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73)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73)
낙하산이 나무에 걸렸다.
낙하산을 따라 숲속을 달리던 나는 속도를 더했다.
머지않아 공중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나무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먼저 온 건가?”
나는 주위에 감지망을 펼쳤다.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첫 번째로 도착한 듯했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것을 기대하던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기다리면 그만이다.
그 전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볼까?’
나는 나무상자에 매달려 있는 낙하산 끈을 잘라 냈다.
나무상자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 상자를 열자, 안에 들어 있던 보급품이 나를 반겼다.
“있을 건 다 있네.”
초코바, 파운드케이크, 컵라면, 전투식량, 구급약, 나침반, 생리대와 남녀의 속옷이나 양말 등.
섬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수통을 꺼냈다.
“오, 시원해.”
그러지 않아도 목이 말랐던 참이다.
허리춤에 수통을 달고 있긴 했지만 물이 미지근했다.
그런 반면 상자 속에서 꺼낸 수통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고, 손을 타고 차가운 감각이 전해져 왔다.
나는 뚜껑을 따서 물을 들이켰다.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찾았다! 저기 있어!”
“대박, 우리가 제일 먼저 온 건….”
“아….”
“….”
수풀 속에서 웬 수험생 셋이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보급품을 쫓아 이곳으로 왔을 그들이 상자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던 나를 보고 흠칫했다.
‘첫 번째 사냥감이 왔네.’
수통 뚜껑을 닫으며.
도중부터 수험생들의 기척을 느낀 나는 담담하게 그들을 응시했다.
“….”
저마다 무기를 든 수험생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내 정체를 아는 듯했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이유는 내가 걸터앉은 나무상자 때문이리라.
보급품이 탐이 나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공격할 엄두는 내지 못하는 것 같고….’
이렇게 비생산적으로 대치 상태를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저들 중에 이가현은 없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얌전히 보내 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나는 수험생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1명 더 있었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사람도 너희랑 한패냐?”
“….”
수험생들의 뒤편으로 또 1명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내 말에 질문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일행이 맞을 것이다.
나는 그 수험생까지 도착하고 나면 수험표를 빼앗으려고 했다.
“얘들아! 보급품 찾았어? 어?”
“…고은비?”
“견우야! 너도 여기 있었구나!”
그런데 수풀 속에서 나온 수험생은 다름 아니라 고은비였다.
갈색 머리칼에 나뭇잎이 달라붙어 있는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무척 반가워했다.
엉덩이에 강아지 꼬리라도 있었다면 기뻐서 연신 흔들었을 기세였다.
나는 그 모습에 검을 거두었다.
수험표를 뺏을 생각이 싹 사라졌다.
“뭐야, 은비 너였어? 그럼 쟤네는 네 동료고?”
“맞아! 쟤는 나랑 중학교가 같은 애고, 쟤는 2차 시험에서 만나 친해졌고, 쟤는 어제 연회장에서….”
고은비가 긍정했다.
그녀가 돌아서서 어정쩡하게 있던 수험생들을 1명씩 소개해 주었다.
그녀의 친화력이 얼마나 높은 건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친구 많네.”
“에이, 내가 친구가 많기는 뭘? 이 정도면 평범한 축이지.”
“나는 친구 없는데.”
“어허! 여기 내가 있는데 어떻게 친구가 없다고 할 수 있어? 그리고 하늘이는 왜 빼니?”
“그럼 2명밖에 없네. 아마 너보다는 많지 않을걸?”
“와, 분명 더 있으면서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나저나… 견우야, 너 대체 몇 점이나 모은 거야? 나는 이제 180점인데…. 그리고 그건 흑색 수험표 아니야? 누구한테서 얻은 거야?”
“남유리한테서.”
“아, 그 연성 남가의 사람한테서?”
“응.”
“와… 진짜 대단하다. 견우 네가 강한 줄은 알았지만, 그 애도 이긴 거구나.”
고은비가 내가 달고 있는 수험표를 보고 감탄했다.
그런 한편, 그녀의 시선은 대화 내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 뒤에 있던 보급품이었다.
이내 그녀가 두 손을 착 모으며 내게 애교를 부리듯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견우야?”
“왜?”
고은비의 속이 뻔히 보였다.
그녀가 앞으로 무슨 제의를 해 올지 예상이 갔다.
그럼에도 나는 짐짓 모르는 척하며 먼저 제의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 어떻게 장난을 칠 것인지 머리를 굴려야겠다.
‘…나쁘지 않겠는데?’
적당한 장난이 생각났다.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우리 친구지? 친구 맞지? 그치?”
“뭐, 일단은 친구 맞지.”
“에이, 또 그런 식으로 장난치려고 한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3차 시험에서 너랑 내가 얼마나 케미가 좋았었는지 잊었어?”
“그때는 죽이 잘 맞기는 했었지. 그래서?”
“뒤에 보니까 보급품이 많아 보이는데 친구를 위해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응? 착하고 멋진 견우야.”
“뭐, 나 혼자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양이 많기도 하니… 은비 너한테 나눠 주지 못할 것도 없지.”
“정말!? 역시 견우밖에 없어! 고마워! 내가 다음에 밥이라도 살게!”
“그런데 은비 네 뒤에 있는 쟤네는 네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잖아.”
“…혹시 내 몫만 챙겨 줄 수 있다는 거?”
“네 몫만 챙겨 줄게.”
“견우야아아, 그러지 말고….”
“내 팔 흔들지 마, 달라붙지 마. 이대로 쟤네들 수험표를 빼앗지 않고 보내 주는 것도 나로서는 꽤 호의를 보이는 거거든? 포기해.”
“진짜 어떻게 안 될까? 응?”
“뭐, 안 될 건 없기는 한데….”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말만 해! 이상한 것만 아니면 다 들어줄게!”
“그으래?”
“….”
“후회하지 않는 거지?”
“…왜 기다렸다는 표정 같지?”
“이상한 것만 아니면 들어준다고 말한 거 맞지?”
“당했다. 처음부터 장난이었구나!”
“너는 이미 들어준다고 했으니까 이제 와서 얼버무려도 소용없어.”
“나 지금 속은 거야!?”
“응!”
“나쁜 놈! 이 나쁜 놈! 그래서 뭔데!?”
“별거는 아니고.”
“별거가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엉덩이로 이름이라도 크게 써 봐. 천천히. 쟤네는 3명이니까 세 번만 쓰자.”
“…저기, 견우야? 나 중학생이야. 올해로 고등학생이 되고.”
“응, 그런데?”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하라고?”
“못 할 게 뭐 있어? 은비 네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쟤네 1명의 배를 채울 수 있어.”
“….”
“두 번이면 2명, 세 번이면 3명. 잠깐 수치심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3명이나 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니까?”
“하지만 내 엉덩이는 소중한걸….”
“헌터가 되고 싶은 거 아니었어?”
“….”
“헌터의 역할이 뭐야?”
“몬스터를 죽이는 거지.”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 거?”
“너는 지금 그 사람을 구하려는 의무를 무시하려고 하는 거야.”
“그건… 궤변이야.”
“그러면서 너도 지금 찔렸지?”
“윽….”
“선택해, 은비야.”
“….”
“너 혼자 살지, 쟤네랑 같이 살지.”
“나는….”
고은비가 갈등한다.
이내 그녀가 결심을 굳힌 듯이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내게서 돌아섰다.
“얘들아… 잠시 안 보이는 곳으로 가 있어 줄래?”
“으, 은비야….”
“금방… 금방 끝날 거야.”
“흑…. 은비 불쌍해서 어떡해….”
“내 걱정은 하지 마. 그래도… 견우는 착하니까 모질게 대하지는 않을 거야.”
“크흑….”
“얘들아, 그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어. 이따 보자. 그리고 부탁인데… 보지 말아 줘. 너희에게 내가 추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
“…갑자기 분위기 뭐야.”
“내가 고작 먹을 것에 굴복하는….”
“안에 생리대도 있더라.”
“…생리대에 굴복하는 모습을… 부디, 보지 말아 줘.”
고은비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자리에 있던 수험생들은 흑흑 울며 숲속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제 주위에는 나와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별 인사는 다 끝났어?”
“…응.”
“그럼 어디 해 봐.”
나는 나무상자에 걸터앉았다.
고은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자, 고.”
“고오.”
“은.”
“으은.”
“비.”
“비이.”
“자, 그대로 두 번 더.”
“내가 우리 아빠한테도 세 번이나 쓰는 건 보여 준 적이 없는데….”
“자, 이러다 다른 수험생들 오겠다. 시간 없어, 얼른. 고.”
“고오….”
씰룩씰룩.
고은비가 엉덩이를 흔들며 허공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아주 크게 또박또박, 세 번이나.
강아지 꼬리라도 달려 있었다면 놀리는 맛이 더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아쉽다.
머리를 지면에 가깝게 숙이고 있어 부끄러워하고 있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하늘이한테도 시켜 볼까. 근데 토끼 꼬리로 흔들어 봤자 흔들리는 것도 없을지도….’
그래도 볼만하기는 하겠다.
높은 확률로, 말이라도 꺼냈다가는 연하늘이 휘두르는 쇠망치를 맞고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여하튼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고은비에게 그만해도 좋다는 의미로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잘 봤어, 지금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영상으로 찍었을 텐데 말이야.”
“이걸 찍으려고 했었다고? 와, 진짜…. 흑, 나 시집은 다 갔어어…. 엄마, 나 어떡해애….”
고은비가 흐아앙 훌쩍이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엉덩이로 이름을 쓴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은 그녀가 무릎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기로 했다.
“괜찮아, 은비야. 오늘 일을 기억하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비밀로 해 줄게.”
“정말?”
“그리고 네가 결혼하는 날이 오면 식장에 찾아가서 사람들한테 얘기해 줄게. 내 동기인 고은비가 옛날에 엉덩이로 이름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특히 남편 되는 분이랑 같이 보지 못해서 아쉽다.”
“아, 진짜 하지 마아! 그럼 견우 너한테는 청첩장 안 보내 줄 거야.”
“초대받지 않고 찾아가면 되지. 축의금은 넉넉하게 넣어 줄게.”
“축의금? 호오…. 맞아, 넌 부잣집 도련님이었지.”
“어차피 그때는 그런 일도 있었지, 하하 호호 하면서 다 같이 웃어넘기게 될 거야.”
“저기, 견우야? 나는 그런 식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은데?”
“아, 남편분한테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남편분은 본 적 없죠? 저는 예전에 이미 봤지만요.”
“안 돼! 기억에서 잊어버려 펀치!”
고은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주먹을 날린다.
주먹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피하지 않고 그녀의 주먹질을 맞아 주었다.
* * *
혼자서 보급품을 전부 챙길 수도 없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기도 했겠다.
나와 고은비와 그녀의 친구들은 이참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보급품을 얻으러 온 수험생들을 쓰러뜨리고,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아! 저기 계곡이 있는데, 저기서 먹는 건 어때?”
“안 그래도 끓일 물이 필요했는데, 저기서 물을 푸면 되겠네.”
“밥 먹기 전에 가볍게 씻어야겠다!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찝찝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너 안 씻었어?”
“그러는 넌 씻었어? 하긴, 견우 너는 먹는 물로 씻어도 됐을 테니….”
“물 아까운데 어떻게 씻어? 클린 마법 있는데 그걸로 씻으면 되지.”
“클린 마법으로 씻으면 씻는 느낌이 들지 않잖아! 직접 닦아야 씻는 거지! 너도 얼른 씻어!”
고은비도 연하늘과인 듯했다.
계곡을 발견한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내게 씻으라고 닦달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윗옷을 벗고,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계곡에 들어갔다.
물이 많이 찼다.
우리는 서로 등을 돌린 상태로 가볍게 몸을 씻었다.
“저기에도 수험생들이 있네.”
“그러게. 다들 이쪽에 물이 있으니 쉬려고 왔나 봐. 아니면 밥 먹으러 왔나?”
한편, 계곡 근처에는 우리 외에도 다른 수험생들이 간간이 보였다.
그들도 우리를 인지했다.
“….”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암묵적으로 밥을 먹을 때는 서로 쟁탈전을 벌이지 않고 모른 척하기로 한 것이다.
무작정 공격할 생각이 없었던 나도 잠시 신경을 끄기로 했다.
배를 채우는 게 먼저였다.
물가로 돌아온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보급품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먹을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3분 카레랑 쌀도 있네? 여기 반합도 있고. 이걸로 밥해 먹어도 되겠다!”
“그거랑 미트볼도 있으니 먹고…. 나는 컵라면도 먹을 건데, 너희도 하나씩 먹을 거지?”
“라면도 좋지! 먹자! 다 먹자!”
우리는 각자 역할을 맡아서 점심을 만들 준비에 착수했다.
고은비는 밥을 지었고, 나는 계곡물을 끓였다.
수험생들의 역할은 라면에 물을 붓고, 카레와 미트볼을 데우고, 시간을 재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점심을 먹게 됐다.
“아, 너무 맛있어. 미트볼 너무 좋아.”
미트볼을 입에 넣은 고은비가 맛을 몸으로 표현했다.
나는 컵라면을 후루룩 빨아들였다.
과연 게이트에 들어와 먹는 라면은 평소에 먹는 라면보다 맛있었다.
이내 우리는 고은비의 주도 아래 뒤늦게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한 번 같이 밥을 먹었으면 친구지! 아카데미에서도 보게 될 텐데 우리 인사라도 하자! 다들 나는 알고 있을 테니까, 견우랑 너희가….”
“안녕, 내 이름은….”
“나는….”
“…잘 부탁해.”
“나는 도견우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나는 3명의 수험생들과 간략하게 통성명을 나눴다.
고은비가 당당히 친구라고 말하니 좋은 애들일 것이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푼 우리는 섬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원하던 정보가 고은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런 사람도 있더라. 자신이 꼭 평가관이라도 된 것처럼 수험생들에게 시험하듯 싸움을 걸어 탈락이니, 합격이니 평가하더라고. 그래서 탈락이면 수험표를 뺏고, 합격이면 이겨도 수험표를 뺏지 않고 가더라?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서, 우리는 멀리서 상황을 관망하다 도망쳤는데….”틀림없다. 이가현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어?”
“응? 음… 일단 여자였어. 수험표는 황색이었고. 그러고 보니 그 실력에 황색이라니 신기하네. 운이 나빠서 자격시험을 망치기라도 한 건가? 아, 옆길로 새 버렸네. 무기는 쌍검을 다루는 것 같았고, 제법 체술에도 능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아니, 그건 모르지. 우리는 도중에 도망쳤으니까. 알더라도 지금쯤이면 그 사람도 다른 곳으로 가 버리지 않았을까? 아, 그런데 행동을 보면 수험표를 많이 모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 같더라고.”
“은비야.”
“응?”
고은비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이가현을 찾아낼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내가 찾지 못하면, 그냥 이가현이 날 찾아오게 하면 되는 거잖아?’
필요한 재료라면 갖춰져 있었다.
나는 많은 양의 수험표를 모았고, 고은비는 소문을 퍼뜨리는 데 능한 인싸였다.
그러니 어딘가에 있을 이가현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나랑 거래할래?”
“거래? 갑자기 무슨 거래?”
“너 수험표 많이 얻게 해 줄게.”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