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68)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68)
자연현상에 의해서든.
혹은 인위적으로든.
자신의 심장을 몬스터가 품고 있는 마석과 같은 특수한 결정체로 바꿔, 인간이란 영역에서 벗어난 마인.
몬스터처럼 존재의 마나를 탐하는 본능을 가지게 된 그들이 이념도, 사상도, 가치관도 없이 어디까지나 단순히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 바로 마인회다.
게임에서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숱하게 엮이게 되는 적들이었다.
그중, 인형귀녀 이가현.
마인회를 대표하는 육마 중 하나인 그녀는 등장 빈도가 특히나 많고, 상당히 골치 아픈 악역에 속했다.
「이가현」
―네가 투귀의 제자구나.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 몰래 입학시험에 잠입하기도 했었지만, 그때 보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좋네. 무엇보다 얼굴이 딱 내 취향이야. 투귀처럼 험악하게 생겼으리라 생각했는데, 이건 굉장히 의외인데? 하읍…. 컬렉션으로 삼고 싶을 정도야.
이가현은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을 인형처럼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소유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강한별의 외모에 반하게 된 그녀는 그에게 집착하면서 번번이 기회를 노리고는 한 것이다.
‘얼굴이 자기 취향이라는 이유로 두고두고 등장하는 적이 된다니…. 처음 게임을 했을 때는 어떻게 이딴 개연성 없는 전개가 있을 수 있냐고 생각했었지.’한편, 이가현의 능력은 육마답게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쪼개 넣어 타인의 몸을 강탈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정체를 숨기고 강한별 일행에게 접근해서 위험에 빠뜨리고는 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스토리를 진행해 그녀의 본체와 전투에 돌입하면.
「이가현」
―그런데 어쩌지? 분신체와 달리 나는 엄청 강하거든.
플레이어는 난전을 벌여야 했다.
영혼을 쪼갠 분신체가 아닌 본체는 강력한 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녀를 죽이는 과정에서 그동안 모은 포션이 거덜이 나거나, 그만 파티원이 사망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강한별이 사망하게 되면서 게임 오버란 글자가 떠오르거나.’
게임 『브레이브 하츠』에서.
파티원이 죽으면 되돌릴 수 없고, 도달할 수 있는 엔딩이 제한되거나, 특정 파티원의 죽음으로 발생하는 엔딩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배드 엔딩을 피해,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내게는 고비가 될 미래였다.
달갑지 않은 전개다.
하물며 강한별이 죽기라도 하면….
‘곧장 이가현 엔딩으로 직행이지.’
그때는 멸망 엔딩이 기다린다.
이가현은 마인회의 수장이 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사람은 모두 그녀의 인형으로 전락하고 만다.
영혼이 소멸된 컬렉션으로.
선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상당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 만큼, 인형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이가현」
―내 아름다운 인형들. 그럼 오늘은 어떤 인형의 몸에 들어갈까?
게임의 엔딩에서는 이가현이 장난감 박스처럼 포장된 사람들이 진열돼 있는 곳을 지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로 진열대를 둘러보는 그녀의 시선으로 하나둘 캐릭터들이 비친다.
그중에는 나, 도견우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난감 박스 속에 든, 눈을 감고 있는 강한별 앞에서 멈춘다.
「이가현」
―그래, 결정했다. 오늘은 한별이 몸에 들어가야겠네. 한별아, 누나가 예쁘게 꾸며 줄게.
그것으로 화면은 까맣게 물들고, 메시지가 떠오른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은 인형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노예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가현은 그 세상의 주인이 되어, 노화를 느끼게 됐을 때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죽였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 [“늙는 것은 아름답지 않아.”] [이가현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자신을 인형으로 개조했습니다.] [그녀는 인형이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이제 그녀와 인형들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멸망했습니다.] [─ Bad Ending ─]이가현에 의한 멸망 엔딩.
그 엔딩을 회피하고 싶은 나로서는 언젠가 그녀와 벌일 전투 난이도를 낮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니….
‘여기에서 한 번 죽여야 해.’
게임의 스토리가 시작되기 전에.
이가현의 영혼 일부를 없앤다.
그렇게 해서 그녀를 약화시킨다.
나는 다짐했다.
* * *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황색: 혼림섬 V]눈을 떴을 때, 나는 숲속에 있었다.
우거진 수풀이 주위를 둘러싸고, 머리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엿보이고 있었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 선선했다.
쏴아아.
그 바람을 타고 파도가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 듯했다.
[이미 공략된 게이트입니다.]‘섬 외곽에 있는 건가.’
떠오르는 메시지를 손으로 치우며.
나는 현재 위치를 유추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아마 게이트의 끄트머리일 테니,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다들 자리를 잡는 중이려나.’
수험생들은 이 섬에서 3일 동안 살면서 수험표를 빼앗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키는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그만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
상대의 허를 찔러 수험표를 뺏을 기회를 노릴 장소를 선점하고, 수험표를 뺏은 다음에 재빨리 도망칠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며, 섬에서 지낼 거점을 마련해야 했다.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유리하다.
‘사냥’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필시 그렇게 움직이고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가현을 찾아야 하는데 한곳에 정착할 수는 없어.’
이가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이상, 그녀를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인형귀녀 이가현의 얼굴을 모른다는 게 아니라, 그녀가 몸을 차지한 수험생의 얼굴을 모른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임에서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통해 지나가듯 언급되기만 했으니까.
입학시험에서 평가관 행세를 하며 수험생들을 평가하려고 했던 괴상한 수험생이 있었고, 그 수험생은 분명 합격했을 텐데도 어쩐 일인지 아카데미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그리고 후에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말했을 뿐이다.
자신이 그 수험생이었노라고.
‘섬 안쪽으로 들어가야 수험생들을 마주치게 될 일도 많겠지.’
그러니 나는 그 단서에 의지해서 이가현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섬 중심부로 향하기로 했다.
필시 수험생들은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다.
그녀도 거기에 있을 확률이 높고, 그곳에 없더라도 그녀에 대한 소문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이는 다른 곳에 떨어진 건가.’
한편 나는 거의 같이 게이트에 들어온 연하늘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안타깝게도 근처에는 없는 듯했다.
그녀를 찾는 것은 단념해야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바스락.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춘 나는 감지망을 펼쳐 기척을 감지했다.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감지망에 걸리는 기척이 미약하고, 정갈하지 못하고 거칠다.
마나를 발현하는 낌새는 없으니 본래 체외로 흘러나오는 마나가 그렇다는 것이다.
소형 동물 크기의 몬스터다.
내게는 위험이 되지 않았다.
[마나 불릿>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감지한 것만으로 신경이 쓰인다.
나는 검지손가락을 들어, 놈이 숨어 있을 수풀을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 마나가 응집했다.
손가락을 가볍게 한 번 움직이자, 마나가 탄환처럼 쏘아졌다.
그렇게 해서 4발.
나는 수풀 속을 공격했다.
뀨웃!
놈은 내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마나 불릿이 날아간 수풀 속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재차 감지망을 펼쳐 보니 놈의 마나는 꺼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정신이라도 잃은 듯했다.
나는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뭐야? 이놈이었어?”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기절한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피카테일(Rank. 01) x 1]1랭크 몬스터 피카테일(Pikatail).
귀가 무척 짧고, 꼬리는 쥐처럼 긴, 외형이 토끼와 쥐를 반쯤 섞은 몬스터였다.
1랭크 몬스터 중 거의 최약체로 여겨지고 있는 놈이었다.
그나마 다리가 길어 재빠른 속도로 도망칠 수 있다지만, 내 마법으로부터는 도망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것도 네 운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는 놈이 불쌍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놈은 몬스터다.
나는 놈의 조그만 머리를 향해서 마나 불릿을 쏘았다.
푸슉!
놈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날아갔다.
그로 인해서 존재의 근간이 되는 마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대로 놈은 마나의 입자로 변해 형체도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나는 떨어진 마석을 주웠다.
“시험에서 얻는 마석을 제출하면 그 양에 따라 금강 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던가….”
티끌 모아 태산 아닌가.
나는 마석을 포켓에 넣었다.
회피 본능이 발동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파직!
전류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나는 회피 본능이 호소하는 대로 황급히 몸을 틀었다.
몸을 튼 숲속 너머에서.
휘이익!
“…시바.”
무언가가 빙그르르 날아들었다.
거대한 낫이었다.
그 낫이 내가 있던 자리를 지나서, 뒤에 있던 나무 기둥을 베어 냈다.
하마터면 나도 밑동에서 분리되어 미끄러져 쓰러지는 나무 기둥처럼 둘로 나뉠 뻔했다.
휘이익! 탁!
한편 하늘로 솟구친 거대한 낫은 부메랑처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 방향을 주시했다.
감지망을 펼쳤다.
‘…이번에는 사람이네.’
그림자가 드리운 숲속 저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기운이 정갈하고 묵직했다.
상대는 나와 같은 수험생이었다.
‘문제는 누구냐는 건데….’
기운이 점점 가까워진다.
나는 군청검을 뽑았다.
흑색 수험표를 단 수험생 중에서 거대한 낫을 사용할 만한 수험생은 1명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수험생을 떠올리고 싶지만, 내 안에서 그녀의 존재가 워낙 깊이 박혀 있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상대의 형체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이면 왜 여기서 쟤를 만나는 거야?’
거대한 낫을 든 여성의 형체였다.
회색 머리칼이 언뜻 엿보였다.
그것으로 나는 확신했다.
숲속에서 걸어오고 있는 상대는.
“수험생이란 걸 파악하자마자 곧장 사이드를 날렸는데, 뭐야, 알고 보니 견우견우였구나?”
“….”
“정말 반갑다! 이런 곳에서 보네?”
연성 남가의 남유리였다.
겨드랑이로 거대한 낫을 파지한 그녀가 헤실거리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녀를 따라 마냥 반가워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알았으니까.
‘위험해. 이러다 덤벼들겠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자극을 얻고 싶어 하는 남유리가 가장 그 자극을 느낄 때가 바로 생존을 위해 투쟁할 때였다.
그래서 그녀는 생명체를 죽이거나,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고는 했다.
그런 그녀가 서로의 수험표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예상이 갔다.
나와 쟁탈전을 벌이며 자극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당연히 나로서는 사양하고 싶었다.
그녀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러게.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네. 우연도 이런 거지… 아니, 뭐 이런 거짓말 같은 우연이 다 있을까 싶네.”
“그렇지? 우리가 인연이긴 한가 봐. 아니면 혹시 운명인 걸까? 나는 그것도 좋은 것 같아!”
“아하하….”
“아하하?”
“너도 거점을 찾는 중이었던 거지? 열심히 하고 합격해서 아카데미에서 보도록 하자. 그럼 나도 거점이나 찾으러 가 봐야겠다.”
나는 최대한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흐름을 유도하려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떠나려고 했는데.
“어디 가?”
“….”
빌어먹게도 남유리는 속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의 자색 눈이 나를 잡아먹을 것만 같은 기세를 하고 있었다.
“나랑 안 할 거야?”
“…뭘?”
“내 거 안 뺏을 거야? 안 훔쳐?”
“그러니까 뭘?”
“내 수험표. 우리 시험 중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만나서 헤어진다고? 시험도 안 보고? 재미없게?”
남유리가 흑색 수험표가 보이도록 가슴을 부풀렸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리 어제 약속하지 않았나?”
“응! 아카데미에서 만나면 그때는 가위바위보로 밥값 내기로 한 거 말이지? 걱정 마! 나는 기억력이 좋아서 잊지 않았어!”
“그런데 너랑 내가 싸우게 되면 한쪽은 아카데미에 합격하지 못하고, 약속도 이룰 수 없게 되는 거 아니야?”
“뭐어야. 견우견우, 그거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던 거였어? 이제 보니, 견우견우는 걱정이 많구나?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남유리가 해맑게 웃는다.
그녀가 겨드랑이에 파지하고 있던 낫을 쥐며 말했다.
“견우견우가 나한테 수험표를 빼앗기더라도, 견우견우 실력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수험표를 뺏어서 200점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합격하지 못할 걱정은 안 해도 돼!”
“…왜 내가 빼앗길 거란 것을 전제로 말하는 거냐. 네가 빼앗길 거란 생각은 안 해?”
“응?”
내가 어처구니없어 한 말에 남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견우견우는 역시 재미있다니까.”
남유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자색 눈빛에 서슬이 퍼렇다.
그녀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간다.
“그야 나는 강한걸? 견우견우가 아무리 강해도 내가 이길 게 뻔한 거 아니야?”
남유리가 전투태세를 취한다.
아무래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태세를 가다듬었다.
“그래, 네가 빼앗겨 봐야 알겠지. 너야말로 200점 모을 준비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