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70)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70)
모든 수험생이 게이트에 입장했다.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들은 저마다 상대의 수험표를 빼앗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버젓이 돌아다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사냥을 당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거나.
시험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귀찮아.’
국내에서 제일가는 정령술명가.
순환 차가의 차은솔은 굳이 따지자면 전자에 속했다.
그녀는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수험생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머리를 쓰고 싶지 않고, 귀찮기만 했다.
당 떨어진다.
칼로리 소비다.
‘내 당과 지방은 소중히 여겨야 해.’
이 섬에서 3일을 보내야 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에너지를 소모할 일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옳다.
차은솔은 벌써부터 허기를 알리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뱃살을 잡았다.
“뱃살이, 안 잡혀….”
차은솔의 목소리가 떨렸다.
늘어나는 뱃살 두께가 너무 얇다.
평소보다 잘 늘어나지도 않는다.
1㎜는 줄어든 것 같다.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인 그녀에게는 1㎜도 큰 숫자였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느낀 것일 뿐, 실제로 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느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얌.”
소중한 뱃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 당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차은솔은 포켓에서 소시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얌얌.”
소시지의 색은 까맸다.
초콜릿 맛이다.
입안에서 달콤한 맛이 퍼지면서, 차은솔의 얼굴이 누그러졌다.
그녀는 당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이 소시지를 즐겨 먹고는 했다.
그 외에도 그녀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소시지는 다양한 맛을 갖추고 있었다.
열량도, 영양도 풍부하기까지 해서 간식거리로 딱 알맞았다.
‘하나 더 먹어야지.’
이번에는 체다치즈 맛이다.
차은솔은 제자리에서 소시지를 하나 더 까먹었다.
‘나를 노리는 사람들이 더 늘었네.’
한편으로 차은솔은 주위에 잠복한 수험생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정령들이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
그들의 성별도, 생김새도, 숫자도, 무기도, 수험표의 색상도.
차은솔은 모두 알고 있었다.
느끼고 있었다.
사그락!
그렇기에 그들이 기습을 가했을 때에도.
차은솔은 당황하지 않았다.
‘백색 1명, 황색 3명, 녹색 1명.’
합계 100점.
그들의 수험표를 빼앗기만 한다면 시험 합격 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
차은솔은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잉!
“…뭐!?”
바람의 정령이 부름에 응한다.
차은솔을 중심으로 바람이 일며, 날아드는 공격을 튕겨 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수험생들을 하늘로 띄워 올린다.
저항할 겨를 없이 바람에 날아간 그들이 당황한 소리를 내뱉는다.
그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너희도 도와줘.’
한편, 지면에 발을 붙이고 있는 수험생도 있었다.
그는 전세가 단번에 뒤집혀 버리자 도망치려고 했다.
차은솔은 그가 도망치지 못하게, 대지의 정령의 힘을 빌렸다.
스스슥!
그녀가 하늘로 손을 들어 올리자, 지면에서 손이 솟구쳤다.
졸지에 그 손바닥에 올라가게 된 수험생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가 뒤늦게 뛰어내리려 했으나, 그때는 바람의 정령이 움직인 찰나였다.
공중에 뜨게 된 그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바람은 아랑곳하는 기색 없이 수험생들의 수험표를 떼어 냈다.
“다 모았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펼치자.
차은솔의 손바닥 위로 수험표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녀는 그들이 쫓아오지 못하게끔 멀리 날려 보냈다.
그러고는 한 곳을 향해 말했다.
“너는 안 올 거야?”
차은솔을 주시하던 수험생은 바람에 날아간 이들뿐만 아니라, 1명 더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남은 1명의 존재도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들킨 것을 깨닫고 순순히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예쁘게 생겨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순환 차가의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정령을 다루는 솜씨가 상당하더라니….”
“….”
황색 수험표를 단 여성이었다.
그녀가 친근한 척 말을 걸어왔다.
차은솔은 반응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나,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깨끗하지 않다.
그만큼 그녀의 눈은 특별했다.
무엇보다….
‘몸과 영혼이 조화롭지 않아?’
바로 그때였다.
여성이 쌍검을 뽑아 들었다.
그녀가 대뜸 달려들었다.
“그럼 얼마나 하는지 직접 볼까?”
여성이 키득거린다.
차은솔은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이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타닥!
그러나 여성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바람의 손길을 피해 냈다.
몸에 방벽을 둘러 막기도 했다.
‘힘을 빌려줘.’
차은솔은 손을 휘둘렀다.
땅의 정령이 응답했다.
그녀의 등 뒤에서 쇄기처럼 생긴 암석이 생겨났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조리 사출했다.
파바박! 팅!
여성은 쌍검으로 얼굴을 보호하며 암석을 튕겨 냈다.
튕겨 내지 못하는 것은 피했다.
그중 일부가 다리나 허리를 스쳐 생채기를 만들었다.
상처 부위에서 피가 흐른다.
“좋은데?”
고통에 무감각하다는 듯.
여성은 아파하는 기색 없이 되레 차은솔을 칭찬했다.
한편 그녀는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강해.’
차은솔은 처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 감정이 일었다.
그녀는 땅의 정령의 힘을 빌려서 지면에서 암석 기둥이 솟게 했다.
화아악!
암석 기둥이 여성을 막아섰다.
차은솔을 향해 뛰어오던 여성이 흠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지고, 입가가 호를 그렸다.
마나가 깃든 쌍검이 빛을 발했다.
쿠르륵!
“…!”
여성의 쌍검이 기둥을 꿰뚫었다.
기둥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암석 기둥 속에서 몸을 보호하고 있던 차은솔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지척까지 거리를 허용한 차은솔의 초록 눈이 크게 떠졌다.
‘이럴 줄은 몰랐지?’
여성, 이가현은 차은솔의 반응을 살폈다.
당황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감정을 추슬러,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물었다.
“너… 누구?”
“….”
차은솔의 시선은 이가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눈이 아니다.
그녀의 시선은 이 몸 안에 있는 자신의 영혼을 응시하고 있다.
이가현은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바로 그때.
화륵!
“…!”
차은솔의 등 뒤에서.
불덩이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가 돌파당할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만들어 둔 것이다.
뒤늦게 불덩이의 존재를 알아차린 이가현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화르륵!
차은솔이 이가현의 칼날을 피하며 몸을 튼다.
그녀의 뒤에 있던 불덩이가 그대로 이가현에게 직격했다.
불기둥이 치솟았다.
그녀는 그 틈에 거리를 벌렸다.
“그 눈.”
“….”
이가현이 불기둥 속에서 나왔다.
직전에 공격을 막아 피해를 줄인 그녀가 차은솔의 초록 눈을 보면서 말했다.
흥미로워하는 듯한 어조였다.
“평범한 눈이 아니었구나?”
“….”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이라…. 예쁜 데다가 가치도 있다는 거네. 마음에 들었어. 내 취향이야. 지금 당장 컬렉션으로 삼고 싶을 만큼.”
이가현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차은솔은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고, 순환 차가의 사람이기도 하니까 섣불리 삼을 수는 없겠네. 더 개화할 가능성이 있을 텐데 그 가능성을 없애기도 그렇고….”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은솔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때, 이가현이 손뼉을 쳤다.
“일단 합격.”
“…응?”
“네가 잘 크기를 기대할게.”
이가현이 난데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차은솔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쫓아가려면 쫓아갈 수 있다.
수상한 사람이다.
저자를 이대로 보내도 괜찮을까.
차은솔은 고민했다.
이내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귀찮아, 얌.”
어차피 필요한 점수는 모았다.
이 이상 몸을 쓰고 싶지 않다.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차은솔은 초코 맛 소시지를 먹으며 여성에 대한 것을 잊기로 했다.
* * *
남유리의 수험표를 얻은 이후로.
나는 대놓고 섬 안을 돌아다니면서 수험생들을 상대했다.
안타깝게도 이가현에 대한 소식은 접할 수 없었다.
“이걸로 350점인가.”
결국 소득이라고는 수험생들을 쓰러뜨리고 얻은 수험표뿐이었다.
나는 새로 얻은 수험표를 옷에 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밤이 되면 몬스터는 흉포해진다.
이 이상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사냥을 중단하고, 밤을 지새울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만 잠자리나 찾으러 가자.’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바라지 않는다.
그런 곳은 수험생이 몰리기 마련이라 밤새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리라.
그러니 적당히 몸을 숨길 수 있고,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을 곳을 찾기로 했다.
‘몬스터의 영역이면 잘 안 오겠지. 그렇다고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는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고…. 되도록 경계선에서 가까운 곳에다 잡는 게 좋겠네.’나는 숲속으로 발을 들였다.
숲속은 무척 어두웠다.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변해 가면서 숲에 깔린 어둠이 짙어졌다.
멀리 내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사삭!
“….”
기척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무언가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사람인가.’
몬스터의 기척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먼저 숲속에 들어온 수험생들이 나를 노리고 있는 듯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네.’
놈들은 나무 위에 있었다.
어둠 속에 녹아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의 기척만 느껴질 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놈들도 마찬가지이리라.
[라이트(Light)>주위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나는 1계위 빛의 원소 마법을 전개해,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띄웠다.
손바닥 위로 떠오른 주먹만 한 구체가 어둠에 가려져 있던 숲속을 밝혔다.
단순히 마나를 응집해 발광하게 하는 레이디에이션(Radiation)과 구분되는 마법이었다.
“…안 보이네.”
이어서 손바닥을 높이 들었다.
손바닥 위로 떠오른 주먹만 한 구체가 어둠에 가려져 있던 숲속을 밝혔다.
안타깝게도 놈들이 있는 위치까지는 빛이 닿지 않았다.
이래서는 되레 내 위치만 알려 줄 뿐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라이트를 끄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 끌어들이면 되지.’
놈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당연히 일일이 상대하는 것보다는 일망타진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는 놈들을 유인하기로 하며, 계속 걷기로 했다.
사사삭!
놈들이 쫓아온다.
이제는 대놓고 기척을 드러낸다.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놈들은 노련했다.
‘…3명인가.’
번갈아 가며 기척을 드러내면서.
놈들은 나를 몰이하고 있었다.
내가 기척에 놀라 방향을 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속아 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윽고 놈들은 나를 몰아넣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걸려들었구나!”
“유인당한 줄도 몰랐지!?”
“멍청하기는!”
…어째 들어 봄 직한 소리였다.
그 시점에서 나는 놈들의 정체를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죽기 싫다면!”
“수험표를 내놓아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나무 위에서 불쑥 뛰어내린 놈들은 세쌍둥이였다.
내 똘마니들.
‘어쩐지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네. 그런데 이놈들이 뭐라는 거지?’
나는 어처구니없어 코웃음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