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87)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87)
금강 아카데미, 교무관.
오승아의 안내를 받은 강한별은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접객용 소파의 상석에 앉아 있던 소혜율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요. 오느라 힘들었죠?”
“안녕하세요! 서정진 사부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강한…!”
“그렇게 소개할 필요까지 없어요. 정진이한테 연락을 받기도 했고, 정진이한테 제자가 있다는 소식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강한별 학생, 거기에 서 있지 말고 이리로 와서 앉아요.”
“아… 네!”
소혜율이 인자한 미소를 띠고는 입가에 댄 잔을 내려놓는다.
그녀가 자리를 권했다.
사부님의 동료에게 경의를 표하러, 큰 목소리로 인사하려던 강한별은 냉큼 자리에 앉았다.
“밥은 먹었나요?”
“아뇨, 아직이요. 바로 온 거라서요. 끝나고 먹으려고요.”
“저런. 그럼 많이 배가 고프겠네요. 요깃거리라도 내올까요?”
“저는 괜찮….”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뭐라도 좀 먹고 싶네요.”
“그럼 다과나 들면서 얘기할까요? 오승아 비서실장, 부탁할게요.”
“네, 이사장님.”
“음료는 뭐로 할래요? 웬만한 건 여기에 다 있고, 없으면 나가서 사 오도록 하면 되는데.”
“아… 혹시 콜라 있나요?”
“네, 있습니다. 그럼 음료는 콜라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아아메 한 잔 더요.”
“네, 알겠습니다.”
오승아가 다과를 준비하러 나간다.
이사장실에는 정적이 찾아들었다.
“….”
소혜율은 조용히 강한별을 응시하며 미소를 짓기만 했고.
강한별은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고, 등을 뻣뻣이 세우고 있었다.
내심 그녀의 시선이 불편하기만 했다.
한편으로….
‘스승님의 동료라고 하면 나이가…. 그런데도 엄청 젊으시네.’
강한별은 속으로 놀라워했다.
상석에 앉은 소혜율의 실제 나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녀는 묘령에 가까운 미모를 품고 있었다.
키가 작기도 해서 모르고 만났다면 자신 또래로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그녀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아, 지금 제 나이 생각했죠?”
“….”
“자주 겪는 일이다 보니까 이제는 얼굴만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겠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이야 있나요.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으면 되는걸요. 그쵸?”
“….”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는 뜻일까.
강한별은 그녀의 노란 눈을 보며 묘한 의문을 느꼈다.
의문을 풀고 싶지는 않았다.
때마침 오승아 비서실장이 돌아와 다과를 내놓았다.
“편히 들어요.”
“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선착장에서부터 금강 아카데미까지 바로 오느라 목이 마르던 차였다.
강한별은 얼음이 둥둥 띄워져 있는 콜라를 마셨다.
톡 쏘는 청량감이 목 안을 때린다.
‘역시 이 맛이지!’
그동안 거의 산에서 생활하다 보니 의식주는 자연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콜라 같은 가공식품을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따금 서정진과 시내로 내려가서 장을 보고 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가공식품 특유의 자극적인 입맛에 매료된 강한별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지기만 했었다.
그러니 콜라는 물론이고, 얼마든지 과자를 먹을 수 있는 상황에 기분이 들뜰 만도 했다.
“부족하면 더 내올 테니 사양 말고 먹도록 하세요.”
“그럼 콜라 한 잔 더 될까요!?”
“네, 새로 내오겠습니다.”
“보아하니 더 마실 것 같은데 아예 통째로 하나 가져오도록 해요.”
난생처음 먹어 보는 명과였다.
자꾸만 과자로 손이 갔다.
강한별은 체면을 차리는 것도 잊고 제 사부를 대하듯 편하게 말했다.
소혜율은 과자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견우 학생도 콜라를 좋아하던데, 강한별 학생도 그런가 보네요.”
“네?”
“얼마 전에 강한별 학생처럼 저하고 면담한 학생이 1명 있었거든요. 그 학생도 강한별 학생처럼 맛있게 잘 먹더라고요. 나갈 때는 남은 과자를 싸 갔는데, 강한별 학생도 그래도 돼요.”
“정말인가요?”
“네, 이따 나갈 때 가져가세요. 제가 오승아 비서실장한테 말해 놓을게요.”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강한별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찾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순수하고, 순진하며, 단순하다.
‘도견우 학생은 무슨 생각을 하나 알 수 없었는데, 이 아이는 다르네.’
어떻게 그를 이용할 수 있을까.
소혜율은 살며시 빨대를 물었다.
대강 강한별에 대한 평가를 마친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
“강한별 학생에게 미안한 일인데, 강한별 학생이 정진이의 제자이고, 그에게 추천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정진이의 명성이 대단하고, 제가 그와 어느 정도 교분이 있다고 해도요. 강한별 학생은 입학시험에 지원하지도 않았고, 응시하지도 않아서 실력이 어떤지도 모르잖아요? 형평성도 많이 떨어지고요.”
“….”
“그러자니 제 입장이 곤란해서요. 제가 이사장이기는 해도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여기까지 오게 한 건 미안하지만….”
입학은 어려울 것 같아요.
소혜율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강한별을 흔들어 보려고 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가 자신에게 넙죽 엎드려 어떻게든 사정을 봐 달라고 한다면, 그때는 그를 마음대로 이용할 생각이기도 했다.
투귀 서정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그였기에 이용 가치가 있었다.
더욱이 듣자 하니 그의 기프트는.
바로 그때,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사장님은 조금 전에 저한테 ‘강한별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죠?”
“그 뜻은 절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것 아닌가요?”
“….”
“그리고 떠나기 전에 사부님으로부터 대가는 이걸로 충분할 거라는 말을 듣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안 되는 걸까요? 그럼 이건 사부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데….”능청스러운 얼굴을 하며 강한별이 가방에서 상자를 꺼냈다.
그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리자, 소혜율의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다.
그제야 그녀는 평가를 수정했다.
‘정진이 제자가 맞긴 하구나. 얘도 그냥 당하려고 하지 않네. 일부러 패를 꺼내지 않고 있었던 건가.’
마냥 순진한 인물은 아니다.
의외로 머리를 굴릴 줄 안다.
무작정 이용해 먹기는 힘들겠다.
그래서 흥미롭다.
소혜율은 다리를 바꿔 꼬며 괜히 그를 속이려던 것을 단념했다.
“아니요, 맞아요. 장래가 기대되는 강한별 학생을 받아들일 의향은 충분히 있어요.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아니니, 이사장의 권한으로 밀어붙인다면 특례 입학은 시켜 줄 수 있어요. 문제는 이것 외에 강한별 학생이 입학하기에 마땅한 명분이 있느냐는 거죠.”
“이것 외라는 말씀은….”
“실력이요.”
“….”
“투귀의 제자란 신분과 이 물건이 강한별 학생의 실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잖아요? 금강 아카데미는 학생의 배경과 자질보다도 실력을 더 우선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강한별 학생의 실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중에 저를 포함해서 금강 아카데미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금강 아카데미는 명성이 있거나 기부만 하면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라고 보지 않겠어요?”
“제가 어떻게 증명하면 될까요?”
바로 말이 통한다.
소혜율은 어느새 과자에서 손을 뗀 강한별과 시선을 마주했다.
어수룩한 면모는 찾을 수 없다.
호기롭게 웃던 그는 진지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노란 눈을 빛냈다.
“입학시험 대신으로, 강한별 학생이 금강 아카데미에 재학할 만한 실력이 되는지 따로 시험을 보도록 할 거예요. 인공 게이트 안에서요.”
“인공 게이트요?”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있나요?”
“…아니요, 그동안 사부님과 함께 산속에서만 생활했었거든요.”
“몬스터를 쓰러뜨린 경험은요? 아, 태백산에 있었다고 그랬죠? 거기서 살았다면 몬스터는 많이 상대해 봤겠네요.”
“네, 뭐… 그렇죠.”
“인공 게이트에서 치르는 시험도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는 거예요. 이미 실전 경험은 충분한 것 같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오승아 비서실장.”
“네, 이사장님.”
“강한별 학생을 차원관으로 데려가 시험을 치르게 해 주세요. 게이트는… 기억하고 있죠?”
“네, 회색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게이트 키 예약도 마쳐 뒀고요.”
“잘했어요. 저는 여기에 있을 테니, 시험 평가는 오승아 비서실장에게 맡기도록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강한별 학생.”
“네, 이사장님.”
“오승아 비서실장을 따라가 주세요. 무사히 공략하기를 빌게요.”
소혜율이 자신의 앞에 올라와 있는 상자로 손을 뻗는다.
상자를 가져온 그녀가 강한별에게 건투를 빌었다.
이에 그는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가 시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과자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데… 가져가서 먹어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시험을 치르려면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죠. 저번에 도견우 학생도 그렇고… 역시 그 나이에는 많이 먹고 커야죠. 먹는 게 보기 좋네요.”
* * *
금강 아카데미가 위치한 학원도시 제23구에는 번화가가 즐비하다.
후문에서 버스를 탄 우리는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번화가로 발을 들였다.
제23구 은광동 로데오거리.
거리 좌우에는 다양한 상업 시설과 유흥 오락 시설이 즐비해 있었다.
과연 학원도시라서 그런지, 곳곳에 우리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대부분 자취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온 모양이네.’
앳된 티가 벗겨 나가지 않은 사람들이 양손에 짐을 들고 가고 있었다.
우리처럼 여럿이서 몰려다니거나, 혼자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근처 상업 시설에서는 ‘아카데미 학생이라면 반드시 사야 하는 잇템!’이나 ‘자취할 때 필요한 Top 10!’, ‘자취 필수품 한정 세일’ 같은 포스터가 보였다.
어느 음식점 앞에는 ‘23구 아카데미 학생은 10% 할인’이란 문구가 붙어 있기도 했다.
그만큼 거리에서 활력이 넘쳤다.
“가게가 엄청 많네요…. 이래서는 어디를 둘러봐야 할지 고민이네요.”
“잠깐만. 아는 선배한테 들었는데, 여기 근처에 가격도 나름 저렴하고, 예쁜 물건이 많은 곳이 있다나 봐. 이쪽으로 가야 해!”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아는 선배도 있고, 대단하네. 인싸네.”
“에이, 우연히 알게 된 선배인걸? 그리고 나보다 아는 선배가 많은 건 내가 아니라 견우 너 아니야? 신검 도가니까….”
“내가 친하게 안 지내서.”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지금 나 친구 없다고 생각했지?”
“응? 아닌데? 생각한 적 없는데? 그리고 친구 없을 수도 있지! 괜찮아! 견우 너한테는 우리가 있잖아!”
“도견우 성격에 친구가 있겠어?”
“보나 마나 신검 도가와 연이 있는 사람들한테 툭툭대기나 하겠지.”
“쟤 성격 받아 주는 우리가 부처지. 우리 말고 누가 받아 주겠어?”
“너희 뭐라고 했냐.”
“아! 은비야! 혹시 저기야!?”
“저기인 것 같아! 얼른 가 보자!”
“금동이 형! 은동이 형! 같이 가!”
나한테 혼이 나기 싫어서.
움찔한 세쌍둥이가 재빨리 도망친다.
나는 굳이 그들을 쫓아가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옆에서 나란히 걷던 연하늘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키득거렸다.
“왜 웃어?”
“쌍둥이들 말이 그냥 웃겨서. 하긴, 나만큼 네 성격을 받아 주는 사람도 아마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부처지, 부처야.”
“뭐라는 거야.”
“어? 지금 쳤어? 에잇!”
“나도 에잇.”
내가 엉덩이로 살짝 연하늘을 치자, 밀려난 그녀가 반격을 해 왔다.
우리는 서로 엉덩이로 장난을 치며 거리를 걸었다.
리사도 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엉덩이로 내 손을 쳤다.
“에잇!”
“…?”
“아, 재미있어 보여서요…. 혹시나 기분이 상했다면 죄송해요….”
“에잇.”
“아.”
“이걸로 끝이야? 싱겁네.”
“나하고 좌우에서 공격하는 거야. 견우 혼내 주자, 에잇!”
“에잇!”
…비겁하다.
왼쪽에서 연하늘이 엉덩이로 치면, 오른쪽에서 리사가 엉덩이로 친다.
나는 두 사람의 엉덩이에 치이느라 이리저리 밀려났다.
“나만 빼고 셋이서 재미있게 놀고! 나도 끼워 줘!”
“너는 길 찾아야지. 길이나 찾아.”
고은비가 못마땅한 듯 투정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는 나를 한 번 째려보고서는 길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다 내 의표를 찔러서는….
“에잇! 엉덩이 공격!”
내 앞을 걸어가던 고은비가 별안간 엉덩이를 뒤로 내빼더니 내 고간을 툭 건드렸다.
그녀는 장난에 성공해서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어리다, 정말. 그렇게 끼고 싶었어? 그래, 받아라. 에잇.”
“꺅!”
고은비가 그렇게 끼고 싶다는데, 못 끼워 줄 것도 없다.
나는 엉덩이를 그네처럼 흔들어, 앞서가는 그녀의 엉덩이를 노렸다.
세게 때린 것도 아니건만, 그녀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 반응이 꽤 재미있었다.
나는 다시금 엉덩이를 움직였다.
뒤에서 앞으로 리듬을 타서.
“에잇.”
“꺅! 이제 그만해!”
“에잇!”
“내, 내가 잘못했으니까 쪼옴…!”
고은비가 황급히 양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를 가린다.
그 상태로 그녀가 거리를 벌리려고 저 앞으로 후다닥 뛰어간다.
나는 엉덩이를 보호하듯 뛰어가는 그녀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왜 그래?”
“좋아?”
“….”
“재밌어?”
“…아니. 이제는 질리네.”
연하늘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 눈빛이 싸늘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곰곰이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그냥 얌전히 있는 게 상책이다.
나는 엉덩이를 봉인하기로 했다.
내 엉덩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체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