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24
124
“테, 테오파노 님!”
그녀는 경악했다. 그토록 잘생겼다는 첫사랑이 아니라 괴물이라도 본 듯 뒷걸음질 치면서. 언제는 내가 나오면 반드시 승리한다며. 그러던 장본인이 왜 펄쩍 뛰는데.
사도들이며 관객들도 놀라서 얼어붙었다. 나는 기절할 듯한 프라비타의 눈을 들여다보며, 부드럽게 이끌었다.
“내, 그대를 사랑하니, 그대에게 일어난 고난을 기꺼이 알고자 한다.”
하지만 프라비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지긴커녕, 더 흥분하고 말았다.
“저, 저는 나, 납치당하여… 묶인 채 끌려가서…….”
프라비타는 말을 더듬으며 목이 메었다.
“말하기 힘들면 행동으로 보여라.”
그렇게 말한 나는 객석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대들, 난쟁이를 증오하는 자들이여, 올라와 나를 묶어라.”
프라비타와 싸우며 난쟁이를 욕하던 자들을 향해서.
“내가 내 사랑하는 이의 시련을 대신 보여 주겠다. 내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대들의 증오를 대신 받겠다.”
“테오파노 님!”
“안 됩니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신! 그러지 마! 왜 그래애!
“기다려 주십시오, 가겠습니다!”
사도들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아, 미리 소통으로 귀띔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얼마나 놀랐을까.
하지만 이 연극은 대본대로 굴러가지 않은 지 오래였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서로에게 진실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결국 이 연극을 후원하는 내가, 그런 관계를 떠받쳤으니까.
라스카라사 누나가 더욱 한심하게 보겠지만, 최소한 이토록 생생한 반응을 보인 내 배우들의 연기력을 혹평하진 않겠지.
-그 자리에서 그들을 지켜라. 그것이 곧 나와 함께하는 길이다.
나는 소통을 통해 말했다.
사도들의 눈길이 흔들렸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지만, 억지로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 뜻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괴로워 보여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들은 내 사도들이다. 그들 역시 약자들의 아픔에 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내가 왔을 때도 당장 달려오기보다 자리를 지켰던 이유였다.
그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내 명이어서라기보다 약자들을 위해서였다. 자랑스러운 내 사도들.
“지금 무슨 소리지?”
“신께서… 설마… 잘못 들었나?”
“그럴 리 없잖아?”
그리고, 객석에서는 새로운 혼란이 일었다.
“너희는 난쟁이들이 본래 저렇게 태어났으니, 혹은 저런 운명을 맞았으니, 어쩔 도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시련도 감수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다.
그들 중에는 난쟁이들을 팔아 치우거나 납치한 이들도 있었다. 난쟁이를 사서 갖고 놀다가 버린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전시한 이들도, 돈을 내고 구경한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난쟁이들의 집을 신기하다고 느낄 뿐,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나는 난쟁이들이건 거지들이건, 억울한 약자들을 지킨다. 그러나 나는 너희 역시, 그들을 공격하려던 악한 마음에서 구하겠다. 약자들의 아픔을 보는 만큼이나, 강자들의 악을 보는 것도 슬프기 때문이다.”
시끄럽던 극장 전체가 얼어붙었다.
“너희가 무고한 약자들에게 하려던 짓을 내게 하라.”
그때였다. 레오파라가 자신이 지키던 자리에 내가 준 검을 꽂았다. 검의 마석이 희푸른 빛을 강하게 발하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레오파라가 그 검으로 마법을 쓰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강한 빛이었다. 마치 레오파라가 내가 공연 전에 미리 일으켜 줬던 마법을 검에 모두 쏟아부은 듯이…….
다음 순간, 레오파라는 사도들을 바라보았다. 놀라서 그를 보는 사도들 모두와 눈을 마주친 후, 그는 마지막으로 그가 지키던 이들에게 고개 숙여 절했다.
그리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 내가 내렸던 검과 사도들과 그가 지키던 이들을 뒤로하고서.
다른 사도들은 아무 말 없이, 마치 그에게 동조하듯 그가 지키던 곳까지 방어망을 늘였다. 빛을 발하는 검의 마법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혼란이 가중됐을 때, 레오파라가 무대 뒤로 보냈던 드라콘과 펜나까지 날아왔다.
그렇게 내게 달려오는 레오파라가 소통으로 말했다.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테오파노 님, 제발 제가 대신 하게 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테오파노 님만은 안 됩니다!
내 첫 번째 사도의 간절한 말이 가슴을 찔렀다.
아무리 강해졌어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데.
호수 괴물의 공격 때, 신인 나를 구하고 대신 괴물에게 끌려갔던 첫 번째 사도.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레오파라나 제가 테오파노 님을 구하기만 하면, 테오파노 님은 우리를 구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망설임 없이 말하던 두 번째 사도.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구했지.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멈출 수가 없구나.
온 세상을 구하기까지.
괴물에게서, 악에게서.
-레오파라, 이것은 신의 일이다. 사람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사람들을 수호할 기회를.
그런 내 선택이 레오파라의 선택과 어긋나더라도.
내 말에, 레오파라는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차마 바라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
그렇게 바라 본 객석은, 점차 술렁이고 있었다.
사람이 신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필멸자가, 불멸자를?
-사람은 신을 숭배하며, 또한 질시한다.
지혜의 여신이 남긴 명언.
태어났으나 죽지 않으며, 타고난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존재들.
태어났으나 죽어야 하며, 늙어갈수록 약해지는 존재들.
숭배하는 이유가 질시의 이유도 되었다.
그 모든 질시가 욕망으로 화했다.
신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눈빛을 번득이며, 사람들은 무대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쟁이들과 거지들에게 뻗었던 손을 내게로 향하며. 그렇게 그들과 그들을 지키던 사도들에게서 멀어졌다.
레오파라가 신음했다. 배우들이 신음했다. 나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포위당하고 공격당했던 사람들.
그때는 물러서지 않고 용감히 맞섰던 이들이 지금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보다 더 두려운 나머지.
나는 그들의 본을 따르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으나, 나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면서도,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게 다가오는 이들 앞에서.
이제 곧, 내 옷자락에 닿을 듯이 뻗어 오는 저 손길들…….
그때였다. 포도 덩굴이 어디선가 뻗어 왔다. 그 덩굴은 싱그러운 초록 잎과 향그러운 열매로 무대 앞을 화사하게 꾸몄다.
그러나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나 역시.
나는 고개 들어 신들을 바라보았다. 예술의 여신은, 형형한 보름달의 두 눈을 뜬 채, 예술의 살아 있는 상징이었다. 그대로 조각이자 그림인, 또 하나의 예술을 구현하며.
그런들 예술의 여신은 언제라도 가호를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간신히 연극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관객이 무대에 침범했으나, 무대를 전복하는 폭동이 아니라, 배우들이 유도한 참가라는 형식이었으니까. 최소한도의, 무늬만 남아 있는 틀이라 해도.
예술의 여신은 우리가 연극도 무대도 더는 지켜 내지 못하면 당장 개입할 터였다. 그때를 이 자리의 누구보다도 더 날카롭게 잡아내면서.
라스카라사 누나의 태도는 두려워도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민타스 형을 본 순간, 예술의 여신을 경계한 나머지, 술의 신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술의 신은 미소 짓고 있었다. 포도의 향내를 맡으며, 술의 감미를 점칠 때와 같은 나른하고도 매혹적인 미소를.
그가 선원들에게 납치당했을 때 그랬듯. 바다 한복판에서 포도 덩굴이 배를 온통 휘감았던 때처럼.
선원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물고기처럼 바다로 뛰어들었고, 다시는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술의 신은, 사람들이 그의 배다른 동생을 공격하는 짓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하고 있었다.
이는 내 무대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었다.
하지만 아민타스 형은 관객으로서 형의 방식대로 내 부름에 응했다고 할 수 있었다.
선을 넘었다고 지적한들, 선은 나 또한 넘었다. 무엇보다 내가 무대로 나서고, 형이 신의 권능으로 내 작품에 참견하여, 우리 둘 다 심사 위원의 자격을 자동 박탈 당했다. 그렇다면 이제 심사 위원은 라스카라사 누나 혼자다.
평소에는 서로 혈육으로 인식하지도 않던 둘의 마음이 통했을까? 형의 간섭으로 연극이 망하면, 누나가 더 빨리 나설 수 있으니까.
내 생각이 짧았다. 이곳에 나 말고도 신이 둘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그들이 신들 전체의 위엄이 상하는 일을 반기지 않으리라는 게 당연한데.
특히, 자신이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했던 것도 모자라, 내가 당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민타스 형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예술의 여신에게 도전하고자 그토록 많은 것을 걸었던 승부에서, 나 때문에 심사 위원의 자격까지 포기하다니…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 있으면, 그토록 약하면서도 소망을 지켜 온 이들, 악에 휩쓸리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이들… 내가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내게는, 형의 마음과 사도의 마음이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저들에게서……
나는 포도 덩굴 앞에서 멈추었으나, 마찬가지로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레오파라.
-테오파노 님,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대신 나선다면, 아민타스 신께서도 포도 덩굴을 치우실 테고, 그럼 테오파노 님의 뜻대로 연극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나는 간절히 말하는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레오파라, 이 모든 일 후에도 저들이 과연 나를 신이라 믿겠느냐?
무대에서 수모를 겪은 일도 모자라, 영영 마법을 잃었다면.
-…저들은 생각지 마십시오. 저들이 테오파노 님을 믿건 말건, 테오파노 님은 언제나 저의 신이십니다.
레오파라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내 마법을 가장 최초로 썼던 사람이. 마법의 상실을 가장 애석해할 자가.
그가 과연, 내가 무대에 마키나로 등장했고, 지금까지 전혀 마법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내가 마법을 난쟁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듯, 자신도 마법을 그들 앞에 꽂아 놓은 검에 두고 온 레오파라였다.
생각하면, 예전에도 이미 마법을 스스로 포기하며 충성을 증명하고자 했던 나의 사도.
하지만 나는 그 사도가 아니라 이 무고한 약자들을 바라보았다. 후자를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후자를 구하리라고 전자를 믿기 때문에.
내 가장 강한 사도는 내가 왜 그보다 약한 자들을 바라보는지 알아주리라 믿기 때문에.
-그렇다면 네가 저들 대신 프라비타가 받은 공격을 구현하라.
레오파라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테오파노 님!
아타울프가 소리쳤다. 지금까지 숨 죽여 듣고만 있던 사도들이었지만, 더는 참을 수 없는 듯이.
-테오파노 님, 제발… 저희 역시 바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아파하는 레오파라가 아닙니까!
-테오파노 신, 그만해! 나 괴로워! 레오파라에게도 그러지 마!
나는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내가 지나쳤다. 스스로 대신하러 와준 사도에게.
-미안하다, 레오파라, 내가 지나쳤다.
-그러시면 그만두시겠습니까?
레오파라가 되물었다.
-저한테 미안하시다면, 이 일을 그만두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다. 다시 한번 미안하구나.
레오파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왜 제게, 제가 가장 싫어할 명을 내리셨습니까?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여기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 명을 가장 싫어할 자가 너니까.
사도들이 숨을 들이켰다. 잔혹한 말이지만, 레오파라는 진실을 알 자격이 있었다. 그가 믿는 신의 진심을.
-그 정도로 너는 나를 지극히 섬긴다. 내가 저들처럼 약해져도 저버리지 않고서.
그러니 실제로 약해진 나를 맡길 수 있었다.
나라고,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니까.
어쩌면, 나를 저버리지 말라고 레오파라에게 가하는 압력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