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72)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72)
말도 안 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졌다고?’
별이 뜬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채로 숲속 바닥에 처박힌 민아린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전투는 처음만 해도 접전을 벌였다.
아니, 선공을 가한 자신이 명백한 우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세가 확연하게 기운 것은 근접전이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자신과 달리,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마법뿐만 아니라 체술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나를 위협하는 사람이 있다면… 견우가 사정 봐주지 말라 그랬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망설임 없이 쇠망치를 휘둘러서 방벽을 부수고, 민아린이 제대로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발차기를 날려 공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그녀의 마법에 당해 버리고,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 버렸고.
―자, 잠깐…!
―많이 아플 거야.
민아린이 어찌 대응하기도 전에.
지상에 있던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가볍게 도약해 밤하늘로 뛰어올라, 여유롭게 상공을 점했다.
그녀는 쇠망치를 쥔 양손을 어깨 뒤로 당기고 있었다.
직후에 일어날 일을 예감한 민아린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눈을 부릅뜨고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
칠색의 마녀의 제자가 있는 힘껏 쇠망치를 내리쳤다.
민아린은 그 공격에 직격을 당해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렇게 잠시 의식을 잃었다 되찾은 그녀는 몸을 움직일 기력도 없이 이렇게 널브러져 있던 것이다.
자신이 졌다.
두말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건, 꿈이야….’
그럼에도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은 민아린이다.
마도 민가에서 현세대의 직계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천재.
당대 마도 민가의 가주로 군림하는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손녀.
마도 민가의 작은 그리핀.
자신의 세대에서 풍운을 일으키며 대표 주자가 될 기대주.
그런 자신이 져서는 안 됐다.
‘내가… 내가, 졌어? 졌다고? 나, 민아린이?’
받아들일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서 일어나야 한다.
민아린은 이를 악물고, 오기를 부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빌어먹게도 몸뚱어리는 도통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
“아….”
칠색의 마녀의 제자가 다가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민아린은 절망감에 입을 벌렸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가는 마나 회로가 손상될 수도 있어. 그대로 힘을 회복하는 게 좋을 거야.”
별과 달이 뜬 밤하늘 아래에서.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하얀 머리칼을 바람에 휘날리며 말했다.
빠득!
민아린은 그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필시 그녀도 격전을 치렀을 텐데 다친 곳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가 악물어졌다.
‘날… 내려다보지 마….’
분하다. 프라이드가 상한다.
민아린은 칠색의 마녀의 제자에게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살며시 그녀에게로 손을 뻗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정말 많이 모았네.”
“아….”
칠색의 마녀의 제자가 민아린에게서 수험표를 수거해 갔다.
민아린은 그녀를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는 자신의 옷에 부착된 수험표가 하나하나 떼어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수험표가 떼어지는 것도.
“…지 마….”
“….”
“가져가지, 마….”
민아린은 울먹거리며 애원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그녀였다.
패배감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면서 줄곧 우월감만 느꼈던 그녀는 난생처음 패배감을 느끼고, 굴욕감을 느꼈다.
설마 자신이 프라이드를 저버리고 이렇게 애원하게 될 줄 몰랐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자신이 모은 수험표가 절실했다.
특히 자신의 수험표만은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 수험표야말로 자신의 프라이드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들어줄 수 없어.”
“아….”
“그럼 나는 갈게. 기분 추스르고, 쾌차하기를 빌게.”
그러나 칠색의 마녀의 제자는 민아린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수험표를 모두 모은 그녀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민아린은 그녀가 사라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나는, 민아린인데….”
입학 수석은 내 건데.
자신을 내려다보는 밤하늘이 아주 욕이 나올 정도로 더럽게 예쁘다.
민아린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 * *
간밤에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혼자 밤을 보내느라 깊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나는 여러 차례 놈들과 싸워야 했다.
그나마 회피 본능이 있어 다행이지 다른 수험생들은 밤을 지새우느라 고생 좀 했으리라.
“슬슬 움직여야겠네.”
그렇게 해서, 혼림섬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세쌍둥이가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장소에서 아침을 맞이한 나는 어제처럼 섬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다만 무작정 돌아다닐 수는 없다.
나는 손목에 찬 게이트 워치로 시간을 확인했다.
08:58:23
오전 9시까지 1분 남짓 남았다.
나는 그때를 기다렸다.
이윽고 시의 자리가 9로 바뀌었다.
삐빅!
게이트 워치가 3시간 간격으로 울리는 알림음을 내며,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메시지를 살폈다.
[09:00:00]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수험표를 모두 표시합니다.]바둑판처럼 격자를 이루는 화면에 점들이 나타났다.
화면 중앙에 밀집해 있는 점들은 내가 보유한 수험표들을 가리켰다.
그러니 나는 나를 중심으로 있는 점들의 위치에 주목했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움직여야 이가현의 단서를 얻기 쉽겠지.’
행동 방침을 결정했다.
나는 가장 많은 점이 찍힌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물론 점이 온전히 수험생의 위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점이 나타내는 것은 수험표다.
나처럼 한 사람이 다량의 수험표를 보유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다들 수험표를 얻기 위해 그곳으로 몰릴 텐데 뭘.’
간단한 이치다.
지금쯤 근처에 있는 수험생들은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가 있던 곳으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리는 게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은 점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지루하게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한창 싸움 중이네.’
수험생들이 꽤 많았다.
그들이 곳곳에 흩어져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편으로 쟁탈전은 어제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자식이…!”
“수험표 내놔!”
시험이 내일이면 끝나기 때문인지 그들의 행동이 과감해졌다.
대부분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또한.
“무리를 짓는 사람이 많아졌네.”
어제는 간간이 보이는 수준이었지만, 오늘은 그 수가 상당했다.
곳곳에서 수험생들이 무리를 이뤄 쟁탈전을 벌이는 장면을 쉬이 목격할 수 있었다.
수험표를 빼앗고, 지키기 위해서는 무리를 이루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일일이 찾을 수고를 덜었어.’
나는 금속음이 나부끼는 난전 속으로 뛰어들었다.
상대에게 집중하느라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수험생들이 크게 당황했다.
“너, 넌…!”
“신검 도가의….”
말할 시간에 검을 휘둘러라.
나무에서 떨어져 지면에 착지한 나는 그들이 미처 말을 잇기도 전에 검을 휘둘렀다.
가장 앞에 있던 수험생은 그대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수험표가 대체 몇 개야!?”
“조심해! 신검 도가다!”
“일단 저놈부터 막아야 해!”
“개자식…. 그만큼 처먹었으면 그냥 가란 말이야!”
내 개입으로 무리 싸움을 하고 있던 수험생들이 순식간에 단합했다.
그들이 내게 무기를 겨누며 포위하듯 몰려들었다.
나는 수적 우위에 긴장하지 않고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화륵!
허공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후방에 있는 수험생들이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활시위에 화살을 거는 수험생도, 탄창을 장전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일단 후방부터 처리해야겠네.’
그 즉시, 생각을 실행에 옮긴다.
나는 단숨에 앞에 있던 수험생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내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저들의 민첩 수치가 대체로 30인 반면, 내 민첩 수치는 71이었다.
최소 30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뭐!?”
“마, 막아! 어서!”
내 의도를 눈치챈 수험생들이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하지만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후방에서 내게 공격을 가해도….
파직!
회피 본능으로 피하면 된다.
나는 수험생들의 공격을 피하며,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푸른 마나가 검신을 감싼다.
주위로 푸른 전류가 번뜩였다.
[수왕류 공격식 제6형>사자 난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쾌검술.
첫 번째 검이 마법을 발동하려는 수험생의 지팡이를 벤다.
두 번째 검이 탄환을 튕겨 내고, 총을 쥔 수험생을 후려친다.
세 번째 검이 활을 부숴 버리고, 단검으로 교체하려는 수험생을 가격한다.
네 번째, 다섯 번째도….
그렇게 쾌검술이 끝나려 할 때, 나는 연속해서 검술을 펼쳤다.
[수왕류 공격식 제5형>사자 맹공
한 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발로 넓게 벌려 반회전하며 방향을 전환한다.
후방은 깨끗이 정리했으니 이제 전방을 해치울 차례다.
나는 검을 찌르는 자세로 뛰어, 발끝이 향하는 선상에 있는 수험생에게 돌진했다.
“커헉!”
1연격.
이어서 방향을 틀어 2연격.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남아 있는 수험생들이 모두 쓰러질 때까지 연격기를 펼쳤다.
내가 지나간 자리로 벽뢰로 인한 궤적이 생겨났다.
“후우.”
어느덧 상황이 정리됐다.
아쉽게도 멀리서 전투를 벌이던 수험생들을 잡지 못했다.
그들이 내 실력을 확인하자마자 꽁무니를 말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 대한 생각은 잊으며 쓰러진 수험생들의 수험표를 챙기기로 했다.
그 전에.
“모을 수 있을 때 모아야지.”
주위에 벽뢰가 떠돌고 있었다.
나는 군청검의 능력을 이용해서 잔류한 전류를 흡수하기로 했다.
[군청검: 전류 응집>군청검에 벽뢰가 깃든다.
새까만 검신에서 간헐적으로 푸른 전류가 튀었다.
나는 스파크가 잠잠해진 후에 군청검을 검집으로 되돌렸다.
그러고 나서 수험표를 챙겼다.
“이러면 이제 몇 점인 거지?”
내게 당한 수험생들이 보유한 수험표가 적지 않았다.
그들의 수험표를 모두 빼앗으니 대략 600점은 되는 듯했다.
나는 횡재에 혀를 내둘렀다.
다만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됐다.
‘이가현은 이 근처에 없는 건가….’
조금 전, 나무에서 둘러본 것으로는 이가현으로 의심되는 수험생은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꽝이었던 듯했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계속 찾아보는 수밖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돌아다니면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때, 게이트 워치가 울렸다.
삐빅!
“응?”
이번에는 뭐 때문에 울린 거지?
나는 게이트 워치를 확인했다.
[보급품을 배급합니다.]보급품은 하루에 한 번씩 배급되었다.
정해진 시간은 없었고, 하늘에서 보급품이 떨어지는 장소도 무작위였다.
오늘은 이 시간에 배급되는 듯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하늘에서 낙하산이 달린 나무상자들이 두둥실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나무상자를 찾았다.
“저걸 얻으러 가야겠네.”
사실, 보급품이라면 어제도 얻었다.
물도, 먹을 것도 충분했다.
하지만 넉넉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무엇보다.
‘보급품을 얻으러 사람들이 몰리겠지.’
필시 혼림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로서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얼른 발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