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51)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51)
정탐
이동 방향으로 날아오르게 만드는 트랩으로 공중에 뛰어오르는 동시에 폭발을 일으켜 속도를 더한다.
그렇게 남은 거리를 단숨에 단축해 안개산 정상까지 날아간다.
무모한 방법이기는 했지만 덕분에 나와 연하늘은 제시간 안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면에 발을 딛자 자동으로 멈춘 게이트 워치에는 시험을 시작하고 정상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04:00:00
정확히 4시간이 걸렸다.
1초라도 늦었다면 1등급이 아니라 2등급을 받았을 것이다.
시간을 확인한 나는 긴장을 풀고 털썩 지면에 드러누웠다.
‘두 번은 못 할 짓이다….’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단도 없이,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안개 속을 무작정 미사일처럼 날아가야 하는 기분을 느끼는 건 한 번으로 족했다.
이제 미사일은 되고 싶지 않다.
연하늘도 비슷한 심정인 듯했다.
“다, 다시는 안 할 거야…. 아니, 못 해. 하고 싶지 않아….”
“나도 그래….”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감속하고 착지하는 타이밍 잡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그래, 고생했어.”
어쩌다 보니 내 배에 머리를 얹은 연하늘이 거의 울먹거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투정을 받아 주며 머리를 토닥거려 주었다.
우리는 그대로 잠시 누워서 쉬다 몸을 일으켰다.
성적 등급을 판정하는 평가관들이 게이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532번 수험생, 5784번 수험생, 두 수험생 모두 1등급입니다.”
“그럼 이제 나가도 되는 건가요?”
“네. 게이트 워치, 스크린 초커는 나갈 때 저기에 놓고 가면 됩니다. 게이트 밖에서 대기하는 보조관들이 3차 시험에 대해 설명해 줄 겁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얼른 나가서 푹 쉬고 싶었다.
나와 연하늘은 평가관의 말을 듣고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
눈을 부시게 하던 빛이 사라지고.
정신이 들었을 때, 우리는 어느새 인공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보조관이 다가왔다.
“오늘 하루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3차 실기 시험은 내일 오전에 있을 예정입니다. 두 분은 시간에 맞춰서 지정된 장소로 오면 됩니다.”
보조관이 프린트를 나눠 주었다.
프린트에는 3차 실기 시험 일정과 시험 장소가 적혀 있었다.
오전 9시, 차원관 206호.
“하늘이 넌 어디래?”
“나는 차원관 206호. 너는?”
“나도 거기. 잘됐네.”
내일도 같이 시험을 볼 수 있겠다.
시험 장소를 확인한 우리는 이내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시험도 끝났고, 호텔로 돌아가자. 나, 얼른 가서 씻고 싶어.”
“청정 마법으로 씻지 않았어?”
“그래도 직접 씻는 것은 다르지. 마법으로만 씻으면 찝찝하잖아.”
“뭐,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시간이 저녁때인데… 하늘아, 배 안 고파?”
“배?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은 지 시간이 꽤 지났네…. 배고프다.”
“그럼 우리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밥이나 먹고 갈까? 씻는 것은 일단 그 뒤에 하고.”
“으음… 씻고 다시 나오는 것도 귀찮으니 그렇게 하자. 호텔식 말고 다른 게 먹고 싶기도 하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는 아무거나 좋아.”
“그게 제일 어려운 거 알지?”
“음… 그럼 맛있는 거!”
“시은이 누나 말로는 정문 근처에 국밥을 맛있게 하는 데가 있다는데, 거기는 어때? 특히 설렁탕이 맛있다더라.”
“설렁탕? 음… 나쁘지는 않은데 다른 건 없어?”
“그럼 순대국밥이 맛있다는….”
“국밥이 먹고 싶은 거야? 아니면 국밥밖에 모르는 거야?”
“한국인은 밥심이지. 국밥이 왜? 뜨끈하고 맛있잖아.”
“에휴… 그래, 국밥 먹으러 가자. 너 먹고 싶다는데 가야지.”
“잠깐, 시은이 누나한테 거기 말고 다른 데는 없는지 물어볼게.”
한창 보조관으로 일하고 있을 텐데 톡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도시은에게 톡을 보내 보기로 했다.
“어? 읽었다.”
“뭐래?”
“음….”
다행히 도시은은 내가 톡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확인했다.
나는 그녀가 보낸 답장을 읽었다.
[도시은]: 시간 되면 같이 먹을래?(고양이가 생선을 물고 꼬리 흔드는 이모티콘).“…같이 먹자는데? 어때? 이참에 시은이 누나 소개해 줄게.”
“뭐? 으음… 그래, 좋아.”
* * *
금강 아카데미와 역사를 같이하는, 부지 내에 있는 브릴리언트 카페.
게임에서 이 카페는 플레이어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했었다.
‘어디 던전에서 특정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있다거나, 특정 아이템이 경매장에 올라왔다거나 하는 등….’
그 외에도 카페에 머무르다 보면 뜻밖의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거나, 카페에 있는 캐릭터들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제든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의뢰 게시판이 존재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브릴리언트 카페는 플레이어가 게임 스토리 외적으로 주인공 강한별과 그의 파티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게 돕는 콘텐츠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카페에 와 있었다.
‘카페치고는 고급진 레스토랑 같네. 과연 원석들의 오래된 사교장이라고 부를 만도 하겠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3층 카페.
외벽을 타고 자라는 담쟁이덩굴과 초목들로 둘러싸인 카페는 내부에도 외부와 다르지 않은 화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한 도시은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를 반겼다.
“어서 와. 시험 보느라 힘들었지?”
“오랜만이야, 누나. 학원도시에 오면 밥 한번 같이 먹기로 했는데, 이제야 먹게 됐네.”
“그러게. 미안해, 요새 일이 많아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거든.”
“미안해할 게 뭐 있어. 학생회장이 돼서 바쁜 거 아는데. 나도 자격시험 보느라 시간 내기가 힘들었고.”
도시은과 친해진 이후로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때와 비교하면 그녀는 키가 많이 자라 있었다.
‘이제는 내가 조금 더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졌다.
아니, 다듬어졌다고 해야겠다.
절도 있는 기사를 연상하게 했던 그녀는 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제는 게임에 나오는 일러스트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때 도시은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사촌이라서 그런 걸까?
게임의 그녀와 달리, 내가 5년 동안 알고 지낸 그녀는 곧잘 미소를 보여 주고는 했다.
이내 그녀의 푸른 눈이 내 옆에 있던 연하늘에게로 향했다.
“네가 하늘이지? 칠색의 마녀님의 제자. 견우한테 종종 네 이야기를 들었어.”
“안녕하세요, 언니. 연하늘이에요. 저도 언니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냥 말 편하게 해도 돼. 견우도 그렇게 하는걸. 나도 그쪽이 좋고.”
“응…. 언니가 괜찮다면 그럴게.”
도시은과 연하늘의 첫 만남이었다.
그동안 나를 통해 서로에 대해서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정답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하늘이가 낯을 가리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내가 이따금 도시은에 대해 이야기해 준 탓인지.
연하늘은 내 생각과 달리 그녀에게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보내는 시선이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나는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주문하지 않고 있었네. 배고프지? 너희 먹고 싶은 걸로 시켜. 내가 살게.”
“와! 언니 맛있게 잘 먹을게!”
“여기는 뭐가 맛있는데?”
“여기서 파는 것은 다 괜찮은데… 나는 이걸 자주 먹어.”
“…치즈돈가스?”
“응. 여기 맛있어.”
브릴리언트 카페는 음료를 비롯해 식사도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는 메뉴를 살폈다.
“나는 치즈돈가스로 할게.”
“하늘이 넌?”
“나도 언니랑 같은 거 먹어 볼래.”
“그럼 나는… 이걸로 해야겠다.”
“함박스테이크?”
“아, 그것도 맛있어.”
“그럼 이걸로 할게.”
“마실 것도 골라, 얘들아.”
그렇게 주문을 결정하고.
우리는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담소를 나눴다.
“그럼 누나도 1차 시험 때, 수험생들에게 웃지 말라고 뒤에서 눈 부릅뜨고 있었던 거야?”
“아, 응…. 고생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많이 실신했겠네.”
“얼마 없었을…걸?”
“세 봤어?”
“한… 14명 정도?”
“많이 실신했네.”
“아, 그런 거구나.”
“에이, 난 안 많은 것 같은데? 언니, 우리 수험장에서는 그보다….”
“하늘아, 거짓말….”
“응? 뭐라고 했어?”
“네 말이 맞다고.”
나와 연하늘은 수험생이고 도시은은 보조관이다 보니 대화 주제는 주로 시험 관련으로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와, 치즈가 쭉쭉 늘어나네?”
“그래서 여기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SNS에 치즈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여 주는 걸 올리기도 해. 천장까지도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
“천장까지나? 진짜?”
“다음에 사진 보여 줄게. 아, 번호….”
“언니 번호 알려 줘. 저장할게.”
연하늘과 도시은이 저녁을 먹다 말고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그들의 번호가 있는 나는 묵묵히 함박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맛있네.’
게임에서 강한별이 왜 이 카페의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합격하면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시은이 누나랑 치즈돈가스라….’
도시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녀의 이미지와 영 안 어울린다.
격식 있게 치즈돈가스를 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나 먹어 볼래?”
내 심정도 모르고.
도시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그녀가 막 자른 치즈돈가스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하나 줄게. 자, 여기.”
“아, 나랑도 바꾸자.”
도시은에게 하나, 연하늘에게 하나.
나는 두 사람에게 내 몫을 건네고, 치즈돈가스를 받아 왔다.
‘이것도 맛있네.’
돈가스를 베어 물자, 안에 든 치즈가 끊어지지 않고 쭉 늘어났다.
너무 많이 먹으면 물릴 듯했지만, 치즈의 풍미가 진해서 좋았다.
“맛있었다. 여기 자주 올 것 같아.”
“나도.”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여기 올 때는 점심시간이랑 저녁 시간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때는 자리를 잡기 힘들거든.”
나와 연하늘, 도시은은 시험 때문에 오래 있을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음료나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누나, 있잖아.”
“응.”
“보조관이면 내일 시험에 대해서 아는 것 없어?”
“우리는 시험을 주관하지 않아서 시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어. 시험 직전에야 듣게 되는걸. 만약 알고 있더라도 알려 줄 수는 없고.”
“쳇.”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
“그러니 시험에 대한 조언 정도라면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조언인데?”
“오늘 진행한 1·2차 시험의 유형을 생각했을 때, 3차 시험에서는….”
“….”
도시은이 허리춤에 찬 수연검을 꺼냈다.
새하얀 날에 나와 연하늘의 얼굴이 비쳤다.
“아마 이것을 묻지 않을까 싶어.”
도시은이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수연검에 마나가 깃들고.
“…물방울?”
검신 주위로 물방울이 만들어졌다.
파란 물방울, 빨간 물방울.
서로 색이 다른 물방울이 우리 주위를 떠돌았다.
* * *
1월의 밤은 길다.
수험 번호 3452번.
수험생이 2차 실기 시험을 마치고, 금강 아카데미를 나섰을 때는 어느덧 날이 저물고 새까만 밤이 되어 있었다.
“내일도 시험이라니….”
수험생은 한숨을 쉬었다.
금강 아카데미의 입학 실기 시험은 5차까지 존재했다.
2차 시험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자신이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걱정이 앞서기만 했다.
“너무 어려운 거 아니냐고….”
피곤하다. 배고프다. 모르겠다.
일단 내일 시험에 대비해서라도 숙소로 돌아가서 푹 쉬자.
고층 빌딩의 불빛 아래를 지난다.
수험생은 그대로 23구에서 제일 낙후한 곳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왜 굳이 금강 아카데미에서 멀고, 치안도 좋지 않고 낙후된 곳에 숙소를 잡았냐고 하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물가가 더럽게 비쌌으니까.
돈이 없었으니까.
후원을 많이 받지 못하는 수험생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숙소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바퀴벌레가 진짜 뭐 이렇게 많아? 이런 게 무슨 학원도시야….”
어느 도로를 지나는 걸 기점으로, 주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불이 꺼진 전등 아래를 지난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사위가 너무나도 어둡다.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다.
따라오는 것 같다.
또각.
아니.
기분 탓이 아니다.
수험생은 분명 소리를 들었다.
“….”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
따라오고 있다.
수험생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얼른 돌아가자.”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수험생은 이전보다 속력을 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착각이기를 바랐다.
또각또각.
그러나 발소리는 계속 쫓아왔다.
구두 굽을 밟는 소리가 미로 같은 골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
그 소리가 뚝 끊겼을 때.
“….”
반쯤 패닉에 휩싸인 채로 도망치던 수험생은 막다른 길에 들어서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 그 소리다.
결국 여기까지 쫓아왔다.
수험생은 두려움이 담긴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웬 여성이 있었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성이 수험생을 보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나? 너 잡아먹을 빌런.”
혀로 제 손가락을 쓸어 올린 여성.
그 직후.
수험생의 주위로 무수히 많은 실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