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08
108
“지금은 그렇습니다.”
프라비타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내 정체를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내기는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극을 할 생각인가?”
또 지네랑 둘이서 한다고 하진 말고.
“최고의 연극을 할 겁니다. 그래야 다른 극단들을 제치고 대상을 탈 수 있으니까요. 물론 메데커가가 후원하는 극단까지 포함해서요.”
“그렇게 대단한 연극이면 제목이나 줄거리도 있겠군요.”
레오파라가 묻자, 프라비타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극비 사항이지만, 제 후원자가 되실 분들이니, 기꺼이 말씀드리죠. 제목은 테오파노 신의 첫사랑입니다. 줄거리는 테오파노 신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어째서 그런 생각을 다 하게 되었나!”
이 미친놈이 나에 대해 헛소리를 지어내는 것도 모자라 퍼뜨리고 다닌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프라비타는 놀란 기색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무언가 대답하려 했다.
“테오파노 신이 첫사랑을 하셨다고요? 뭘 어떻게 하셨는데요?”
-첫사랑이면, 이루지 못한 거야?
“누구와 하신 거죠?”
“설마 테오파노 님이 차이신 건 아니겠죠?”
하지만 내 순진무구한 사도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르르 질문을 해 댔다. 프라비타는 내 질문이 아닌 그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테오파노 신은 아주 감미롭고도 애수에 젖은 사랑을 하십니다. 물론 그분의 마음을 빼앗아 갈 만큼 아름다운 여인과 말이죠. 또한 차였다는 말은 지나칩니다. 오로지 운명이 두 연인을 갈라놓았을 뿐─”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
나는 기가 막혔다. 그러나 이 사악한 자는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뇨? 테오파노 신은 젊고 잘생긴 신입니다. 비록 제가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빠, 그분의 환영식에 나가진 못했지만, 사람들은 그때 이후로 그분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아직까지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그분을 흉내 내고 여자들은 그분의 연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신들보다 더 잘생겼다고도 하죠. 그런데 그런 신이 지금까지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없다뇨? 고자가 아니고서야! 그런 적 없다는 것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신성 모독이었다. 그러니 레오파라나 아타울프처럼 아직 죄를 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 불손하고도 불경한 죄인을 당장 처벌해야 했다. 특히 그의 헛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내 순수한 사도들을 더 타락시키기 전에.
“테오파노 신의 위업에 대해 연극을 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
나는 그래도 신으로서 이 불경한 자를 한 번은 타일러 보았다. 하지만 사악한 자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너무 빤합니다. 진부하지요.”
이 벼락 맞아 죽을!
“어째서 빤하단 거죠? 달하늘 극단도 테오파노 님의 지네 괴물 퇴치를 소재로 공연했었으면서.”
다행히 내 영특한 사도 아타울프가 따져 물었다.
“그건 연막에 불과했습니다. 어차피 테오파노 님의 입성을 환영하는 공연에서도 나온 주제니까요. 하지만 진짜는 경연의 막이 올라가야 아는 거죠. 경연에 참가하는 다른 극단들도 뭘 공연할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숨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라비타는 비밀이라도 털어놓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하지만 소재는 대체로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 번째는 가장 전통적이며 인기 많은 소재로, 라스카라사 여신이죠. 그리고 이제 곧 오실 아민타스 신, 마지막으로…….”
프라비타가 음흉한 눈초리를 던지며 마지막 말을 길게 끌자, 레오파라가 마무리했다.
“테오파노 신.”
“그렇습니다. 사실 테오파노 신이 오시기 전까지, 라스카라사 여신과 아민타스 신이 더 인기 있는 소재였습니다. 더 유명하고 더 신도도 많으니까요. 일단 테오파노 님의 거지들은 입장료를 낼 돈이 없잖습니까. 예술제야 무료지만, 입상작은 그 후로 장기 상연하는데, 가장 많이 올 신도들이 돈을 못 낸다면, 극단으로선 달갑지 않죠.”
“그런데, 입성식 이후 달라졌다?”
“물론입니다. 그전에도 테오파노 신을 소재로 한 연극을 준비하는 극단들이 있었습니다. 상연 목록은 다양할수록 좋고, 새로운 신은 늘 주목의 대상이니까요. 경연의 참가작이 아니더라도 신의 방문을 맞아 공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다 테오파노 신은 입성식에서 거룩한 외모와 마법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셨고, 큰 인기를 끌어모으셨죠. 실로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극단들은 테오파노 님을 소재로 한 연극을 경연에 출품하게 되었단 건가요.”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소재는 다루기 쉽지 않은 법입니다. 테오파노 신은 탐나는 소재기도 하지만, 겁나는 소재기도 하지요. 뛰어난 극단이 좋은 본보기를 보여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다른 극단들도 그 발자취를 따라가, 그 분야의 작품이 크게 유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달하늘 극단이 그걸 해낼 만큼 뛰어난 극단입니까?”
내 슬기로운 레오파라의 날카로운 물음에 프라비타는 주춤했으나, 뻔뻔하게도 대답했다.
“달하늘 극단은 열정이 있습니다. 과감하게 미지의 분야에 도전하는 열정이!”
미친놈이 미친 소리만 했다. 내 사려 깊은 파비안이 어이없어했다.
“테오파노 님의 첫사랑이 미지의 분야라고요?”
“그럼, 뭐 아시는 것 있으세요? 테오파노 님의 첫사랑이고 짝사랑이고! 거봐요, 모르시죠? 제 말이 그겁니다. 그분의 괴물 퇴치 업적이나 성지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사랑은 아니죠. 그러니 아직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분야를 노려야 합니다. 그 신비로운 소재를 먼저 선점하는 자가 임자죠, 곧 승자죠!”
프라비타는 흥분했다. 내 슬기로운 사도들은 이자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나가서 길 가는 사람들 붙들고 물어보십시오. 테오파노 신의 괴물 퇴치기와 첫사랑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얼 보고 싶을지 말입니다!”
당연히 전자지!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너만 몰라! 너만!
물론 내 현명한 사도들은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 프라비타가 던진 미끼를 물 리 없는 레오파라가 다른 물음을 던졌다.
“그럼, 만일 테오파노 님의 첫사랑 연극으로 경연에 참가하면, 라스카라사 여신까지는 아니어도 아민타스 신의 연극은 이길 수 있습니까?”
내 사도가 나 이전에 스카텔란 형을 섬겼던 시절이 너무 길었다… 내가 좀 더 지상에 일찍 왔어야 했는데…….
“아민타스 님의 사랑 연극은 얼마나 많이 보셨습니까? 셀 수도 없죠?”
“그야, 그 신은 술의 신이니까…….”
“반면 테오파노 님의 사랑 연극은 본 적 없죠? 바로 그겁니다. 독창성, 참신성, 희귀성!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거죠! 우리는 그렇게 아민타스 신만이 아니라, 어쩌면 라스카라사 여신의 연극보다도 인기를 끌 겁니다!”
“정말, 다른 신들의 사랑은 다 알려졌어도, 우리 신의 첫사랑은 처음이니까요!”
-낭만적이야! 배경은 호수로 하자! 마무리는 연인끼리 꼭 끌어안고 빠져 죽는 걸로! 그럼 첫사랑이랑 마지막 사랑을 동시에 공연할 수 있어! 내가 환상적으로 꾸며 줄게!
“그래, 다른 신의 축제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우리 교가 다 독차지하는 거야!”
내 순진한 사도들은 그만 사악한 자의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만, 모두 진정해라.”
그러나 내 진중한 첫 번째 사도가 그들을 일깨웠다.
“서둘러선 안 돼.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나아가는 거다. 일단은 아민타스 교부터 시작해서, 결과를 보고 나서 라스카라사 교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하자.”
너마저, 레오파라… 아니지, 이놈이 제일 심하게 넘어갔구나!
결국 내가 나서서 사도들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나? 프라비타의 말대로, 새로운 소재를 처음 다룬 작품이 중요하다. 잘하면 그 소재가 뜨지만, 나쁘면 아예 묻히거나 다시 시도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그리고 프라비타의 작품은 확실히 망한다. 내 사도들처럼 놈의 꼬임에 속절없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모를 수가 없는 진리.
그래서 처절하게 망하면, 다시는 내 사생활을 시건방지게 공연하려는 자들이 사라지겠지. 상은커녕 야유나 받을 프라비타도 기가 죽어서 극단을 때려칠 테고, 그럼 잘 구슬려서 사도로 삼으면 된다.
-테오파노 님, 본디 이 극단을 후원하러 오셨긴 하지만, 정말 이 작품을 공연해도 되겠습니까?
레오파라가 소통으로 묻자, 나는 간결히 대답했다.
-너희가 바란다면.
-그렇고말고요!
-응, 꼭 보고 싶어! 짝사랑이어도 좋아!
-우리 교가 승리합니다!
…내 사도들도 연극이 망해 봐야 다시는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테지. 이번에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줄 테고,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마주하게 하겠다. 자유 의지에는 책임이 뒤따르나니!
“좋습니다. 우리 테오파노 교는 달하늘 극단을 후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레오파라의 말에 프라비타는 몹시 기뻐했다.
“내가 아니라 테오파노 님께 기도로 감사하십시오.”
“물론입니다. 오늘부터 거지들에게 음식을 베풀겠습니다. 투자금을 빨리 주신다면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극단 대표님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요.”
레오파라의 말에 프라비타뿐 아니라 나도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나야 프라비타를 알지만 사도들은 몰랐다. 용건을 말하기도 바빴지만 프라비타가 지금까지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하지 않고 이야기만 줄창 한 것도 수상했다.
“대표님은 테오파노 님의 입성식에 나오지 않았다고 직접 언급했었습니다.”
“바, 바빠서요. 하필 테오파노 님께서 지네처럼 만들기 힘든 괴물을 때려잡으시는 바람에.”
“정말입니까? 본래는 아민타스 신의 연극을 준비하다가, 테오파노 님의 입성 이래 인기를 보고 주인공만 바꿔 치운 게 아니고 말입니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프라비타는 너무 급히 부정해서 더 수상했다. 아타울프도 수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아민타스 님이 아니라 테오파노 님의 신도가 맞다는 거죠?”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럼 이제 같은 교 신도끼리 서로 인사해야지요. 나는 테오파노 님의 첫 번째 사도 레오파라입니다. 새로운 신도여, 환영합니다.”
“두 번째 사도 아타울프입니다.”
-나는 세 번째 사도 렉스야!
“네 번째 사도 파비안입니다.”
다른 사도들도 모두 인사했다. 렉스도 들리건 말건 힘차게 말했고.
“나는 세 번째 사도 렉스다.”
마지막으로 내가 말했다. 그러면서 깊게 눌러 쓴 모자를 벗었다.
-애해해해! 테오파노 신이라면 내 이름을 써도 돼!
렉스가 좋아하며 웃었다. 작은 물방울들이 날리며, 방안의 먼지를 씻어 냈다.
프라비타는 저 역시 가면을 벗을 생각은 안 하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충격받은 듯이. 내가 신이라는 걸 깨달았겠지만, 내가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도 나를 신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제 정신 좀 차리겠지.
“이럴 수가… 이건, 이 얼굴이면 테오파노 신을 연기해도 문제없습니다! 얼굴이 남신 그 자체입니다! 이 얼굴만 무대에 오르면 우리는 대상을 탈 겁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이미 대상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곧 대상입니다!”
…머릿속에 연극밖에 없는 미친놈이 외쳤다.
“그럴 일은 절대 없다.”
나는 분연히 말했다. 프라비타의 헛소리에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사도들이 헛된 기대감을 품지 않도록.
-테오파노 신이 연극에 출연하는 거 보고 싶어.
-나는 이 경연의 심사를 맡았다. 당연히 출연할 수 없다.
렉스가 칭얼댔지만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심사 위원인 편이 우리 교가 후원하는 연극에도 더 도움이 되니까. 결코 내가 연기를 하면, 프라비타처럼 못할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테오파노 신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출연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테오파노 신은 이미 영광스러운 존재다. 또한 나의 출연 없이는 상을 타지 못한다면, 너는 우리 교의 후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
프라비타는 아쉬운 얼굴로 나를 구워삶으려 했지만, 내가 단칼에 자르자 더 말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연극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도들이 호기심에 눈을 빛냈다. 그야 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보자 보자 하니 이놈은 지금까지 계속 이런 식이었다.
“그전에 네 이름을 말하고 가면을 벗어야 하지 않는가?”
내가 말하자, 프라비타가 움찔했다.
“왜, 혹시 못 벗는 이유라도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