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15
115
“테오파노 교가 후원하는 극단에 저희도 후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극단인지 이미 알고 있겠군.”
“네, 테오파노 님.”
“그 극단이 연극 경연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 경연 자체가 신들의 겨루기로 탈바꿈하기까지 했는데, 후원은 무슨. 돈 아껴라. 명색이 은행가 가문이 너무 투자 안목이 낮은 거 아니냐?
“저희는 이미 라스카라사 여신과 아민타스 신의 극단에 투자했습니다. 테오파노 님의 후원 극단은 소식을 늦게 접하는 바람에 이제야 찾아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메데커는 모든 신들의 극단에 투자합니다. 어느 극단이 우승하건, 메데커가 후원하는 극단이어야 합니다.”
노부인의 뒤에서 아타울프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내가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레오파라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아타울프가 메데커에 접촉하고, 레오파라도 동참했겠지.
그렇다면 메데커가에게 다른 뜻은 없었다. 이제 수익 추구를 넘어선 후원으로 가문의 위세를 예술계나 정계로 넓히려는 목적일 뿐.
“내가 거절한다면?”
내 말에, 노부인보다 사도들이 더 기겁했다.
그야 날 위하는 사도들의 마음은 알겠다. 나중에 설명해 주고 달래 주자.
하지만 나로서는 운 좋게 발견한 네 번째 악당을 포섭하고 싶었을 뿐인데, 알고 봤더니 그 악당이 누나의 연극 경연에 참가하는 바람에, 나도 후원해야 하고, 알고 봤더니 그 악당에게 기구한 사연과 딸린 식구들이 있었고, 알고 봤더니 그 연극 경연 자체가 내 이복형들 간 도전이자 이복 쌍둥이 남매의 갈등이자, 또 다른 이복 남매 경쟁이라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온 세상이 나를 중심 삼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형들도 밉고 누나도 밉고, 사도들은… 물론 밉지 않다. 다만 지금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진 않을 뿐.
“달하늘 극단은 이미 내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니 정말 후원이 필요한 극단들을 후원하는 편이 어떤가?”
그러자 기겁했었던 사도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레오파라와 파비안의 눈빛이 촉촉해졌다. 아타울프는 아쉬운 얼굴이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소문대로 고결하시군요, 과연 거지들의 수호신이십니다.”
메데커 노부인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고결해서 화난 듯이.
“그렇다면 그 고결하신 신의 극단만 후원하지 않은 저희 메데커는 고결하지 않게 됩니다.”
아니, 애초에 후원 의도 자체가 고결하지 않았잖아.
“그러나 저희처럼 보잘것없는 이들이 어찌 신의 뜻에 저항하리 오리까.”
노부인이 눈을 부릅뜨자,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등장인물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연기는, 대사와 표정이 완전히 어긋나야 한다. 이 기예를 해내는 배우는 드물지.
라스카라사 누나, 여기 금융업에서 썩고 있는 명배우가 있으니까 빨리 데려가. 내 배우보다 훨씬 낫다.
“다만, 저희가 다시 제안을 드릴 테니, 신의 장구한 불멸 중, 한 알의 모래만 한 시간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대사도 잘 쓰네!
“부인, 어떤 내기를 하시려는 겁니까?”
그때 아타울프가 나서서 물었다. 노부인은 쉿 소리를 냈다.
“아타울프.”
-부인이 네 이름을 씹어 뱉네, 아타울프. 재주도 좋다. 왜 프라비타는 저렇게 못 해?
-손아래 사람으로 부리던 용병 나부랭이가 자기가 귀족이 되기 전에 먼저 사도가 되다니, 용서가 안 되는 거지.
렉스의 말에 태연하게 대답하는 아타울프였다.
“메데커, 내 사도에게 화가 났는가?”
노부인과 오래 일해 온 아타울프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노부인의 말도 듣고자 했다.
“메데커는 테오파노 신께 더한 충성을 바칠 수 있습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훌륭한 사도를 배출해 보이겠습니다.”
노부인은 진심으로 말했다.
종교계도 노리고 있었구나. 물론 가문 전체가 내게 충성할 리 없고, 가문에서 종교계로 보낼 인재를 내게 보내고 싶다는 뜻이겠지. 나를 포함해서 여러 신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말이다. 그 말대로 내게 충성을 바치겠다면, 아타울프를 사도로 택한 나의 선택을 받아들이라.”
노부인의 눈이 번득였다. 그러나 정중히 사과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는 웃었다.
“신들께서 권위를 세우시는 모습은 저희 같은 부르주아에겐 늘 좋은 배움이 되지요. 집으로 돌아가면 손주들에게 오늘의 일을 전해 주고 싶군요.”
-와, 야심이 대단한 할머니네! 나보다 더 야심이 높아 보여! 나도 질 수 없지!
렉스가 감탄하는 가운데, 아타울프가 다시 웃었다.
“정말 좋은 배움이 됐다면, 이제 테오파노 님의 사도에게도, 그 제안을 말할 수 있겠군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순순히 말했다.
“테오파노 님의 말씀대로 저희 메데커는 후원이 필요한 극단들을 후원하겠습니다. 그러면 달하늘 극단을 후원해도 되겠습니까?”
안 돼.
관객의 그 야유를 받고도, 자신의 연극 재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치 않는 프라비타야. 그 와중에 신인 내가 후원했어. 이제 메데커까지 하면, 프라비타는 평생 착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
…그렇게 평생 배우로 사는 편이 세계 평화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러면 포섭이 어렵다. 포섭도 아트리타스에겐 실패했었고. 무엇보다 프라비타도 언제까지나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 후원금으로 제작한 연극에서 사람들의 야유를 받다 보면 사람에 대한 증오가 쌓일 텐데.
“그럴 수는 없다. 달하늘 극단은 후원을 얻을 가치를, 메데커는 후원할 안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내가 빠지면 성립하지 않는 관계란 의미 없다.”
“저희는 테오파노 신의 안목을 믿습니다. 신의 발자취를 따를 뿐이지요. 테오파노 신께서도 달하늘 극단의 가치를 보셨기 때문에 후원하신 게 아닙니까?”
“나는 자비를 베풀었을 뿐이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후원하지 않았을 극단에.”
“그렇다면 저희 메데커는 신을 따라 자비를 베풀 수 없단 말입니까?”
내게 돈이라도 뺏긴 듯한 얼굴이었다.
“만일 테오파노 신의 극단이 우승하면, 본래 우승작을 후원하려고 했던 메데커의 명예는 어떻게 됩니까?”
“우승작 한 번 못 냈다고 위태로워지는 명예 말인가?”
“메데커의 명예는 굳건해지기엔 아직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전까지는 명예를 높일 기회를 단 한 번이라도 놓칠 수 없습니다.”
-끈질긴 할머니네.
-달하늘 극단에 대한 정보가 없나 보네요. 실상을 알면 우승작 소리는 안 할 텐데요.
-테오파노 님, 어쨌건 저렇게까지 후원하겠다는 태도는 가상하지 않습니까?
내가 메데커와 상대하는 동안, 침묵을 지켰던 사도들이 소통에서 의견을 제기했다. 오로지 아타울프만 빼고.
“알겠다. 그렇다면 메데커는 신의 발자취를 따라 자비를 베풀겠는가?”
노부인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대의 뜻이 가상하다. 그러니, 내 발자취를 따라, 거지들을 고용해라.”
“네?”
노부인의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왜 놀라지? 달하늘 극단에 후원하는 것보다 훨씬 이로울 텐데.
“거지들에게 동냥을 주는 것도 자비다. 하지만 밥보다 일자리를 주는 게 더 큰 자비다.”
자비를 베풀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듯해서 설명해 줬더니, 노부인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숨을 들이켰다.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게 걱정스러웠다.
“어디 아픈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는 파비안이 내준 물약을 단번에 마셨다.
“…테오파노 님, 과연 자비로우십니다. 하지만… 거지들이 무슨 일을 할 줄 알겠습니까?”
“단순한 일을 가르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솜씨가 늘겠지.”
“거지들은 게을러서 일하기 싫어합니다.”
“일을 안 하다 보면 게을러지기 쉽다. 일을 하다 보면 부지런해지는 법이고.”
나만 해도 천상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봐라. 더 복잡해지지 않겠다고 메데커를 말리려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이담에 일의 신이 될까 봐 걱정이다.
“일해서 돈 벌기보다 구걸해서 먹고살기가 더 낫다면 거지가 되기 쉽습니다,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가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게 해야겠구나.”
“거지들이 열심히 일해도 구걸보다 못 했는지, 그걸 어찌 안단 말입니까?”
노부인이 레오파라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그는 선뜻 대답했다.
“나도 한때 거지였기 때문에 압니다.”
“우리 교의 첫 번째 사도는 거지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한 내가 보증합니다.”
그녀가 주춤하자, 아타울프가 말했다.
“잘됐다. 그렇다면 거지들 중에서 정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은 빼고, 일할 수 있는 이들에게 메데커의 자비로운 일자리를 베풀도록 하자.”
“하, 하지만 테오파노 님, 메데커에는 빈 일자리가 없습니다. 이미 고용이 다 돼 있지요. 거지들에게 일자리를 주자고, 본래 노동자들을 쫓아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메데커는 금융업에서 크게 성공한 뒤에도, 본업이었던 상공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일자리가 영 없지는 않을 텐데요.”
아타울프가 지적했다. 노부인이 그를 노려보았다. 저럴 시간에 반박하지.
“아타울프의 말이 정말인가.”
계속 노려보고만 있어서 궁금해서 물었더니, 노부인이 움찔하다가 서둘러 말했다.
“테오파노 님이 바라시는 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합니다.”
“걱정 마라. 나의 사도 파비안은 이미 새로운 물약을 만들었다.”
“네, 테오파노 님, 메데커가 유통과 생산을 맡으면, 저는 테오파노 님의 마법 물약을 만들겠습니다.”
파비안이 신나서 말했다.
“아, 그 물약은 정말 효력이 있더군요.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도 잘되고, 기운도 나지요. 확실히 대단한 상품입니다.”
노부인도 처음으로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품질의 물약을 만들려면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재료인 약초 재배나 손질을 시키면 됩니다. 거지들은 배고프면 아무 풀뿌리나 뜯어 씹기도 해서, 의외로 약초 지식이 있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파비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노부인의 낯빛은 펴지지 않았다.
“경연 이후 사도들이 가서 거지들을 모집해라. 일하려고 하고 일할 수 있는 이들을 데려와서, 가르쳐 주어라. 그럼, 메데커는 자금만 대면 된다. 걱정 말라.”
친절하게 말해 주어도 노부인의 낯빛은 더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니, 아타울프는 노부인이 메데커를 크게 발전시켰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손대는 투자마다 성공해 보고 싶었다면서. 그랬던 사람이, 그 화려한 경력에 노년의 첫 실패로 오점을 남기게 됐으니, 좋을 리가 있나.
“파비안 사도야 물약 제조 공정에 필요하지만 다른 사도들이 같이 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대는 거지들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적이 없으니 그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러니 거지로 살아봤던 내 사도들이 도와주리라. 그리고 아타울프는 그대와 일해 본 적 있으니, 다 함께 하면 어려워도 해낼 수 있다.”
“네! 그렇습니다!”
아타울프가 힘차게 말하자, 모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메데커 부인,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타울프가 씩 웃으며, 노부인의 손을 잡아 입을 맞추었다. 노부인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파노 교와 메데커가의 밝은 앞날을 위하여!”
레오파라의 말에 모두 손뼉 쳤다. 메데커 노부인은 손뼉을 하도 우아하게 쳐서 소리도 안 날 지경이었다. 요새 잠이 더 늘어난 드라콘과 펜나까지 깨어 날개를 푸드덕거려서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렇게, 온갖 일에 이미 둘러싸였던 나는 내 스스로 새로운 일을 벌이고 말았다.
어쩔 수 없다. 남들이 벌이는 일에 끌려들어 가기만 하느니, 내가 일을 벌이는 편이 나으니까. 그렇고말고. 삶의 진리지. 하지만 교리서엔 쓰지 말자. 개종자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 * *
“라스카라사 여신이시여! 모든 예술가의 수호신이시여!”
백발이 성성한 늙은 예술가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부르짖었다.
“영감을 내리소서! 우리를 통해 노래하소서!”
그 뒤에 서 있던 가면을 쓴 연극 경연 참가자 전원의 코러스가 일제히 화답하여 소리쳤다. 아름답고 박력 넘치는 합창 소리가 무대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노천극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무수한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자, 늙은 음유 시인의 앞에 놓인, 수반 같지만 텅 비어 있는 새하얀 대리석 반구대에서 갑자기 신성한 불꽃이 타올랐다.
“라스카라사의 신성한 무대가 열리나니!”
우렁차게 함성을 내지른 코러스들이 흰 옷자락을 휘날리며 일제히 달려 나와, 그 대리석 반구를 다 같이 밀어 쓰러뜨렸다. 그러자 그 반구에서 불꽃이 흘러나와 무대를 한 바퀴 휩쓸더니, 사방의 관객석으로 퍼져 나갔다.
모든 공연자가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모든 관객이 무대를 무사히 지켜 볼 수 있도록, 모든 나쁜 징조를 정화하는 가호의 불길이었다.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아무것도 태우지 않는 불꽃이 사라지자, 대리석 반구는 저절로 일어섰다.
“아레테의 수호신, 라스카라사 여신께서 가호하시는 연극 경연을 개막합니다!”
예술의 대신관이 엄숙히 선언하는 가운데, 예술제의 꽃인 연극 경연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그 첫째 날, 개막 공연은 라스카라사 누나가 후원하는 극단이었다.
물론 예술의 여신은 이 예술제에 참여하는 모든 극단과 공연단을 다 후원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후원자들이 보낸 극단들도 있고, 아민타스 형과 나처럼 신들이 후원하기도 한다. 예술의 여신 역시 예술제의 참가자 전원에게 베푸는 축복 외에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예술의 신전 극단을 내보낸다.
사람들은 간혹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건 사람들의 개념이다. 신들은 가장 큰 공을 들인 일의 가장 큰 이득을 자신의 영역에 철저히 얽어맨다.
그리고 라스카라사 극단은 단순히 여신의 총애만 받는 게 아니라, 여신이 바라는 주제를 여신이 바라는 형식으로 공연한다.
“다시 말해, 라스카라사 누님은 이 공연을 통해, 지금부터 다음 연극 경연까지 1년 동안 유행할 모든 이미지를 내세운다.”
내가 설명하자, 아타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1년간 유행할 색상, 남녀 의상과 머리 모양, 심지어 유행하는 표현까지 다양하죠. 1년간 무얼 입고 무얼 말하며, 어떻게 살아야 가장 세련된 사람들이 될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하니까요. 메데커 노부인은 물론, 많은 상단주들이 그 정보를 미리 알아내고 싶어 합니다. 유행을 선도할 품목을 미리 알게 되면 큰돈을 버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좀 있지 않습니까? 수사학이라든가요.”
레오파라가 예리하게 물어 왔다.
“라스카라사 누님은 표현은 예술이어야지, 학문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하셨다.”
사실 누나의 이 풍습이 유발한 갈등은 사랑과 미의 여신인 헤르첼로이데와의 사이에서였다.
-미인들이 어떻게 입고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예술의 신전에서 왜 간섭하는데?
-그럼 미인을 연극에 출연시키지 말까?
-미인들은 날 따라 해야지!
-툭하면 벗고 나오라고? 이건 피오르델리케 여신과 나를 이간질하려는 음모다!
이런 이야기는 사도들에게 절대 해 줄 수 없지만.
“처음 공연하는 극단은 왜 늘 예술의 신전 극단인가요?”
마침 그때, 파비안이 물었다.
“음, 늘 그러진 않았었다.”
본래부터 제일 먼저 했었는데, 그랬더니 실력 차로 그 바로 뒤에 하는 극단들이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그럼, 예술의 신전 극단이 마지막 공연이었던 적도 있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앞서 공연했던 모든 극단의 인상이 관객들의 기억에서 다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예술의 신전 극단 공연이 폐막작이었던 건 그때 한 번뿐이었다. 나도 라스카라사 누나의 연회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았었지만, 아레테의 예술제에 직접 참가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도들과 같이 보니 기분이 더 좋았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찾습니다!”
응?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