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7)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7)
회피 본능
학교를 쉬는 토요일.
나와 아버지는 점심을 먹고 나서 집을 나섰다.
“우리 다녀올게! 아마 저녁쯤에는 돌아올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돌아오도록 해.”
“네, 그럴게요. 다녀올게요.”
내가 실전을 치른다는 것을 들은 어머니는 걱정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나를 말리지는 않았다.
아버지에게 설득된 부분도 있었고, 강해지기 위해서 정진하려는 나를 믿고 응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어머니로부터 몸을 돌렸다.
“그럼 갈까?”
“네, 이제 가요.”
목적지는 집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레굴루스 클랜 지부였다.
아버지의 직장이기도 한 클랜.
나는 아버지가 모는 차를 타고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자의 형상을 본뜬 푸른 문장이 꼭대기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저 건물인 거죠?”
“그래,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야. 오는 건 처음이지?”
“그렇죠. 위치만 대강 알고 있었지, 와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신검 도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레굴루스 클랜.
초대 가주가 대격변 시절에 창설한 클랜은 지금에 이르러 전국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었다.
이곳 역시 그중 하나에 속했다.
‘그리고 아빠가 지부장으로 있는 클랜이기도 하지.’
그래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던전이나 게이트, 몬스터 서식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헌터 자격증을 필요로 했다.
그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지부장으로 있는 클랜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제약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의 권한을 사용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클랜에서 보유하고 있는 게이트에 들어간다든가.’
내 목적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게이트 속에 존재하는 몬스터들로 실전을 치르는 것이다.
이윽고 아버지가 차를 주차했다.
“자, 이제 내리자. 검 챙기는 거 잊지 말고.”
“여기 있어요.”
당연히 잊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볼 수 있도록 높이 검을 들어 올렸다.
* * *
게임의 설정에 따르면, 이 세상은 대격변의 시기 이후로 차원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졌다.
그로 인해 차원이 왜곡되는 현상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게 되었고, 세상에 영향을 끼쳤다.
왜곡된 차원에서 몬스터가 나오고, 왜곡된 차원이 그 상태로 고정되어 던전으로 변모하고 만 것이다.
게이트도 그 현상에서 비롯됐다.
세상의 차원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다른 세상의 왜곡된 차원과 만나며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바로 게이트였다.
‘그 현상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게이트 안에 있던 세상이 폭발하며 현실로 쏟아져 나오는 거지.’
일명, 아웃브레이크(Outbreak).
게임의 플레이어는 스토리와 함께 그것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학원도시에서 무작위로 발생하고, 던전과 달리 시간제한이 존재하는 게이트를 제시간에 공략하지 않으면 엔딩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하는 엔딩에 도달하려면 게이트 침식률도 신경을 써야 했지.’
그러다 보니 전생의 나는 수시로 게임을 실행해서 행여나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살피고는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 게임 콘텐츠로 놓고 봤을 때, 게이트는 꽤 지능적인 콘텐츠였다고 할 수 있겠네.’
플레이어의 관심이 게임에서 계속 떠나지 않게 하고.
스토리에 질려 버린 플레이어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고.
캐릭터를 성장시키게 돕는 등.
게이트는 여러 기능을 수행했다.
게임의 묘미 중 하나였다.
한편으로 게이트를 공략하게 되면 게이트 키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키를 사용하면 한 번 공략한 게이트를 다시 공략할 수 있었지.’
게임 제작사 측에서 플레이어들이 공략한 게이트를 다시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었으리라.
그 부분은 내가 환생한 세상에도 제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일단 게이트 키부터 받으러 가자. 그게 없으면 안 되니까.”
“게이트 키는 어디에 있는데요?”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어.”
레굴루스 클랜 송파구 지부.
나와 아버지는 게이트 키를 받으러 창고가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와! 얘가 지부장님 아들이에요? 엄청 귀엽다!”
“그러게…. 순둥순둥하게 생겼네요. 지부장님을 닮지 않은 것 같은데? 다행이네.”
“나랑 안 닮은 게 뭐가 다행인데? 지금 대놓고 날 까는 거냐.”
“안녕하세요…. 도견우라 합니다.”
볼을 꼬집고, 만지고, 늘리고….
하필 극성맞은 클랜원들을 만나서 험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근육질의 남자가 끌어안았을 때는 굉장히 우울한 기분도 들었다.
“….”
“견우야, 괜찮냐.”
“…아니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만져지고서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그 이후로 만난 사람들은 그나마 정상인 축에 속했다.
“착하게 생겼네. 몇 살이니?”
“지부장님 아들이라니, 세상에…. 솔직히 말해 봐요! 주워 왔죠!?”
“하긴, 사모님이 미인이셨죠.”
“누나랑 같이 사진 찍을래?”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가고 싶다….”
…그나마 정상적이었다.
그 사람들에게 정중히 인사한 나는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다.
“아빠.”
“어, 견우야.”
“헌터는 다 저런 거예요?”
“어, 음….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러 있기는 해.”
“….”
“견우 네가 이해해 줘라.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몬스터들과 싸우려면 맨정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거든.”
“아, 네….”
어째 변명처럼 들렸지만.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이윽고 우리는 창고에 도착했다.
창고 접수처에 있던 여성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안녕하세요, 지부장님. 이야기라면 어제 전해 들었어요. 아드님과 같이 게이트에 들어갈 거라면서요?”
“그래, 키는 있는 거지?”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가지고 나올게요.”
여성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창고에서 돌아온 여성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내 손보다 조금 큰 크기였다.
“대여를 신청하신 키예요. 한번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흠… 맞네, 고마워. 그리고 내가 예약해 놓은 방도 알 수 있을까?”
“2번으로 되어 있네요.”
“2번 방이라…. 알려 줘서 고마워. 그럼 수고해.”
“지부장님도 수고하세요.”
창고에서의 일은 끝마쳤다.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한 아버지가 접수처에서 몸을 돌렸다.
나는 얼른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이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인공 게이트가 있는 방에 가야지. 2번 방으로 갈 거야.”
게이트 키는 그냥 사용할 수 없다.
열쇠가 있으면, 문이 있듯이.
게이트 키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꽂아 넣을 문이 필요했다.
그 문이 바로 인공 게이트였다.
사람이 만든, 일종의 아티펙트.
그런데 인공 게이트를 제작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거기에 유지비, 관리비도 있고….’
그러다 보니 레굴루스 클랜과 같이 초대형 클랜은 돼야 인공 게이트를 보유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는 인공 게이트가 3개나 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복도를 걸었다.
“그럼 제가 들어가게 될 게이트는 무슨 등급이에요? 백색? 회색?”
“백색 등급이야.”
한편 게이트는 게이트의 색에 따라 일곱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백색, 회색, 황색, 녹색, 적색, 청색 마지막으로 흑색.
게이트의 공략 난이도는 백색에서 흑색으로 갈수록 올라갔다.
오늘 내가 들어가게 될 게이트는 난이도가 제일 낮은 백색이었다.
이내 우리는 숫자 2가 적혀 있는 방에 들어섰다.
“….”
“본가에서 이미 한 번 봤겠지만, 저게 인공 게이트야.”
바닥이 정사각형 타일로 이루어진, 굉장히 드넓은 공간이었다.
공간을 장식하는 물건 같은 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문 맞은편 벽면에 거대한 문이 하나 있었다.
원형의 형태를 한 철문.
그 철문 중심부에는 열쇠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이제 이 게이트에 들어갈 건데, 정말 준비가 된 거니? 지금이라도 잘 생각해 봐. 한번 들어가게 되면 게이트를 공략할 때까지는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까.”그때 게이트를 올려다보던 내게 아버지가 생각을 재고해 보라는 듯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생각이라면 이미 충분히 했어요. 괜찮아요. 그리고 공략하지 못하면 아빠가 대신 공략해 줄 거잖아요?”
“녀석…. 그래, 알았다. 네 말대로, 게이트를 공략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공략하면 되니 무리하지 마. 괜히 엄마한테 혼나게 하지 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상자를 꺼냈다.
“그럼 게이트를 가동한다.”
손잡이 부분이 하얀 열쇠.
아버지는 상자에서 그 열쇠를 꺼내 인공 게이트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열쇠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열쇠 구멍을 기점으로 하얀 파문이 퍼져 나갔다.
위이잉
차원이 왜곡된다.
철문이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게이트가 가동한 것이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먼저 안에 들어가 있을 테니, 너는 한 10분 뒤에 들어오도록 해.”
“네, 조심하세요.”
“오냐.”
한번 가동한 게이트는 내부에서 게이트를 공략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키는 게이트로 변화해서,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고서는 다시 키로 되돌릴 수 없다.
나는 아버지가 게이트에 들어가고, 몇 분이 지난 후에 걸음을 옮겼다.
새하얀 빛이 나를 덮쳤다.
* * *
왜곡된 차원과 차원이 만나 생기는 겹쳐진 세계, 게이트.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이트에서는 게임에서 나올 법한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고는 했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세상이라서 그게 당연한 거지만.’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의문을 품지 않게 됐다.
빛으로 물든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백색: 분홍 수정 동굴 II]그 메시지 아래로, 백색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조건이 올라왔다.
[공략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몬스터를 토벌하시오.] [고블린(Rank. 01) x 15]1랭크의 고블린 15마리 토벌 임무.
백색 등급 게이트라서 그런 것인지 공략 조건은 굉장히 단조로웠다.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블린은 어디에 있는 거지….’
사방이 분홍색 수정으로 둘러싸인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서 감각을 곤두세운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그곳에 있었다.
“왔냐.”
“고블린들은 다 잡아들인 거예요?”
“그래, 여기 있는 놈들이 전부야.”
무장이 해제된 채로 밧줄에 묶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블린들.
나는 아버지의 발치를 뒹굴고 있는 놈들의 수를 셌다.
전부 15마리.
게이트가 공략 조건으로서 제시한 고블린들의 수와 일치했다.
이놈들을 물리치면 게이트 공략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해요.”
“네가 준비됐다면 그러자. 처음부터 다수를 상대할 순 없으니 1마리부터 시작해 볼까.”
나는 고블린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세를 잡았다.
아버지는 고블린들을 훑어보고는 제일 작은 놈의 밧줄을 끊었다.
“무리 중에서 제일 약한 녀석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말고. 너도 알겠지만 고블린은….”
“영악한 놈들이라는 거죠?”
“…그래. 그걸 잊지 마렴.”
게임의 지식이 있기도 했고.
신검 도가의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몬스터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이에 나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며 밧줄이 풀린 고블린을 쳐다보았다.
키엑?
놈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없이 턱짓으로 나를 가리켰다.
고블린의 고개가 다시 돌아가고,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그 순간, 놈은 이해한 듯했다.
키에엑!
실낱같은 희망에 불과하더라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나를 상대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놈이 얼굴을 돌변하고 달려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주먹 도끼를 주워,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온다.
조금 전에 비틀거리며 일어난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후우….”
그만큼 필사적인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살기 위해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것이다.
몬스터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죽지 않기 위해 끝까지 저항한다.
그렇기에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역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것이 실전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틀고 오른발을 뒤로 물렸다.
[수왕류 기초식 제5형>관통의 자세
발을 내디디며, 뒤로 최대한 땅긴 팔을 앞으로 내지르는 자세.
신검 도가의 찌르기 자세다.
그 자세를 기반으로….
[수왕류 공격식 제4형>사자 회침(獅子 回鍼).
체내 마나를 발현해 다리와 허리, 심장에서부터 검을 쥔 오른손까지 마나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그런 한편 체외로 흘러나온 마나로 검신을 감싼다.
그렇게 해서….
키에에엑!
앞으로 내디딘 발에 체중을 싣고, 허리를 비트는 것과 함께 뒤로 당긴 오른팔을 힘껏 내지른다.
숨을 참고 모았던 힘을 터뜨린다.
팔꿈치가 일직선으로 나아가면서 푸른빛을 뿜는 검이 허공을 가른다.
그 순간, 손목을 살며시 비틀면서 회전력을 더한다.
그 일격을….
푸슉!
나는 뛰어오른 고블린의 입속으로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에엑….
목 뒤편까지 검에 꿰뚫린 상태로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블린.
놈은 손발을 움찔 떠는가 싶더니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우선 1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