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83)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83)
금강 아카데미 입학시험이 끝나고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자신의 영혼을 쪼개 만든 분신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있다면 영혼에 내재된 패스를 통해 시야도, 기억도, 감각도, 위치도 공유할 수 있을 텐데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분신체가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이쯤 되면 눈치챌 수밖에 없다.
이가현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죽은 거구나.”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분신체는 정체를 들킨 것이리라.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다.
영혼석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는 이유는 누군가 자신이 탐지하지 못하게 은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그 누군가는 금강 아카데미 관계자일 확률이 높았다.
“어쩌다 들킨 걸까….”
학원도시 어딘가의 슬럼가.
엉덩이를 깔고 계단에 앉은 그녀는 처연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붉은 구두가 벗겨질 듯 말 듯 까딱거리며 다리를 흔들기도 했다.
본토와 달리 학원도시의 밤하늘에는 별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내가 실수하지는 않았을 텐데….”
대체 어떻게 들킨 것일까.
누가 알아차린 것일까.
무엇보다 누가 죽인 것일까.
수험생? 아카데미의 교관들?
이가현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더듬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신경 쓰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금강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녀의 속은 타들어 갔다.
“아윽….”
이가현은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다리를 바짝 모았다.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서는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였다.
흐르는 눈물이 화장을 번지게 하고, 자신을 추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울고 웃었다.
아름다운 것은 완전하다.
그런데 영혼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만 자신은 이제 불완전한 존재다.
고로 자신은 아름답지 않다.
그녀는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앞으로 자신의 영혼에는 영원히 무언가로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자신을 아름답게 가꿔도, 아름다운 인형 속에 들어가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가 너무나 원망스럽기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찾아가서 확 죽여 버리고 싶다.
하지만 상대를 알 수 없는 데다, 금강 아카데미는 아무런 공표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다물어야 했다.
자신이 더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는 없으니까.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면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자신과 함께 육마로 추앙받고 있는 놈들에게는 더더욱.
자신의 불완전함이 탄로 나는 순간 깔보고 비웃을 게 뻔했다.
“누구야. 누구냐고….”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를 빠득 깨문다.
슬픔과 증오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려고 한다.
그 감정이 자해로 이어진다.
이가현은 손톱을 세워 자신의 팔을 세게 꼬집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 원피스 원단에 덮이지 않은 피부에 손톱자국이 생겨났다.
“안 돼, 이러면 안 돼.”
아무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자신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아름답지 못한 짓이다.
하마터면 상처가 날 뻔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이가현은 손톱자국이 난 부위를 문질렀다.
그러나 감정은 추스르지 못하고 여전히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
감정이 몸을 뜨겁게 달군다.
당장에라도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파괴하고, 부수고, 죽이고 싶어진다.
이가현은 충동감에 휩싸였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예쁜 누나, 왜 거기서 울고 있어? 남자한테 바람이라도 맞았나?”
“이런 사람에게 바람을 맞히다니 나쁜 놈이로구만.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남자 잘못 만나서 생긴 아픔은 좋은 남자를 만나서 풀어야지! 어때? 우리랑 저기 가서 재밌게 기분 전환이나 하지 않을래?”
“….”
으슥한 곳에서 걸어 나와, 어느새 이가현이 앉은 계단 주위로 몰려든, 행실이 좋아 보이지 않는 남자들.
그들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저마다 음흉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빤히 쳐다보다 호응하듯 얼굴에 미소를 걸쳤다.
“그래, 기분 전환이나 해야겠네.”
“오, 정말? 화끈한데? 역시 내가 그런 옷을 입었을 때부터 알아봤…?”
세상에 아름답지 못한 놈들에게 구애를 받는 일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더욱이 화장이 번져 아름답지 못한 얼굴을 보여 주다니 부끄럽고 창피해 죽여 버리고 싶다.
그러지 않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충동을 풀고 싶었는데 잘됐다.
이가현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일어났다.
직후 그녀의 몸에 손을 대려 한 남자의 목이 떨어졌다.
“…어?”
“….”
남자는 머리가 잘려 나가고서도 아주 잠시 동안 살아 있었다.
빙그르르 회전하는 남자의 머리가 짧은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떴다.
머리는 이가현이 밟고 서 있는 계단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푸슉!
뒤늦게 남자의 머리가 달려 있던 목의 단면부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직된 남자들은 그제야 위기를 직감했다.
“도, 도망…!”
“…!”
“나랑 놀자며. 어디를 도망가니?”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상대다.
실력의 격차를 절감한 남자들은 모두 동료의 죽음에 분노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이미 사위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푸슉!
남자들은 그 실에 몸이 닿고서는 깨끗하게 토막이 나며 사망했다.
직전에 실의 존재를 깨달은 이들은 이가현이 친히 실을 조종해서는 목숨을 끊어 주었다.
그들의 시체는 바닥에 떨어지거나,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일대를 피바다로 장식했다.
“맛없어, 비려.”
이가현은 자신의 얼굴에 튄 피를 손가락으로 훑어, 혀로 핥았다.
누구의 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피에 담긴 마나가 형편없었다.
그녀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고, 피가 레드 카펫처럼 흘러내리는 계단을 돌아보았다.
“그래도 기분은 좀 풀렸네.”
또각또각.
붉은 구두로 검붉은 피를 밟으며 높이가 낮은 계단을 내려간다.
“누가 나를 죽인 걸까? 궁금하네. 투귀의 제자인가? 아카데미 교관? 그것도 아니면….”
다른 학생인 걸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구두 소리를 울리며 걷던 그녀는 슬럼가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도견우가 입학 실기 시험을 보러 학원도시로 떠났다.
그래 봤자 2주 동안 가 있는 거라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부재를 느꼈다.
“이래서야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얼마나 보고 싶을지 모르겠네.”
도견우의 아버지, 도상준은 그만 쓴웃음을 지었다.
아들이 언젠가 자라서 자신의 품을 벗어날 때가 올 걸 예견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아직 준비가 덜 됐던 것 같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17년이 되도록 조그맣던 핏덩이가 커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심지어 제 손으로 키우기까지 했는데 쉽게 떠나보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는 자신과 아내 한지애에게 있어, 17년이란 시간의 결정체였다.
추억 그 자체다.
그런 그가 세상에 홀로 서게 됐으니 자랑스럽고 대견하면서도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러할진대, 한지애의 경우 매일같이 아들을 그리워했다.
“시험은 잘 보고 있을는지…. 혹시 애가 어디 다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당신도 이제 견우 실력은 알잖아. 걔가 어디 가서 다칠 놈이야? 오히려 사고나 치고 다닐 놈이지. 그리고 옆에 하늘이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하늘이가 옆에 붙어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거지, 만약 견우 혼자 보냈다면….”
5년 전을 기점으로.
단발을 고수하게 된 한지애는 종종 그에게 검술 교습을 받고는 했다.
이날도 그에게 검을 배우던 그녀는 도견우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도상준은 으레 그랬듯이 근심하는 그녀를 달래 주었다.
그럼에도 자식을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찌할 수 없기는 했다.
그나, 그녀나 완전히 아들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그와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SNS를 통해서 그와 연락을 주고받고는 했다.
[아들내미]: 학원도시에 도착했어요:
[아들내미]: 자격시험 만점!.
[아들내미]: (흑색 수험표 사진).도견우는 학원도시로 떠난 이후로 하루에 한 번꼴로 그날의 근황을 알려 주었다.
그는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있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3차 시험을 치르러 간다고 톡을 보낸 이후로 연락이 뚝 끊어졌다.
3차부터 5차 실기 시험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게이트에서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견우한테 아무 일 없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해야지.”
얼른 시험이 끝나기를 바라며.
한지애와 도상준은 간절히 아들에게 연락이 오는 날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아들에게서 톡이 왔다.
[아들내미]: 시험 잘 쳤어요.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합격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리고 평가관님들이 5차 시험은 제가 1등일 거라네요 [나]: 그러냐? 시험 치르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무슨 문제는 없었지? [♥우리 마님♥]: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집에는 일요일에 오는 거니? [아들내미]: 네, 다 잘 해결됐어요 [아들내미]: 학원도시에서 체류 허가를 받은 날짜가 아직 남아 있어서 여기서 조금 더 쉬다가 일요일에 돌아가려고요 [아들내미]: 다친 데는 없어요! [딸내미]: 오빠빠!!! 올 때 맛있는 거!!! 그리고 시험 본 거 수고했어!며칠 만에 도견우의 연락을 받고.
도상준과 한지애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가 시험을 잘 치렀으며, 무엇보다 건강하다는 것에 안도했다.
한편 그는 시험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귄 모양인지 그들과 즐겁게 노는 사진을 보내 주기도 했다.
[아들내미]: (뒤풀이하는 사진). [아들내미]: 시험 끝난 기념으로 애들이랑 뒤풀이하러 왔어요 [나]: 오, 거기 있는 애들이 다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들이냐? [♥우리 마님♥]: 다들 예쁘고 잘생겼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최고지만! [아들내미]: 다는 아니고… 고은비라고, 친구가 엄청 많은 애가 있어요. 걔가 다 데려온 거예요도견우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할 줄 알았건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도상준과 한지애는 아들이 시험에서 사귀었다는 친구들을 살피며 흡족해했다.
그러고는 학원도시에서 돌아올 아들을 반길 준비를 하려 했는데.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도견우 학생의 아버님 되시나요?]“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도상준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대뜸 자신을 도견우의 아버지라 부르는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의아함을 느꼈다.
이내 의아함은 경악으로 변했다.
[저는 앞으로 도견우 학생이 다닐 금강 아카데미의 이사장 소혜율이라고 합니다.]“….”
별의 마녀, 소혜율.
학원도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가 어째서 전화를 걸었다는 말인가.
도상준은 제 귀를 의심했다.
한편으로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정말… 이사장님이십니까?”
[네, 맞아요.]“이사장님께서 어쩐 일로….”
5년 동안 누적된 경험이 그에게 강렬히 고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아무래도 무언가 큰 사고를 친 것 같다고.
예상은 아니나 다를까 적중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시험에서 도견우 학생이….]“….”
소혜율의 전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강 이러했다.
인형귀녀란 악명을 지닌 이가현이 수험생의 몸을 빼앗아서 몰래 시험에 숨어들었다.
자신의 아들 도견우는 5차 시험에서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토벌했다.
금강 아카데미는 그의 활약에 대해 소정의 보상을 제시하기로 했다.
다만 이가현을 토벌했다는 사실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카데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그의 존재가 이가현의 본체에게 알려지지 않게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보호자인 부모에게는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 같고, 동시에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드렸다.
“하하…. 견우가… 그랬다고요….”
[네, 아드님이 참 훌륭하더라고요.]“하하하….”
도상준은 거의 넋이 나가 버렸다.
도견우가 사고를 쳐도 아주 거하게 치고 말았다.
세상에 인형귀녀의 표적이 될 만한 짓을 저지르기나 하다니.
너무 놀랍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들아, 무슨 문제는 없었다고 하지 않았니….”
다 잘 해결됐다는 메시지가 설마 이런 뜻이었니?
도상준은 어깨를 떨궜다.
이놈의 아들이 과연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닐지, 그것을 수습해 줘야 하는 처지로서는 한숨이 밀려 나오기만 했다.
“꼭 그렇게 날 힘들게 해야겠냐.”
정말이지 사고뭉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