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0
140
-그럼 우린 그날 저녁에 출발할 걸 그랬습니다.
말을 몰며, 레오파라가 그렇게 말했다. 프라비타는 어리둥절해서 그를 보았다.
-어찌 됐건, 우리와 마리우스 왕자는 한 일행이 됐을 텐데? 숲에서 만났을 테니까.
-되긴 뭐가 돼? 우리 모두 후딱 마법진으로 이동해서 척하니 처치하고 오면 되지. 왕자는 오크 꽁무니도 못 보고 허탕 치게끔.
아타울프가 어이없는 소리를 했다.
마법진 이동은 아직 한 명이 고작인데 여럿을 동시 이동 한다니, 생각만도 끔찍하다. 무슨 수로 그 어려운 걸 한단 말인가?
나는 상상만 해도 골치 아픈 것들을, 사도들은 우리 신이 해내시겠지, 하며 초롱초롱한 눈길로 이것저것 막 꿈꾸는데, 따라가기 벅차다.
…구상이 유용해 보이긴 하지만, 내 사도들은 워낙 똑똑하니까.
-하긴 그러면 되겠네.
되긴 뭐가 돼! 마법이라고 그렇게 쉽게 되겠냐?
-그런 생각은 또 어떻게 했는데?
-아, 제 생각은 아니고요. 파비안이 편지로 조르더군요.
파비안은, 우리 모두에게 편지를 썼다. 원거리라도 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그와 우리가 같이 있지 않으니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가 일할 때 우리는 잔다거나, 그가 시간이 날 때 우리는 싸우고 있다거나.
그렇다고 지금 싸우고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아서, 주로 편지를 이용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테오파노 님, 저의 신이시여, 하루빨리 제가 테오파노 님 곁으로 가게 해 주세요.
파비안의 편지는 가슴 뭉클하다 못해 걱정스러워질 정도였다.
-파비안을 빨리 데려와야겠어요. 혼자 내버려 뒀더니, 수사법이 이상해졌네요.
-펜나와 드라콘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안부를 물으면서 마법진의 안부도 묻고 있어요. 얼마나 진척됐나 등등.
-그러면 너희는 어떻게 대답하는데?
-성공이야 시간문제니까 걱정 말라고 하죠, 하하하!
아타울프가 시원스럽게도 대답했다.
시간문제라니, 네가 만드니? 응? 네가 만들라!
그런데 이렇게 사도들이 믿어 주는 것도 내 신성을 돋우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도들 말대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우리끼리 먼저 가서 오크들을 해치우면, 뒤늦게 온 마리우스의 얼굴이 볼 만할 텐데.
“테오파노 님, 다 왔습니다.”
깜짝 놀랐다. 생각하자마자, 갑자기 그 얼굴이 눈앞에 떡 하고 나타났다. 저 앞에 가던 놈이었는데. 이런 울창한 숲속에서 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그런데 잠깐, 여기는─
“여기는 엘라디안 누나의 성역이 아니냐!”
숲과 사냥의 여신 엘라디안처럼, 자연의 영역을 다스리는 신들은 성역의 개념이 다소 달랐다. 이론상, 모든 숲은 여신의 성지다. 달리 말하면, 어느 한 숲만 그녀의 성지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엘라디안 여신은 주로 성역을 둔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성역의 위치를 알리기를 꺼린다. 외부인이 성역을 침범하여 여신의 노여움을 사길 바라기에.
하지만 숲은 괴물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했다. 괴물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습격하기도 하지만, 주로 숲이나 산 같은 자연에서 태어났다.
그런지라 엘라디안 누나만의 힘으로는 퇴치할 수 없었다. 괴물의 절멸 자체가 모든 신의 힘으로도 아직 이뤄 내지 못한 과업이니까.
그래서 엘라디안 누나는 성역을 영웅의 시험대로 만들었다. 아버지의 양극단 신전처럼.
그곳에는 아버지의 사생아들만 가지만, 누나의 성역에는 영웅이 되고픈 모든 이가 올 수 있다.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도 없고.
숲의 심장부로 들어가 괴물을 퇴치하면, 영웅의 칭호를 얻는다. 라비크도 아버지의 신전에 오기 전,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 만한 이름을 드높이고자 목숨 걸고 했던 일이었다. 발트라하 누나나 스카텔란 형은 정기적으로 그들이 골라낸 인재들을 이곳에 보낸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도 괴물을 퇴치한 자의 명성을 갖고 있다. 다만 그들 혼자 한 일이 아니고, 사람 동지들이 아니라 신인 나와 함께 한 일이기 때문에, 영웅 칭호는 아직 얻지 못했을 뿐이었다.
-엘라디안 여신의 성역이라면 영역 문제는 없습니까?
레오파라가 대번에 경계했다.
-괜찮다. 괴물 퇴치의 대의 아래서는 영역 다툼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대답했다. 다투긴커녕 당장 힘을 합해 싸우지 않으면, 아버지와 일디케 앞으로 불려 간다. 지금처럼 다른 신의 성역에 있는 괴물을 퇴치하러 왔다면, 환영받을 일이고.
특히 엘라디안의 숲은 의미가 남달랐다.
-우리의 뿌리는 자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의 경고였다.
사람들은 숲을 개간하고,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갔다. 그러면 엘라디안이나 파스투란 같은 자연의 신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냥이나 항해도 관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개발도 신들의 인도하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괴물이 자연을 장악하지 않도록 신들이 나선다. 맞서 싸울 사람이 적고, 자연 신이라도 그 눈이 속속들이 미치기엔 너무 넓은 영역이니까. 다시 말해, 숲을 비롯한 자연은 모든 신들이 괴물에게서 함께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엘라디안 여신께서 여기 계십니까?”
마리우스 왕자가 물었다. 사도들과 소통하고 있었더니, 누나와 비밀 대화라도 하고 있는 줄 아는 듯했다.
하지만 누나는 나타나지 않을 터였다. 다른 숲에도 괴물이 나타났을 수 있는 판에, 이미 신이 나타난 숲에 누나까지 올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숲에서 괴물을 퇴치할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터였다.
“엘라디안 누님은 다른 곳에─”
삐이잉!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일제히 하늘을 보자, 흰 매가 상공을 돌고 있었다.
삐이이잉!
그 매는 그대로 일직선으로 내 정수리를 향해 하강했다. 나는 재빨리 한 팔을 쳐들어서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자 맞기는 싫었는지, 내 머리가 아니라 내 팔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양 날개를 활짝 펼쳤다. 금빛이 섞인 깃털들이 햇빛에 화려하게 빛났다.
-나 대신 내 눈을 보내니, 그 사실을 비밀로 해라. 네 사도들에게도 알리지 말고.
매가 내 눈을 바라보자, 엘라디안 누나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려 퍼졌다.
“오오, 엘라디안 여신의 증표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이 특유하고 아름다운 매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소리쳤다. 오크 원정의 앞날이 밝으리라는 길조로 받아들여서.
비밀로 하고 싶었으면 좀 작은 새를 보내지 그랬어. 하다못해 옷깃에 얹어 두면 근사할 사슴벌레라든가.
“…아니다.”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프라비타가 흥미진진해하는 눈으로 물었다.
“여신이 보낸 게 아니라면 무슨 새인가요?”
“힝힝!”
“크앙!”
사도가 해맑게 묻는 것도 모자라, 펜나가 예쁜 콧구멍을 부풀리고 드라콘이 앙증맞은 발을 굴렀다. 두 놈 다 날개를 반은 쳐든 게, 날아올라 매를 쫓거나, 날갯죽지로 매를 후려칠 듯했다. 매는 아예 내 어깨로 가까이 붙다시피 하며 큰 눈만 도로록 굴렸다. 두 놈이 콧구멍을 마구 벌렁거렸다.
“…나를 따르는 새지.”
“테오파노 님을 따르는 새라고요?”
마리우스 왕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뭘 봐, 너 같으면 친누나의 말을 따르기 위해 더 좋은 변명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거 같아?
“동물들도 테오파노 님을 따릅니다.”
레오파라가 대답했다. 그러더니 펜나와 드라콘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이 둘도 테오파노 님 앞에서는 새끼 양처럼 순하지요. 테오파노 님을 따르니까요.”
그러자, 당장이라도 매에게 덤벼들 듯하던 두 마리 모두 순식간에 얌전해져서, 내 손을 핥았다. 이놈들,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게 분명하다니까! 따르기 싫은 말은 못 알아듣는 척할 때가 많을 뿐이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늘에 날아다니던 새가 갑자기 내려와 어깨에 앉을 정도라니요.”
마리우스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기사들이 얼른 화답하고 나섰다.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신의 권능은 놀랍습니다!”
“이런 건 난생처음 봅니다!”
“과연 테오파노 신이십니다!”
-저들은 왜 이리 호들갑이고, 마리우스 왕자와 네 사도는 왜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거냐?
-날 좋아하니까.
-거짓말이라도 성의 있게 할 수 없니?
-아닌 것 같으면, 직접 와서 물어보든가.
그러자 매가 콕 하고 내 귓바퀴를 쪼았다. 가렵지도 않았다. 부리를 톡 하고 튕겨 주니, 앞으로 엎어지려는 걸 뒷덜미를 잡아 다시 앉히고는, 입을 열었다.
“가자!”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마리우스 왕자가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매의 뒷덜미를 잡아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이 매는 내가 주는 선물이다, 마리우스 왕자!”
“네?”
무표정했던 왕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니까, 생기 넘쳐서 보기 좋았다.
“이 매가 그대의 앞길을 인도하리라!”
“이야아아! 테오파노 님이 우리 왕자님께 선물을 내리셨다!”
“테오파노 님, 고맙습니다!”
그의 기사들이 더 기뻐했다. 마리우스 왕자도 놀란 얼굴이었지만, 곧 사의를 표한 후 앞장섰다.
-테오파노!
-왜? 누나가 나 준 매 아니었어? 줬다 뺏는 거 아니지? 그럼 치사한 거지.
어쨌거나, 엘라디안 누나가 불평한 것치곤 매도 마리우스 왕자의 어깨에서 더 편안해 보였다. 펜나와 드라콘의 옆에서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행군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크를 보지 못했다. 내 탐색 마법에는 몇 놈씩 걸려들었지만, 우리를 보자마자 도망쳤다.
“이 성역에 오크의 본거지가 있는 게 분명하다.”
내가 말했다. 레오파라가 칭송했다.
“과연 테오파노 님의 탐색 마법은 대단하십니다.”
그렇고말고. 이번은 누나가 알려 줬지만, 혼자라도 그런 큰 규모는 몰라볼 수 없으니까.
“그럼 그 본거지를 급습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타울프의 제안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오크 정찰병들이 소식을 전했겠지. 무엇보다 본거지에 틀어박혀 저항하면 골치 아파진다.”
“그들이 잡아간 사람들을 인질로 내세울 수도 있으니까요.”
마리우스 왕자가 대답했다. 오크들은 사람들을 산 채로 잡아갔는데, 숲 주변에서는 이미 실종자가 많았다.
“오크를 끌어낼 미끼가 필요하니 제가 되겠습니다.”
마리우스 왕자가 말했다. 이런 겁 없는 놈을 봤나. 아버지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미끼는 내가 되겠다.”
“제가 되겠습니다.”
“연기력이 뛰어난 제가 해야죠.”
나와 사도들이 말했으나, 마리우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테오파노 신과 그 사도들을 알아볼 겁니다. 그보다는 마법을 쓰지 않는 상대인 제가 낫습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오크들은 보통 괴물들보다 지능이 있었다. 괴물들도 간악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 많았으나, 오크들은 신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덤벼드는 괴물들과 달리 훨씬 사람처럼 사고했다.
나는 결국 마리우스 왕자에게 동의했고, 그의 일행과 떨어졌다.
“그럼 오크 놈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 할까요? 저 매를 날려 보내면 됩니까?”
한 기사가 근심스레 물었다. 그들은 마리우스 왕자의 용맹을 신뢰했지만, 선왕이 죽은 이래 대관식을 앞둔 왕자가 미끼가 되는 일을 좋아할 이는 없었다.
“그런 느려 터진 새를 날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늘을 향해, 내 이름을 외쳐라.”
“저, 정말 그러기만 하면 됩니까?”
“마리우스 왕자님이 직접 외치셔야 합니다. 테오파노 님을 향한 참다운 믿음을 실어서.”
레오파라가 말하자, 왕자와 사도가 또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물론.”
왕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레오파라가 괜히 나섰다 싶었다. 왕자가 거짓말로 날 불러 대도, 내가 나타나 주면, 고마워하긴커녕 신인데도 속았다고 불신하지 않을까.
일단 오크부터 때려잡고 나면 빨리 떠야지.
-렉스, 왕자 곁에 붙어 있다가 오크들이 보이자마자 알려.
-응, 나만 믿어, 테오파노 신!
그렇게 왕자 일행과 떨어져, 우리끼리만 길을 갔다. 탐색 마법으로 숲을 살피며 또다시 여기저기 마법진 연습을 하면서.
-테오파노 신, 지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