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3
143
오크들은 겁먹은 눈치였다. 하지만 오크의 왕은 이를 갈았다.
“크륵, 절대로 난 저 약한 것들과 같은 신을 믿을 수 없다, 크르륵!”
“그럼 나와 싸우자!”
아타울프가 눈을 부라리자, 레오파라가 소리쳤다.
“내가 먼저 말했다!”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정해!”
나의 사도들이여, 위엄을…….
그때였다.
“왕자님, 무사하십니까!”
“왕자님!”
“크르르륵!”
기사들과 오크들이 달려왔다. 살펴보니, 기사들 중에 죽은 자는 없었지만 아까보다 부상자가 늘어나 있었다. 똑같이 왕자를 따라오다가 서로 먼저 가려고 싸움이 붙어서, 이제야 도착한 듯했다.
그때였다.
“으악!”
“아아악!”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돌아보니, 사람들이 갇혔던 수레가 요새 한편의 절벽까지 밀려나 있었다. 잠시 뒤처진 신도들을 점검했을 뿐인데, 오크의 왕은 그새, 내가 무너뜨린 요새의 벽을 통해 수레를 거기까지 몰고 갔던 터였다. 오크들이 돕긴 했지만, 엄청난 힘이고 무서운 속도였다.
사도들이 분노하여 즉각 무기를 쳐들었다. 하지만 오크의 왕은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수레를 슬쩍 밀었다.
수레바퀴의 한쪽이 절벽 위의 허공에 떴다. 그 아래로 돌덩이들이 우르르 절벽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아아악!”
“크르르륵!”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데, 오크의 왕은 웃었다.
“나는 저 왕자와 싸운다! 크륵!”
그가 마리우스 왕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결투다. 정식 결투! 내가 이기면 우리는 사람들을 풀어 주고 물러난다. 지면 신은 떠난다. 크륵!”
“기꺼이 너와 싸우겠다!”
마리우스 왕자가 말하자, 레오파라가 그를 험악하게 노려보더니, 괴물에게 소리쳤다.
“테오파노 신께서는 괴물과 타협하지 않으신다!”
오크의 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테오파노 신은 괴물과 타협하기 싫어서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두나? 크륵!”
그가 나를 향했다.
“사람들더러 사도로 삼겠다고 한 건 다 거짓말이었지? 크르륵!”
사람들이 다시 흐느꼈다. 눈을 질끈 감는 사람도 있었다. 눈앞이 절벽 아니면 오크니까.
“나는 테오파노 님의 대전사다! 내가 싸우겠다!”
“신의 사도와는 싸우지 않는다. 저 왕자는 테오파노 신을 믿지 않지. 나는 알 수 있다. 나도 그 신을 믿지 않으니까, 크르르륵!”
오크의 왕이 마리우스 왕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사들이 기겁하며 내게 탄원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노여워 마십시오. 왕자님은―”
“우리 왕자님은 정말 테오파노 신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모두 조용히 해. 내가 지금 안 노엽게 생겼어?
“마리우스 왕자여.”
나는 내 죽은 동생이 남긴 혈육을 불렀다. 무모하다 못해 죽지 못해 환장하는 조카.
-그 애는 이제 고아나 다름없어요. 그 애에겐 형님밖에 없습니다.
내 동생이 죽어 가며 부탁했던 그의 아들.
라비크는, 짐작도 못 했겠지. 내 예지의 꿈에서 그의 아들이 얼마나 훌륭한 영웅이었는지.
꿈에서는 오래전 한 번 만났던 동생이 얼핏 기억났어도 잠시뿐, 나와 너무도 다르게 용감하게 싸우는 영웅과 아무것도 못 하는 나 사이에 그 어떤 연결 고리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신이면서도 사람을 동경하고, 그런 자신을 다시 부끄러워할 뿐.
“테오파노 신이시여.”
왕자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
너는 왜 그렇게 됐을까. 내가 네 삶에 갑자기 끼어들었기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너는 어떻게 영웅이 됐을까.
생각하면, 그 예지의 꿈에서조차 아무리 훌륭했던들,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던 그였다.
당시는, 인류의 명운이 걸린 전쟁이라 당연하게만 여겼던 일.
“오크의 왕과 벌이는 결투는 그대의 뜻이었다, 마리우스 왕자.”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그대가 오크의 왕과 싸워서 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은 했는가?”
“제가 죽으면, 제 동생이 나라를 이어받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당연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나? 다른 일들, 다른 이들에 대해서?
마리우스 왕자가 절벽으로 밀어붙여진 수레를 바라 보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저들의 존재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들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괴물과 싸우다 죽는다면, 그대는 용감한 왕자로 역사에 남겠지. 하지만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저 사람들 말고도 그대의 온 백성들은?”
마리우스 왕자의 얼굴이 굳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그의 동생이 이어받으면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대는 여기 죽으러 왔는가?”
기사들이 숨을 들이켰다.
예지의 꿈에서 나만 널 좋아했던 게 아니다.
넌 스카텔란 형이 제일 좋아했던 영웅이었어. 그의 사도들보다도. 네가 끝내 그의 사도가 되지 않은 것을 서운해하면서도, 너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위대한 영웅이, 작전이고 뭐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아? 왕자의 사후를 대비하는 전략도 세우지 않고서?
“그대의 기사들, 그대의 사람들, 그대만 바라보는 이 모든 이들 앞에서 홀로 죽고자 하였는가.”
아무도 끌어들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남은 이들은?
마리우스 왕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수려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나 그는 끝내 부정하지 못하였다.
“마리우스 왕자, 그대는 그대의 뜻대로 오크의 왕과 결투할 수 있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레오파라가 눈에 불을 켰다.
“테오파노 님, 신이 괴물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마리우스 왕자는 스스로 그의 말을 책임져야지, 테오파노 님이 그 책임을 나누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피를 토하듯 말했다. 아타울프와 프라비타도 분노하여 나서려 했다. 하지만 나는 오로지 마리우스 왕자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명심하라. 그대가 그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죽어도, 그대의 백성들은 죽어선 안 된다. 그대는 죽어서도 저들을 구해야 한다. 죽음의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되살아 나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마리우스 본인을 포함해, 내가 왕자를 유령으로 만들어 버리리라고 생각한 듯이.
신의 저주 혹은 시험.
“받아들이겠습니다.”
마리우스 왕자는 시험으로 받아들였다.
“그토록 죽고자 하느냐.”
그리고 신은 그 결과에 실망했다.
“괴물과 싸우다 죽는 건 영광스러운 죽음입니다!”
마리우스 왕자가 소리쳤다. 젊은 날의 라비크처럼.
“…하지만 사람들을 구해 주신다면, 저는 테오파노 님을 믿겠습니다…….”
“왕자님도 오크의 왕처럼 테오파노 님과 협상하려 듭니까? 조건을 들이대고서?”
아타울프가 그를 날카롭게 힐책했다.
“나를 믿을 필요는 없다, 마리우스 왕자.”
내가 왕자에게 대답했다.
“그대의 백성들은 신도가 아니라, 왕자가 필요하니까. 죽어서도 그들을 구하겠다는 마음가짐이면, 백성이 그들의 왕자에게 품을 믿음이기에 족하다.”
마리우스 왕자가 나를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이 일렁거렸다.
나는 그에게서 고개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왕자와 나를 주시하는 이들을.
마리우스 왕자도 나를 따라 그들을 보았다.
그들의 눈동자 앞에서 왕자는 숨을 들이켰다. 나를 다시 한번, 그들을 다시 한번 보고는, 천천히 오크의 왕을 향했다.
“드디어 결심이 섰나, 크르륵!”
오크의 왕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일단 수레바퀴가 절벽 가장자리에 더는 걸쳐 있지 않도록 끌어 올렸다. 오크들이 수레 앞을 지키는 동안, 자리를 떠나 마리우스 왕자를 향해 갔다.
“나는 괴물을 믿지 않는다.”
그때 내가 말했다.
“하지만 왕자에게 결투하라고―”
“그의 뜻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나는 네가 결투에서도 지고도 내 사도들을 풀어 주리라 믿을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저들을 보호할 방비를 마련하겠다.”
그렇게 말한 나는 드라콘의 귀 뒤를 긁으며 아래를 가리켰다. 드라콘은 사람들 앞으로 내려갔고, 나는 내려서자마자 사람들을 향해 갔다. 오크들이 겁에 질리면서도 수레에 탄 사람들을 위협하며 나를 막아섰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크륵!”
오크의 왕이 소리쳤다.
“신으로서 사도들을 보호한다.”
“나도 신을 믿을 수 없다! 우리 요새를 다시 공격하려는 수작이 분명하다! 크륵!”
“그러려고 했으면, 벌써 했다! 지금 다시 공격을 재개하길 바라나?”
그러자 수레 안의 사람들도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공격하십시오! 테오파노 님!”
“어차피 놈들은 우릴 살려 두지 않을 겁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놈들이 망하는 꼴을 보며 죽겠습니다!”
사람들이 수레 안에서 내게 호응하자, 오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크의 왕이 씨근덕거리며 말했다.
“무얼 하려는 건지 말해라, 크륵!”
“수레 주변에서 마법진을 그려 그 사람들을 보호한다.”
오크의 왕은 불신에 가득한 눈초리를 던졌다.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안전한가?”
“그렇다.”
그러자 오크의 왕은 잠시 생각하다, 교활한 눈길을 내게 던지며 말했다.
“그럼 그 안에 내 부하들도 같이 들어가게 하겠다. 그렇다면, 테오파노 신이 마법을 마음대로 못 쓸 테니까. 자기 신도들을 보호하려면 내 부하들도 같이 보호해야 하고, 크륵!”
-닥쳐, 이 새끼야!
프라비타가 분노했다. 아타울프와 레오파라도 안 좋은 표정이었다. 수레에 갇힌 사도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는 내 뜻이 위태로워졌으니까.
애초에,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이동시켜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무리해서라도 해 보려고 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된다면…….
하지만 이제 와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을 지키려면, 일말의 가능성도 포기할 수 없었다. 절망은 사치였고, 좌절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다면, 네 부하들의 무기를 내려놓고 들어가게 하라. 오크들은 들어라. 너희가 사람들을 죽인다면, 아까 처음 죽은 오크보다 더 끔찍한 죽음을 맞으리라. 테오파노 신의 약속이다!”
오크들은 몸을 떨었다. 오크의 왕은 자신이 아닌 날 더 두려워하는 듯한 부하들을 거칠게 다루며, 사람들을 수레에서 내리게 해서, 무장을 해제한 오크 부하들과 함께 모여서게 했다.
무장을 해제해도, 오크들은 사람을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을 터였다.
그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비장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테오파노 님, 저희가 우리 신도들을 반드시 구하겠습니다!”
“저희가 맹세합니다!”
“목숨 걸고 구해 내겠습니다!”
기사들이 외쳤다. 그들은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특히 그들의 왕자가 그들과 의도적으로 떨어지려 한 이후에는.
하지만 그들은 나와 사도들, 왕자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섬겨 온 왕자와 새로 믿게 된 신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면서.
“반드시 구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와 왕자, 둘 다에게 맹세했다. 왕자에게 충성을 보이고자. 신의 노여움을 풀고자.
부하이자 신도로서, 더 강력한 존재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도, 기꺼이 목숨을 바치면서.
-저 왕자가 저런 충성을 받을 자격이나 있나?
아타울프가 이를 갈았다. 레오파라는 경멸 어린 시선을 마리우스에게 던졌고, 프라비타는 아예 무시했다.
하지만 나는 기사들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왕자와 나에게 차례로 애원한 뒤에는, 구하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을 결의를 담아 바라보는 이들을.
그들의 시선을 좇아, 나는 갇혀 있는 내 사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다가가는 나를 마리우스의 시선이 따라왔으나, 등골에서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점차 느낄 수도 없었다.
“사도들이여, 내가 마법진을 그리는 동안 적들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내가 명하자, 사도들은 즉시 명령에 따랐다.
그렇게 그들이 나를 바라볼 수 없을 때, 나는 스태프의 끝으로 손목을 찔렀다. 마법으로 살짝 베자, 흐르는 핏방울이 스태프를 타고 흘러 옷소매 아래로 떨어졌다. 마법진은 처음 외엔 내 피로 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도들을 보호해야 했다.
보호하라, 수호하라, 지켜라, 구하라, 방어하라, 보전하라, 모든 단어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원의 가장자리에 서 있던 폴이라는 남자가 붉은 핏방울을 발견하고 숨을 들이켰다. 마리라는 여자가 그다음으로 보았다.
그녀는 묶인 손으로도 무언가 말하려는 폴을 툭 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오크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달랬다. 폴도 그녀를 따라 엉엉 울었다. 그렇게 내게 집중되었던 주의는 분산되었다.
이것은 완전한 소통은 아니었다. 그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들과 나는 이어져 있었다.
절망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그 깨달음에서 용기를 얻었다.
그리하려 나는 내 피로,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선연하게 내 마법으로 적어 나갔다. 이름 없는 자에게는, 이름 없는 사도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