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22
122
“여기는 난쟁이 마을이에요.”
그리고 페룸이 말했다. 그 마을을 지은 드워프들이 난쟁이들을 배려하는 말이었다. 프라비타를 구해 줬듯이.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사시면 돼요. 얼마든지 머무르다 가세요.”
페룸이 저렇게 다정하게 말할 수도 있었구나.
“하지만 난쟁이들의 마을이잖아? 나는 난쟁이가 아닌데.”
“그러니 꼭 살아 봐야죠. 난쟁이와 같이 살아 봐야, 난쟁이를 갖고 놀지 않게 될 테니까요.”
페룸의 말에 프라비타는 얼굴을 붉혔다.
난쟁이 광대를 거느린 공주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분노였다. 분노로 붉어진 얼굴에, 아픔의 눈물이 글썽이는 눈동자로, 프라비타는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테오파노 신께선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보호하시지. 그분을 사랑하는 나도, 그분이 사랑하시는 이들을 사랑해야겠다.”
…그래, 너는 내 첫사랑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은.
그 순간, 객석에서 믿음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아, 그것은 파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믿음이면서도, 감격 그 자체, 내 신성에 기꺼이 그들의 전부를 던져 뛰어드는─
나는 객석을 바라보았다. 아니, 객석으로 확장한 무대를.
난쟁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객석 바로 앞에서,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확장 무대에 관객이 들어가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그들은 지금 그 무대에 있는 드워프 집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판대기에 그린 그림일 뿐이니까.
-문으로 보이건, 창문이건, 모두 방패다. 그럴 듯한 가짜로 이루어진 무대의 현실을 지키는 방패.
라스카라사 누나가 말했듯.
그러니 열리지도 않지만, 열려서도 안 된다. 열리면, 집으로 보였던 것이 텅 빈 허무라는 사실이 들통난다.
하지만 그 아이처럼 작은 손들은, 방패를 공격하고 있지 않았다. 문인 척하는 방패를 두드릴 뿐. 방패가 문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들의 집이라는 곳으로.
나는 다시 스태프를 들었다. 그래 봤자 막막한 느낌이 나를 휩쓸었다.
드워프 마을에 가 본 적도 없었다. 집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안다고 해도 무슨 수로 만들어 낼까.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예지의 꿈을 꾸기 전까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도움을 받을 필요도, 줄 필요도 없었기에.
그러나 드워프들이 프라비타에게 집을 주고, 난쟁이들의 환상에 마을을 주었듯, 사도들이 서로 도왔듯, 신도들이 나를 이끌었다.
어차피 드워프들의 집을 모르기는 난쟁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집이라며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들.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궁전으로 팔려 가고, 늙으면 유랑 극단의 우리에 버려지는 이들에게 평생 집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갈망은 더 컸다. 내 신성이 신도들의 갈망에 반응했다. 열렬하지만, 사실 너무도 작은 소망에.
나는 문을 열었다. 그 작은 손들이 두드리는 문을.
공간 안에 새로운 공간을 여는 일은 어렵다. 아무리 마법의 공간이라도. 하지만 마법의 공간 안에 마법의 공간, 새로운 공간의 새로운 공간을 여는 일은, 식은땀이 등골에 흐르는 일이었다.
공간을 분할하면서, 새로운 차원을 열어야 했다. 그 차원들이 서로 충돌하여 일그러뜨리고 파괴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며,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내면의 원들이 반응했다. 아니 경련했다. 버거우니까.
하지만 곧 깨달았다.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원을 조각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차원을 분할하려면, 내 원부터 먼저 분할해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이 네 개니 하나 정도는 포기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원은 개수가 늘어나면서 더 강력해진 만큼 늘어나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두 번째 원을 만들 때보다, 네 번째 원을 만들 때 훨씬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그래도 하나를 포기하고 세 개가 되면, 다시 네 개가 되기까지 이미 해 본 일이니 쉽지 않을까.
아니면… 더 어려울까. 원을 내 손으로 부쉈기 때문에.
그러나 난쟁이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들의 무고한 소망이 내 신성에 흘러 들어왔다.
누가 그들에게 이토록 강력한 소망이 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신을 뒤흔드는 힘을 낳는.
어쩌면 그들에게 뒤흔들리는 내가 약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난쟁이라는 이유로 장난감이 되고, 난쟁이가 아니었는데도 납치되어 만들어지고, 그 모든 시련 끝에 버려졌는데도,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꿈을 품어 왔다. 아무리 덧없는 희망이더라도, 그들을 장난감이 아니라 한 사람이게 해 주는 무언가를 지켜 왔다. 같은 꿈이라도 저마다 다른 집, 거기 사는 저마다 다른 사람들, 난쟁이들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
절망 속에서도 행복을 놓아 버리지 않은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 희망을 품은 사람들.
그 모든 고난 후에도.
그들의 꿈이 너무나 아름답고, 그 꿈을 지켜 온 그들이 더 아름다웠다. 희생이나 헌신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그 아름다움으로 내 전부를 내던질 뿐이었다. 내 원들일지라도… 내 원들도 그들의 꿈처럼 아름답기를.
그리하여, 전쟁을 막고 싶다는 내 간절한 염원이 때로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짐으로 느껴질 때, 그들의 꿈을 떠올리며, 행복과 용기를 품을 수 있도록.
이 세상에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는 이들이 나만이 아니었으니까.
그 약한 이들조차 자신들의 꿈을 지켜 왔다면, 나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지켜 온 꿈이 나를 지켜 줄 수 있도록.
나는 마법을 일으켰다. 숨결 하나하나 가다듬고 집중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원들이 반응했다. 시작은 좋았다. 힘이 집중하고, 뻗어 나가며─
그러나 내가 목적을 향해 의지를 집중하자, 걱정하던 현상이 일어났다. 원들이 경련하고……. 하나가 아니라, 네 개가 전부… 소름이 끼쳤다. 네 개의 원 모두가 부서지는가? 모두를 잃어야 해? 원을 잃고서 마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면? 더 이상 마법의 신이 아니게 된다면?
…진정해야 했다. 이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미 거지가 된 난쟁이들을 돕고 있었고, 메데커를 통해 일자리도 마련해 줄 터였다. 그 편이 진정한 도움이다. 내가 그들의 이 순간적인 환상을 채워 주느라 마법을 잃으면 그들에게도 좋지 않다.
그들이 흥분하더라도 나는 진정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이고만 싶지 않았다. 나도 그들의 아름다움이고 싶었다.
지금 용기 내어, 아이처럼 작지만 주름진 손으로 문을 두드리는 난쟁이들처럼, 빛나고 싶었다.
아무도 몰라 본 아름다움을 내가 최초로 발견했다는 환희 속에, 나도 그들의 환희가 되고 싶었다.
이 욕망은 그들의 소망처럼 순수하지도 무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라는 신이었다. 나의 신성이었다. 사람들을 향한 나의 사랑.
어리석다. 사람들이야 신에게 권능을 가장 바랄 텐데.
-테오파노 님, 무대에 마법을 발현하고 계십니까?
내 첫 번째 사도가 물어 왔다. 무대에서 다른 신들의 기아스와도 다른,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일 빨리 감지하고서.
내 마법을 그렇게 좋아한 레오파라. 내가 마법을 잃으면, 그도 다시 쓰지 못하게 될 텐데.
-집 없는 난쟁이들이 꿈을 꾸고 있다.
신답게 이끌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에 나의 마음으로, 그들의 꿈에 나의 꿈으로. 나는 신이고 그들은 사람이지만, 그런들 우리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같은 것.
-나는 그 꿈을 같이 꾸고 싶구나.
예지의 꿈보다도 무서운 꿈.
하지만 아름다운 꿈.
사람들과 나의 꿈.
-저희가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그 꿈을 너희가 같이 꿀 필요는 없다. 너희는 그저 너희 몫을 해내면 된다.
지금 이 순간, 내 꿈은 마법으로 훌륭한 영웅이 되고 싶은 너희의 꿈과 어긋날지도 모르니까.
잠시 침묵이 일었다. 당황했겠지.
-하지만 저는 테오파노 님과 늘 같은 꿈을 꾸어 왔습니다.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이번만은 다를지도 모른다.
이번만은, 나는 내 사도처럼 솔직하지 못했다. 마법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일 자체가 두려워서.
-다르지 않아요.
파비안이 대답했다.
-저를 구해 주셨을 때나 난쟁이들을 도와주셨을 때나 똑같으니까요.
-저는 메데커 노부인의 난쟁이들 고용 계획을 맡고 있지만, 사람은 빵만 먹고는 못 사는 법이죠. 용병으로 부자가 된 저도 테오파노 님을 따르고 있듯이요.
아타울프 특유의 씩 웃는 미소가 활발한 말투에서도 느껴졌다.
-테오파노 신은 유령들도 도와줬잖아. 난쟁이들도 돕고 싶어 할 줄 알았어. 걱정 마. 이번에도 나랑 같이 하면 되니까.
렉스가 씩씩하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나의 신은 나의 신입니다.
레오파라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모두 함께 같은 꿈을 꾸자.
-어렵지 않아요. 저도 그런 꿈을 꾸었으니까요. 테오파노 교라는 집을 만나기까지는.
파비안이 웃었다. 레오파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파비안이 맞습니다. 우리는 신의 품에 거합니다.
-곧, 너희가 나의 집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했다.
그 순간, 집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에.
나 역시 집이 없었지만, 그 필요성조차 없는 삶을 누려 왔었다.
갖고 싶다고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그 부재와 상실을 느끼지조차 못하는.
사람의 한 부분을 알게 될 때마다, 지금까지 결코 몰랐던 아픔을 하나 알게 된다.
그 아픔이야말로 그들의 꿈이 지닌 아름다움의 숨은 근원.
그렇다면 그 아픔은 내 힘의 숨은 근원이 될 수도 있었다. 아픔을 이겨 낸 꿈이 아름답다면, 그 아픔을 물리치는 힘도 아름다우리라.
더 말할 필요 없었다. 나는 사도들에게 마법을 발현하고 생명력을 일으켜 주었다. 사도들은 프라비타와 드워프들에게 설명했다.
“여기선 아무도 우릴 납치하지 않아!”
“아무도 우릴 팔아먹지 않고! 우릴 갖고 놀지도 않지!”
그 어설픈 배우들의 목소리는 간신히 잠재운 분노로 떨렸지만, 그 눈의 광채와 달아오른 낯빛은 행복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지금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남들을 위해 전하고자 필사적으로 연기할 때.
내 배우들은 그들의 퀘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신이 기아스를 행할 때, 배우들도 퀘스트의 기회를 얻으니까.
이제 나는 더는 부서지는 원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들이 부서지더라도, 사람들의 꿈으로 태어난다면, 사라진 게 아니다. 내게서 그들에게로 옮겨갔을 뿐.
분할.
원이 나뉜다. 조각조각.
조각조각 떨어져 내리는 원들의 궤적을 타고 공간이 분할한다.
공간의 조각에 다른 조각이 들어서고, 그 조각이 또다시 다른 조각을 낳는다.
문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문도 문이 된다.
그러나 그 안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공간이 집이 되려면─
아.
너무나 쉬운 길이었다.
나는 웃었다.
문을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두드리던 난쟁이들의 손이 멎었다.
다음 순간, 문이 열렸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현실에서 꿈으로 가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내 마법은 그들의 갈망을 반영했다. 내 신성이 반응했듯이.
문을 두드려서 문을 만들어 낸 이들은, 문에서 문지방도 만들어 냈고, 문지방을 넘어서자, 방을, 방에 들어서서 집을 창조해 냈다. 그들이 각자 꿈꾸어 왔던 집을.
내 마법이 투영해 낸 그들 저마다의 집에서 그들이 미소 지었다. 눈물 흘렸다.
부서진 원들의 파편이 남김없이 빨려 들어간 그 모든 꿈이, 일제히 꽃피어 났다.
아아아─
숨 가쁜 탄성이 극장을 휩쓸었다. 관객들은 놀라서 바라보았다. 극장의 무대 위, 정말로 생겨난 집들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난쟁이들은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대신, 창문을 만들었다. 그들의 집이 된 내 원의 파편들은 그들의 소망을 그대로 투영하니까.
그 창문 너머로 관객들을 마주 본 난쟁이들은, 얼른 나와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짓했다.
거지들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