 그러다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으, 응….”
폭발은 엉덩이다.
아니, 예술이다.
* * *
안개산 정상.
수험생들의 도착 시간을 기록하는 평가관들은 게이트 근처에 설치된 ‘게이트 클락(Gate Clock)’으로 힐끗 시선을 주었다.
“….”
03:22:18
3시간 22분 18초.
2차 실기 시험을 시작하고 어느덧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슬슬 도착할 만도 하네요.”
시험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이제 37분 42초.
아직까지 정상에 도달한 수험생이 1명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제 1명 정도는 나타날 만도 했다.
평가관들은 그때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스락.
한편에 있던 수풀이 흔들리고.
첫 번째 수험생이 나타났다.
순환 차가의 차은솔이었다.
3:29:57
“아, 도착했다.”
“….”
몇 시간에 걸쳐 정상에 도달했으면 무언가 감흥이라도 들 테건만.
초록 눈을 지닌 차은솔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엿보였다.
아무리 정령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피로감은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평가관들은 그런 그녀를 맞이했다.
“11586번 수험생, 1등급.”
“가장 먼저 도달한 걸 축하합니다. 11586번 수험생이 1등이군요.”
“이제 나가도 되는 건가요?”
“네. 2차 시험은 이걸로 끝났으니 게이트를 나가도 괜찮습니다. 아마 바깥에서 보조관들이 내일로 예정된 3차 시험에 대해….”
1등이 된 것에는 기뻐하지 않고, 다짜고짜 돌아갈 생각이라니.
평가관들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차은솔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피곤하니 푹 쉬고 싶은 것이리라.
그들은 그녀가 게이트를 통과하게 길을 비켜 주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3:34:38
바스락.
두 번째 수험생이 나왔다.
평가관들의 눈은 수풀에서 나오는 수험생에게로 향했다.
“도, 도착했다아….”
“….”
머리에 나뭇잎을 덕지덕지 붙이고, 지팡이에 매달리시다시피 하고 있는 수험생.
마도 민가의 민아린이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는 차은솔과 달리 정상에 도달한 것이 감개무량한 듯했다.
다만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1등이 아니라고…?”
“….”
“얌얌.”
“나, 민아린이…?”
민아린은 평가관들 사이에 서 있던 차은솔을 발견하고 당황해했다.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눈동자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내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쳇.”
민아린이 분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성큼성큼 짚어, 바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차은솔에게 걸음을 옮겼다.
“너 말이야.”
“얌?”
“이것으로 이겼다고 착각하지 마. 아직 시험은 끝난 게 아니니까.”
평가관들의 존재는 무시하고.
민아린은 어느새 소시지를 입에 문 차은솔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3차 시험에서는 내가….”
“그래서 돌아가도 되나요?”
정작 차은솔은 민아린의 반응에도 무덤덤하기만 했다.
“지금 내 말을 무시한 거야!? 네가 1등 했다고 날 우습게 여기나 본데, 다음에는 내가 꼭 1등….”
“응, 네가 1등 해.”
“…뭐?”
“나는 안 해도 돼. 필요 없어.”
“아니, 무슨….”
“합격만 하면 된다고 했거든.”
“….”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민아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초록 눈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에 뭐라 화를 내려 했더니….
“어쨌든 이제 가도 되는 거죠?”
“잠깐! 기다려!”
“안녕.”
차은솔이 홱 몸을 돌렸다.
그녀가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저게 사람 무시하고 있어….”
“….”
“어디 두고 봐. 두고 보자고….”
차은솔이 나간 게이트를 보며 민아린은 이를 갈았다.
이제는 피로감을 잊은 듯한 그녀가 씩씩거리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녀도 퇴장했다.
“…갔네요.”
“그러게. 아직 얘기도 안 했는데.”
“그래도 뭐… 합격이니까요.”
“1등급으로 합격하기는 했지.”
평가관들은 민아린이 들어가 버린 게이트를 보며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러나 세 번째 수험생의 등장으로 그녀에 대한 생각은 사라졌다.
03:48:52
“아, 생각보다 재밌었다!”
“….”
연성 남가의 남유리.
그녀는 차은솔, 민아린과 다르게 조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무어가 그렇게나 즐거웠던 것인지 밝게 웃고 있기까지 했다.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수험생, 어디 다친 데는….”
“응? 아, 이건 제 피가 아니에요! 사람 피가 어떻게 파랄 수 있어요?”
“그건 아는데 상태가 지금….”
“다친 데 없는데요?”
“…그렇군요.”
키가 160이 될까 말까 한 수험생.
회색 머리칼에, 피부가 하얀데 새하얀 옷을 입기까지 했으니 뒤집어쓰고 있는 피가 더 부각됐다.
그러다 보니 해맑게 웃는 얼굴이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 평가관들은 말을 돌렸다.
“1145번 수험생, 1등급.”
“합격입니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보조관들이 3차 실기 시험에 대해 설명해 줄 겁니다.”
“네! 수고하세요!”
남유리가 게이트를 나갔다.
평가관들은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피를 그렇게 뒤집어쓰고….”
“저런 애는 처음 봤어요.”
“너무 알려고 하지 말게. 경험상, 저런 부류는 많이 위험하더군. 깊이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아.”
“주의해서 지켜봐야겠군요.”
“그보다 1등급은 이걸로 끝인가?”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평가관들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03:56:11
1등급을 받아 낼 수 있는 시간도 이제 3분 남짓 남았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수험생들은 2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더 있을까요?”
“감지망을 펼쳐 보고 있기는 한데 근처에는 없는 것 같네요.”
“1등급은 3명밖에 없는 건가.”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평가관들은 카운트다운을 세듯이 게이트 클락을 바라보았다.
03:57:23
2분 남짓 남았다.
03:58:07
1분 남짓 남았다.
그 안에 수험생이 나타날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했다.
그리고 1분도 남지 않게 되면서.
03:59:12
“3명이 끝인가 보네요.”
“아쉽지만 그렇군.”
평가관들의 관심은 2등급을 받을 수험생들에게로 이동했다.
03:59:20
이제 40초.
03:59:30
이제 30초.
03:59:40
이제 20초.
이변은 그때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쾅!
“뭐, 뭐야!? 무슨 소리랍니까?”
“누가 트랩이라도 밟은 건가!?”
“트랩치고는 규모가 큰데요!?”
어디선가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평가관들이 고개를 돌렸다.
“….”
03:59:48
안개 속에서 폭발로 인해 생겨난 검은 연기가 꿈틀거렸다.
흰 안개와 검은 연기가 요동치듯 뒤섞이고 있었다.
휘이이익!
03:59:50
그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평가관들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03:59:52
“….”
평가관들은 눈을 크게 떴다.
처음에는 폭발의 잔해라고 여기며 보호 마법을 펼칠 생각이었다.
03:59:53
그러다 감지망을 펼친 평가관들은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수험생들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03:59:54
“….”
도대체 어떤 놈들이란 말인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가.
평가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03:59:55
그 이해할 수 없는 수험생들이.
이제는 육안으로도 보였다.
03:59:56
“하늘아, 지금이야!”
“으, 응!”
“….”
토끼 귀를 한 여자 아인.
그리고 그녀를 등에 업은 청년.
두 사람이 지면에 충돌하려 했다.
03:59:57
“저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착지를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군.”
직후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03:59:58
토끼 귀를 한 수험생이 마법으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면에 충돌하기 전에 충격을 무마시켰다.
03:59:59
그들이 무사히 착지했다.
게이트 클락의 알람이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04:00:00
삐이이이이이!
4시간이 지났음을 알리는 소리.
평가관들은 그 소리를 흘려들으며, 모래 연기가 이는 곳을 쳐다보았다.
“…쟤네 뭡니까?”
“그러게….”
이윽고 모래 연기가 걷혔다.
평가관들은 지면에 드러누워 있는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우, 우리 살아 있는 거 맞지…?”
“거봐, 내가 된다고 했잖아….”
1532번 수험생, 도견우.
그리고 5784번 수험생, 연하늘.
2차 실기 시험 1등급,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