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5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54)
토끼를 사냥해서 마석을 모으고, 마석을 칩으로 바꿔 방을 잡아라.
3차 실기 시험의 요지를 말하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시험에 대한 설명을 마친 평가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분수대 앞에 서 있던 수험생들은 곧장 숲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늘아, 우리도 가자.”
“그러자. 이러다 뒤처지겠다.”
“은비 너는 어떻게 할래?”
“일단 나도 같이 행동할게!”
우리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숲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 수험생들이 주위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때, 나무 구덩이 밑에 숨어 있던 유령토끼가 튀어나왔다.
“저기 토끼다!”
“멍청아! 그걸 왜 말해!?”
“비켜! 내가 먼저 잡을 거야!”
“지금 도망친다!”
뿔이 돋아 있는 갈색 토끼.
유령토끼는 날쌘 속도로 쏜살같이 자리를 벗어났다.
수험생들이 우르르 뒤쫓아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숲속 저편에서 그들이 토끼를 놓치고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나 했다.
“어떻게 잠깐 사이에 사라지냐.”
“무슨 토끼가 그렇게 빠른 거야?”
“토끼가 아니라 몬스터니까.”
그들이 투덜거리는 소리 외에도, 비슷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다들 고전하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 유령토끼는 기척을 감추고 숨는 것에 도가 튼 몬스터였다.
‘게다가 보호색까지 사용하지.’
나는 한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수험생 몇 명이 소리를 죽인 채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유령토끼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사각사각.
토끼는 포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뀨웅?
별안간 유령토끼의 귀가 쫑긋했다.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팔렸던 놈이 기척을 느낀 것이다.
“눈치챘다! 얼른 잡아!”
“그쪽으로 도망친다! 막아!”
수험생들도 놈의 반응을 파악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걷던 그들이 황급히 뛰쳐나갔다.
하지만 유령토끼는 보호색을 써서 주위 환경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모습을 감춰 버렸다.
‘유령토끼가 보호색을 쓰게 되면 육안으로 찾는 것은 포기해야 해.’
수험생들이 놈을 찾으려 들었지만, 놈은 포위망을 빠져나간 뒤였다.
나는 수험생들 주위에 있는 수풀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바스락!
우리가 있는 방향의 수풀들이 순차적으로 흔들렸다.
놈이 우리가 있는 곳을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알아서 와 줬네.’
나는 감지망을 펼쳤다.
육안으로는 보호색을 두른 놈을 찾아낼 수 없을지 몰라도, 마나의 기척을 파악하는 감지망이라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다.
‘걸려들었다.’
놈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바스락!
직후 앞에 있던 수풀이 흔들리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오는 구멍이 생겨났다.
놈이 나온 것이다.
감지망으로 놈을 인지한 나는 즉시 발끝에 마나를 모아, 시간을 재고 허공을 걷어찼다.
퍽!
…뀩!
발끝에 뭔가 닿는 감각이 있었다.
유령토끼다.
옆구리를 걷어찬 듯했다.
놈은 예측하지 못한 공격을 당해, 나무 기둥에 몸을 부딪쳤다.
뀨우….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유령토끼(Rank. 01) x 1]놈의 보호색이 풀렸다.
모습을 드러낸 놈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푹!
나는 마저 놈의 숨통을 끊었다.
이내 마석을 꺼내자, 놈의 사체가 마나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작네.”
나는 마석의 크기를 확인했다.
푸른빛을 머금은 마석은 고작해야 손가락 두 마디쯤 될 듯했다.
‘이건 가치가 얼마나 하려나.’
조금 전, 평가관이 예시로 보여 준 마석보다 크기가 작았다.
그 마석이 3Gg로 책정되었으니,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더라도 그보다 높게 나오지 않을 듯했다.
한 1~2Gg정도 아닐까.
‘유령토끼 1마리에게서 나오는 마석의 가치를 2Gg라고 계산할 때, 칩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5마리를 사냥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그 칩으로 방을 잡으려면, 가장 낮은 스탠다드 룸만 하더라도 50마리를 잡아야 했다.
‘가장 높은 스위트 룸의 경우에는 250마리를 잡아야 하고….’
유령토끼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수험생들이 놈들을 사냥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과연 250마리나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연하늘의 몫까지 고려하면 500마리를 사냥해야 했다.
물론, 놈들을 500마리나 잡겠다고 고생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3차 시험의 합격 조건은 스탠다드든 스위트든 아무 방이나 잡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아무 방이나 잡아도 되는 거라면, 왜 방 등급마다 필요한 칩의 개수가 다른 거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평가관은 4차 실기 시험은 호텔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시험이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4차 실기 시험은 방 등급에 따라서 각 수험생에게 변별력이나 차별성이 주어지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편히 합격하기 위해서 스탠다드 룸을 잡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스위트 룸을 잡을 수 있게 칩을 모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수험생들처럼 작은 토끼나 쫓고 있어서는 안 돼.’
찾기도 쉽지 않고, 날렵하고 잽싼 토끼들을 상대하는 것은 투자 대비 소득이 비효율적이었다.
크게 한탕을 노려야 한다.
수험생들의 칩을 빼앗든 아니면….
‘토끼들의 두목을 사냥하든.’
평가관은 분명 말했었다.
이 숲에는 최대 2랭크에 속하는 몬스터가 출몰한다고.
그렇다면 유령토끼의 상위 개체도 출몰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놈의 마석이라면 다를 거야.’
2랭크 몬스터, 두목 유령토끼.
놈은 유령토끼의 개체 수가 줄면 확률적으로 출몰하는 필드 보스 몬스터였다.
그놈을 사냥할 수만 있다면 칩을 모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무래도 두목을 노리고 있는 건 나만이 아닌가 보네.’
몇몇 수험생도 나와 비슷한 생각에 도달한 듯했다.
토끼 사냥을 중단한 그들이 가만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두목 유령토끼가 출몰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두목 유령토끼와 싸우기 위해서는 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할 듯했다.
한편, 마석을 얻고 나서도 일이다.
두목 유령토끼가 쓰러진 이후에는 마석을 얻은 내가 저들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내가 사냥당할 생각은 없다고 해도, 마석을 지키면서 싸우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대책이 필요했다.
“아까비…. 맞출 수 있었는데.”
그때, 고은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근처 수풀에서 모습을 보인 유령토끼에게 화살을 쏜 차였다.
하지만 기척에 예민한 유령토끼는 가볍게 피해 보였다.
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라 피한 놈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에잇!”
그런 유령토끼의 행동에 고은비는 오기가 생긴 듯했다.
그녀가 다시금 화살을 쏘았다.
휘잉!
놈이 도망치는 방향까지 계산해서 화살을 쏜 듯했지만, 놈이 한 수 위였다.
오른쪽으로 움직일 것처럼 보이던 놈이 재빨리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은 오른쪽 지면에 꽂혔다.
“아, 왜 안 되지?”
고은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는 활시위에 다시 화살을 장전하고, 유유자적 풀이나 뜯는 놈을 노리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을 보고 쏘지 마.”
“어?”
유령토끼를 노려보고 있던 고은비.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 유령토끼를 가리켰다.
“방금 저놈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려 발을 튼 순간에 맞춰서 쐈잖아.”
“맞아. 그런데 쟤가 눈치가 빠른지 오른쪽으로 틀려다가 왼쪽으로….”
“쟤는 네가 오른쪽을 노리고 쏘게 유도한 거야. 페이크지.”
“아… 진짜 영리한 몬스터네.”
“그러니까 그런 놈들에게 대비해, 발보다 먼저 눈을 파악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게 좋아.”
“눈?”
“그래, 눈.”
나는 내 눈을 가리켰다.
돌아본 고은비가 눈을 깜빡였다.
“발은 거짓말을 할지 몰라도, 웬만해서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어떤 존재든 몸을 움직일 때는 아주 잠깐이라도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이니까. 동물도, 몬스터도 예외가 아니야.”
“….”
“유령토끼가 도망칠 거리를 가늠해 화살을 쏜 것은 잘했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발이 아니라, 눈을 자세히 보도록 해. 아직 저기 남아 있네. 화살 장전해.”
“어? 으, 응.”
고은비가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활시위를 당긴 그녀가 발로 목을 긁는 유령토끼를 노려보았다.
“심호흡하고.”
“후우, 후우.”
“지금부터 유령토끼의 눈을 봐.”
“응, 보고 있어.”
“어디로 움직일 것 같아?”
“음… 그러게?”
“무작정 화살을 쏘려고 하지 말고, 놈을 주시하면서 계속 보도록 해.”
“….”
“그러다 보면 틈이 생길 거야.”
“응.”
“1초, 2초일 수도 있어. 잠깐이라도 놈은 자신이 도망칠 방향을 한 번 눈에 담을 거야. 그때를 노려서 화살을 쏘는 거야.”
고은비는 스펀지 같은 캐릭터다.
강한별 다음으로 잠재 성장력이 높은 그녀는 금방 이해하고 터득한다.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조언은 대략적인 방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윽고….
휘익!
고은비가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날아갔다.
폴짝!
동시에 유령토끼가 뛰었다.
냉큼 보호색으로 몸을 두른 놈이 왼쪽으로 뛸 것처럼 움직이려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은….
“아! 맞았다! 맞았어, 견우야!”
유령토끼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즉사였다.
공중에서 화살에 맞은 유령토끼가 보호색을 해제하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잘했어, 센스 있네.”
“고마워! 네 덕에 뭔가 하나 배운 느낌이야!”
“그래, 그 느낌 잊지 마.”
고은비는 유령토끼를 맞춘 것이 그리도 기쁜 모양이었다.
그녀가 스스럼없이 내 팔을 잡고 자리에서 방방 뛰어올랐다.
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네 활이 필요한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도와줄래?”
“응, 응! 나한테 말만 해!”
“좋아, 뭘 할 거냐면….”
“저기이… 얘들아? 나만 빼고서 둘이서만 얘기하지 말아 줄래?”
* * *
1랭크 몬스터 유령토끼의 마석은 1~5Gg로 설정되어 있다.
같은 랭크에 속하면서 색이 다른, 특수 개체인 유령토끼의 경우에는 5~10Gg였다.
그러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까지 유령토끼를 토벌한다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단, 스탠다드 룸일 경우에만.
“합격자들은 잘 나오고 있나?”
“무난하게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대부분이 스탠다드 룸이지만요.”
“슈페리어 룸은 간혹 있는 정도고요.”
슈페리어, 디럭스, 프리미어, 스위트.
높은 등급의 방을 잡기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유령토끼들을 사냥해야 했다.
스위트 룸의 경우, 최소 50마리에서 최대 500마리까지.
당연히 수험생들이 놈들을 두고서 경쟁을 벌여대는 판에 그만한 수를 사냥하는 데에는 난관이 많았다.
그렇기에 대부분 어려운 길이 아닌 쉬운 길을 선택한다.
“흠… 대부분 합격만 하기 위해서 최저 조건만 채운 거로구만.”
3차 실기 시험의 합격 조건은 어디까지나 방을 얻는 것.
단순히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높은 등급의 방을 잡을 필요가 없다.
가장 낮은 등급의 방만 잡더라도 합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꼴이다.
머리가 있다면 알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4차 시험은 방 등급과 연관돼 있음을 알 텐데….”
“근시안적으로 보는 거죠.”
“알면서도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칩을 모으기가 힘드니까.”
4차 시험은 이 게이트의 근간인 몽환의 호텔에서 진행된다.
시험의 난이도는 방 등급에 따라서 달라질 예정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3차 시험은 수험생이 직접 4차 시험의 난이도를 결정하기 위한 시험이기도 했다.
그들이 4차 실기 시험에서 아무리 높은 성과를 보이든, 난이도에 따른 점수 차이는 만회할 수 없었다.
낮은 등급의 방을 잡은 수험생들은 4차 시험에서 자신이 받을 평가를 스스로 낮춘 셈이다.
“이 시험은 향상심도 평가하는데, 저래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없겠군.”
“그것 역시 우수한 헌터에게 있어 필요한 자질 중 하나니까요.”
“그래도 다 저러지는 않잖아요.”
물론, 아주 아주 아주 가끔.
별종도 있는 법이다.
순환 차가의 차은솔 같은.
[방 주세요. 스탠다드로.] […수험생, 후회 안 할 겁니까?] [네, 얼른 쉬고 싶어요.] [정말… 안 할 겁니까?] [방 주세요.]호텔 데스크에 척 10개의 칩을 내밀고 있는 차은솔.
평가관들은 화면에 나오고 있는 차은솔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 수험생은… 왜 저럴까요? 흑색 수험표를 차고 있으면서….”
“그러게….”
“아쉬울 게 없다는 건가?”
“만사가 귀찮다는 얼굴이네요.”
차은솔의 경우에는 예외에 속했다.
시험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수험생들은 가능한 한 높은 등급의 방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때로는 약탈도 서슴지 않으면서.
[저놈이 가지고 있는 마석을 봐!] [오, 오지 마!] [우리한테 하나씩만 넘겨. 응?]마석 하나의 크기는 작지 않다.
포켓에 넣을 수 있는 크기다.
그런데 칩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10Gg의 마석이 필요하다.
만약 그 이상으로 칩을 바꾸려면 더 많은 마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보관하기도 힘들고, 수험생들에게 노려지기 마련이었다.
또한….
[칩 바꾼 거 다 알고 있어.] [내놔, 다치고 싶지 않으면.]칩은 크기가 작고, 가볍기도 해서 보관하기에 용이했다.
문제는 칩을 바꾸기 위해서 반드시 호텔 앞 분수대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길목에서 숨어 있던 수험생들이 습격하는 일도 있었다.
[저놈이 내 걸 뺏어 갔어!] [저 새끼 보내지 마!] [뺏어서 하나씩 나눠 갖자!]하지만 타인의 칩을 빼앗는 것은 마냥 좋은 수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칩을 얻은 수험생들도 방을 얻으려면 호텔에 들어서야 했다.
그 과정에서 칩을 강탈당해 울분에 쌓인 수험생들에게 보복을 당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당한 사냥을 통해 마석을 얻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몇백 마리나 되는 유령토끼들을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디까지나 1랭크에 한해서만.
“숲속에서 사냥하지 않고 방관하는 수험생들도 있군요.”
“그놈을 기다리는 걸 테지.”
“대부분 명가의 사람들인 것 같군.”
“수험표도 녹색 이상이고요.”
몽환의 호텔 주위에 있는 숲에서는 최대 2랭크까지 몬스터가 출몰한다.
그중에는 유령토끼의 상위 개체인 2랭크 몬스터도 있다.
놈은 유령토끼가 소멸하며 흘리는 마나가 밀집한 지역에서 출몰했다.
꽤 많은 부하 개체들을 이끌고.
그런 놈의 마석에 책정된 가치는 최소 20Gg 이상이었다.
“너무 높게 책정한 것 아닌가요?”
“원래 인생은 한 방이지!”
“우수한 헌터에게는 당연히 운도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자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만큼 놈이 위협적이니까 그렇지.”
만약 스위트 룸을 잡고자 한다면, 수험생들은 확률적으로 출몰하는 두목 유령토끼를 사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던 그때.
“나타났군.”
마침내 대기에 쌓이고 잔재해 있던 유령토끼들의 마나가 자극을 받아, 공간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 균열 속에서 두목 유령토끼가 부하 개체들과 함께 걸어 나왔다.
[쿠아아아앙!]“언제 봐도 무섭군요.”
“동심을 파괴하는 몬스터군.”
1랭크 유령토끼와 비교할 수 없는, 이족
보행을 하는 유령토끼.
하체에 비해서 비대하게 큰 상체와 근육질의 체격.
그리고 산전수전은 다 겪은 것처럼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상처.
놈은 부하들의 원한을 갚겠다는 듯 성난 소리를 질렀다.
[쿠아아아앙!] [제길! 몸이 무거워…!] [프레셔다! 정신 똑바로 차려!]수험생들은 그런 놈을 죽이기 위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놈은 2랭크였다.
2랭크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했다.
이제 갓 17살이 된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수험생들에게라면.
[수왕류 공격식 제7형]수험번호 1532번.
신검 도가의 도견우.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사자 고락]근처 나무에서 뛰어내린 도견우가 푸른 전격에 휩싸였다.
이내 두목 유령토끼의 머리 위로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치는 전격이 떨어져 내렸다.
“…대단하군.”
“벽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군요. 같은 신검 도가의 수험생은 저 정도 수준은 되지 않는 것 같던데….”
완전히 놈의 허를 찌른 공격.
일격에 두목 유령토끼가 소멸했다.
[하나 획득.]도견우는 흩어져 가는 벽뢰 속에서 놈의 마석을 쥐고 있었다.
“다만 어그로를 끌어 버렸군.”
“그러게요.”
“두목에게 겁을 먹은 수험생들도 정신을 차렸네요.”
“이제부터 문제겠어.”
마석만 얻는다고 다가 아니다.
몰려든 수험생들에게 뺏기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했다.
평가관들은 도견우가 저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주목했다.
이에 도견우는….
“…뭐?”
평가관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 * *
두목 유령토끼의 마석을 얻었다.
이에 수험생들이 마석을 뺏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었다.
나는 포켓에 들어가지 않는 마석을 손에 쥐고 싸워야 했다.
여러모로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고은비!”
“응!”
나는 수험생들이 내게 집중한 사이 몰래 다가오던 고은비를 불렀다.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활을 쥔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받아!”
“뭐!?”
“…!”
나는 손에 쥔 마석을 던졌다.
내게 거리를 좁혀 오던 수험생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해했다.
“쫓아, 얼른!”
“마석이 저기 있다!”
수험생들이 황급히 몸을 돌려서는 고은비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하늘아! 받아 줘! 내 마음이야!”
“…!”
고은비가 화살에 마석을 매달아, 별안간 공중으로 쏘아 올렸으니까.
피융!
마석을 매단 화살이 하늘을 날며, 빠른 속도로 자리를 이탈했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솟구친 화살이 어느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하늘이가 잘 받았겠지.’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키득거렸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연하늘이 기대에 부응하리라.
그러니 나는….
“어디 칩이나 모아 볼까.”
“….”
“우리가 좀 많이 모아야 하거든. 그러니까 칩 좀 내놔.”
유령토끼들의 원수를 갚아야겠다.
이제부터 내가 두목 토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