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23
123
아기를 안고 구걸하는 여자, 눈이 멀고 다리를 저는 이들, 유랑 극단에서조차 버려진 난쟁이들을 받아 준 거지들이 그들의 부름에 다가갔다.
그러면 드워프 집 모양으로 본래 천장이 낮았던 집들이 그 거지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커졌다.
이제는 거지가 아닌 이들도, 신기하고 궁금해 하며 집 앞에서 기웃거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지들이 손짓했다. 자신들에게 내 이름 하나만 듣고 밥을 주었던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테오파노 신이시여.”
그때, 프라비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역시 사실 저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프라비타는 의상 아래 숨겼던 기계 장치를 드러냈다. 사람들은 기겁해서 소리도 못 냈다. 그녀가 그 위에서 내려와, 난쟁이로 설 때까지도.
“저는 아이였을 때, 납치되어 몸이 묶이고 뼈를 뒤틀어 놓는 고문을 받아 난쟁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 얼굴도 훼손하려 했습니다. 부모가 저를 찾아내도 자식인지 못 알아보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었습니다.”
충격의 침묵이 극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나도 납치당했어요.”
“부모가 날 팔았습니다.”
“집에 가고 싶지만, 집이 없어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난쟁이들이, 거지들이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두가 놀랐다. 신들마저도.
아민타스 형은 내 옆에서 숨을 들이켰다. 자신의 피비린내 나는 과거가 눈앞에서 펼쳐졌을 때는 그토록 태연하던 술의 신이.
라스카라사 누나의 눈은 형형한 보름달이 되었다. 두 개의 보름달은 태양 같은 빛을 발해서, 사람들이 태양만큼이나 직시하지 못하고 눈을 돌리게 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무대 확장은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고, 무대와 객석을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계는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경계를 허문 듯이 보이지만, 그렇게 보일 뿐인 것이 예술이었다.
-예술은 현실이어서는 안 되니,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하여 라스카라사 누나는, 관객이 흥에 겨워 객석까지 확장한 무대에 오르건 말건 두었다. 그들은 그렇게 연극의 이름 없는 단역으로 얼굴 없는 군중이 되었다. 그렇게 무대의 살아 있는 배경이자 소품일 뿐, 그들만의 대사를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기아스를 하고 내 배우들이 퀘스트를 하는 건, 라스카라사 여신의 권능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관객이 그들 자신의 대사를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민타스 형의 무대에서 관객들이 말했다고 해도, 결국 배우들이 했던 말을 따라 읊는 것에 불과했듯.
그런데도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답은 하나였다.
내 마법, 그들에게 내어 준 내 원들의 파편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온 극장에 생생하게 메아리치도록.
내가 그들로 하여금 그들 집의 문지방을 넘게 했을 때, 그들은 예술과 현실 사이의 문지방도 넘어 버렸다.
눈앞이 아찔했다. 예술의 여신이 분노하겠지. 두려웠다. 안 그래도 쌍둥이 오빠와 배다른 남동생과 다른 여신과 복잡한 영역 경쟁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누나가 실망하겠지. 다른 신들과의 경쟁에 정신 팔린 새에, 믿었던 남동생이 등을 찔렀다고. 누나가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가슴 아팠다.
라스카라사 누나는 이 연극을 아예 없애 버릴지도 몰랐다. 당장에라도 예술의 여신이 분노하여, 무대를 뒤엎고 배우들을 쫓아낼 수도 있었다. 연극이 끝나기도 전에 중단되고, 배우들은 결코 완결을 연기하지 못하며, 관객들은 절대로 보지 못하도록.
아니면, 지워 버릴 수도 있다.
프라비타는 이미 겪었다. 그녀가 홍보 무대에서 실수하여, 타이스가 나와서 마무리해 주었을 때.
물론 적절한 도움이었다. 하지만 타이스는 프라비타의 연극을 지우기도 했다. 프라비타의 무대가 부서지건 망가지건, 그녀의 연극이었다. 타이스는 그녀와 그녀의 연극을 제 뜻대로 움직이며 무대를 훔쳤다.
나는 라스카라사 누나의 사도들을 바라보았다. 누나의 명 없이도 예술의 대신관은 이미 그들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타이스를 필두로, 그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길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히 예술의 신전에서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무대를 바라보는 중년 여성의 눈빛이 매서워지자, 그 둥글고 부드러운 얼굴의 호감 가는 인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예술의 여신이 내리는 명령만 떨어지면, 그들은 매처럼 무대를 급습할 터였다. 그리하여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대사를 말하기 시작한 단역들이며, 본래 연극의 방향에서 벗어난 주연들을 쫓아낼 것이다. 물리적인 추방이 아니라, 차마 견줄 수도 없는 더 뛰어난 연극으로 압도하여, 그들의 인상을 지워 버릴 터였다. 관객의 기억 속에 달하늘 극단의 연극은 초반의 혼돈 정도로 남도록.
그것이 예술이었다. 예술은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고도로 집약하여 치밀한 구조와 섬세한 균형을 통해 나온 결실이었다. 그에 반하는 요소는 예술의 신전에서 본보기로 처벌해야 했다. 아민타스 형의 연극만 해도 아무리 과하고 지나치다 한들, 라스카라사 신전이 높이 세운 예술의 정의를 결코 거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누나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내 배우들과 난쟁이들과 거지들, 지금에야 처음으로 낸 그 모든 이의 목소리가 묻히리라는 것이 제일 슬펐다.
“이게 다 뭐 하는 짓이야? 거지들과 난쟁이들이 주연이야? 배우도 못 할 자들이!”
“공주가 난쟁이라니 말이 돼? 이런 게 연극이라고?”
이제 다른 말들이 들려왔다. 다른 관객들의 목소리가.
다른 공연은 몰라도, 예술제 연극 경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술의 여신이 금했으니까.
하지만 같은 관객이었던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자, 그들도 그럴 수 있다고 느낀 터였다.
그들의 불만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들은 미남 미녀가 나오는 낭만적이고 애틋한 작품을 보러 왔지, 지금의 종잡을 수 없는 연극을 보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왜 분노합니까? 난쟁이가 공주 옷을 입은 걸 처음 봤습니까?”
프라비타가 눈을 번득이며 관객들에게 소리쳤다.
“난쟁이에게 공주와 왕자 옷을 입힌 건 바로 공주와 왕자인데도요?”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이니까.
왕족의 장난감이라서 왕족의 옷을 입히는 게 아니었다. 난쟁이들이 추하기 때문이었다.
왕족들은 아름답고 체격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 자신이 늘 아름답거나 체격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쟁이들, 가장 작고 추하고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존재를 옆에 두고 왕족의 의상을 입혀서, 자신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렸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강해 보이도록.
“네, 나는 가짜 공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가짜 난쟁이가 아닙니까? 겉으로는 크고 멀쩡해 보이만, 속은 작고 병들었지요! 차라리 겉이 추한 게 낫지 않나요? 하하하하!”
프라비타가 소리 높여 비웃었다.
섬뜩했다. 예지의 꿈에서 그녀가 괴물들의 편에 서서 사람들을 공격했을 때와 똑같은 말투, 발성, 목소리.
하지만 정말 섬뜩했던 이유는, 꿈속의 말과는 달리 지금의 말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관객을 욕하다니!”
“난쟁이 주제에!”
노한 관객들이 무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은 도끼를 쳐들고 프라비타 곁으로 모였다. 난쟁이들은 겁에 질려 집집마다 문을 닫았다. 거지들도 그들과 같이 집에 숨었다. 사도들은 그들을 보호하며, 관객들을 막아섰다.
“네 연극을 잘 보았다, 테오파노.”
예술의 여신이 형형하게 빛나는 두 보름달의 눈동자를 내게 돌렸다. 태양을 볼 때처럼 눈을 감아 버릴 수도 없이, 보는 이의 눈을 끌어당기는 보름달의 눈동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님…….”
그럼에도 나는 말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한 명도 퇴장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거지나 난쟁이는 아니지만, 난쟁이들의 집에 들어갔었다가 사람들이 집을 부수려 하자, 뛰쳐나온 이들도 있었으나, 난쟁이들과 거지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무대가 저 꼴이 났는데도, 끝이 나지 않았다고?”
“네…….”
“저 난장판이 나고도, 끝나지 않았다면 끝내야 할 게 아니냐? 그러고도 네가 그들의 신이냐?”
네가 끝내지 않겠다면 내가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제가 그들의 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의 연극을 끝내지 않습니다. 반드시 마무리에 다다를 그들을 수호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라스카라사 누나는 짧게 웃었다. 그렇게 누나는 예술의 진실함을 담아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과연 그럴 수 있는지 내 눈앞에 보여라.”
이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퀘스트건 기아스건.
나는 그렇게 무대로 향했다.
이번에는 예술의 여신이 화려한 등장을 위해 내려 준 투명한 통로가 없었다. 기아스의 권능도 내 마법이 지나치게 개입했을 때 사라졌다. 배우들의 퀘스트만은 사라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무엇보다 내면의 원도 없었다. 나는 마법을 시도해 보려 하지도 않았다. 내 사람들이 연극을 하고 있는 지금 이곳은, 그 상실을 온몸으로 체험할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충실한 내 사람들이 하필 내 이름을 연극 제목으로 삼아서, 다른 역할로 등장할 수도 없었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마키나Machina. 무대에서는 주로 신의 등장을 위해 쓰이는 기계 장치.
대체로 기중기지만, 더 다양한 기계를 쓰기도 했다. 예전에는 단순히 배우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면, 이제는 무대 위편을 가로지르게도 하니까.
사도들은 전부 무대를 지키느라 정신없는 와중이라, 타이스가 나를 도왔다.
“수레를 쓰시겠습니까?”
말이 수레지 큰 바구니였다. 구름이나 무지개, 날개로 장식한 바구니를 타고 천천히 내려가는 편이 제일 안전하긴 했다.
“등으로 매달리겠다.”
하지만 관객들은 배우가 어깨나 등, 머리 같은 몸의 부위로 매달린 채 내려오는 걸 좋아했다. 더 어려우니까 더 멋져 보이고, 과연 신 같다고 생각해서.
타이스는 등에 장치를 매달고 그 장치의 끈이 내 겉옷 속으로 가려지게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라스카라사 여신님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수레 탄 기사라고 하셨습니다.”
수레 탄 기사.
인기 높은 기사도 로망스였다. 기사는 사랑을 맹세한 왕비를 구출하러 떠났다. 하지만 도중에 말을 잃었다. 왕비를 빨리 구하고자, 기사는 말 대신 근처의 수레를 탄다.
그러나 갑옷 입은 기사가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말이 아니라 수레에 탄다는 일 자체가 명예의 상실이었다. 심지어 난쟁이가 모는 죄인을 호송하는 수레였다.
그래도 기사는 수레에 올라타고 왕비를 구출하러 갔다. 만나는 이들 모두가 그를 수레에 탄 기사라고 불렀다. 그가 구출한 왕비조차.
당신이 정녕 수레를 탔었나요? 하고.
네가 힘을 잃고도, 네 신도들이 정녕 너를 반길까?
그 말에 전하는 누나의 물음이 하도 생생해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이것도 여신의 권능인가.
미안했던 감정이 싹 사라졌다. 신으로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직접 하러 가는 동생에게 할 말인지.
“누님께 이 모든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라.”
“알겠습니다, 테오파노 님.”
타이스가 허리 굽혀 절했다. 그런 후, 마키나를 작동시켰다. 나는 그렇게 내 배우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무대로 내려갔다.
“난쟁이들 따위가 감히!”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는 법을 어기지도 않았고,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프라비타와 관객은 갈수록 분노하고 있었다. 더는 연극이 아니었다. 예술의 여신이 이미 끝났다고 본 것도 무리가 아닐 지경으로.
힘도 쓸 수 없는 판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사도들조차 무대와 난쟁이들을 지키느라 정신이 없어 내가 온 줄도 몰랐다. 수레를 탄 기사는 다들 쳐다보며 손가락질이라도 받았지.
나는 프라비타에게 다가갔다.
“난쟁이 공주여, 그대는 어떻게 납치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