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2
142
…아버지와 잘 지내지 않았다고 해도, 그 발자취를 따르려는 마음은 이해 간다.
그럼 처음에는 좀 작은 괴물부터 시작할 수 없었니? 이렇게 떼거리로 많은 괴물들 상대하러 혼자 오지 말고?
이만하면 이해하려고 숙부답게 충분히 애썼다. 브론테제 숙부의 조카로서 맹세할 수 있다. 이제 나도 내 마음대로 해야지.
바로 진지의 문이 열렸다. 오크의 왕이 나섰다.
“크륵! 사람의 왕자여, 난 기꺼이 네 도전을 받겠다, 크크큭! 하지만 너는 홀로 오지 않았다!”
오크의 왕이 소리쳤다.
“크륵! 한낱 사람이 무슨 수로 화살을 돌려보냈는데? 너는 신과 함께 왔다.”
알면 됐다.
“포이즌 파이어볼!”
콰쾅! 오크의 진지 한쪽 벽면이 터져 나갔다.
“공중에서 때려 박으시니 효과가 더 좋습니다!”
기쁨에 차서 소리친 레오파라가, 드라콘에게 말했다.
“날 저 오크 왕의 정수리 위에 내려 줘.”
한 놈이 말 안 듣는 걸 내버려 두니까, 다른 놈도 설치기 시작했다. 괴물의 정수리로 파이어볼을 먼저 내리꽂은 후에도, 내 사도가 궁둥이를 들이밀 자리가 있는지 두고 보자.
“크륵, 테오파노 신! 크르륵!”
“만나서 반갑구나!”
오크의 왕이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기에, 나도 스태프로 삿대질을 해 주었다.
또 다른 파이어 볼이 그의 진지를 터뜨렸다. 공중에서 하니까 진짜 재미가 남달랐다. 드라콘도 파이어볼처럼 멀리 가진 못했지만, 옛날 뿅뿅거리던 때보다 위력이 강해진 불꽃을 뿜어냈다.
“크륵! 테오파노 신이여, 내 말을 들어라! 크르륵!”
“듣고 있다. 파이어볼!”
“어디 감히 테오파노 님께 명령이냐! 드라콘! 놈의 정수리에 불을 토해!”
“크아앙!”
“크르륵!”
오크의 왕은 드라콘이 뿜는 불을 방패로 막아 내며 용케 피했지만, 그의 진지와 오크 병사들은 내 파이어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저희는 먼저 내려갈까요?”
곧 도착한 아타울프와 프라비타도 소리쳤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도들이 땅에 있으면 공중 공격을 마음껏 퍼부을 수 없었다. 조카 놈이야 위험해지면 그때 건져 주면 되고.
“이 무슨 짓이냐!”
그때 마리우스 왕자가 소리쳤다. 조카 놈이 드디어 대놓고 반항하나 싶어 내려다보니, 오크들이 진지 아래쪽에서 사람들을 끌고 오고 있었다.
“네놈들이 붙잡아 간 사람들을 노예로 부렸구나!”
왕자가 소리치자, 오크의 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알면 조심해야지, 크크크큭!”
그러더니 나를 보고 외쳤다.
“당장 공격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 사람들을 죽인다! 크륵!”
그러자 오크들이 묶여 있는 사람들을 수레로 몰아넣으며 창칼로 협박했다. 죄수 호송용 수레에 갇힌 채,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네놈이 감히 사람들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 테오파노 신을 협박하느냐? 내, 네놈을 살려 두지 않겠다!”
레오파라가 분노하여 소리쳤다. 마리우스고 레오파라고 오크의 왕과 겨루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을 구해야지.
“내가 공격을 멈추면, 네가 저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느냐?”
오크의 왕은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건 신의 일인데, 왜 나한테 묻습니까? 내가 신입니까? 크크크큭!”
“그 신이 대답하마. 너를 죽여서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내가 말하자, 오크의 왕이 흠칫했다. 그의 눈이 샛노랗게 변하면서, 그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놈을 죽이십시오!”
붙들린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외쳤다.
“저놈들이 내 아내와 아기를 죽였습니다. 나만 부려 먹으려고 살려 뒀습니다. 더는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죽어도 괜찮으니, 저놈들을 죽여 가족들의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사내가 비통하게 부르짖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핏발이 섰다.
“놈들을 다 죽이십시오! 어차피 우리는 죽은 목숨입니다!”
“이놈들아, 날 죽여라! 내 처자를 죽였듯 나도 죽여라!”
사람들이 악을 쓰자, 오크들이 칼을 쳐들었다. 맨 처음 소리 지른 자를 찌르려고.
다음 순간, 그 오크는 쓰러졌다. 오크의 머리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서, 끈적끈적하고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이 무슨!”
오크의 왕이 소리쳤다.
“테, 테오파노 신이 오크를 죽였다… 크륵.”
“테오파노 신이 죽였다, 크르륵.”
오크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내가 그들 중 한 명을 어떻게 죽였는지 몰라서 더 겁에 질렸다. 사실 나도 공중에서 한 놈 대가리 노리는 게 잘될까 걱정했었는데, 명중해서 좋았다. 적의 두려움은 나의 즐거움.
“아니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크의 왕조차 넋 나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사람이 죽였다.”
나는 처음 소리친 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의를 바랐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다. 그는 비록 묶여 있으나, 그의 용기는 나를 통해 신성을 발현했으니, 저 오크는 그의 손에 죽었다.”
침묵이 일었다.
“네 이름이 뭔가?”
내가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피, 필립입니다.”
“필립이 그의 처자식을 죽인 오크를 죽여 정의를 세웠다. 나, 테오파노 신이 증인이다.”
내가 선언하자, 그렇게 용감하게 나섰던 남자가 몸을 벌벌 떨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대들을 괴롭힌 적에 항거할 자들이 있으면 나오라! 적들이 그대들에게 저지른 죄를 신 앞에 고발하라!”
내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내 기꺼이 그대들의 정의가 되리라!”
“테오파노 신이 그대들의 정의가 되리라!”
레오파라가 묵직한 저음으로 소리쳤다. 렉스도 따라 외쳤다. 우리의 목소리에 청랑한 울림을 더하면서.
-정의가 되리라!
“테오파노 신 앞에 고발하라!”
프라비타가 특유의 잘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펜나와 드라콘도 열심히 목소리를 보탰다.
“크아아앙!”
“히이잉힝!”
“한 사람, 한 사람, 차례차례 고발하십시오. 지금 오크에 제일 가깝게 있는 당신부터!”
아타울프가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울분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눈에 생기가 넘쳐흘렀다. 무기를 들고 있는 오크들이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테오파노 신이여! 크르륵!”
갑자기 오크의 왕이 두 무릎을 꿇으며 두 팔을 벌렸다.
“테오파노 신께 항복합니다! 크르륵!”
“헛소리 마라!”
아타울프가 바로 소리쳤다. 나도 동감이었지만 레오파라가 제지했다.
-테오파노 님이 정하실 일이다!
-수작 부리는 거잖아!
-아타울프 말이 맞아!
-듣고 나서 거부하면 될 일이다. 테오파노 님의 위엄을 생각해!
-나도 레오파라에게 동의해.
신의 위엄이고 뭐고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대신 생각해 주는 사도였다. 아타울프처럼 소리치려 했던 나는 근엄하게 말했다.
“사람들을 괴롭히고서 항복하겠다고? 내 너를 어찌 믿겠느냐!”
“사람들도 서로 싸우고 포로를 노예로 팝니다, 크륵!”
오크의 왕이 교활한 눈빛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를 따라 무릎 꿇었던 오크들도 쉭쉭거렸다.
“그래서 저들이 너와 싸웠느냐? 네놈은 얼마나 약한 놈이기에, 힘없는 자들하고만 싸우느냐? 오크의 왕이란 놈은 얼마나 약한가!”
오크들은 그들의 왕을 쳐다보았고, 그는 말 그대로 거품 물었다.
“나는 기꺼이 사람 왕자와 싸웁니다! 크륵!”
오크의 왕은 마리우스 왕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리우스 왕자가 창을 꼬나들고 나섰다. 징한 놈이었다, 진짜.
“싸워서 이긴 자가 테오파노 신의 사도가 된다!”
“네 정녕 미쳤구나!”
이번에는 레오파라가 싸늘하게 말했다.
“테오파노 신의 사도가 되려면, 사람들을 지키고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괴물을 죽여라!”
그러자 오크의 왕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우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테오파노 신은 내가 왕자를 이겨도 날 사도로 받지 않겠다는 건가? 더 강한 나를 바라지 않는다고?”
나는 그를 무시하고 아까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필립!”
“네? 네, 흐, 테오파노 님, 흐흑!”
그 남자는 여전히 울면서 황급히 대답했다.
“그대는 괴물들과 맞서 싸웠다. 정의롭고 용감한 자여, 내 사도가 되겠는가?”
남자의 눈물이 멎었다.
“제, 제가… 제가 말입니까?”
“그렇다. 그대는 나의 사도가 될 자격이 있다. 그대는 무고한 약자들을 괴롭히지 않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대보다 강한 사악한 이들에게 용감하게 맞섰다. 그대는 이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침묵이 일었다. 정적 속에서 나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필립, 그리고 그와 함께 일어나 분연히 맞섰던 용감한 사람들이여, 그대들 모두, 나 테오파노 신의 사도가 되겠는가?”
사람들은 넋을 잃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꿈만 같다는 얼굴들. 그 얼굴들이 그렇게 뿌듯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슴만 아팠다.
“테오파노 신의 사도가 된 걸 환영합니다! 형제자매들이여! 나는 다섯 번째 사도 프라비타입니다!”
그때 프라비타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프라비타의 있는지 없는지 알쏭달쏭하던 연극 재능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너무 기진맥진하고, 돌변하는 상황 속에서 정신 차리기도 힘들었던 사람들은 내게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오니까.
그러나 프라비타가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이끄니까, 사람들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을 하고도 열심히 머리를 끄덕였다. 내 말에 동의하고, 프라비타의 인사에 화답하면서.
“나는 두 번째 사도 아타울프입니다. 형제자매들이여, 사랑합니다!”
“나는 첫 번째 사도 레오파라입니다. 여기는 없지만 네 번째 사도 파비안도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오파라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렉스도 신이 나서 사람들 바로 앞까지 내려가서 말했다.
-나는 세 번째 사도 렉스야! 정식으로 의식을 치르면 너희도 모두 내 말 들을 수 있어!
그 순간,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들은 렉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렉스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럴 리 없는데. 계약은 의식을 치러야 한다. 신의 사도가 되는 것은 어렵고 책임이 무거운 일이라, 그들도 제대로 알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나는 단순히 오크의 왕에게 내 뜻을 밝히고자 했다.
사람들이 바란다면 기꺼이 사도로 맞고자 했으나, 지금으로선 정식으로 일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니 내 의사를 밝혔을 뿐이었다. 그들이 대답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취소해도 괜찮았다. 그들이 희망과 용기만 얻으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렉스를 보고 있었다.
-모두 나를 볼 수 있네? 나는 정령왕이야! 새 사도들이 생길 줄 알았다면, 더 좋은 옷을 입고 왔을 거야!
그러자, 필립이 미소 지었다. 말은 알아들은 것 같지 않지만, 웃으며 손 흔드는 렉스를 분명히 보고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소로 답했다. 그냥 정령왕의 존재를 받아들인 것처럼.
나를 믿기에.
사람들의 믿음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필립, 마리, 폴, 조셉, 안네, 이름들이 밀려 들어왔다. 그들이 말할 새도 없었고, 내가 물어 볼 새도 없던 이름들이, 나를 향한 믿음 속에서, 그로써 드높아진 내 신성 속에 울려 퍼졌다. 이름이 없는 자도 있었다. 유독 지쳐 보이는 남자인데, 아마 고생이 심해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크르륵! 테오파노 신은, 지금 나 대신, 이 오크의 왕 대신, 저 약해빠진 것들을 사도로 받아들이겠다고?”
오크의 왕이 분노로 고함쳤다.
“무시당해서 화났나? 네가 저들보다 무가치한 존재인 걸 어쩌란 말이냐!”
나도 고함쳤다. 신의 위엄이고 뭐고, 후련하게 살 때는 살자.
오크의 왕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입에서 흰 거품을 질질 흘렸다. 오크들이 쉭쉭 거리며 그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나는 약한 신을 섬기지 않는다! 크륵!”
“약한 건 네놈이다! 무고한 약자가 아니면 이기지 못하는 놈!”
“나는 약하지 않다! 크르륵!”
“그럼 나와 싸우자!”
나는 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오크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네놈들, 모두 나와 싸우자!”
“우리는 테오파노 신을 믿겠다고 했는데―”
“나를 믿으면 죄를 시인하고 처벌부터 받아라. 그러면 나를 믿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겠다면, 네놈들이 사람들을 괴롭힌 순간부터, 네놈들 스스로 내게 싸움을 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