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34
134
그날 밤, 프라비타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마리우스 일행과 같이 야영했고, 마리우스은 우리에게 막사를 하나 내어 주었다.
그는 기사들과 같이 술잔치를 벌였고, 우리를 초대했다. 내가 아니라 아민타스 형의 신실한 신도 같았다.
그러나 프라비타가 테오파노 신께 같이 기도 드리자면서, 그와 그의 기사들을 역으로 초대하자, 그들은 우리 막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기도가 아니라 춤추고 노래하자고 불렀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은 드리는 게 아니다.”
내가 놀라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데 레오파라가 프라비타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아, 물론 네가 됐다면 그만이고. 하지만 나도 묻고 싶을 뿐이야. 테오파노 님, 제가 떠나도 절 잡지 않으실 건가요?”
“뭐? 넌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물론 부모가 보고 싶고 고향도 그립겠지만, 이왕 사도가 됐으면 나와 좀 더 오래 함께 있어도 되지 않니?”
“그럼 레오파라는 테오파노 님과 오래 있었으니까 떠나도 되는 건가요?”
“그냥 오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괴물과 싸우고 고생도 많이 했지. 그러니 그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신이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테오파노 님, 본래 사도의 계약은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타울프가 예리하게 지적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지. 그래도 다른 신에게로 계약이 옮겨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지. 내가 행복의 신이 되면, 마법으로 괴물과 싸우는 게 아니라, 행복의 영역에서 나를 섬기는 사도가 되어도 된다. 그러니까, 꼭 다른 신의 사도가 되지 않아도 된다. 내 곁에 있어도… 아니, 내 사도로 남아도 행복할 수 있다. 나도 괴물과 싸우더라도 행복의 신 노릇도 할 테니까, 그때마다 만날 테고.”
-테오파노 신은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테오파노 신 옆에서 이미 행복한데.
렉스가 투덜거렸다. 프라비타는 짧게 웃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레오파라는 불꽃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타울프가 불쑥 물었다.
“그럼 우리 모두가 다른 신의 사도가 되건 다른 영역의 사도가 되건, 테오파노 님을 완전히 떠나거나 지금처럼 같이 다니지는 않게 되면, 테오파노 님은 행복하실 겁니까?”
“너희가 행복하다면.”
어차피 이들이 늙으면 같이 이렇게 다닐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평생 내내 끌고 다니며 고생시키고 싶지도 않다.
-틀렸어, 테오파노 신. 그럴 때는 너희가 없으면 외롭고 불행하니까, 너희가 있어야, 행복의 신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렉스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아니, 그런 말은 너희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내가 듣고 싶은 말인데 뭐가 부담스러워? 안 듣게 되면 섭섭한데?
“…그러면, 너희가 싸움에 지쳐서 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게 되잖아.”
-아우, 답답해.
렉스가 앵돌아진 소리를 내자, 지금까지 조용했던 레오파라가 입을 열었다.
“테오파노 님, 예전에 제가 테오파노 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겠다고 말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죽어야 하는 운명의 사람이, 제 입으로 기꺼이 죽겠다고 하면, 너의 신은 슬프다. 그런 말은 이빨 빠진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하지 말라.”
어쩌면 저렇게 내가 했던 말을 잘도 기억하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역시 우리 교의 교리서 저자다웠다. 아직 자각하지 못했을 뿐.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으로 신과 헤어지게 된다면, 그전까지는 신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신의 곁에 머무르는 사람의 행복을 신이 알아주지 않으신다면, 신의 사람은 슬픕니다.”
그 말에 감명받아, 잠시 말도 안 나왔다. 그러나 다른 사도들이 먼저 나섰다.
-잘한다, 레오파라!
“처음으로 네 말에 동의한다, 레오파라!”
“역시 첫 번째 사도네, 말 한번 속 시원히 하는 거 봐!”
다른 사도들이 모두 레오파라를 끌어안고 어깨를 두드리며 난리였다. 자고 있던 드라콘과 펜나도 눈 비비며 일어나, 멍한 얼굴로도 일단 끼어들어서, 레오파라의 품에 얼굴 한 번씩 부비고 갔다.
그리고 모두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어쩐지 모두 눈을 크게 뜨다 못해 부라리는 느낌으로.
“…설득했겠지.”
“네?”
“아, 물론 너희가 떠나도 된다는 말은 진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너희에게 내 곁에 있으라고 권해는 봤을 거다.”
최소 한 번은 붙들었겠지. 끝내는 고이 보내 주더라도.
그만, 쑥스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멋지게 보내 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더라도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 테니까.
사도들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레오파라가 조용히 말했다.
“권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도 테오파노 님이 없으면 외롭고, 테오파노 님도 저희가 없으면 외로우실 테니까요.”
“그래, 바로 그거다! 역시 레오파라가 내 마음을 잘 아는구나!”
내가 안심하여 웃자, 레오파라도 웃었다.
“하하하하!”
-아해해!
“히잉!”
“크아앙!”
우리는 서로 웃으며 끌어안았다.
* * *
우리는 오크 추격을 계속했지만, 본래 그놈들이 다였는지, 도망쳐 버렸는지, 발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마리우스 왕자는 맹렬하게 오크를 추격했다. 그는 밤마다 술에 취하면서도,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추격을 재개했다. 쉬지 않는 강행군이었다.
-무슨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숲을 누비네?
렉스가 놀라워하고 전직 용병 사도들도 인정할 정도로, 왕자는 숲을 잘 알았고 사냥도 잘했다. 멧돼지건 곰이건 위험한 사냥감도 잔뜩 잡았고, 기사들을 배불리 먹였다. 밤이 되면 왕자의 무예를 칭송하는 기사들과 함께 또 술을 마셨다.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테오파노 님이 슬퍼하신다!”
비록 기도 문구를 잘못 알고 있긴 했지만. 나는 친절하게 고쳐 주었다.
“아민타스 교의 신도 같은 말이군요. 테오파노 신은 술이 아니라 식사를 뜻하셨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신관 님? 확실히 나는 아민타스 교가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테오파노 신은 밥의 신이나 다름없군요.”
왕자의 대답에 기사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정말 좋은 찬양입니다. 밥의 신이라니, 그건 테오파노 신의 드높은 야심이기도 합니다. 마리우스 왕자님은 테오파노 신의 마음을 참으로 잘 알고 있군요.”
나도 기뻐서 같이 웃었다.
“…네, 너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자님처럼 다들 너무 잘 알지는 않을 테니까, 테오파노 신이 왜 밥의 신인지, 같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요?”
“…그만 알아보도록 하죠…….”
내 사도들은 왕자의 태도에 불만이었다.
-테오파노 신을 말하면서 웃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웃네요. 비웃음 연기가 아주 능한데,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악역으로 말이죠.
-저번에는 안 웃고 넘어가기도 했어, 내가 볼일 볼 때까지 따라 다니면서 다 봤어.
-그치? 이제는 웬만하면 테오파노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니까. 이럴 때를 빼놓곤 우리 신이라고 둘러 대며 막 피해 가더라.
-사도들이여, 새로운 신도는 너그럽고 자상하게 이끌어 줘야지.
-테오파노 님이 말씀하셨으니, 모두 그 신도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보다는 파비안의 보고를 논하자.
레오파라는 첫 번째 사도답게 내가 타이르면 사도들을 꾸짖었지만, 절대로 마리우스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나만 저 왕자 좋은 거야? 저 왕자는 옛날의 날 생각하게 해서 마음에 들어. 그때, 레오파라가 나한테 했던 얘기를 고스란히 왕자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고 싶네.
아타울프만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할 뿐이었다. 내 사도를 본받아, 나는 마리우스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오늘은 같이 술을 마시지요, 마리우스 신도여.”
첫 날 이래, 다시 초대하지 않았던 마리우스 왕자는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물론 환영합니다. 하지만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의 표정이 대신관 님 빼놓고는 좋지 않군요. 술맛이 떨어질까 걱정스럽습니다.”
사도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는데, 프라비타가 분연히 앞으로 나섰다.
“그야, 잔치에 술만 있고 춤과 노래가 없으니까요.”
“과연, 프라비타의 말이 옳습니다.”
사도들이 알아듣든 말든, 춤과 노래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보람이 있었다. 내 자랑스러운 사도.
“제가 대신관님과 왕자님, 우리 사도들과 기사들의 단합을 위해 노래 한 곡 불러 보겠습니다.”
“하하하!”
기사들은 좋아했다.
“재미 하난 난쟁이가 최고지!”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단숨에 잔치 한가운데로 나아간 프라비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네 칼을 소중히 여겼나, 용감한 기사여? 날이 녹슬면, 적과 칼을 부딪칠 때, 뚝 부러지겠지? 네 연장보다 작아진 칼로 감자인들 썰 수 있겠니? 아끼는 칼이라면 대장장이를 자주 찾아라! 연장 탓하지 말고!”
교훈이 담긴 노래였지만, 아무도 가사에 주목하지 않았다. 프라비타의 노래가 전부 음이 틀렸기 때문이었다. 프라비타는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못 했다.
“이게 뭐야!”
“우릴 놀리는 거냐?”
성난 기사들은 불평했지만, 그 불평 소리는 프라비타의 우렁찬 노랫소리에 압도되었다. 내가 소리를 증폭하는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삐약대는 새끼 오리 떼에 난입한 흉포한 백조처럼, 프라비타는 무자비하게 노래했다. 기사들이 귀를 틀어막아도 소용없을 지경으로. 백조는 죽기 전에만 단 한 번 노래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프라비타의 노래는 자신 아닌 모든 것을 죽일 듯했다. 적어도 고막은.
“춤은 제가 추겠습니다!”
아타울프가 벌떡 일어나서, 춤을 췄다. 춤을 추면서 옆의 기사들과 어깨동무했다. 기사들은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나의 사도는 그들보다 훨씬 강했다. 모두 모닥불을 둘러싸고 둥글게 앉아 있었는데, 아타울프의 반대편에선 레오파라가 기사들과 춤을 추고 있었다. 아타울프가 어깨동무하며 옆으로 밀면, 그 기사는 힘에서 밀리지 않으려 옆의 기사에게 의지해야 했고, 꼴사납지 않게 같이 어깨동무해야 했다. 레오파라가 옆으로 밀면, 파도치듯 밀리고 밀려서, 아타울프에게 돌아왔고, 아타울프가 화답하듯 밀면, 다시 그 방향으로 빙빙 돌아갔다. 참으로 보기 좋고 흐뭇하였다.
마리우스 왕자는 이 모든 걸 나와 상석에 앉아서 팔짱 끼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매는 비틀렸지만, 날카로운 눈초리는 내 사도들이 아니라 제 기사들을 향하고 있었다.
“기사들이 처음에 불평한 걸 마음에 두지 않기 바랍니다. 지금 저렇듯 보기 좋게 어울리고 있으니까요.”
마리우스 왕자는 웃으면서, 술병을 들더니 손수 내 술잔에 술을 따랐다.
“…테오파노 신의 사도들은 전직 용병이거나 배우죠. 왕족이나 귀족 사도는 아직 없는 줄로 압니다.”
“네, 하지만 귀족 신도들도 있고, 그들이나 왕자님이 사도가 될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눈빛을 보냈더니, 마리우스은 술만 들이켰다. 부담스러웠나. 안 해도 되는데.
“테오파노 신은 신분을 안 따지나 보군요. 아레테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사람들이 신분을 따지니, 신들이라도 따지지 말아야죠.”
그러자 순간, 왕자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신들은 왕과 백성을 만들었습니다. 신분을 따지지 않았다면 그랬겠습니까?”
왕들은 스스로 신이 내린 존재라고 부르며, 왕권을 확립했다. 그런 이들에게, 사실 너는 이 신과 저 신이 싸우다가 이 신이 이긴 결과고, 가끔은 신들의 예상마저 깬 의외의 결과라는 걸 말할 수는 없는 법.
“테오파노 신은 신분을 따지지 않습니다.”
“거지들과 난쟁이들의 신이시니까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왕자님은 정말 테오파노 신을 잘 아시는군요.”
나는 기뻐서 웃었지만, 마리우스 왕자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그렇다면 그런 신의 사도가 되면 내겐 좋을 것도 없겠군요. 왕자로 태어나 용병 다음가는 사도가 되거나, 거지들을 가까이해야 한다면 말입니다.”
“그렇군요.”
맞는 말이긴 했다.
“나야 다른 신의 사도가 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알겠으니까, 당연한 말 좀 그만 물어보지?
“그게 답니까?”
왕자가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꼬박꼬박 동의해 주고 있는데 뭐가 불만일까? 왜 눈을 번득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