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
1
“내 이름은 테오파노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나는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방금 고용한 용병은 곁눈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맞잡았다.
덫에 걸린 토끼처럼 경계심이 역력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힘 있게 잡아 주고, 등도 툭툭 두드려 주었다.
“…레르카다라고 합니다.”
그는 자못 공손하게 고개 숙여 보였다.
나는 다시 미소 지었지만, 그의 태도에 속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전복하는 괴물들을 이끌고 신들을 추방한 자니까.
신들과 인류의 배신자여, 나는 너를 벌하러 온 너의 신이다.
* * *
괴물이 화염을 뿜어 냈다. 누나가 그 목을 베었다. 거인이 산을 들어 던졌다. 형이 그 심장을 찔렀다. 백 개의 머리를 가진 뱀이 세상을 불태웠다. 어머니가 그 목을 베었다. 백 개의 팔을 가진 거인이 세상을 부수었다. 아버지가 그 심장을 찔렀다. 그러자, 머리는 백 개의 뱀이고, 몸은 백 개의 팔을 가진 거인인 괴물이 왔다.
그 모든 괴물을 이끄는 자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괴물들이 승리하고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을 때, 그들은 힘을 잃은 신들을 추방했다.
오직 한 신만을 남겨 두었다.
아무것도 아닌 신이었기 때문에.
괴물들은 그 신을 사람으로 만들었다. 신들의 패배에 산 증인으로 삼고자.
내가 바로 그 신이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아 신성마저 빼앗긴 존재.
괴물들의 억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신들더러 왜 구해 주지 않느냐고 절규할 때 나는 듣고만 있었다. 그들이 가족을 잃고 통곡할 때 나는 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들처럼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그때 한 존재가 다가왔다.
-나를 알아보겠느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 존재는 아버지 주신의 모습으로 변했다.
-너는 아버지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머니 모신의 모습으로 변했다.
-너는 어머니가 아니다.
내가 비록 사람이 되었어도 나를 낳은 부모 신을 몰라볼 리 없었다.
그러자 그 존재는 내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너는 내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무엇은 나고, 무엇은 내가 아니고, 구분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러자 그 존재가 물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너는 무얼 할 수 있느냐?
-무엇이든.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물음이야말로 내게는 구원이어서.
-무엇이든 하겠다. 내 목숨도 바치겠다.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네가 네 입으로 말했다.
그 말과 함께 그 존재는 한 자루의 칼을 내밀었다.
이제,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구나.
마침내 무력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밀려드는 안도감 속에서 나는 칼을 받아 들었다.
더는 사람들의 절규를 듣지 않아도 된다.
더는 가족들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
더는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안 한 존재의 희생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니.
나는 웃었다.
그러자 그 존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건 너의 선택이고, 너의 결정이다. 나는 다만 네게 물음을 던졌을 뿐이다. 그 대답은 네게서 나왔다.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 존재에게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고맙다.
그 존재는 움찔했다.
그러더니 내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의 움직임은 이상했다. 주변에서 그 손만이 크고 선명하게 보였다.
갑자기 그와 나를 둘러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마저 주면서.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세상을 구하고 싶었다.
그 손이 내게 닿기 직전, 나는 칼로 내 심장을 꿰뚫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아픔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 엄청난 힘이 나를 휩쓸었다.
지금까지 없던 힘,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힘이 나를 집어삼키고 내 존재를 뒤흔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경악 속에 숨이 끊어지면서도 오로지 한 생각뿐이었다.
내게 이 힘만 있었더라면, 세상을 구했을 텐데…….
* * *
“테오파노.”
나는 눈을 떴다. 눈만 감으면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어머니의 부름이 나를 구했다.
“어머니.”
넝쿨처럼 곱슬거리고 풍성한 금빛 머리카락, 갓 돋아난 새싹 같은 초록빛 눈, 봄의 여신 피오르델리케. 내 모신은 사람들이 가장 찬미하는 계절답게 찬연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봄의 여신은 구부러진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온갖 봄꽃과 푸르른 새순이 여신을 둘러싸고 만발해 있었다. 발치에는 거울처럼 맑은 샘이 있어 여신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비추어 냈고, 그 주변을 공단처럼 부드러운 이끼가 깔려 있었다. 가까이 가자,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향기가 어린 봄내음이 났다.
나는 웃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내 아들 테오파노는 오늘도 밝고 환하구나.”
네, 제가 무슨 일을 하건, 저를 늘 그런 존재로 기억해 주세요.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어머니의 미소.
자결한 후 나는 살아서 깨어났다. 눈을 떠 보니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전쟁이 일어나기 전 행복했던 삶이었다.
나는 즉시 어머니 아버지에게 달려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하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숨어서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다 돌아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았다. 너무나 감쪽같았다. 시간을 되돌아왔으니 그랬겠지.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리가 없다. 그러니 꿈이겠지.
무엇보다 시간을 되돌아오는 일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이야 그들의 필멸하는 신세 때문에 별별 상상을 다 한다지만, 불멸하는 신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시간을 되돌아왔다고 말하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터였다. 광기에 들린 신들이 어떻게 되었던가.
그렇다면 나는 예언의 꿈을 꾼 것일까?
예언의 꿈은 그럴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니까. 그래서 신들조차 잠시 광기에 들리기도 하고, 사람 예언자들은 영영 미쳐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로 그 예언을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었다.
어느 군주는 젊었을 때 은인의 아들을 죽였다. 은인은 그를 저주했다.
그 후 그 역시 아들을 얻었을 때 그 아들이 자신을 죽이고 아내를 취하리라는 예언을 받았다.
왕은 어린 아들을 산짐승의 먹이가 되라고 산에 버렸다. 하지만 아들은 살아남아 그를 죽이고 왕비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가 아들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버림받은 아들이 부모를 몰라보고 죽이거나 취하지 않았을 터였다. 왕이 은인의 저주를 피하고자 예언을 구하지 않았다면, 아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을 것처럼.
즉, 예언은 은인의 저주를 실행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예언으로 불운을 피하려는 시도야말로 그 예언을 이루어 내니까.
하지만 아버지 주신은 왕과 달리 예언을 구하지 않았다.
또한 나는 그 미래의 참여자가 아니었다. 신들처럼 싸우지도, 쫓겨나지도 않았고, 사람들처럼 고통당하지도 않았다. 나는 멸망한 세상에서 홀로 고립된 존재였다.
그래서… 구하지도 않은 예언이 내게 왔을까?
제삼자인 내가 신들과 사람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
어쩌면 예언의 꿈이 아니라 헛된 악몽일지도 몰랐다. 제발 그랬으면.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내 안에서 불가사의한 힘의 존재가 느껴졌으니까.
그 꿈의 마지막에서 갑자기 발현했던 힘이 가슴의 응어리처럼 내 안에 맺혀 있었다.
꿈에서 나를 삼키는 듯하더니 내 안으로 침투한 힘이었다. 마치 그 꿈이 세상의 종말과 함께 이 힘의 발생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그렇다고 내가 그 힘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신성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지만, 힘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잠자는 맹수처럼 무시무시한 존재감만 느낄 뿐.
이 기회를 놓치면 악몽이 현실이 되리라는 운명의 경고일지도 몰랐다.
-행운의 기회를 놓치면 불운이 되고, 운명의 경고를 무시한 자는 경고 그 자체가 된다.
사람들이 늘 입에 올리는 격언이 떠올랐다.
그 힘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다가 꿈에서처럼 다시 나를 집어삼킬지도 몰랐다. 내가 운명의 경고를 받고도 실패한다면.
이번에는 나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그렇다면 전쟁을 막고 세상을 구해야 했다.
꿈에서처럼 목숨을 걸고서라도.
꿈에서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결심한 후 나는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지만, 얼마 안 가 어머니가 물었다.
“테오파노, 낯빛이 좋지 않구나.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거냐?”
“아프긴요. 밤에 잠을 좀 설쳤을 뿐입니다. 저는 늘 그랬듯 건강해요.”
나는 웃었다. 어머니가 계속 웃길 바라면서.
어머니의 웃는 모습에 그늘 한 점 드리워져선 안 되었다.
얼마나 그리웠었는지.
하지만 나를 따라 웃었던 어머니의 미소는, 내가 용건을 말하자마자 사라졌다.
“무슨 소리냐? 네가 지금까지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던 지상에 갑자기 가겠다니!”
어머니, 그곳에는 신들과 인류의 배신자들이 있어요.
그들을 잡아야 합니다.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면 혼자서라도.
“어머니, 저도 이제 어엿한 신이 되고 싶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며, 내 남편인 주신의 자식이다. 그런데도 신이 아니란 말이냐?”
네, 저는 신이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이 추방당하고 신성을 잃었을 때, 아니 저만 빼고 모두가 세상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싸웠을 때 이미 아니었어요.
“어머니, 제 말뜻을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아무것의 신도 아닙니다. 제게 속한 것도 없고 제가 하는 일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에서 누가 무어라 하건 신경 쓸 필요 없다. 너는 지금까지처럼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저는 참다운 신이 되고 싶습니다. 신성을 잃고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다 컸으니, 제 앞날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제 안에 불가사의한 힘이 있습니다.
그 미지의 힘은 꿈에서 저를 집어삼켰듯 세상을 집어삼킬지도 모릅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로도, 그때의 아픔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간간이 떠오를 때마다 몸서리가 쳐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그 힘을 봉인할 겁니다. 그전에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나서.
“지금까지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잘 살아온 네가 왜 갑자기 내 속을 썩이느냐?”
어머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요.
어쩌면… 제가 이 새로운 힘의 봉인에 실패하면 다시는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때처럼 어머니를 실망시킨 무력한 자식으로서 헤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모든 건 제 착각이 분명합니다.
꿈속일지라도 어머니와 한번 헤어졌었는데, 꿈에서 깨어난 지금에조차 또 헤어지다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만 하니까요.
결국 꿈일 뿐입니다. 현실이 되지 않게 막는다면, 영원히 꿈으로 남겠죠.
“어머니,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꼭 성공해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어엿한 신이 되겠습니다.”
다시는 신들을 향한 사람들의 원망을 받고 싶지 않아요.
“반드시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신성을 잃은 아들보다 세상을 구하고 죽은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실 테니까요.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네 뜻대로 하여라. 편안한 천상을 떠나 지상에 내려가 몸소 고생을 해 봐야 깨닫는 바가 있겠지.”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나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괴물들과 싸우고, 이 정체 모를 힘을 봉인하고자.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람의 신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